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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2 등대꽃속 모식종 적종화(吊钟花) - 홍콩도단

낙은재 2022. 3. 7. 13:50

적종화
적종화

 

2021년 2월 5일 포스팅한 1329번 게시글을 시작으로 진달래과를 시작한 이래 13개월 동안 412개의 게시글을 올리면서 이제까지 달려왔다. 이제 진달래과 목본으로는 단 하나 등대꽃나무속 수종들이 남았다. 학명 Enkianthus로 표기되는 등대꽃(나무)속은 전세계 14종이 모두 아시아의 히말라야에서부터 동남아를 거쳐 중국의 동부와 서남부 그리고 홋카이도를 포함한 일본 거의 전지역에 분포한다. 앞에서도 이런 사례를 더러 봐 왔지만 이 수종 또한 이상하게 가운데 우리나라만 건너뛰고 중국에 9종 일본에 6종이나 자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5개의 원종이 등록되어 있지만 이 중에 우리 자생종은 하나도 없고 3종은 일본 원산이고 2종은 중국 원산이다. 일본 원산 수종들은 영국 왕립원예협회인 RHS로부터 최우수품종상인 AGM을 수상하는 등 정원수로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주로 이 품종들이 보급되어 있다.

 

속명 Enkianthus는 포르투갈 예수회 선교사이자 식물학자로서 1742년 베트남에 와서 35년간 살면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고 약용식물을 연구하고 희귀식물을 1,000여 종 채집하여 정원을 조성한 18세기 최고의 식물수집가인 주앙 드 루레이로(João de Loureiro, 1717~1791)가 명명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는 계피의 주재료인 지금은 육계나무로 이름이 변경된 사이공계피나무의 학명 Cinnamomum loureiroi는 그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그는 홍콩 등 주로 중국 남방지역에 분포하는 중국명 적종화(吊钟花)가 베트남에서 자생하는 것을 발견하고 Enkianthus quinqueflorus로 명명하면서 새로운 속을 신설한 것이다. 이런 내용이 본국으로 귀국 후 포르투갈 과학아카데미의 협조를 받아서 1790년에 발간한 그의 저서 코친차이나 식물지 즉 Flora Cochinchinensis에 수록되어 있다. 그 당시 베트남은 통킨(Tonkin) 안남(Annam) 그리고 코친차이나(Cochinchina) 등으로 분리되어 있었는데 코친차이나는 사이공을 포함한 베트남 남부지역에 근거를 두었다. 여기서 속명 Enkianthus는 그리스어로 임신하였다는 뜻의 enkyos와 꽃을 뜻하는 anthos가 결합된 것인데 이는 꽃잎의 기부가 볼록하게 팽창하기 때문이다. 그 후 근 백 년이 지난 다음부터 국내 등록된 수종들이 이 속으로 차례차례 편입되었는데 속명과는 달리 꽃잎 기부가 두툼하게 팽창한 수종은 단풍철쭉을 제외하면 없다. 다시 말하자면 국내 미등록종인 중국 적종화(吊钟花)를 보기 전에는 왜 이런 속명이 붙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적종화의 분포도와 과거 베트남 지도
적종화(좌)와 단풍철쭉(우) 산방 또는 산형화서이며 꽃잎 기부가 팽대하여 툭 튀어나왔다.
등대꽃(좌)과 팔리빈등대꽃나무(우)는 전혀 꽃 기부가 두툼하지 않으며 총상화서이다. 

