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3 만다라(曼陀羅, 曼茶羅)와 독말풀(다투라)
이제 가지과 목본인 천사의나팔속의 탐구를 마치면서 근연종인 초본인 독말풀속에 대하여 간단하게 파악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왜냐하면 독말풀을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이 바로 만다라(曼陀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다라는 소설가 김성동(金聖東, 1947~2022)선생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임권택(林權澤, 1934~ )감독이 배우 전무송 안성기 등과 더불어 만들어 1981년 개봉한 불교의 수행자들의 구도 영화 때문에 유명해졌다. 여기서 제목 만다라가 불교 용어인 줄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정확하게 그 의미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는데 바로 독말풀의 중국명 만다라(曼陀罗)가 바로 그 영화의 만다라와 같은 어원이라고 한다. 헐! 어떻게 서양에서 악마의 나팔로 불리는 맹독초가 심오한 뜻을 가진 불교의 만다라와 같은 뿌리라는 말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불교 용어인 만다라는 산스크리트어 Mandala의 음역(音譯)이다. 그래서 글자 자체에 의미가 없기 때문에 중국에서 이를 발음이 비슷한 한자인 曼荼罗(만다라) 외에도 曼陀罗(만다라) 曼佗罗(만다라)나 慢怛罗(만달라) 또는 满拿啰(만나라)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식물을 지칭할 때는 曼陀罗로 쓰고 불교 용어로 쓸 때는 주로 曼荼罗로 표기한다. 일본에서도 식물은 曼陀羅로 불교 용어는 曼荼羅를 표준으로 삼는다. 불교 용어로만 쓰는 우리나라에서는 표준은 없지만 주로 曼陀羅 또는 漫荼羅로 표기하는데 曼陀羅를 많이 쓰는 것 같다. 우리는 南無阿彌陀佛(나무아미타불)에서 陀 자를 많이 봐 왔기에 뭔가 불교스러운 한자로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 한자 陀는 원래 타 자이지만 여기서는 다로 발음한다. 우리 선조들도 기록을 보면 과거에 만다라를 曼陀羅나 曼荼羅 외에 蔓陀羅 蔓荼羅 曼陁羅나 曼多羅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하였다. 여하튼 중국에서 음역(音譯)으로 曼荼罗(만다라)라고 한 이 mandala의 뜻을 풀이한 의역(意譯)을 중국에서는 처음에는 여러 부처가 설법하기 위하여 주변보다 높게 쌓은 모임 장소 즉 단장(壇場) 또는 단성(壇城)이라고 하다가 나중에 현장(玄奘, 602~664)법사 이후에는 그 의미를 헤아려 모든 법을 두루 갖추어 모자람이 없다는 뜻에서 윤원구족(輪圆具足)이라고 하거나 부처나 보살 등의 모임 그 자체인 취집(聚集)이라고 번역한다. 만다라(mandala)는 원래 힌두교에서 생겨난 것을 불교에서도 그대로 사용한 용어로서 신성한 단(壇, 坛)에 부처와 보살을 배치한 도형을 뜻하기도 하는데 이는 우주의 진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그 복잡한 기하학적 디자인이나 패턴에 숨겨진 깊은 뜻을 우리 일반인들이 어찌 감히 헤아릴 수 있겠나 싶다. 우리나라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뽑히는 만다라 영화의 원작자인 소설가 김성동선생은 실제 승려출신인데도 불교에 대한 지식이 얕다는 비평을 들었을 정도인데 감히 일반인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물론 그 비평은 파계승을 주인공으로 삼아 불교계를 비판한 것에 대한 반작용인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여하튼 이와 같이 만다라는 불교의 용어로 불교의 설법 또는 의식 장소 또는 그 집회 자체를 뜻하기도 하지만 불교의 진리를 체계적으로 기하학적으로 도형화한 상징적 그림이라는 것이 본래의 개념이다. 그런데 불교 경전에는 만다라화(曼陀羅華)라는 용어도 등장한다. 화(華)는 화(花)와 같은 의미로 꽃을 뜻한다. 