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과 벗나무속/자두아속살구조

1784 흰매실나무는 그냥 매실나무이므로 삭제되어야 마땅하다

낙은재 2023. 3. 8. 18:00

흰매실나무 = 매실나무

 

 

매실나무 즉 매화나무는 그 열매 즉 매실이라는 과실을 수확하기 위하여 재배하는 품종과 꽃을 감상하기 위하여 재배하는 등 다양한 품종들이 있다. 원산지 중국에서는 과실용은 과매(果每)라고 하고 관상용은 화매(花梅)라고 하며 일본에서도 관상용은 화매(花梅)라고 부르지만 과실용을 실매(実梅)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열매를 과(果)라고 부르기보다는 실(実)이라고 흔히 부르기 때문이다. 정초에 추위를 뚫고서 향기가 짙은 꽃을 피우는 매화를 매우 사랑하는 중국에서는 꽃매화 즉 화매(花梅)를 매우 다양하게 분류하며 반면에 매실을 식용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일본에서는 매우 다양한 실매 품종들이 개발되어 있어 대조를 이룬다. 우리나라 과거 선비들은 중국의 매화관련 서적들 중에서 중국 묵매화의 시조라고 불리는 송나라 중인(仲仁)이 저술한 화광매보(华光梅谱) 등의 서책을 구하여 참고하기도 하였지만 그 중에서 남송4대 시인 중 한 명이며 육조 최고의 전원시인인 도연명(陶淵明, 365~427)에 버금간다는 전원시인인 범성대(范成大, 1126~1193)가 엮은 범촌매보(范村梅谱)를 가장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 책에는 이미 그 당시에 중국에는 최소한 12종 이상이나 되는 다양한 매화 품종이 있었음을 기록하고 있었던 것이다. 범촌매보(范村梅谱)는 범성대가 말년에 은거한 지금의 강소성 소주(苏州)인 석호(石湖)에 조성한 정원인 범촌(范村)에서 재배하던 매화 수백 그루를 12품종으로 분류하여 후세 호사가(好事家)들을 위하여 기록한 매화재배 전문서적이다. 1186년에 저술된 그 세계 최초의 매화재배서라고 하는 범촌매보에는 강매형(江梅型) 궁분형(宫粉型) 주사형(朱砂型) 옥접형(玉碟型) 녹악형(绿萼型) 단행형(单杏型) 행매류(杏梅类) 등의 품종이 수록되어 있어 최근까지도 출판되어 판매되고 있어 놀랍기 그지없다.

 

최근에 발간된 범촌매보

 

