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과 벗나무속/자두아속살구조

1791 매실나무 '펜둘라'=처진매실나무, 수지매, 조수매, 도수매

낙은재 2023. 3. 18. 13:56

처진매실나무
처진매실나무
처진매실나무
처진매실나무
대단한 일본 처진매실나무 모습

 

매실나무 ‘펜둘라’는 원래 일본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동양 식물을 탐사하였던 독일 식물학자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 1796~1866)가 일본서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매화나무를 발견하여 1848년 매실나무의 변종으로 학명을 Prunus mume var. pendula Siebold라고 명명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변품종 대통합바람이 불어 이 또한 매실나무 원종에 통합되었기에 현재는 세계 대부분 학자들이 원예품종 형식의 학명인 Prunus mume 'Pendula'로 표기하고 있어 우리나라에도 그렇게 등록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서 품종명 pendula(라틴어 여성형, 남성형은 pendulus)는 영어로는 pendent 또는 hanging으로 번역되며 우리말로는 매달려 있다는 뜻이다. 덩굴성 목본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무의 줄기는 위로 직립하고 가지는 위 방향 사선으로 뻗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 수종은 중심 줄기는 위로 곧게 자라지만 가지는 아래로 처지는 특이한 모습을 보이는 변이들이 있는데 이들을 영어로는 weeping tree 또는 pendulous tree라고 하며 학명은 주로 pendula 또는 pendulus로 표기하는 것이다. 이 매실나무 '펜둘라' 품종은 직립하는 원줄기에서 가지가 아래로 처져 마치 우산과 같은 아름다운 수관을 형성하기에 관상용 꽃매화로서 매우 인기가 높다.    

 

중국에서는 이렇게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나무들을 일반적으로 수지괴(垂枝槐) 수류(垂柳) 수지유(垂枝榆) 수지벽도(垂枝碧桃) 수지측백(垂枝侧柏) 수지앵화(垂枝樱花) 수지남양삼(垂枝南洋杉) 수지화(垂枝桦) 수지설송(垂枝雪松) 수지용(垂枝榕) 등과 같이 수지형수종(垂枝型树种)이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앞뒤를 뒤바꿔 지수수종(枝垂れ樹種)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지가 아래로 축 처지는 이런 형태의 대표적인 수종이 바로 수양(垂楊)버들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이런 유형의 수종들에다가 모두 수양xx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래서 수양벚나무 수양회화나무 수양매자나무 수양소나무 수양홍도 등 아무 나무에다가 가지만 처지면 앞에 수양이라는 접두사를 붙였다. 그러므로 매화도 당연히 수양매화(垂楊梅花) 또는 수양매실(垂楊梅実)이라고 일반인들이 불렀다. 그렇다면 이 매실나무 ‘펜둘라’도 수양매실나무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 왜 이딴 이름을 붙였을까? 그런데 알고 보니 아무 나무나 수양xx라는 부른다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이름이었던 것이다. 수양은 처진다는 뜻의 한자 수(垂)와 버들을 뜻하는 양(楊)이 결합된 단어이므로 가지가 처지는 버들을 의미하므로 버드나무들 외에는 붙이면 안되는 말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엉터리 말이 난무(亂舞)하게 되었을까? 단지 우리 일반인들이 잘 몰라서 이렇게 마구잡이식으로 불러왔다는 말인가?

 

