过华清宫 绝句 三首(과화청궁 절구 3수) - 杜牧(두목), 리치 = 여지(荔枝)
무환자나무과에는 리치(荔枝)와 람부탄(紅毛丹) 그리고 용안(龙眼) 등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열대 과일나무들이 속한다. 그 중 하나인 리치는 동남아시아, 인도 및 아프리카와 하와이, 미국 남부, 중남미까지 전세계 열대 및 아열대지방에 널리 퍼져 재배되고 있지만 원 고향은 2천 년 전인 한나라 시대부터 재배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중국이다. 중국 이름은 여지(荔枝)인데 원래 이름은 이지(离支 =离枝)였다고 한다. 이 과일은 달린 가지와 함께 잘라서 보관하여야만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대 이시진이 본초강목에 당나라 유명 시인 백거이의 말을 빌려 만약 열매를 가지에서 분리하면 하루면 색이 변하고 3일이면 맛이 변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지(离支)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동한시대에 와서 지금의 여지(荔枝)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하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여지는 과일 이름이기도 하지만 여지가 달리는 상록교목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나무의 속명은 여지(荔枝)의 중국식 발음을 그대로 따라서 Litchi라고 하며 일반 영어명도 Litchi 또는 Lychee라고 쓰는데 발음은 영국식은 라이치에 가깝지만 미국식은 리치에 가깝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리치라고 등록되어 있다.
여지는 중국의 광동성과 복건성 및 광서성이 주 원산지인데 중국에서는 바나나(香蕉)와 파인애플(菠萝) 그리고 용안(龙眼)과 더불어 이 여지(荔枝)를 남국(南国) 4대 과품(果品) 즉 남방의 4대 과일로 꼽고 있다. 물론 이 중 파인애플의 원산지는 중국이 아닌 남미이다. 여지의 과일 맛은 꽃향기가 나고 약간 시면서 매우 달다고 한다. 보관이 어려워 우리나라에서는 청과 상태로는 맛보기 어렵고 통조림으로나 가능하다는 것이 아쉽다. 이 여지는 중국 한나라 시대 사마상여(司马相如, ? ~ 118 BC)의 상림부(上林赋)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래 수 많은 문인들이 시로 노래하였지만 그 중에는 당나라 말기 시인인 두목(杜牧, 803~852)의 과화청궁(过华清宫) 절구 3수(绝句 三首)라는 칠언절구 시가 가장 유명하다. 두목은 호가 번천(樊川)인데 대두(大杜)라고 불리는 두보(杜甫)에 비하여 91년이 늦은 803년에 태어난 미남 풍류시인으로서 소두(小杜)라고 불리며 자는 목지(牧之)이다.
여지를 매우 좋아한 당나라 현종의 총비 양귀비를 풍자한 시인데 화청궁(华清宫)은 현종과 양귀비가 사용한 장안 인근의 여산(驪山)에 있는 겨울 온천용 별장을 말한다. 양귀비를 위하여 수천 리 떨어진 산지에서 주야로 말을 달려서 직송해 와서 싱싱한 여지를 먹었다는 기록이 신당서 후비 양귀비전(新唐书 · 后妃 · 杨贵妃传)에 있다고 한다. 교통이 발달한 요즘도 산지 직송 과일을 맛보기가 쉽지 않는데 당현종 시절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따지면 통일신라 경덕왕 시절에 그 넓은 중국에서 수많은 말과 인력을 동원하여 수천 리 밖 영남에서 싱싱한 여지를 여산까지 운송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아무리 밤낮으로 말을 달려도 절대로 그 머나먼 남쪽 영남(岭南) 즉 광동성이나 광서성에서 운송해 오기는 불가능하였을 것이고 실제로는 양귀비의 고향 촉(蜀)지방의 부주(涪州) 즉 지금의 중경에서 운송해 온 여지라는 소동파의 주장이 통감당기(通鉴唐纪)에 실려있다. 그리고 여지의 수확기는 초여름이므로 양귀비와 현종이 화청궁이 아닌 장안의 궁에 있었겠지만 그만큼 나라를 뒤흔든 현종과 양귀비의 호화방탕한 생활을 호화별장과 엄청난 자원과 비용이 들어간 요란스러운 운송에 빗대어 풍자한 시이다.
이 시는 중국에서 고금을 빌려 현재를 풍자하며 당 현종이 백성을 사랑하지 않고 재물을 낭비하여 양귀비를 위해 여지를 무리하게 공급하고 당 현종이 거짓말을 쉽게 믿고 장기간 취생몽사하며 안록산이 당 현종과 양귀비를 위해 호선무를 펼치는 등의 전형적인 사건과 장면을 선택하여 예술적으로 요약한 것이다. 이는 역사를 교묘하게 요약할 뿐만 아니라 현실을 깊이 풍자하고 최고 통치자의 사치와 방탕으로 나라를 망친 것에 대한 시인의 깊은 분노를 표현한 것이다. 시 전체가 함축적이고 완곡하며 풍자 정신을 담고 있고 의미가 깊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서 绣成堆(수성퇴)는 화청궁에 있는 각종 정원수와 화초를 심은 정원을 말하며 妃子(비자)는 양귀비를 말하고 新丰(신풍)과 渔阳(어양)은 모두 지명이며 霓裳(예상)은 당나라 궁중 무곡을 말하는데 여기서 霓裳一曲(예상일곡)은 당현종 자신이 편곡한 霓裳羽衣曲(예상우의곡)을 말하며 千峰(천봉)은 여산의 여러 봉우리를 지칭하며 舞破中原(무파중원)은 황제가 향락에 빠져 중원을 망친 것을 말한다. 倚天(의천)은 웅장하게 우뚝 솟은 여산 궁전의 모습을 말하고 乱拍(난박)은 안록산이 육중한 몸뚱아리에 비하여 춤동작이 너무 민첩하여 박수가 박자를 제대로 맞추지 못함을 말한다.
过华清宫 绝句 三首(과화청궁 절구 3수) - 杜牧(두목)
其一(기 1)
长安回望绣成堆(장안회망수성퇴)
山顶千门次第开(산정천문차제개)
一骑红尘妃子笑(일기홍진비자소)
无人知是荔枝来(무인지시여지래)
장안 여산의 화청궁 수성퇴를 돌아 보니
산꼭대기 웅장한 궁성문이 차례로 열리고
말 한 필 흙먼지 날리니 양귀비가 웃는다.
여지가 도착하고 있음을 그 누가 알겠는가
其二(기 2)
新丰绿树起黄埃(신풍녹수기황애)
数骑渔阳探使回(수기어양탐사회)。
霓裳一曲千峰上(예상일곡천봉상)
舞破中原始下来(무파중원시하래)。
신풍의 푸른 숲에 노란 먼지 피어 오르고
어양으로 갔던 정찰대 몇 사람 돌아왔으나
춤과 노래 소리가 여산 천봉에 울려퍼지네
향락에만 빠져 중원의 파멸이 시작되었다네
其三(기 3)
万国笙歌醉太平(만국생가취태평)
倚天楼殿月分明(의천루전월분명)。
云中乱拍禄山舞(운중난박록산무)
风过重峦下笑声(풍과중만하소성)。
온나라가 음악소리에 태평하게 취하고
우뚝 솟은 누대전각 달 가운데 보이네
구름 속 살찐 안록산 바람같이 춤추고
웃음소리 첩첩산중 넘어서까지 들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