바로 이 만다라화(曼陀羅花)의 정체가 오늘의 탐구 대상이라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학명 Datura인 독말풀속으로 독말풀과 흰독말풀 그리고 털독말풀 등 3종이 등록되어 있으나 만다라는 그 어느 종의 정명(正名)은커녕 이명(異名)으로 조차도 등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 국어사전에서는 만다라를 아예 식물명이라고 풀이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독말풀속 즉 Datura속의 명칭이 만다라속(曼陀罗属)이며 우리의 독말풀을 만다라(曼陀罗)라고 불러 오히려 불교용어보다도 식물명으로 더 널리 사용된다. 일본은 만다라를 주로 曼荼羅(만다라)로 한자 표기하는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는 주로 불교용어로만 사용한다. 하지만 만다라화(曼荼羅華, 曼陀羅華)라고 뒤에 꽃이란 의미의 화(華)를 붙여서 만다라게(マンダラゲ)라고 부르며 그들이 조선조안(朝鮮朝顔)이라고 부르는 독말풀의 이명이라고 사전에서 풀이한다. 우리나라 사전에서는 만다라화를 흰 연꽃으로 풀이하지만 일본의 영향인지 다소 엉뚱한 현호색(자주괴불주머니)으로 풀이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 만다라(曼陀罗)는 독말풀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만다라화(曼陀罗花, 曼陀罗华)라고 하면 복잡해 진다. 독말풀과 흰독말풀 또는 천사의나팔로도 가끔 인식하지만 백련(白蓮)이나 흰상사화 즉 백색피안화(白色彼岸花)를 뜻하기도 하여 특정하기 어렵다. 이렇게 만다라화를 우리나라는 백련(白蓮)으로 일본은 독말풀이나 현호색으로 중국은 독말풀과 흰독말풀이나 흰상사화 또는 백련 등으로 인식하여 혼란스러운 이유는 이 만다라의 어원이 바로 인도의 불경에 있는 산스크리트어 māndārava에서 왔는데 그 정체를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이다. 불교 경전에 하늘에서 피는 향기가 있는 흰 꽃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열락(悦楽)을 느끼게 하였으며 부처님의 설법이나 여러 부처들이 현신할 때 하늘에서부터 꽃비가 내렸다라고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중일 3국에서 독말풀이나 연꽃 그리고 석산(상사화) 등의 흰 꽃이 피는 종에서 그 답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불교 경전에는 수많은 식물들이 등장하지만 부처가 그 나무 아래에서 태어났다는 무우수(無憂樹)와 득도하였다는 보리수(菩提樹) 그리고 열반에 들었다는 사라수(沙羅樹)를 불교 3대 성스러운 나무 즉 성수(聖樹)라고 부른다. 그리고 꽃에 관하여는 4대 길화(吉花)가 있는데 그게 바로 만다라화(曼陀罗花)와 연화(蓮花) 그리고 산옥란(山玉蘭)과 우담화(優曇花)이다. 연화는 당연히 연꽃이고 산옥란은 넓은 꽃잎과 가운데 암수술의 모습이 마치 좌대에 앉은 부처님 같이 생긴 중국 원산의 드라베목련을 말하여 실체가 분명하며 우담화는 바로 전설상의 꽃인 우담바라(優曇婆羅)를 말하므로 실체가 없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진다. 하지만 만다라화(曼陀罗花)는 여러 경전에 등장하지만 그 내용이 조금씩 달라서 그 실체에 대하여는 여러 설들이 난무한다. 그래서 명대 유명한 본초학자인 이시진(李時珍)은 ‘부처가 설법할 때 하늘에서 내린다는 만다라화는 도교에서도 북두성 다라성(陀罗星) 사자가 이 꽃을 들고 있다는 내용도 있지만 그 특성에 대하여는 다양한 설이 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즉 만다라화를 하나로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불교의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에 천계(天界)에 4종류의 꽃이 있는데 이들이 천우만다라화(天雨曼陀罗华) 마하만다라화(摩诃曼陀罗华) 만수사화(曼殊沙华) 마하만수사화(摩诃曼殊沙华)라고 했다. 여기서 만수사화(曼殊沙华)는 만주사화(曼珠沙华)로도 쓰며 마하(摩訶)는 크다는 의미이므로 결국 만다라화와 만수사화 둘로 구분된다. 바로 이들의 실체에 대하여 여러 설들이 제기된 것이다. 우선 법화경과 아소카왕전(阿育王傳) 등의 내용을 살펴볼 때 둘 다 향기가 강하지만 만다라화는 백색이고 만수사화는 적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가장 간단한 설로는 만다라화는 흰색 연꽃 즉 백련(白蓮)이고 만수사화는 적색 연꽃 즉 적련(赤蓮)이라는 설이 있다. 다음 설은 만다라화는 독말풀이고 만수사화는 석산이라는 설이다. 석산(石蒜)이란 상사화나 꽃무릇을 말한다. 