수양버들은 수양만으로도 처지는 버들이라는 뜻인데 뒤에 버들을 중복으로 덧붙인 이름이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문헌에 가지가 처지는 버드나무를 수양(垂楊)이라고만 기록하여 당연히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써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처진버들을 뜻하는 수양(垂楊)에다가 뒤에 버들을 덧붙인 수양버들이라는 이름이 등장하였으므로 누가 봐도 ‘수양’이 ‘가지가 처진다’는 뜻쯤으로 오해하게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게다가 수양버들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한 엉터리 설들이 덧붙여지면서 더 꼬이게 된다. 수양(首陽)대군의 이름에서 왔다느니 수(隋)나라 황제인 양제(煬帝)에게서 유래되었다느니 또는 중국 수양산(首陽山)에 많이 서식하기에 그 산이름에서 왔다고 한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아도 한글 발음은 같아도 한자가 수양(垂楊)과 같은 것은 하나도 없어 금새 엉터리임을 알 수 있는 그야말로 썰들이다. 하지만 이런 황당한 유래설들도 수양(垂楊)의 본 뜻이 글자 그대로 ‘처지는 버들’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그럼 누가 이렇게 헷갈리는 상황을 만들었는지 파악해 보자. 이런 사태의 시작은 우리말로 된 최초의 식물목록인 1937년에 정태현(鄭台鉉, 1882~1971)선생 등에 의하여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 처진버들을 ‘수양버들’이라고 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혹시 그 당시 민간에서 일반적으로 그렇게 널리 부르고 있었더라도 최소한 식물도감에서는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그냥 수양(垂楊)이라고만 하던가 아니면 수지버들(垂枝)이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 말이다. 게다가 12년 후 정태현선생 등은 1949년 조선식물명집에서 가지가 처지는 벚나무마저도 수양벚나무라고 명명하는 결정적인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 이후 너도나도 수양이라는 접두사를 아무 나무에다가 붙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창복(李昌福, 1919~2003)선생이 1966년 발간한 한국수목도감에서 처진개벚나무와 처진뽕나무 처진소나무 등 최초로 처진이라는 접두사를 제시하면서 이를 바로잡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의 말년인 2003년에 발간한 원색대한식물도감에서도 처진팥배라는 이름을 제시하는 등 그의 시정 노력은 계속 이어진다. 그 결과 수양xx로 명명된 많은 식물이름들이 점차 처진xx로 바뀌어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수양회화나무와 수양매자나무 등 불과 몇 종만 남아 있을뿐이다. 그 반면에 처진xx으로 명명된 이름은 처진감나무 처진병솔나무 처진자작나무 처진계수나무 처진물오리나무 등 현재 모두 18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버들을 제외한 수양xx로 잘못 명명된 이름이 아직 5종이나 남아 있어 수정이 요구된다. 참고로 중국에서 과거에는 양(楊)과 유(柳)를 혼용하거나 아예 합하여 양류(楊柳)라고 부르기도 하다가 이제는 버드나무과 사시나무속을 양(楊)으로 버드나무속을 유(柳)로 양분하여 쓰므로 이제 수양버들은 중국에서는 수류(垂柳)라고 해야 통한다. -앞 363번 게시글 참조- 

 

멋진 처진벚나무 모습인데 한때 우리나라서 수양벚나무라고 엉터리 이름으로 불렀다.

 

 그럼 이 처지는 매화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뭐라고 하는지 알아보자. 중국에서는 이를 여타 처지는 수종들과 같은 맥락으로 일반적으로는 수지매(垂枝梅)라고 많이 부르지만 공식적으로 매화의 경우는 조수매(照水梅)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부른다. 중국의 권위있는 매화전문 식물학자인 진준유(陈俊愉, 1917~2012)교수의 분류법이 중국식물지에 실려 있는데 거기에서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즉 지조하수(枝条下垂) 품종을 수지매(垂枝梅)가 아닌 조수매(照水梅)라고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조수매(照水梅)는 앞 1777번 게시글에서 본 직립하는 복사나무 일본 원예품종인 조수도(照手桃)와는 전혀 무관한 이름이므로 헷갈리면 안된다. 일본의 직립도(直立桃)인 조수도(照手桃)는 조수희(照手姬)라는 여자 이름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조수매(照水梅)의 조수(照水)는 글자 뜻 그대로 영재수리(映在水里) 즉 ‘물속에 비친다’라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일찍이 꽃이 아래로 향하여 피는 매화 품종이 발견되어 이미 송나라때부터 조수매(照水梅)라고 불렀다. 조수매(照水梅)가 물가에 심어져 있을 경우 아래로 향하는 꽃이 물속에 비쳐서 매우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으며 예로부터 희귀한 진품으로 대접받아 왔다.

