진달래과 진달래속/두견(진달래)아속

1416 섬진달래 - 2012년에 여수시 섬에서 발견된 우리 자생종

낙은재 2021. 5. 6. 10:56

섬진달래
여수 섬에서 자생하는 섬진달래 모습 - 출처 양종철 외 논문
섬진달래 - 출처 국생정

 

섬진달래는 그동안 국내서는 발견되지 않아서 한반도에서는 자생하지 않는 식물로 알고 있었던 이른바 미기록 식물이었는데 2012년 전남 여수시 섬지역에서 200여 개의 개체가 자생하는 것이 발견되어 우리 자생식물로 새로이 등록된 진달래속 수종이다. 우리나라 국립수목원에서 남해안 도서지역의 삼림생물자원의 분포조사를 하던 중에 여수시 삼산면 도서지역에서 새로운 종이 수백 주나 자생하는 것을 지역 식물전문가인 이춘호씨와 함께 발견하였다고 국립수목원 양종철임업연구사가 2013년에 발표했다. 그 이후 면밀한 확인 결과 이 식물은 당초 동정한 바와 같이 그동안 일본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학명이 Rhododendron keiskei var. hypoglaucum인 멸종위기 희귀식물로서 국내서는 섬에서 자생하기에 섬진달래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 양종철 외 3인이 공동으로 2015년에 공식발표를 하였다. 이렇게 되어 국내 자생종이 하나 추가되었으며 이 수종이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2020년에 신규로 등록된 것으로 보인다.

 

섬진달래의 일본명은 우라지로히카게쯔쯔지(ウラジロヒカゲツツジ) 즉 이백일음철쭉(裏白日陰躑躅)인데 이는 앞 게시글에서 본 학명 Rhododendron keiskei인 일본명 히카게쯔쯔지(ヒカゲツツジ) 즉 일음철쭉(日陰躑躅)의 변종인 것이다. 이 변종은 일본 동경 인근 도치기(栃木)현과 군마(群馬)현 그리고 사이타마(埼玉)현에서만 극히 드물게 발견되는 희귀종으로서 일본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여 관리하며 일본 자생지에서의 개체수가 겨우 200주 내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편이 밀생하는 잎 뒷면이 원종과는 달리 회백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우라지로(ウラジロ) 즉 이백(裏白)이라는 접두사가 일본 이름에 붙은 것이다. 그 외에도 잎의 끝이 뭉텅하다는 점에서 원종과 구분이 되며 담황백색인 꽃 색상도 원종에 비하여 백색에 가깝다고 한다.

 

원종인 일음철쭉의 잎 - 끝이 뾰족하고 뒷면이 옅은 녹색이다.
섬진달래의 잎은 끝이 뭉텅하고 뒷면이 회백색이다.
왼쪽이 원종인 일음철쭉이고 오른쪽이 섬진달래인데 꽃색상이 백색이 짙다.

그런데 섬진달래라는 그 이름만 들어 봤을 때는 우리나라 전역에 흔한 진달래의 종류 중 하나 즉 변종이나 아종이거나 아니면 그 유사한 종일 것이라고 판단하기 쉬우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왜냐하면 잎이 두터운 혁질인 데다가 상록이며 꽃이 모여서 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만병초라고 부르는 수종들과 같은 것이란 말인가? 그렇다. 섬진달래는 처음 발견할 당시에는 얼핏 만병초로 착각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를 만병초아속으로 분류하지 않고 두견(진달래)아속 즉 subgenus Rhododendron로 분류하는 이유는 잎이나 꽃 등 식물 전체에 비늘 즉 인상모(鱗状毛)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비록 외형은 만병초와 매우 흡사하지만 만병초아속으로 분류하지 않고 유인편(有鱗片)만병초아속이라고 할 수 있는 두견(진달래)아속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하지만 두견(진달래)아속에 속하는 수종들은 그 외형이 인편이 없는 만병초들과 매우 흡사하여 우리나라에 이 아속으로 등록된 26종 중 거의 대부분인 20종이 xxx만병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2012년 전라남도 여수시 삼산면 섬지역에서 발견된 이 새로운 수종도 xx만병초라는 이름이 붙었을 법도 한데 왜 섬진달래라고 하였을까?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 자생종들 중 두견아속 즉 subgenus Rhododendron으로 분류되는 수종들은 진달래와 산진달래 그리고 꼬리진달래와 황산차 등 모두 4종이 있는데 이들 중 어느 하나도 만병초라는 이름은 없다. 비록 이들 4종은 외형상 만병초와는 약간 거리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아속으로 분류되는 우리 자생종 중에는 만병초라는 이름을 가진 수종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새로운 종도 만병초라는 이름을 반드시 붙여야 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를 찾자면 일본에서 이 수종을 부르는 이름이 다소 이례적으로 만병초를 부르는 샤쿠나게 즉 석남화(石南花)가 아니고 쯔쯔지 즉 철쭉(躑躅)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하튼 외형이 만병초같이 생겼는데도 이를 섬진달래라고 국명을 붙인 덕분에 이 Rhododendron아속을 진달래아속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빌미가 생긴 것 같기는 하다.

