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2 시베리아살구 = 빛 좋은 개살구인 우리 자생종
우리나라 국표식에 우리 자생식물이라면서 국명을 생뚱맞게 시베리아살구라 하고 학명을 Prunus sibirica L.로 하여 등록된 수종이 있다. 여기서 우리 자생종인데 왜 이름을 시베리아살구라고 하는지에 대하여 당연히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런데 시베리아살구에 대한 정보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자생종이므로 웬만한 도감에서는 다루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누구도 왜 시베리아살구라는 엉뚱한 이름이 붙었는지에 대하여는 그 어떤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비판은커녕 의문조차 표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꽃이나 이파리가 어떠니 열매가 저떠니 하면서 정확한지 아닌지 알 수도 없는 정보들만 나열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국내의 식물 정보는 대부분 신뢰할 수도 없는 데다가 무엇보다도 궁금증을 제대로 풀어주지도 못하므로 국외자인 낙은재가 목본 탐구에 직접 나서서 몇 년 째 이러고 있는 것이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여하튼 국내서 충북 이북 산비탈 양지쪽 건조한 토양에서 더러 발견된다는 이 시베리아살구는 광릉에 자생한다고 국생정 도감에 언급되어 있고 그 외에도 가평과 서울 상암동 그리고 인천 및 강원도 철원과 영월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특히 영월에는 개체수가 제법 되는지 표본도 많이 채집되었고 여러 마니아들이 사진을 촬영하여 웹사이트에 올린 사진들도 보인다. 그렇다면 영월의 살구나무가 왜 시베리아살구가 되었는지 궁금하므로 나름대로 추리해 보자.
시베리아살구의 학명 Prunus sibirica는 1753년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 스웨덴 식물학자인 린네(1707~1778)가 명명한 것인데 여기서 종소명 sibirica는 시베리아에서 온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러시아 식물학자 Peter Simon Pallas(1742~18110)에 의하면 동시베리아 다우리안 산악지대에 가면 5월에 한쪽 산비탈을 시베리아살구가 무리 지어 핑크색 꽃을 피우는데 북쪽 비탈에 가면 자주색 산진달래가 만개하여 대조를 이룬다고 한다. 학명 Rhododendron dauricum로 명명된 상록인 산진달래도 우리 자생종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시베리아와 몽고가 주 원산지인 산진달래와 시베리아살구가 우리 한반도 북부지역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과거 고구려나 고조선 또는 그 이전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의 근거지와 이들의 분포지가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여하튼 이 시베리아살구는 실제로 시베리아와 몽고 그리고 중국 북부지방과 우리나라 북부에서 자생하는 내한성이 매우 강한 관목 또는 소교목이다. 중국과 우리나라 그리고 일본의 식물들이 유럽에 제대로 알려지기도 전인 1753년 린네가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에 이미 유럽에 전파되었기에 린네가 시베리아살구와 산진달래의 학명을 직접 부여한 것이다. 이른 시기에 이들이 유럽에 전파된 것은 칭기즈칸의 유럽 원정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여하튼 시베리아살구는 내한성이 매우 강하지만 열매를 식용하기도 어렵고 꽃도 살구나무에 비하여 뛰어난 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관상용으로도 그다지 인기가 없기에 유럽에 널리 보급되지는 않고 있는 수종이다.
우리 이름 시베리아살구는 이창복(李昌福, 1919~2003)선생께서 1966년 한국수목도감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이 시베리아살구가 그 때 국내서 처음 발견된 것은 전혀 아니다. 이미 1914년에 채집한 표본이 정태현(鄭台鉉, 1882~1972)선생의 직계제자인 이우철교수가 재임하였던 강원대학교에 소장되어 있다. 누가 언제 동정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 표본에는 털시베리아살구의 학명 Prunus sibirica var. pubescens (Kostina) Nakai로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1917년 유명한 영국 출신 식물채집가인 어네스트 윌슨(1876~1930)이 우리나라서 채집한 표본이 하버드대 아놀드수목원에 보관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시베리아살구의 학명 Prunus sibirica로 동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1937년에 정태현 등에 의하여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는 왜 이 수종의 언급이 없는지 궁금하다. 그 후 1949년 박만규(朴萬奎, 1906~1977)선생의 우리나라식물명감에 개살구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였지만 아마 앞에서 다룬 바 있는 학명 Prunus mandshurica인 개살구나무의 유사종으로 분류하여 동일하게 개살구라는 이름으로 수록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풀리는 것 같다. 과거 개살구나무가 우리 문헌에 한자로는 산행(山杏)으로 기록되고 우리말로는 산살구나무 또는 뫼살구나무로도 불렀다고 앞 게시글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바로 그 산행(山杏)이 개살구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이 시베리아살구도 포함하여 구분 없이 산행(山杏)이라고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는 중국에서 도입된 살구나무와 자생하는 개살구나무 두 종만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가 1966년 이창복선생이 처음으로 핵이 납작하고 핵 한쪽에만 날개가 있는 새로운 종의 국내 존재를 확인하고 개살구나무가 아닌 시베리아살구라고 새롭게 명명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 여기에는 1917년 어네스트 윌슨이 우리나라서 채집하고 Prunus sibirica라고 동정한 하버드대드학 소장 표본의 존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창복선생이 하버드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왔기 때문이다. 그 당시인 1966년 7월 수원 서울농대에서 채집한 표본도 남아 있다.