그 외 소수설로 일본과 우리나라 사전에서 자주괴불주머니를 만다라화라고 거론하기도 하며 우리나라 일부에서는 만다라화의 산스크리트 원어인 mandarava가 indian coral tree로 불리는 닭벼슬나무속 Erythrina stricta라는 주장을 편다. 키가 10m 가량 자라는 인도 원산의 이 나무는 무수한 선홍색 아름다운 꽃이 피는데 붉은 불염포(佛焰苞)가 두드러져 정말 불교와 잘 어울리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만수사화(曼殊沙华)라고 하기에는 매우 적합해 보이지만 흰색이라는 만다라화(曼殊沙华)에는 결코 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 여기서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나라도 이미 고려시대에 불경 속의 만다라가 그 당시 계두화(鷄頭花)라고 부르던 맨드라미로 추정하였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이규보(李奎報, 1168~1241)선생이 저술한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과 이색(李穡, 1328~1396)선생의 문집인 목은시고(牧隱詩藁)에 曼多羅(만다라)라는 단어가 포함된 시가 있는 것이다. 고려시대 이전인 통일신라시대에 인도까지 갔다가 온 승려가 혜초(慧超, 704~787) 외에도 현태(玄泰) 원표(元表) 등 여러 명이 있었다고 하니 나름대로 불경 원전을 독자적으로 해석하고자 노력하였음을 알 수 있다. 맨드라미는 아프리카원산이지만 과거에는 오랫 동안 인도 원산으로 알려졌기에 전혀 엉뚱한 설은 아니다.
현재 중국과 일본에서는 여러 설 중에서 만다라화는 독말풀로 만수사화는 꽃무릇으로 거의 정리되어 가는 추세로 보인다. 만다라화는 중국식물계에서 학명 Datura stramonium인 초본식물의 정식 명칭을 아예 만다라(曼陀罗)라고 못박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수사화는 석산을 피안화(彼岸花)라고 하는 일본에서 먼저 제기된 설로서 중국에서도 널리 수용하고 있다. 석산(石蒜)은 한중일에서 자생하지만 불교의 발상지인 네팔도 원산지 중 하나이므로 납득이 가는 설이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상사화나 석산을 많이 심는 이유는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탱화(幀畫)용 안료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석산의 꽃이 특이하고 매우 아름답기도 하지만 바로 불경속의 만수사화(曼殊沙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왜 맹독초로 알려진 학명 Datura인 아메리카 대륙 원산의 독초를 부처가 설법을 할 때 하늘에서 비가 오듯이 쏟아 내렸다는 만다라화(曼陀羅華)로 추정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독말풀은 향기는 강하지만 꽃은 그다지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잎이나 열매가 아름다운 것도 아닌데 왜 이 초본을 천상의 꽃이라고 인식하였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더구나 사람 눈이란 어디서나 같은 법인데 서양에서는 이 초본을 악마의 나팔 즉 devil's trumpet이라고 부르는데도 말이다. 이 꽃이 부처님이 설법하는 신성한 단(壇) 즉 만다라의 하늘에서 비오 듯이 떨어졌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시점을 과거로 돌려보면 전혀 상황은 달라진다. 독말풀에는 스코폴라민(scopolamine)이나 아트로핀(atropine) 같은 알칼로이드계 유독 성분이 있어 예로부터 약재로 썼는데 중국에서는 진경(镇痉) 진정(镇静) 진통(镇痛) 및 마취(痲醉)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과거 삼국지시대의 전설적인 명의 화타(曼陀)가 수술할 때 쓴 마비산(麻沸散)이 바로 독말풀의 성분으로 만들었다고도 알려져 있는 신비한 약초이다. 수호전(水滸傳)이나 무협소설 등에서 강호 호걸들이 부패한 조정 관리들을 약탈할 때 쓰는 마취제인 몽한약(蒙汗药)의 주원료가 바로 독말풀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꽃향기를 맡거나 극소량을 섭취하면 약한 환각효과도 있어 최음강장의 효과도 있다고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독말풀을 진통제나 기관지계통의 질병 치료용 약으로 많이 써 왔다. 