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 물싸리 = 금로매(金露梅), 황금 이슬매화
물싸리라고 최근에 들어서 정원수로 크게 각광을 받는 수종이 있다. 이 수종은 우리나라에서는 함경도 고산지대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남한에서는 결코 흔한 수종이 아니라서 가격이 만만치 않았는데 최근에는 나이가 많은 키가 제법 큰 나무들이 들어와 여기저기 주변 정원에 심어지고 있다. 아마 중국 등 외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보인다. 워낙 북반구 거의 전 지역에서 널리 자생하는 수종이라서 전세계적으로는 결코 귀한 수종은 아니기 때문이다. 키가 주로 1.5m미만으로 자라는 관목으로서 양지꽃과 매우 유사한 노란 꽃이 피며 줄기가 세로로 벗겨지는 특징을 가진 이 수종을 우리나라에서는 1937년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서 물싸리라고 불러온 이래 남북한에서 공히 줄곧 물싸리라고 불러오고 있지만 그 학명 표기의 변화는 아주 많았다. 전세계적으로 자생지가 매우 광범위한 만큼 이를 대상으로 발표된 학명이 수십 건에 달하였으나 이들을 오랜 기간 동안 이리저리 통합된 데다가 당초에는 양지꽃속으로 분류되었다가 나중에 물싸리속이 신설되면서 분리되어 재명명되는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들 대부분이 Dasiphora fruticosa (L.) Rydb.라는 학명 하나로 통합되어 한 때는 이 학명 즉 물싸리가 신설된 Dasiphora속 즉 물싸리속의 유일한 종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후에 다수의 학명들이 속속 등장하여 물싸리속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모두 11개속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도 물싸리를 양지꽃속으로 분류하여 학명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도 우리나라 국표식에서는 현재 이 최신 학명으로 등록하고 있다.
그럼 여기서 그 변화무쌍한 학명의 변화과정을 간단하게 살펴 보자. 이 수종은 유럽에서도 널리 분포하는 만큼 린네가 1753년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에 양지꽃속으로 분류하여 Potentilla fruticosa L.이라고 명명하게 된다. 여기서 종소명 fruticosa는 관목형이라는 뜻인데 이는 초본이 대다수인 양지꽃속으로 분류하였기 때문에 관목이라는 것이 뚜렷한 특징이 되기 때문이다. 그 후 미국 식물학자 Frederick Traugott Pursh (1774~1820)에 의하여 명명된 학명 Potentilla floribunda Pursh가 1814년 미국에서 발표되고 덴마크출신으로 동인도회사에 근무하던 식물학자 Nathaniel Wolff Wallich (1786~1854)가 히말라야 인근에서 발견하여 명명한 학명 Potentilla rigida Wall. ex Lehm.가 1831년 발표된다. 종소명 floribunda는 꽃이 많이 핀다는 뜻이고 rigida는 줄기가 꼿꼿하다는 뜻으로 fruticosa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다가 드디어 터어키 태생 프랑스 만물박사인 Constantine Samuel Rafinesque (1783~1840)에 의하여 1840년 물싸리속이 창설되면서 Dasiphora riparia Raf.라는 학명이 모식종으로 발표된다. 여기서 속명 Dasiphora는 영어로 hair bearing 즉 털이 있다는 뜻이다. 아마 잎이나 열매 줄기에 털이 많기 때문에 붙인 이름으로 보인다. 그리고 종소명 riparia는 해안가 또는 강가라는 뜻으로 우리 이름 물싸리와 일맥상통하여 매우 흥미롭다. 한참 후인 1898년 미국 식물학자인 Per Axel Rydberg (1860~1931)가 린네가 발표한 학명을 물싸리속으로 변경하여 재명명한 학명 Dasiphora fruticosa (L.) Rydb.를 발표하였는데 이 학명을 바로 오늘 현재 전세계가 정명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Dasiphora fruticosa와 동일종으로 확인된 위에서 언급한 학명들은 모두 통합되어 이명처리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식물향명집 당시에 양지꽃속으로 분류된 Potentilla fruticosa L.로 수록되어 있었으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여도 계속 양지꽃속으로 분류하여 국가표준식물목록에 Potentilla fruticosa var. rigida (Wall. ex Lehm.) Th.Wolf 즉 히말라야 변종으로 등록되어 있었으나 극히 최근에 현 학명 Dasiphora fruticosa (L.) Rydb.로 최종 변경한 것이다.