 

정리하자면 일부 종에서 보이는 화관 기부가 팽대한 특성을 속명으로 사용한 것인데 명명자 입장에서는 그 당시 모식종 단 한 종만 명명하였기에 다른 종들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원산지인 중국과 일본에서 봤을 때는 실제와 부합하지도 않으며 대표적인 특징도 아닌 Enkianthus라는 이 속명의 취지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각각 나름대로 속명을 붙여서 부르게 된다. 우선 중국에서는 모식종의 이름을 적종화(吊钟花)라고 하고 속명을 적종화속이라고 한다. 꽃잎이 아닌 꽃 전체의 모습이 작은 종(bell)을 매달아 둔 모습과 비슷하다고 그렇게 불러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 중남부지역에서 자생하는 중국등대꽃나무는 적종(吊鐘)과 닮은 등롱(燈籠)에 비유하여 등롱화(灯笼花)라고 부른다. 적종은 사원(寺院)이나 적루(吊樓)에 매달아 두는 종을 의미하며 등롱은 등의 한 종류로 대오리나 쇠로 살을 만들고 겉에 종이나 헝겊을 덮어 씌워 그 속에 촛불을 켜는 등을 의미한다. 따라서 적종이나 등롱 모두 건물 처마 등에 매달아 두는 것이므로 작은 종같이 생긴 이 수종들의 꽃이 그렇게 생긴 것으로 인식한 것이다. 중국 이름 적종화의 吊钟(적종)은 속자 또는 간체자로서 번체자로는 弔鍾(적종)으로 쓴다. 吊는 중국에서는 diào 하나로 발음되지만 국내서는 조와 적으로 발음된다. 죽은 사람을 애도(哀悼)하는 뜻으로 치는 종이나 일의 마지막을 뜻하는 말로 쓰일 때는 조로 발음하며 弔鐘(조종)의 예와 같이 주로 弔로 쓰지만 적루(吊樓)에 매달아 두는 종(鐘)을 뜻할 때는 적으로 발음한다. 그래서 처마에 매달아 두는 종과 비슷한 모양으로 꽃이 핀다고 붙은 이름이므로 이 수종을 말할 때는 반드시 적종화(吊鐘花)라고 읽어야 옳다.

 

이렇게 매다는 작은 종을 적종(吊鐘)이라고 한다. 조종이라고 읽으면 안된다.
중국의 남방 소수민족 건축 양식인 적각루와 원소절에 단 등롱 
중국의 아름다운 등롱

 

또 다른 원산지인 일본에서는 이를 도단(ドウダン)이라고 부르며 한자로는 등대(灯台)라고 쓴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이를 생각없이 등대꽃이라고 하는데 알고 보면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다. 우선 일본에서도 등대(灯台)라고 하니 중국의 등롱(灯笼)과 어감이 비슷하여 같은 맥락으로 쉽게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등대(燈臺)란 항구에서 불을 밝히기 위하여 높게 쌓은 탑을 이르는 말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 조그마한 꽃나무의 지름 1cm 남짓한 꽃을 거대한 등대와 결부시키기는 어렵다. 그래서 다시 파고들어가 보면 등대(燈臺)가 ‘촛불이나 등잔(燈盞) 따위를 올려놓는 대’라는 뜻도 있다. 아 그렇다면 결국 중국의 등롱(燈籠)과 일본의 등대(燈臺)가 위에서 매달리는 것과 바닥에서 지지된다는 차이점이 걸리기는 하지만 백번 양보하여 둘 다 불을 밝힌다는 점에서 비슷하므로 같은 맥락으로 붙인 이름이겠거니 하고 추론하게 된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그게 전혀 아니다. 일본의 등대가 등잔을 올려두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수종들에게 이런 이름을 붙인 이유는 전혀 다르다. 일본에서 궁중 등에서 야간 공사 때 불을 밝히려고 등잔을 올려 놓기 위하여 나무 막대기 3개를 결합하여 만든 대를 무스비 토다이(むすび‐とうだい, 結び灯台)라고 하는데 엉뚱하게도 바로 이 수종의 세 갈래로 갈라지는 가지의 모습이 바로 그 등대(灯台)와 비슷하기에 붙인 이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을 밝히는 등(燈)과는 무관하며 꽃의 모양이 아닌 가지의 모양에서 붙은 이름이 바로 도단(燈臺) 즉 등대꽃인데 이런 모양의 등대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무작정 일본을 따라한 것으로 보여서 허탈하기 짝이 없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이창복선생이 1980년에 명명한 이름이라고 그대로 계속 유지한다면 정말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일본 이름 도단(灯台)은 왼쪽 등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가운데 막대기 세 개를 얽어서 만든 등잔대를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이런 등잔대라는 이름으로 붙여진 이름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할 필요가 있을까?
일본에서 도단쯔쯔지로 불리는 단풍철쭉 외에도 사라사도단으로 불리는 등대꽃의 가지도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꽃부리 기부가 두툼하게 팽창하는 특징 외에도 모식종인 적종화는 산방화서(伞房花序)로 국내 등록된 대부분의 다른 수종들이 총상화서(总状花序)인 점에서 꽃차례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며 열매의 모습도 다르다. 그래서 식물학자들은 이 Enkianthus속을 세분하여 3~4개의 조(section)로 분류하는데 국내 등록 수종들은 산형화서이고 열매가 직립하는 적종화조 즉 Sect. Enkianthus와 총상화서로서 열매가 아래로 처지는 총상화서조 즉 Sect. Racemus로 구분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 등록종은 단풍철쭉 즉 Enkianthus perulatus 한 종만 적종화조로 분류되고 나머지 4종은 모두 총상화서조로 분류된다. 그래서 비록 국내 미등록종이지만 모식종인 중국명 적종화부터 탐구를 시작한다.