한편 그 이전인 1941년 러시아 식물학자인 Klaudia Kostina(1900~1978)가 시베리아살구의 변종으로 발표한 Armeniaca sibirica var. pubescens Kostina라는 학명을 기반으로 일본학자 나케노신 나카이(中井 猛之進, 1882~1952)가 1943년에 속명을 변경하여 Prunus sibirica var. pubescens (Kostina) Nakai라는 학명을 발표하였는데 강원대학 소장 1914년 채집된 표본이 여기에 해당된다. 즉 우리나라는 시베리아살구 원종 외에도 변종도 자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1982년 안학수선생 등이 저술한 한국농식물자원명감에서 이 변종에다가 털시베리아살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변종은 시베리아살구에 비하여 잎 뒷면과 꽃자루에 털이 있다고 시베리아살구를 산행(山杏)이라고 부르는 중국에서는 이를 모행(毛杏)이라고 부른다. 변종명 pubescens가 짧은 털이 밀생한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어떻게 하였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는 지금 현재 털시베리아살구를 원종인 시베리아살구에 통합하여 이명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아직도 대부분 털시베리아살구를 시베리아살구의 하위 변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소 이야기가 복잡하게 되었는데 다시 정리하자면 우리나라에는 살구나무인 행(杏)과 뫼살구나무인 산행(山杏)이 과거 오래 전부터 주변에 심어져 있거나 산야에 자생하고 있었다. 열매를 수확하기 위하여 심던 살구나무는 먼 옛날 중국에서 도입된 Prunus armeniaca 즉 중국 행(杏)으로 밝혀지고 산행(山杏) 또는 뫼살구나무라고 불리다가 근대에 와서 개살구나무로 불리던 자생종은 학명 Prunus mandshurica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1910년대에 국내서 채집된 표본이 나중에 학명 Prunus sibirica와 그 변종인 학명 Prunus sibirica var. pubescens로 밝혀져 이들에게 새로운 국명을 붙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원종에는 이창복선생이 1966년에 시베리아살구라는 이름을 붙이고 변종에는 안학수선생이 1982년에 털시베리아살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자생종인데 시베리아살구라고 마치 외래종 같은 이름을 왜 붙였으며 나중이라도 여기에 대하여 아무도 문제를 삼지 않았느냐 말이다. 매년 가을에 우리나라 전국민이 설악산의 아름다운 단풍에 대하여 이야기하지만 그 단풍나무의 이름이 중국 당나라 단풍이라는 뜻의 당단풍(唐丹楓)나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분명 우리 자생종이며 우리가 주 원산지이라서 외국에서도 영어로 Korean maple이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하겠지만 이 시베리아살구 또한 그만큼이나 황당하지 않은가? 글쎄 이창복선생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식물학자로서 훈장까지 받으신 분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추종을 하지만 글쎄 초본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 모르지만 목본의 경우는 이제까지 5년을 파고 들어도 이창복이라는 이름은 아무런 역할이 없고 단지 그저 문제만 일으킨 사람으로 인식될까 두렵다. 이러지 않으려면 그 제자들이 제대로 해야 되는데 스승의 허물이나 과오를 무작정 덮어만 두면 나중에 필자와 같은 무뢰배를 만나면 스승이 욕을 먹게 되는 것이다.