 

남송시인으로 1166년 진사과를 통과하였지만 생몰연대가 정확하지 않은 석효우(石孝友)라는 시인이 남긴 여몽령(如梦令)이라는 시에 조수분매개진(照水粉梅开尽)이라고 벌써 분홍색 꽃이 피는 조수매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그리고 매화 관련시를 무려 300수 이상 남겼다는 송대 장도흡(张道洽, 1205~1268)이란 시인은 아예 아래와 같은 조수매(照水梅)라는 제목의 시를 남겼다.

 

照水梅(조수매) - 장도흡(张道洽

照影寒溪水(조영한계수)

溪中水也香(계중수야향)

佳人临宝鉴(가인임보감)

自作寿阳妆(자작수양장)

 

계곡가에 피어있는 처진 매화가 차가운 물에 비치니 계곡물에서도 향기가 나며 매화 그 자체도 아름다운데 거울 같은 맑은 물에 반사되니 스스로 수양장 화장을 한 것 같다고 노래한 것이다. 수양장이란 중국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386~589) 송나라 무제의 딸 수양공주(寿阳公主)의 전설에 얽힌 이야기로 공주가 매화나무 아래서 놀다가 잠들자 매화 꽃잎이 공주 이마에 떨어져 붙었는데 그게 장식한 듯 예뻐서 다른 사람들이 따라서 이마에 꽃잎 무늬를 그리면서 이를 수양장(寿阳妆) 또는 매화장(梅花妆)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조수매는 꽃이 아래로 향하여 피므로 밑에서 위로 쳐다봐야만 제대로 보이는데 물가에 심어져 있을 경우 밑에서 위로 쳐다보지 않아도 물에 비치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는 것이다.

 

물가에 심어진 바로 이런 매화를 조수매라고 하는 줄 알았으나 이건 수지매 즉 처진매실나무이다.

 

그런데 우리 선조들은 가지가 처지는 버들은 수양(垂楊)이라고 기록하면서도 매화에 대하여는 중국과 일본에서 쓰는 용어인 수지매(垂枝梅)나 지수매(枝垂梅) 또는 조수매(照水梅)라는 용어를 쓴 사례가 보이지 않는다. 그대신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도심매(倒心梅)나 도수매(倒垂梅)라고 기록한 사례가 퇴계 이황(李滉, 1502~1571)선행의 시나 유박(柳璞, 1730~1787)선생의 화암수록(花庵隨錄)과 강희안(姜希顔, 1417~1465)선생의 양화소록(養花小錄) 및 조선후기 실학자 이규경(李圭景, 1788~미상)선생이 저술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등에 나온다. 도심(倒心)이란 꽃술(花心)이 아래로 처진다는 뜻이다. 심(心)이 중심을 뜻하기도 하지만 꽃술을 뜻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수매(倒垂梅)란 거꾸로 매달려있는 매화라는 뜻이다. 유박선생은 흰 도심매(倒心梅)는 화분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언급하였고 퇴계선생은 도산서원을 재차 방문하여 읊었다는 매화시 10수 중 8번째가 아래 시인데 여기에다가 후세인들이 수수매(垂垂梅) 또는 도수매(倒垂梅)라는 제명을 붙이기도 한다.

 

再訪陶山梅十絶中八(재방도산매십절중팔)

一花纔背尙堪猜(일화재배상감시)

胡奈垂垂盡倒開(호내수수진도개)

賴是我從花下看(뇌시아종화하간)

昂頭一一見心來(묘두일일견심래)

 

