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漢詩(한시)

长恨歌(장한가) - 白居易(백거이) 3, 비익조(比翼鳥) 연리지(連理枝) 천장지구(天長地久)

낙은재 2025. 5. 12. 09:08

백거이의 장한가

 

 

당나라 대시인 낙천(樂天)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806년에 쓴 엄청나게 긴 칠언가행(七言歌行) 형식의 시인 长恨歌(장한가) 중 마지막 제3단을 소개한다. 여기서는 당 현종이 사람을 하늘과 땅으로 보내 양귀비의 혼백을 찾는 과정과 드디어 양귀비가 하늘의 봉래궁에서 당 현종의 사자를 만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백낙천이 35세인 806년 12월 섬서성 주질현위(盩厔县尉)로 재직할 당시 친구 왕질부(王质夫)와 소설가 진홍(陈鸿) 세 사람이 선유사(仙游寺)라는 곳으로 놀러 갔다가 우연히 당현종과 양귀비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가 나와서 누가 글로 쓰지 않으면 곧 잊혀질 것이라며 후세에 자세한 내막을 알리기 위하여 백낙천은 장시(长诗)를 쓰고 진홍은 전기(传记)를 쓰기로 하여 탄생한 작품이다. 마지막 天长地久有时尽(천장지구유시진) 此恨绵绵无绝期(차한면면무절기)라는 두 구절 때문에 시와 전기의 제목을 장한가(長恨歌)로 붙였다고 한다. 이 3단에서는 천장지구 외에도 비익조와 연리지라는 우리가 평소 많이 듣던 익숙한 용어도 등장하는데 이들 용어가 이미 당나라시대에도 널리 쓰였다는 것이 흥미롭다.

 

여기서 临邛(임공)은 사천성 공래시(邛崃市)에 있던 옛지명이며 鸿都(홍도)는 동한시대 도성 낙양궁문의 이름인데 여기서는 장안을 말한다. 上穷碧落下黄泉은 上穷碧落下穷黄泉으로 한 글자가 생략된 것으로 보이며 碧落(벽락)은 도가에서 천계을 지칭하는 말이다. 求之遍의 之(지)는 양귀비의 혼백을 말하며 仙山(선산)은 중국에서는 삼신산(三神山)이라고 일컫는 蓬莱(봉래)와 方丈(방장) 그리고 瀛洲(영주)산을 말한다. 缥缈(표묘)는 가물가물하고 희미하다는 뜻이며 缥渺(표묘)로 쓰기도 한다. 绰约(작약)은 단아하고 아름답다는 뜻이고 (태진)은 양옥환의 여도사 적 이름이며 参差(참차)는 가지런하지 못하고 들쑥날쑥한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차이가 크지 않음을 말한다. 金阙(금궐)은 도교에서 천상에 있는 궁궐을 말하고 西厢(서상)은 서쪽 사랑채 玉扃(옥경)은 신선이 드나드는 옥으로 만든 문을 의미하며 叩(고)는 두드리다(敲) 또는 조아리다는 뜻이고 小玉(소옥)과 雙成(쌍성) 모두 천상 서왕모의 시녀들 이름이다. 九華帳(구화장)은 화려한 꽃무늬 장막을 攬衣(남의) 옷을 걸치다라는 뜻이고 珠箔(주박)은 주렴(珠簾)을 말하여 珠箔银屏(주박은병)은 매우 화려하게 장식한 집을 이르는 말이다. 迤逦(이리)는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모습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순차적으로라는 의미로 쓰였다.

 