이 수종이 동북삼성과 하북 섬서 감숙 신강 사천 운남 티베트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중국에서는 이를 금로매(金露梅)라고 부른다. 황금색 매화를 닮은 꽃이 피기 때문이다. 여기서 露는 이슬이라는 뜻인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발음이 유사한 老를 써서 금로매(金老梅)라고도 쓰기 때문이다. 홋카이도와 혼슈 그리고 시코쿠 등 넓은 지역에서 자생하는 일본에서도 중국 이름을 그대로 따라서 킨로바이(キンロバイ) 즉 금로매(金露梅)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shrubby cinquefoil, golden hardhack, bush cinquefoil, shrubby five-finger, widdy, tea, tundra rose 등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cinquefoil은 잎이 5장이라는 양지꽃을 이르는 말이며 hardhack이나 widdy는 줄기가 단단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쿠릴열도에서는 차로 이용하기에 kuril tea라고 불리는데 중국에서도 약왕차(药王茶)나 곤아차(棍儿茶) 등으로 차로 불리기도 하여 주의를 끈다. 워낙 내한성이 강하여 극한 지방인 툰드라에서도 꽃이 피기에 tundra rose라고도 불린다. 중국 청나라 건륭제 시절인 1779년에 쓰여진 성경통지(盛京通志)에 장춘화(長春花)라고 유조분피(柔条纷披) 황화란만(黄花烂熳) 축시개방(逐时开放) 즉 “부드러운 줄기가 어지럽게 벗겨지고 화려한 노란 꽃이 수시로 핀다.”라고 묘사된 부분이 있는데 이 수종은 요녕성 성경 즉 지금의 선양시 지역에 널리 야생하는 금로매를 지칭하는 것으로 대부분 파악한다. 그런데 중국에서 장춘화(長春花)란 개화 기간이 긴 여러 식물들을 지칭하지만 장미의 일종인 월계화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므로 tundra rose와 일맥상통하는 이름이라서 흥미롭다.
우리나라 조선 후기 학자인 한산 이씨 이만영(李晩永, 1748~1817)선생이 1798년에 엮은 재물보(才物譜)를 확대해서 나온 작자 미상의 어휘서인 광재물보(廣才物譜)에서 금잔초(金盞草)를 장춘화(長春花)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혹자는 이와 관련하여 물싸리를 조선시대에 장춘화 또는 금잔화라고 불렀을 것이라고 추정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우선 중국의 선경통지(盛京通志)에서 언급한 장춘화는 그 내용으로 봐서 금로매(金露梅) 즉 물싸리일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 그 지역에서는 그렇게 부른 흔적이 없다는 조사결과를 중국 장춘일보(长春日报)에서 2021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약 200년 전부터 불리는 장춘이라는 지명의 유래를 파악하기 위하여 연구조사를 하고 있는데 장춘화(長春花)에서 왔다는 설은 힘을 잃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현재 중국에서는 장춘화(长春花)를 금로매(金露梅)의 별명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광재물보에서 기술한 금잔초(金盏草)는 중국에서는 협죽도과의 일일초를 장춘화(长春花)라고 하며 별명으로 금잔초(金盏草)라고 하기 때문에 이 내용을 기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광재물보에서 지칭한 식물은 아무래도 최근에서야 국내 보급된 일일초는 아닐 것이고 아마 유럽과 아프리카 및 중동 원산의 국화과 금잔화(金盏花)가 중국을 통하여 그 당시 국내 도입되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국화과 금잔화는 여름 한 철 꽃이 피지만 협죽도과 일일초는 실제로 6월부터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까지 오랫동안 개화를 지속하여 장춘화라는 이름에 걸맞은 초화(草花)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제부터 우리나라 이름 물싸리의 어원이나 유래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앞에서 여러 나라 이름들을 두루 살펴보았지만 세상 그 어디에서도 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름으로 