단 하나의 꽃이 거꾸로 피어도 대견한데 어찌 모든 꽃이 아래로 향하여 피었단 말인가? 꽃 아래서 위로 쳐다보니 꽃술이 제대로 보인다라는 뜻으로 친구에게서 받은 아래로 향하여 피는 귀한 겹꽃 매화를 보고서 감격하여 노래한 것이다. 그러면서 퇴계선생이 직접 주(註)를 달기를 당나라 대시인 두보(杜甫, 712~770)의 화배적등촉주동정송객봉조매상억견기(和裴迪登蜀州东亭送客逢早梅相忆见寄)라는 긴 제목의 시 마지막 두 구절 강변일수수수발(江邊一樹垂垂發) 조석최인자백두(朝夕催人自白頭)에서 언급한 매화가 바로 이런 매(梅) 즉 도수매(倒垂梅)가 아닌가 하고 언급했다. 처진다는 의미의 수수(垂垂)라는 글자 때문에 두보가 만난 매화를 꽃이 아래로 처지는 조수매(照水梅)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퇴계선생도 그렇게 해석하였기에 자작시의 수수(垂垂)도 그런 의미에서 썼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대체로 두보 시의 수수(垂垂)를 저수(低垂)나 하강(下降) 즉 아래로 처진다는 의미로 풀이하지 않고 점점(漸漸)이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강변의 매화 한 그루에서 꽃이 점점 피어난다고 해야 뒷 구절의 자신의 머리가 조석으로 백발로 변한다는 것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기적으로 두보시절에는 중국에서 조수매(照水梅)가 발견되었다는 기록이 없으며 그래서 최초의 매화도감이라는 남송 범성대(范成大, 1126~1193)의 범촌매보(范村梅谱)에도 조수매(照水梅)나 그 비슷한 유형의 매화 품종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이다. 중국에서 조수매(照水梅)라는 용어 자체가 범촌매보가 집필된 1186년 그 언저리 또는 그 이후에 생겨났을 가능성이 높으며 최소한 범성대가 소주(苏州) 석호(石湖)에 조성한 정원인 범촌(范村)에는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품종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따라서 남송 범성대도 인식하지 못한 조수매 즉 도심매를 범성대보다 400년이나 앞선 사람인 당나라 두보가 봤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두보의 조매(早梅) 시(詩)에 등장하는 매화를 도심매(倒心梅)라고 해석하면 안되고 그냥 일찍 피었던 관매(官梅) 중 하나인 것이다.  

 

두보가 완화계(浣花溪)에서 배적과 이별하면서 만난 조매는 조수매가 아니고 그냥 관매이다.

 

여하튼 우리 조선조 문헌에는 도심매(倒心梅)와 도수매(倒垂梅)를 동일한 의미로 쓰고 있다. 퇴계는 딱히 도심매나 도수매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익(李瀷, 1681~1763)선생은 성호사설(星湖僿說) 만물문(萬物門)편에서 도심매(倒心梅)를 하나의 항목으로 다루었으며 앞에서 언급한 이규경(李圭景)선생은 오주연문장전산고의 만물편에서 거의 같은 내용을 다루면서도 도수매변증설(倒垂梅辨證說)이란 제목의 항목으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은 도수매와 도심매를 동일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이들 중 어느 문헌에도 구체적으로 가지가 아래로 처진다는 말은 없다. 다만 꽃이 아래로 향하여 핀다는 언급만 있을뿐이다. 그리고 중국의 조수매(照水梅)의 출전인 송나라의 시사(詩詞)에도 조수매의 가지가 아래로 처진다는 언급은 없다. 하지만 중국의 또 다른 이름인 수지매(垂枝梅)는 글자 그 자체에 가지가 처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지매는 현재 우리 주변의 처진매화이지만 조수매는 다른 품종이라는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중국식물지와 백과사전에는 수지매(垂枝梅)가 곧 조수매(照水梅)라고 언급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도수매(倒垂梅) 또한 같은 품종을 말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럼 결국 중국의 조수매 수지매와 일본의 지수매 그리고 우리나라의 도수매와 도심매가 모두 같은 품종을 이르는 말이 되는 것인가?

 

오주연문장전산고와 성호사설(우)

 