이 시베리아살구는 남한보다는 주로 북한에 많이 자생하는데 북한에서는 어떻게 처리하였는지 만 봐도 우리 이름이 얼마나 황당한지 알 수가 있다. 조선시대 이전에 개살구와 함께 산행(山杏) 즉 산살구나무라고 불리던 것을 북한에서는 우리 개살구나무는 산살구나무라고 하고 우리가 시베리아살구라고 하는 수종은 더 북쪽에서 주로 자생한다고 북산살구나무라고 한다. 그리고 털시베리아살구는 털북산살구나무라고 한다. 이 우리 자생종의 이름으로는 북한 이름이 우리 이름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이 분명하다. 그럼 중국에서는 뭐라고 하는지 알아보자. 중국에서도 그 옛날에는 개살구와 시베리아살구를 구분 없이 산행(山杏)이라고 했을 법한데 나중에 분류가 되면서 오히려 시베리아살구가 산행(山杏)이라는 과거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고 개살구는 동북행(东北杏)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보다 분명하게 명시하기 위하여 학명 그대로 서백리아행(西伯利亚杏)이라고도 하기는 한다. 중국에서는 학명 그대로 발음하여 별명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어 딱히 시베리아에서 온 수종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 수종이 자생하지 않는 일본에서는 이를 몽고살구라는 뜻으로 모우코안즈(モウコアンズ) 즉 몽고행(蒙古杏)이라고 한다. 이 수종의 학명이 Prunus sibirica로 되어 있고 일반 영어명도 Siberian apricot이므로 우리 자생종이 아니라면 시베리아살구가 매우 적절한 이름인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우리 자생종임을 알면서도 이런 이름을 붙였다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다소 미심쩍었더라도 이제는 우리 자생종임이 분명하게 밝혀졌는데도 그대로 계속 방치하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시베리아살구는 살구나 개살구와는 크게 다른 점이 있어 구분이 어렵지 않다. 우선 시베리아살구는 국생정 도감에는 5~10m 정도 자란다고 되어 있지만 그렇게 큰 나무는 절대 아니고 관목이거나 키가 최대 5m에 불과한 소교목이다. 그래서 키가 15m까지도 자라는 큰 나무인 개살구나무는 물론 8m까지 자라는 살구나무보다도 훨씬 작다. 그리고 작은 가지는 회갈색이거나 연한 홍갈색으로 녹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잎은 거의 원형에 가까워 살구나무와 비슷하여 다소 길쭉한 개살구나무와 구분이 되고 가장자리에 둔한 단거치가 있다. 원종은 잎 양면에 털이 없지만 털시베리아살구는 뒷면 맥액과 잎자루 등에 짧은 털이 있다. 백색 또는 분홍색으로 피는 꽃은 살구나 개살구에 비하여 가장 작은 편이고 꽃받침은 개화가 진행되면서 뒤로 젖혀지는 것은 살구나 개살구와 같다. 25~30개인 수술은 꽃잎과 길이가 같으며 개살구와 비슷한 사이즈의 열매는 편구형이며 황색 또는 적황색을 띠어 쉽게 말하면 빛깔이 매우 좋다. 게다가 가장 큰 특징은 성숙기에 나무에 달린 상태에서 과육이 저절로 벌어진다. 과육이 얇고 건조하며 그 맛이 시고 떫어서 식용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기관지 계통의 약으로 쓴다. 핵은 과육과 쉽게 분리되는 이핵(離核)이며 양측이 편평하며 한쪽에만 날개가 달려 있다. 독성이 있는 종인(種仁)의 맛이 쓰기에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이를 고행인(苦杏仁)이라고 불렀다. 내한성이 영하 50도로 매우 강하여 극한지역에서는 대목으로 많이 쓰이며 주로 해발 700~2,000m인 건조한 산비탈 양지쪽이나 초원 구릉지 또는 잡목숲에서 자란다고 한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우리 속담의 ‘빛 좋은 개살구’는 겉은 그럴듯하지만 실속이 없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인데 실제로 열매 빛깔이 살구와 별 차이 없는 개살구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시베리아살구의 빨갛게 익은 열매를 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우리 조상들은 이 시베리아살구도 산행(山杏) 즉 개살구라고 불렀던 것이다.
등록명 : 시베리아살구
학 명 : Prunus sibirica L.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낙엽 관목 또는 소교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몽고 러시아 시베리아와 극동지역
중국명 : 산행(山杏) 서백리아행(西伯利亚杏), 모행(毛杏)
일본명 : モウコアンズ(蒙古杏)
영어명 : Siberian apricot
수 고 : 2~5m
수 피 : 암회색
소 지 : 무모, 회갈색 담홍갈색
잎모양 : 난형 근원형, 선단 점첨 미첨, 기부 원형 근심형, 세둔거치
잎크기 : (3)5~10 x (2.5)4~7cm
잎면모 : 양면 무모, 드물게 하면 맥액 단유모
잎자루 : 2~3.5cm, 무모, 선체 유 혹 무
꽃특징 : 단생, 지름 1.5~2cm, 선엽개방
꽃자루 : 1~2mm
꽃받침 : 자홍색, 악통 종형, 기부 단유모 무모, 악편 장원상 타원형, 선단첨 화후 반절
꽃 잎 : 근원형 도란형, 백색 혹 분홍색
수 술 : 꽃잎과 같은 길이
자 방 : 단유모
열 매 : 편구형, 지를 1.5~2.5cm, 황색 적황색, 홍조, 단유모
과 육 : 얇고 건조, 성숙기 벌어짐, 시고 떫어 식용 불가
행 핵 : 편구형, 이핵, 편평, 정단 원형, 기부 편사, 불대칭, 표면 평활, 복면 넓고 예리
종 인 : 쓴맛, 유독
개화기 : 3~4월
결실기 : 6~7월
내한성 : 영하 50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