이러니 고대에는 독말풀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맹독초이지만 아픈 사람의 고통을 일시에 멈출 수도 있는 진통제인 데다가 한동안 죽은 듯이 잠재울 수도 있는 마취효과가 있고 환각상태로 이끄는 일종의 마약이므로 주술사들이나 제사장들이 가까이 하는 신성한 꽃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초창기 종교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였다고 하며 신성지화(神聖之花)로 불리었던 매우 귀중한 식물이었던 것이다. 아마 그 당시는 일반인들은 함부로 재배도 하지 못하였을 신비하고도 신성한 식물이었을 가능성은 높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중국에서는 오랫동안 독말풀이 인도가 원산지인 줄 알고 있었으며 인도에서 불교와 같이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인도에 갔던 승려들이 많이 가지고 돌아왔다고 하며 아직도 중국의 많은 자료에는 만다라는 인도가 원산지라고 기록하고 있다. 중국 문헌에 나타나는 독말풀(曼陀羅)의 최초 기록은 송말원초(宋末元初) 문인인 주밀(周密, 1232~1298)이 쓴 계신잡식(癸辛杂识)이다. 여기서 그는 ‘압불로(押不蘆)라는 풀이 있는데 소량을 술에 타 마시면 죽어 칼과 도끼로 잘라도 모르다가 3일 후면 깨어 난다며 화타가 배를 갈라 위장을 세척할 때 쓴 약이 바로 이것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다가 명대에 와서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처음으로 만다라(曼陀羅)라는 이름으로 기록했다. ‘그늘에 말린 분말을 술에 타 소량을 마시면 잠시 취하여 종기를 칼로 베어내고 불로 뜸을 하여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들이 묘사한 독초가 신비한 효능이 있는 독말풀일 가능성은 높지만 그게 정말 불경속의 만다라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직접 인도까지 갔다 온 당나라 승려 현장(玄奘, 602~664)법사가 번역한 칭찬정토경(稱讚淨土經)에서 만다라화를 언급한 짧은 문구가 있다. 天华中妙者(천화중묘자) 名曼陀罗(명만다라) 즉 천상의 꽃 중 최고는 만다라라는 것이다. 이렇게 천상의 꽃 중에서 최고라고 언급한 만다라를 어떻게 이런 독초라고 인식하게 되었을까? 그러니까 원나라초기 주밀(周密)의 시대까지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명나라시대에 와서는 독말풀을 만다라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는 이야기인데 여기에 대하여 이시진조차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曼陀罗花,一名风茄儿,一名山茄子。曼陀罗花有微毒,医学上可用来止咳。按世俗眼光看,这种花并不名贵,但佛家却格外重视它,称此花为“适意”。曼陀罗花在印度被当做天界的花。내용인 즉 ‘만다라화는 풍가아 또는 산가자라고 하는데 약간의 독이 있어 의학상 기침약으로 쓴다. 세속적으로 볼 때 결코 꽃이 아름답지 않지만 불가에서 이 꽃을 마음에 들어 하며 유달리 중시한다. 인도에서는 천상의 꽃이라 여긴다.’이다. 역시 이시진(李時珍)이다. 내가 봐도 누가 봐도 이시진이 봐도 독말풀을 만다라라고 인식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걸 결부시키려고 중국에서는 이런 말로도 독말풀을 포장한다. 在佛经中,曼陀罗花是适意的意思,藏传佛教里有关微观宇宙的模型就叫“曼陀罗”,即佛家所谓“一花一世界,一叶一如来”。它包含着洞察幽明,超然觉悟,幻化无穷的精神. 즉 ‘불경에서 만다라는 마음에 적합하다는 뜻이며 티베트불교에서는 미시적 우주관의 모형이 만다라인데 이는 즉 하나의 꽃 하나의 세계 하나의 잎 하나의 부처라는 것이다. 그 것은 생사의 통찰과 초연한 깨달음 변화무쌍한 정신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미사여구를 늘어 놓아도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선 독말풀은 그 원산지가 중국이나 인도에서는 너무나도 먼 아메리카 신대륙이라는 것이 나중에 밝혀지게 된다. 그렇다면 신대륙이 발견된 것이 1492년인데 어떻게 1200년대 원나라 사람인 주밀이 중국에서 재배되는 것을 언급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그리고 중국에서는 왜 인도에서 오래 전에 도입되었다고 한다는 말인가? 