하지만 중국 일각에서 조수매와 수지매는 다른 품종이라는 의견이 있다. 이들은 조수매는 매화 꽃 중에서 그야말로 꽃만 아래로 향하여 피는 유형들을 말하며 가지까지 처지는 수지매 품종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근거로는 청대 원예가 진호자(陈淏子, 1612~?)가 1688년에 저술한 유명한 원예서인 화경(花镜)에 “照水梅(조수매),花开皆向下(화개개향하),而香浓(이향농),极品也(극품야).”라고 조수매는 꽃이 모두 아래로 향하여 피며 향기가 짙은 최상품이라고 기록한 것을 든다. 그리고 청나라 초기 서법가인 감정조(阚祯兆, 1641~1709)라는 사람이 시에서 为羞仰望成孤赏(위수앙망성고상) 饶得清心俯众芳(요득청심부중방)이라고 읊은 것을 인용하면서 이게 바로 조수매라는 것이다. 풀이하자면 “고개를 위로 쳐들고 피기가 부끄러워 독특한 정취를 만들었구나. 마음이 깨끗하여 뭇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일 수 있게 되었도다.’ 그리고 화경에서는 조수매와 수지매는 같은 개념이 아니라면서 照水梅是指花开朝下之梅(조수매시지화개조하지매)라고 즉 조수매는 꽃이 아래로 피는 매화이고 垂枝梅则是指枝条自然下垂之梅(수지매즉시지지조자연하수지매)라고 수지매는 가지가 저절로 아래로 처지는 매화라고 정의하여 오랫동안 중국에서도 혼동되던 것을 명쾌하게 정리한 것이다. 매화 사랑이 지극한 중국에서는 품종과 무관하게 매화의 꽃 방향까지 세심하게 관찰하여 앙개(仰开)와 측개(側开) 그리고 부개()로 구분하였던 것이다. 의 방향이 하늘을 향하는지 옆으로 향하는지 아니며 아래로 향하는지까지 관찰하여 아래로 향하는 꽃의 비율이 높은 나무를 조수매(照水梅)라고 부르면서 특별히 진품으로 취급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조수매는 하나의 품종군으로 분류하지는 않고 거의 모든 품종 중에서 꽃이 아래로 처지는 특성을 가진 유형들을 통칭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청대 원예가 진호자(陈淏子)가 1688년에 저술한 원예서 화경

 

따라서 중국의 조수매는 20세기 중반 일본에서 중국으로 건너와서 하나의 뚜렷한 품종으로 분류되는 가지가 아래로 처지며 우산형 수관을 가진 수지매(垂枝梅) 즉 우리가 처진매실나무라고 부르는 것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의 시다레우메(枝垂れ梅) 즉 처진매실나무들은 일본에서도 재배역사가 길지 않아 에도시대(1603~1868)에 처음 등장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위 1688년에 저술된 중국의 화경(花镜)의 언급으로 봐서는 1940년대 일본에서 도입되기 훨씬 전부터 중국에도 수지매(垂枝梅)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현재는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모두 실전(失傳)되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중국에서 그 이름을 중국식물지를 따라서 조수매라고 부르던지 아니면 화경을 따라서 수지매라고 부르던지 현재 중국에 존재하는 처진 매화는 모두 일본에서 도입된 시다레우메 즉 지수매(枝垂れ梅)인 것이다. 중국에서 이 일본 도입종들을 공식적으로 수지매(垂枝梅)라고 하지 않고 조수매(照水梅)라고 부르는 이유는 아무래도 유구한 역사를 가진 매화의 본고장으로서 체면유지를 위하여 송나라때부터 그 이름을 사용한 근거가 있는 조수매(照水梅)를 선택한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게다가 송대부터 언급된 조수매(照水梅)라는 것이 하나의 품종군을 형성할 요건이 되지 못하므로 일본 도입종들에다가 그 이름을 차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여튼 그 덕분에 여러 사람들이 헷갈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에 현재 존재하는 처진매화 또한 일본에서 최근에 도입된 것이 분명하므로 과거 우리 선조들이 언급한 도심매와 도수매는 가지까지 처지는 수지매라기보다는 꽃만 아래로 처지는 송대의 조수매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개중에는 일본에서 도입된 처진매화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에도시대 이후 즉 조선 후기에 일본에서 얼마든지 도입되었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조선조 선비들이 운운한 도심매는 이름 자체도 화심(花心)이 거꾸로 된 것이므로 송대의 조수매에 가깝고 도수매(倒垂梅) 또한 花皆倒垂(화개도수) 즉 꽃이 거꾸로 핀다는 것이지 枝條下垂(지조하수) 즉 가지가 아래로 처진다는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도수매(倒垂梅) 또한 수지매(垂枝梅)가 아닌 송나라시대에 언급되었던 조수매(照水梅)라고 봐야 될 듯하다. 그래서 성호 이익선생은 도심매(倒心梅)는 보지도 못하였으며 절품(絶品)된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 이익선생은 도심매를 하나의 품종으로 인식하였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우리 선조들이 운운하였던 도심매와 도수매의 정체는 현재 우리가 말하는 처진매화는 아니고 그냥 꽃만 아래로 향하는 피는 특별한 매화들을 이르는 말이므로 하나의 품종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송대 조수매와 우리 조선조 도심매는 바로 이렇게 가지가 처지는 것이 아니고 꽃만 아래로 향하는 피는 매화들을 말한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 독일인 지볼트가 일본에서 가지가 처지는 매화를 보고서 명명하였던 이 Prunus mume 'Pendula'는 꽃색상이나 모양에 무관하게 가지가 처지는 모든 매화 품종을 아우르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그냥 시다레우메(しだれ‐うめ) 즉 지수매(枝垂れ梅)라고 통칭하며 중국에서도 공식적으로는 조수매(照水梅라고 하며 민간에서는 수지매(垂枝梅)라고 통칭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찌 매실나무 '펜둘라'라고 불러야만 하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처진매실나무 또는 처진매화 아니면 도수매 수지매 등 붙일 수 있는 이름이 수도 없이 많건만 이게 뭐라는 것인지?

