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1 개살구나무 - 나무는 크지만 열매는 작고 맛이 없다
개살구나무라고 학명 Prunus mandshurica (Maxim.) Koehne로 표기되는 우리 자생종이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길림과 요녕성 등 동북지방과 극동러시아에도 자생한다. 이 수종에다가 처음 학명을 부여한 사람은 러시아 식물학자인 Carl Johann Maximovich (1827~1891)인데 그는 1883년 이를 중국 행(杏)의 변종으로 분류하여 Prunus armeniaca var. mandshurica Maxim.라는 학명을 발표한 것이다. 여기서 변종명 mandshurica는 만주에서 온 것이라는 뜻이다. 만주(満州)는 압록강과 두만강 넘어 중국 동북3성 그리고 몽고와 러시아의 일부에 걸쳐 있는데 과거 여진족(女眞族)들이 살던 지역으로 여진족들은 그 이전에 고구려에 복속될 때는 말갈족(靺鞨族)으로 불렸다. 나중에 누르하치가 1586년 여진족을 통일하고 만주족이라고 이름을 바꾸었으며 이들은 1618년 후금을 건국하였다가 곧이어 중원을 정복하여 1636년 청나라를 건국하게 된다. 만주라는 이름의 어원은 문수보살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Mañjuśrī에 근거한다고 청나라 초기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여하튼 러시아령에서도 자생하며 러시아에서도 그 지역을 Man'chzhuriya라고 부르므로 변종명을 그렇게 붙인 것인데 10년 후인 1893년에 독일 식물학자 Bernhard Adalbert Emil Koehne(1848~1918)가 변종이 아닌 별개의 독립된 원종으로 승격시켜서 Prunus mandshurica (Maxim.) Koehne라는 학명으로 재명명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를 동북지역에서 자생하는 살구나무라고 동북행(东北杏)이라고 부르며 일본은 학명과 같은 맥락으로 만슈안즈(マンシュウアンズ) 즉 만주행(満州杏)이라고 부르며 우리나라는 개살구나무라고 부른다. 우리 이름 개살구나무는 1937년 정태현 등의 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하는데 이는 과일로서나 약재로서나 중국에서 도입된 살구나무에 비하여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개살구나무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 우리 문헌에는 산행(山杏)으로 기록되어 있으므로 우리말로는 산살구나무나 뫼살구나무라고 불렀던 것으로 보이며 그렇게 한글로 기록된 일제강점기 문헌도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인 1900년대 초에 개살구라고 기록한 사전이나 도감이 나타나면서 점차 개살구가 정명이 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살구나무가 워낙 오래 전에 도입되었기에 굴러온 돌이라고 표현하기도 그렇지만 그래도 중국의 행(杏)이 국내에 들어와서 행(杏)이나 중국 발음인 씽(xìng)으로 불리지 않고 살고(살구)라고 불린 것으로 봐서는 중국 살구의 도입 이전에 이미 우리 조상들은 이 토종 개살구를 살고(살구)라고 부르다가 점차 도입종에게 그 이름을 빼앗긴 것이 아니겠는가 한다.
국생정 도감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개살구나무가 경기 이북지방에 분포한다지만 제주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 드물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경기도에서는 이른 봄 벚꽃이 피기 직전 또는 막 피기 시작할 무렵 가끔 저 멀리 산 중턱에 분홍색 꽃이 핀 큰 나무가 보일 때 가까이 다가 가서 보면 살구나무인 경우가 많은데 그게 바로 정확하게는 개살구나무인 것이다. 여기 양평에서는 개살구나무가 그다지 귀한 나무는 아니다. 여기저기서 야생하는 것도 제법 발견되는 데다가 특히 양평군 강상면 이면 도로변에 개살구나무가 약 수 백 그루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른 봄 매우 아름다운 진한 핑크색 꽃을 풍성하게 피워 장관을 이루는데 식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이걸 개살구나무로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살구나무인 줄로만 알고 있는 것이다. 양평군에서는 살구나무를 많이 보급하여 개살구나무가 도로변에 심어져 있는 강상면의 이웃인 강하면에는 주도로 일부와 이면도로에 살구나무가 천여 그루 심어져 있어 이른 봄 꽃이 만개할 때 행락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중에 가끔 개살구나무도 섞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로 이 도로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벚나무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개살구나무는 키가 최대 15m까지 자라서 살구나무에 비하여 크고 수피가 심하게 세로로 갈라지는 암회색이며 잎이 크고 상대적으로 보다 길쭉하며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이중 거치가 있다. 꽃은 하나씩 피며 주로 분홍색 또는 백색이며 수술이 꽃잎과 같거나 약간 길며 꽃자루가 7~10mm로 길다. 열매는 지름이 1.5~2.6cm로 2.5cm 이상인 살구보다 작으며 향미는 있으나 맛이 시거나 떫어서 식용에 부적합하다. 내한성은 강하여 살구나무 등의 대목으로 많이 사용되며 목재는 견실하고 무늬가 아름다워 농기구나 가구용 목재로 인기가 높고 종인은 약용한다. 이상하게 동의보감에서 허준 선생은 개살구나무의 종인은 약으로 쓰지 말라고 언급하고 있다지만 중국의 의학서적에는 살구나무나 개살구나무나 시베리아살구나무 가리지 않고 그 행인(杏仁)을 폐와 장의 치료용 약재로 쓴다. 개살구나무의 작은 열매는 신맛과 떫은맛이 강하여 식용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사이즈가 크고 빛이 좋은 열매는 시거나 떫은 맛이 적어서 식용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를 수확하여 남에게 판매할 정도의 상품은 못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생긴 것 같은데 여기서 열매 색상이 살구보다 좋다는 것은 결코 아니고 빛깔은 살구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맛은 기대만큼 좋지는 않다는 의미로 보면 되겠다.
등록명 : 개살구나무
학 명 : Prunus mandshurica (Maxim.) Koehne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극동 러시아
중국명 : 동북행(东北杏)
일본명 : マンシュウアンズ (満州杏)
영어명 : Manchurian apricot
수 고 : 5~15m
수 피 : 심렬, 암회색
눈 지 : 무모, 담홍갈색, 미록색
잎특징 : 난형 관타원형, 선단점첨, 미첨, 기부 관설형 원형, 세중거치
잎크기 : 5~12(15) x 3~6(8)cm
잎면모 : 유시 양면모, 축점탈락, 노시 하면맥액유모
잎자루 : 1.5~3cm, 선체 2개
꽃특징 : 단생, 지름 2~3cm, 선엽개방
꽃자루 : 7~10mm, 무모, 유시 단유모
꽃받침 : 홍갈색, 무모, 악통 종형
꽃 잎 : 관도란형 근원형, 분홍색 혹 백색
수 술 : 다수, 꽃잎과 같거나 약간 김
자 방 : 유모 밀생
열 매 : 근구형, 지름 1.5~2.6cm, 황색, 양지쪽 홍색, 단유모
과 육 : 육질 간조, 신맛과 떫은맛, 대형은 식용, 향미
핵특징 : 이핵, 근구형 관타원형, 13~18 x 11~18mm, 양측편, 정단원둔 미첨, 기부 근대칭, 표면 추문, 복릉 둔, 측릉 불발육, 얕은 홈, 배릉 근원형
종 인 : 쓴맛, 드물게 단맛
개화기 : 4월
결실기 : 5~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