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漢詩(한시)

海棠(해당) - 이규보(李奎報), 수사해당(垂絲海棠)

낙은재 2025. 4. 18. 07:00

고려시대부터 수사해당이라고 불러온 이 수종을 갑자기 서부해당이라고 부르라는 것은 도저히 납득 되지 않는다.

 

 

 

 

식물에 조예가 상당히 깊었던 고려 무신정권 시절 문순공(文順公) 이규보(李奎報, 1168~1241)선생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전집(東國李相國全集)에 海棠(해당)이라는 용어가 국내서는 처음이면서도 여러 번 등장한다. 특히 권제16의 海棠(해당)이라는 제목의 다음과 같은 고율시(古律詩)를 보면 이 해당은 분명 수사해당(垂絲海棠)임을 알 수가 있다. 이규보선생은 당명황과 양귀비의 고사를 알았기에 꽃자루가 아래로 처지며 피는 수사해당을 잠든 모습이라며 술에 취한 양귀비의 모습에 비유한 것이다.  

 

중국의 고사란 당말기 왕인유(王仁裕, 880~956)라는 문인이 그가 쓴 개원천보유사(开元天宝遗事)라는 소설에서 唐玄宗曾和杨贵妃在沉香亭赏花(당현종증화양귀비재침형정상화) 唐玄宗将杨贵妃比作会说话的垂丝海棠(당현종장양귀비비작회설활적수사해당)라고 기술한 것을 말한다. 이는 당현종이 일찍이 양귀비와 침향정에서 꽃을 감상하면서 양귀비를 말을 잘하는 살아있는 수사해당이라고 하였다는 내용이다. 그러므로 비록 이규보선생은 그냥 해당(海棠)이라고만 제목을 달았지만 수사해당(垂絲海棠)임을 익히 알고서 이런 내용의 시를 지었던 것이다.

 

 

海棠(해당) - 이규보(李奎報) 

 

海棠眠重困欹垂(해당면중곤기수)

恰似楊妃被酒時(흡사양비피주시)

賴有黃鶯呼破夢(뇌유황앵호파몽)

更含微笑帶嬌癡(갱함미소대교치)

 

깊은 잠에 들어 축늘어진 해당화여

양비 술에 취한 모습과 흡사하구나

마침 꾀꼬리 소리에 꿈에서 깨어나

다시 잔뜩 미소지며 교태 부리누나

 

수사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