부르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중국이나 일본에서 부르는 이름 금로매(金露梅)가 있는데 이슬도 물의 한 형태이므로 전혀 관련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중국에서 이 수종과 이슬의 관계에 대한 어떤 설명도 찾을 수 없는 데다가 일부에는 금로매(金老梅)라고도 쓰기에 딱히 물과 관련된 이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만 독특하게 부르는 이름 물싸리를 국내서는 대부분 잎 모습이 싸리를 닮았고 고산지역 습지에서 주로 자라기 때문에 붙은 함경남도 방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물싸리는 어느 나라든 양지바른 습윤한 토지에서 잘 자란다. 그렇다면 우리 독창적인 이름이라는 말인가. 하지만 서양에서도 물과 관련된 명칭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유사한 의미의 학명이 있기는 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터어키 태생 프랑스 학자인 라피네스크가 물싸리속을 신설하면서 모식종으로 Dasiphora riparia를 삼았는데 이 종소명이 riverside 즉 강가라는 뜻이다.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물싸리의 이명으로 수록된 이 학명이 우리 이름 물싸리에 어떤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만약 이게 아니라면 정말 식물의 습성을 파악하여 붙인 우리 독창적인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 자생종 싸리는 정말 아름다운 관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서 그 진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여 정원수로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수종이다. 그런데 물싸리라는 이름은 마치 물수능이나 물주먹과 같이 마치 그렇게 홀대 받는 싸리보다도 못하다는 의미로 자꾸 들린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정원수인 이 수종의 이름으로는 황금 이슬 매화라는 뜻의 금로매(金露梅)가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물싸리 외에도 잎과 가지 등에 털이 거의 없고 백색 꽃이 피는 민물싸리와 민물싸리와 여러모로 유사하지만 잎 뒷면에 은백색 융모가 밀생하는 흰물싸리라는 자생종이 둘이나 더 있다. 그러니까 물싸리속을 구성하는 전세계 11종 중 3종이 우리 자생종이라는 말이다. 물싸리는 정원수로 적합한 아담한 사이즈에 내한성이 매우 강하고 잘 자라며 개화기간이 길기에 세계적으로 널리 인기가 매우 높다. 그래서 다양한 색상의 꽃이 피는 수많은 원예품종들이 해외서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무려 19종이나 들어와 등록되어 있다. 이들에 대하여는 다음 게시글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등록명 : 물싸리
학 명 : Dasiphora fruticosa (L.) Rydb.
분 류 : 장미과 물싸리속 낙엽 관목
원산지 : 북반구 온대지방 거의 전지역
영어명 : shrubby cinquefoil, golden hardhack, shrubby five-finger, kuril tea, tundra rose
중국명 : 금로매(金露梅) 금로매(金老梅) 금랍매(金蜡梅) 약왕차(药王茶) 곤아차(棍儿茶)
일본명 : 킨로바이(キンロバイ) 즉 금로매(金露梅)
수 고 : 0.5~2m
줄 기 : 다분지 수피 세로발락 소지 홍갈색 유시장유모
엽 편 : 우상복엽 소엽 3~7 상면 1쌍 기부 엽축감쌈
잎자루 : 견모 소유모
잎모양 : 장원형 도란장원형 도란상피침형
잎크기 : 0.7~2 x 0.4~1cm
잎거치 : 전연 변연평탄
잎모양 : 정단급첨 원둔 기부설형
잎색상 : 양면녹색 소견모 유모 탈락근기모
탁 엽 : 박막질 관대 외면장유모 혹탈락
꽃차례 : 단화 여러 송이 가지 끝
꽃자루 : 장유모 견모 밀생
꽃크기 : 지름 2.2~3cm
꽃받침 : 악편 난원형 정단 급첨 단점첨
부악편 : 피침형 도란상피침형 정단점첨혹급첨 악편근등장 외면소견모
화 판 : 황색 관도란형 정단원둔 비악편장
화 주 : 근기생 봉형 기부초세 정부 액축(缢缩) 주두 확대
열 매 : 수과 근란형 갈종색 1.5mm 길이 외부 장유모
화 기 : 6~9월
내한성 : 영하 45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