그게 미스터리라는 말이다. 실제로 인도에는 2세기경에 독말풀이 존재하였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도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 시기에 인도에 독말풀이 존재하였는지에 대하여는 아직 학자들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인도에서 2세기경에 독말풀을 재배한 것이 확실하더라도 기원전 5~600년 전에 활동한 석가모니 시대에 독말풀이 존재하였다는 것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생각건대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면 아무래도 초본보다는 큰 교목이라야 어울린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적색인 문수사화는 키가 10m나 되는 닯벼슬나무가 어울리고 백색인 만라다화는 키가 40m까지도 자라는 사라수(沙羅樹)가 더 어울린다고 판단된다. 그 정도 높이라야 꽃잎이 멀리 날려 하늘에서 꽃비가 내린다는 말을 들을 만하다. 더구나 사라수는 석가모니가 그 나무 아래서 열반에 들었다고 불교의 3대 성스러운 나무 중 하나가 아니던가?
여하튼 처음부터 명확하게 밝힐 수도 없는 mandarava의 실체 규명과는 별개로 불교 사찰에서는 만다라화로 언급된 식물들을 현재도 많이 심고 있다는 것이다. 연꽃은 말할 것도 없고 독말풀과 상사화와 석산(꽃무릇)은 주변 사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그 외에도 과거에는 맨드라미도 사찰이나 민가에서 많이 심었다는 고려시대의 기록이 있다. 동국이상국집의 世言此是曼多羅(세언차시만다라) 所以喜栽僧院地(소이희재승원지)와 목은시고의 閭閻到處曼多羅(여염도처만다라)가 그 문구이다. 이들 시의 제목이 계관화(雞冠花)와 계두화(雞頭花)이기에 우리가 맨드라미를 만다라라고 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러다가 조선시대 초기 문헌에서는 만다라화가 연꽃이라고 한 기록도 보이다가 곧 석산(석산) 즉 꽃무릇이라고도 한다. 그러다가 곧 만다라를 독말풀로도 인식하기 시작하는데 1477년 세종의 명으로 간행된 의방유취(醫方類聚)에 한습각기(寒濕脚氣)병을 치료하려면 용만다라전탕세(用蔓陁羅煎湯洗) 즉 만다라를 달인 물로 씻어내라고 되어 있다. 이 약효는 석산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본초강목에 명시된 독말풀의 처방 즉 제풍급한습각기(诸风及寒湿脚气) 전탕세지(煎汤洗之)와 완전 일치한다. 따라서 이미 조선초기에 만다라를 독말풀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1800년대 초기에 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 어휘서인 광재물보(廣才物譜)에도 만다라화를 잎은 가지와 같고 가을에 6개의 꽃잎으로 구성된 흰 꽃이 피는 마약으로 사람이 먹으면 미친 듯 웃거나 소리지르고 춤을 춘다며 일명 풍가아(風茄兒) 또는 산가자(山茄子)라고 불리는 악객(惡客)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악객(惡客)이란 하품(下品)보다 못한 독초라는 뜻 같은데 이건 분명 독말풀을 이르는 말이다. 조선 후기 실학의 기반을 닦은 유희(柳僖, 1773∼1837)선생도 1824년경에 펴낸 물명고(物名攷)에서 만다라화를 복용하면 미쳐서 계속 웃거나 춤을 춘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몽한약(蒙汗药)으로 쓰며 특히 한글로 지랄꽃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그러다가 중기 실학자들이 등장하면서 일본 에도시대 의사인 테라시마 료안(寺島良安, 1654 ~ ?)이 1712년에 펴낸 백과사전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의 영향으로 조선견우화(朝鮮牽牛花) 즉 독말풀이 만다라화라고 확신하기 시작한다. 이런 내용이 실학자 이규경(李圭景, 1788~1856)이 펴낸 백과사전인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와 후기 실학자 한치윤(韓致奫, 1765~1814)이 조카와 함께 1823년에 펴낸 해동역사(海東繹史)에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불경의 만다라는 한중일 3국이 공히 독말풀이라는 데에 많은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국어사전에는 아직도 만다라화를 연꽃이거나 엉뚱한 현호색이라고만 풀이하고 있다. 