 

섬진달래는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처음 발견되었지만 세상에서 처음 발견된 새로운 종은 아니었고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극히 소수이지만 일본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생각보다는 일찍이 발견되어 이미 1932년에 일본의 젊은 대학생들인 Suto Tiharu(須藤千春, 1910~1968)와 Suzuki Tokio(鈴木時夫, 1911~1978)에 의하여 일본의 일음철쭉(日陰躑躅)의 하위 변종으로 Rhododendron keiskei var. hypoglaucum Suto & T.Suzuki라고 명명된 것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독립된 종으로 봐서 Rhododendron subnikomontanum Suto & T.Suzuki라고 명명하였다가 2년 후 변종으로 재명명한 것이다. 처음 독립종으로 명명할 당시 종소명 subnikomontanum은 일본의 산기슭에서 자생한다는 뜻일 것 같고 나중에 변종명으로 쓴 hypoglaucum는 잎 뒷면이 백분으로 덮였다는 뜻이다. 이는 일본명에 붙는 접두사 우라지로(ウラジロ) 즉 이백(裏白)과 같은 맥락이다.

 

아마 그 당시 북해도대학 학생이던 스토(須藤)와 대만 대북(台北)제국대학 학생이던 스즈키(鈴木)가 만나서 이런 신종발표를 하였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처음 독립된 종으로 명명할 때가 1930년인데 이 때 이들의 나이가 겨우 20살 안팎으로 특히 스즈키는 그 당시 아직 우츠노미야농고(宇都宮高等農林)의 고등학생이었다는 사실이다. 스토(Suto)는 1934년 이후 별다른 활동기록이 거의 없고 스즈키(T. Suzuki)는 식물학자로 계속 남아 대만식물 등에 관한 많은 저술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대만과는 전혀 무관한 이 수종의 신종발표를 처음 독립종일 때는 명명자 둘 다 일본에 있었으므로 당연히 일본내에서 하였으나 나중의 재발표는 대만학술지인 Trans. Nat. Hist. Soc. Formos.를 통하여 한 것은 스즈키가 1931에 대만으로 유학갔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 당시 대만은 1895년부터 1945년까지 무려 50년간이나 일본 통치하에 있었기에 대만학술지에 게재한 것이 그리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여하튼 이 수종은 일본의 도치기(栃木)와 군마(群馬), 사이타마(埼玉)현에서만 극히 소수가 자생한다고는 하지만 개체수가 너무 적어서 그런지 이를 변종으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서양 학자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2012년에 우리나라에서 추가로 자생지가 발견되었으므로 이제는 누구도 그 존재를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참고로 일음철쭉에는 섬진달래 외에 포복성인 하이히카게쯔쯔지(這い日陰躑躅)라는 학명 Rhododendron keiskei var. ozawae라는 변종도 있는데 이 변종은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등록명 : 섬진달래

학   명 : Rhododendron keiskei Miq. var. hypoglaucum Sutô & Suzuki

이   명 : Rhododendron subnikomontanum Suto & T.Suzuki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상록 관목

그   룹 : 로도덴드론, 두견(진달래)아속 삼화두견아조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여수시, 일본 관동 극히 일부지역

일본명 : 우라지로히카게쯔쯔지(裏白日陰躑躅)

수   고 : 0.3~2m

잎특징 : 2~5.5 x 1~2.5cm, 끝이 뭉텅, 뒷면 회백색 인편

꽃특징 : 담황백색, 2~6송이 정생, 지름 3cm 길이 2.5cm, 나팔형

수   술 : 10~12개

개화기 : 4~5월

내한성 : 영하 18도

 

섬진달래 -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자생하는 모습
섬진달래 - 인편이 무수히 많다.
섬진달래
섬진달래 잎 뒷면과 수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