한편 중국의 영향으로 매화 사랑이 지극하여 매화 재배 열풍이 불었던 조선조 우리나라 조상들도 이 범촌매보를 금과옥조로 여기면서 탐독하였기에 당연히 매화의 품종이나 재배에 관한 깊은 지식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세종조의 학자 김수온(金守溫, 1410~1481)은 왕공대인이나 시인 묵객은 물로 한가하게 은거한 선비들 그리고 심지어는 승려들까지 매화 사랑에 지나치게 빠져 매화 재배에 목숨을 걸다시피한다고 탄식한 기록도 남아 있다. 그래서 나름대로 붉은 겹꽃이 피는 원앙매(鴛鴦梅)가 좋으니 녹색 꽃받침을 가진 녹악매(綠萼梅) 또는 가지가 거꾸로 자라는 도심매(倒心梅)가 최고라느니 등의 주장들이 있어 왔다. 그러다가 여말선초의 학자인 강회백(姜淮伯, 1357~1402)이 산청군 단성면 단속사에 심었다는 매화가 유명하여 정당매(政堂梅)라고 불리게 된다. 그가 훗날 정당문학(政堂文學)이라는 직책을 지냈기 때문이다. 그 매화나무는 가지와 줄기가 구불구불하여 여러가지 형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 매화가 특별하기도 하였겠지만 이렇게 이름이 붙어 유명하게 된 것은 그의 손자인 강희안(姜希顔, 1419~1464)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원예서라고 불리는 양화소록(養花小錄)의 저자이기 때문이다. 그가 양화소록에 정당매라는 이름과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수록하였던 것이다. 그 이후 산청에서는 남명 조식(曺植, 1501~1572)이 시천면 산천재(山天齋)에 심었다는 남명매(南冥梅)와 고려말 문신인 원정공 하즙(河楫, 1303~1380)이 단성면 고택에 심었다는 원정매(元正梅)를 정당매와 더불어 산청3매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이 매화들은 엄밀하게 말하면 결코 품종이랄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매화가 자라던 장소와 훌륭한 인물을 결부시켜 특별하게 붙인 이름인 것이다.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최근에는 구례 화엄사 백화 야매 노목을 화엄매(천연기념물 제485호)라고 하고 순천 선암사 매화를 선암매(천연기념물 제488호)라고 부르며 거기에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천연기념물 제484호)와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천연기념물 제486호)를 합쳐서 한국의 4대 매화라고 칭한다. 모두 2007년에 한꺼번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산림청에서 그렇게 홍보하기에 부정할 수도 없다. 그러니까 세상이 바뀌어 매화재배에 열을 올리던 선비들이 사라져서 그런지 과거 중국의 꽃매화 분류법에 기반한 매화 품종들은 모두 자취를 감추고 현재 우리나라는 매화를 꽃이나 열매, 수형 등 그 형태와는 무관하게 단지 심어진 장소에 따른 이름만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식물들을 등록하여 관리하는 국가표준식물목록에 현재 매실나무는 원종 외에 흰매실나무와 흰만첩매실, 홍만첩매실 등 3개의 품종만 등록되어 있으며 그외 일본 등지에서 수입된 원예품종 7종이 등록되어 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운운하던 원앙매, 녹악매, 도심매나 고매(古梅) 야매(野梅) 조매(早梅) 강매(江梅) 천엽향매(千葉香梅) 행매(杏梅) 용매(龍梅) 귀매(龜梅) 학매(鶴梅) 승매(僧梅) 구곡매(九曲梅) 묵매(墨梅) 등의 이름은 온데간데없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원예품종의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을 것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원종에 포함되어 분류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식물분류학적 분류기준은 외형으로 보이는 것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이나 일본에서 고대로부터 내려오던 수많은 품종들을 초창기 수많은 학자들이 품종이나 변종으로 명명하여 수많은 학명이 탄생하였지만 오늘날에 와서 품종이나 변종으로 제대로 인정받는 경우는 2~3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백양사의 고불매 - 고불총림(古佛叢林)이라는 불교용어에서 온 이름이다.

 

흰매실나무라고 우리나라에 등록된 품종의 학명 Prunus mume f. alba (Carr.) Rehder는 1885년에 프랑스 식물학자인 Élie-Abel Carrière(1818~1896)가 Armeniaca mume var. alba Carrière라고 즉 살구나무속으로 명명하였던 것을 1921년 미국의 하버드대 Alfred Rehder(1863~1949)교수가 벚나무속으로 통합하여 재명명한 것이다. 흰매실나무란 열매가 희다는 것이 아닌 꽃이 희다는 것인데 매화란 것이 원래 흰색 또는 분홍색 꽃이 피는 수종이므로 흰색 꽃이 핀다고 결코 원종과 다른 하나의 품종이 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학명을 지금도 인정하는 학자는 전세계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국가표준식물목록에만 올려져 있을 뿐이므로 정말 안타깝다. 흰색이던 분홍색이던 홑꽃이 피는 것은 매실나무의 원종이라는데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가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흰매실나무는 목록에서 삭제되어야 마땅하다.

 

등록명 : 흰매실나무

학  명 : Prunus mume f. alba (Carr.) Rehder

수정명 : Prunus mume (Siebold) Siebold & Zucc.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낙엽성 소교목

특  기 : 원종인 매실나무에 통합되어야 마땅함

 

흰매실나무는 매실이 희다는 것이 아니고 꽃이 희다는 것이다.
흰매실나무 = 매실나무
흰매실나무 = 매실나무 - 과거에는 꽃받침이 녹색인 경우를 귀한 품종으로 대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