당연히 독말풀이 풀이 1번으로 기재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현재 이 맹독성 초본의 우리 이름을 중국의 만다라화(曼陀羅花)나 풍가화(楓茄花) 또는 산가지(山茄子)도 아니고 일본에서 조선에서 건너 온 나팔꽃이라는 뜻에서 부르는 조선견우화(朝鮮牽牛花) 또는 조선조안(朝鮮朝顔 )과 관련된 이름도 아니며 유희선생이 언급한 지랄꽃도 아닌 독말풀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독초(毒草)인 데다가 주로 분말(粉末)로 만들어 약재로 사용하므로 독말풀이 된 것이 아닌가 하고 대부분 추정한다. 여하튼 1921년 일본 식물학자인 모리 다메조(森爲森, 1884~1962)가 펴낸 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에서 Datura alba를 독말풀이라고 했다. 그리고 1937년 정태현선생 등이 펴낸 조선식물향명집에서는 Datura tatula를 독말풀이라고 하고 Datura alba는 흰독말풀이라고 했다. Datura tatula는 현재 Datura stramonium의 이명으로 편입되었고 국명은 여전히 독말풀이며 Datura alba는 현재 국제적으로는 Datura metel의 이명으로 편입되었으나 국내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 대신에 Datura wrightii를 흰독말풀이라고 등록하고 있어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과거 학자들이 오동정하였음을 시인한다는 말인지 아니면 엉뚱하고도 황당한 오류인지 알 수가 없다. 일본에서는 학명 Datura metel을 한반도에서 도입되었다고 조선조안(朝鮮朝顔)이라고 부르며 다투라속을 조선조안속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는 Datura metel이 현재 미등록 상태라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Datura metel을 양금화(洋金花) 또는 백만다라(白曼陀罗)라고 한다. 이 Datura metel이 순백색의 꽃을 피우기에 불경에서 백화가 핀다는 만다라화가 바로 이 수종이라고 판단하여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흰독말풀을 만다라화라고 인식하였다. 그래서 조선식물명휘에서 Datura alba를 독말풀이라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는 학명 Datura stramonium를 독말풀이라고 하며 중국에서도 만다라라고 한다. 이 초본은 자색을 띠기는 하지만 백색 꽃을 피우기 때문에 백화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독말풀속의 3종의 학명 변천사를 보면 과연 우리나라에 식물분류학자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매번 바뀌어 어지럽다. 이렇게 된 이유가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에서도 이상하게 독말풀 독에 취했는지 갈팡질팡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참고로 일본어판으로 출간된 조선식물명휘에는 독말풀 외에는 우리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구 분 | 독말풀 | 흰독말풀 | 털독말풀 |
조선식물명휘(1921) | D. alba | D. stramonium | D. fastuosa |
조선식물향명집(1937) | D. tatula | D. alba | - |
국표식(2007) | D. stramonium var. chalybaea | D. stramonium | D. meteloides |
국표식(2024) | D. stramonium | D. wrightii | D. innoxia |
중국학명 | D. stramonium | D. metel | D. innoxia |
중국명 | 만다라 | 백만다라 | 모만다라 |
일본학명 | D. metel | D. stramonium | D. wrightii |
일본명 | 조선조안 | 백화조선조안 | 모조선조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