 

처진매실나무를 일본과 중국에서는 다시 세분류하는데 여기서 참고로 중국의 매화전문 식물학자인 진준유(陈俊愉, 1917~2012)교수가 처진매실나무 즉 조수매(照水梅)류를 그 꽃색상과 모양에 따라서 6개 유형으로 분류한 것을 소개한다. 일본도 이와 비슷하게 분류하고 있다.

 

1. 단분조수형(单粉照水型) P. mume f. simplex, 외겹, 분홍 백색, 단분조수(单粉照水) 단판조수(单瓣照水) 등 품종 

2. 쌍분조수형(双粉照水型) P. mume f. modesta, 반겹꽃 겹꽃, 분홍색, 능안조수(绫眼照水) 동양홍조수(东洋红照水) 등 품종 

3. 골홍조수형(骨红照水型) P. mume f. atropurpurea 외겹, 심자홍색, 골홍조수(骨红照水) 

4. 잔설조수형(残雪照水型) P. mume f. albiflora 반겹꽃, 백색, 잔설조수(残雪照水) 

5. 백벽조수형(白碧照水型) P. mume f. viridiflora 외겹 반겹꽃, 백색 화악록색, 쌍벽조수(双碧照水) 단벽조수(单碧照水) 

6. 오보조수형(五宝照水型) P. mume f. marmorata 한 나무에 백색과 분홍색 그리고 백색 바탕에 분홍 줄무늬나 홍반점 꽃이 동시 개화, 오보조수(五宝照水)

 

단분조수형(좌)과 쌍분조수형(중) 그리고 골홍조수형(우)
꽃받침이 갈색인 잔설조수형(좌)와 꽃받침이 녹색인 백벽조수형(우)
오보조수형

 

 

등록명 : 매실나무 '펜둘라'

일반명 : 수양매실(잘못된 이름)

희망명 : 처진매실나무, 처진매화

학  명 : Prunus mume 'Pendula'

이  명 : Prunus mume var. pendula Siebold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자두아속 살구조 낙엽 소교목

원산지 : 일본에서 에도시대에 발견된 원예품종

일본명 : 시다레우메(しだれ‐うめ, 枝垂れ梅)

중국명 : 조수매(照水梅) = 수지매(垂枝梅)

특  징 : 가지가 아래로 처지고 우산형 수관을 형성

특  기 : 우리 고문헌의 도심매와 도수매 그리고 중국 송대의 조수매와는 다른 일본에서 에도시대에 발견된 가지가 저절로 처지는 품종

 

처진매실나무
처진매실나무
처진매실나무
처진매실나무
장관을 이루고 있는 일본 오사카 인근 아카츠카식물원의 처진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