 

산방화서인 적종화(좌)와 총상화서인 등대꽃(우)
좌측 적종화는 꽃이 아래로 처지고 열매는 위로 솟지만 우측 등대꽃은 과서축은 그대로 아래로 처지지만 열매만 위로 향한다.

 

적종화의 학명 Enkianthus quinqueflorus Lour.에서 종소명 quinqueflorus는 5개의 꽃이라는 뜻인데 아마 산형화서인 이 수종의 꽃차례가 주로 5송이의 꽃이 모여서 피는 것으로 판단하였던 것 같다. 실제로 적종화(吊钟花)는 3~8송이의 꽃이 모여서 꽃차례를 구성한다. 중국에서는 적종화라는 이름 외에도 방울꽃이라는 뜻으로 영아화(铃儿花)라고도 하며 일본에서는 코야스도단(子安灯台) 또는 홍콩도단(香港灯台)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자안은 지장보살을 의미하고 홍콩은 주 원산지 중 하나이다. 영어로는 이 수종이 음력 정월 대보름인 원소절(元宵节) 즈음에 개화하기 때문에 Chinese New Year Flower로 불린다. 실제로 중국 남방에서는 큰 민속명절인 원소절에 쓰는 아래로 처지는 꽃 중에서 이 적종화를 으뜸으로 친다. 그 원산지가 아열대인 만큼 내한성은 영하 9도에 불과하여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는 노지 재배는 불가능하다. 아열대지역에서는 상록수이지만 추운 지역에서는 낙엽수로 변한다. 일본과는 전혀 무관한 이 수종이 이미 국내에 도입되어 일본 이름 그대로인 홍콩도단으로 유통되고 있는데 그 이름의 정화가 필요해 보인다. 

  

중국명 : 적종화(미등록종)

학   명 : Enkianthus quinqueflorus Lour.

분   류 : 진달래과 등대꽃속 상록 또는 낙엽 관목, 소교목

원산지 : 중국 남방, 베트남

중국명 : 적종화(吊钟花) 영아화(铃儿花)

일본명 : 코야스도단(子安灯台)  홍콩도단(香港灯台)

영어명 : Chinese New Year Flower, Hong Kong Bell flower

수   고 : 1~3m 최대 7m

잎특징 : 혁질, 5~10 x 2~4cm

꽃차례 : 산방화서 3~8송이

꽃특징 : 화관 관종상, 길이 1.2cm, 분홍색 홍색, 5렬, 수술 10

열   매 : 삭과, 8~12mm, 타원형, 담황색, 5릉, 포배열개, 과경 직립

개화기 : 3~5월

결실기 : 5~7월

내한성 : 영하 9도

 

적종화
적종화
적종화
적종화
적종화 - 개화기에는 아래로 처졌던 꽃자루가 열매가 성숙하면서 위로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