云鬓(운빈)은 귀밑머리를 말하고 花冠(화관)은 부녀자가 머리에 쓰는 아름다운 장식용 모자를 의미하고 袂(몌)는 옷소매(衣袖)이고 飘飖(표요)는 飘摇(표요) 또는 飘飘(표표)와 같은 의미로 나부끼다 또는 펄럭이다라는 뜻이며 猶似(유사)는 비슷하다는 의미이고 阑干(난간)은 여기서는 눈물이 줄줄흐르다라는 뜻이며 凝睇(응제)는 응시(凝视)와 같고 谢(사)는 고소(告诉) 즉 알린다는 뜻이다. 渺茫(묘망) 희미하다 막연하다는 뜻이고 昭阳殿(소양전)은 양귀비 생전에 쓰던 침궁으로 한나라 성제 때 조비연 자매의 처소로 썼다고 한다. 蓬萊宮(봉래궁)은 지상이 아닌 천상의 봉래신선의 궁전이며 人寰(인환)은 人间(인간)과 같은 말이며 股(고)는 넓적다리 또는 가닥을 의마하며 擘(벽) 손으로 가르다라는 뜻이고 但教(단교)는 但令(단령)으로도 쓰는데 여기서는 只要(지요) 즉 만약 ~라면이라는 뜻이다. 比翼鸟(비익조) 암수 함께 날아야만 날 수 있는 산해경(山海经)에 기록되어 있는 전설상의 새를 말하고 連理枝(연리지)는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맞닿다가 엉켜 하나로 연결된 것을 말하며 天長地久(천장지구)는 하늘과 땅과 같이 영원하다는 뜻이다.

 

눈과 날개가 하나 뿐이라서 암수가 합쳐야 날 수 있다는 비익조

 

 

 

长恨歌(장한가) - 白居易(백거이) 中(중) 第三段(제삼단)

 

临邛道士鸿都客(임공도사홍도객)

能以精诚致魂魄(능이정성치혼백)。

为感君王辗转思(위감군왕전전사)

遂教方士殷勤觅(수교방사은근멱)。

排空驭气奔如电(배공어기분여전)

升天入地求之遍(승천입지구지편)。

上穷碧落下黄泉(상궁벽락하황천)

两处茫茫皆不见(양처망망개불견)。

忽闻海上有仙山(홀문해상유선산)

山在虚无缥渺间(산재허무표묘간)。

楼阁玲珑五云起(누각령롱오운기)

其中绰约多仙子(기중작약다선자)。

中有一人字太真(중유일인자태진)

雪肤花貌参差是(설부화모참차시)。

金阙西厢叩玉扃(금궐서상고옥경)

转教小玉报双成(전교소옥보쌍성)。

闻道汉家天子使(문도한가천자사)

九华帐里梦魂惊(구화장리몽혼경)。

揽衣推枕起徘徊(남의추침기배회)

珠箔银屏迤逦开(주박은병이리개)。

云鬓半偏新睡觉(운빈반편신수각)

花冠不整下堂来(화관부정하당래)。

风吹仙袂飘飖举(풍취선몌표요거)

犹似霓裳羽衣舞(유사예상우의무)。

玉容寂寞泪阑干(옥용적막루란간)

梨花一枝春带雨(이화일지춘대우)。

含情凝睇谢君王(함정응제사군왕)

一别音容两渺茫(일별음용양묘망)。

昭阳殿里恩爱绝(소양전리은애절)

蓬莱宫中日月长(봉래궁중일월장)。

回头下望人寰处(회두하망인환처)

不见长安见尘雾(불견장안견진무)。

惟将旧物表深情(유장구물표심정)

钿合金钗寄将去(전합금채기장거)。

钗留一股合一扇(채류일고합일선)

钗擘黄金合分钿(채벽황금합분전)。

但教心似金钿坚(단교심사금전견)

天上人间会相见(천상인간회상견)。

临别殷勤重寄词(임별은근중기사)

词中有誓两心知(사중유서량심지)。

七月七日长生殿(칠월칠일장생전)

夜半无人私语时(야반무인사어시)。

在天愿作比翼鸟(재천원작비익조)

在地愿为连理枝(재지원위련리지)。

天长地久有时尽(천장지구유시진)

此恨绵绵无绝期(차한면면무절기)。

 

  

임공에서 온 도사가 장안에 머문다는데

정성을 들이면 혼을 부를 수 있다 한다.

귀비 그리워 잠못드는 군왕에 감동하여

즉시 방사에게 열심히 찾아보게 하였다.

허공을 갈라 번개처럼 빠르게 내달아서

하늘에서 땅끝까지 두루 비를 찾았다네.

위로는 천상의 세계 아래로는 황천까지

두 곳 모두 망망할 뿐 찾을 길이 없는데.

홀연 바다 위에 선산 있다는 소문 들어

그 선산은 아득한 먼 허공에 있다는구나.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 구름이 일어나며

그 곳에 단아하고 예쁜 선녀들이 사는데.

그 중 태진이라 불리는 선녀가 있었으니

하얀 피부와 고운 얼굴 귀비를 닮았다네.

황금 대궐 서쪽 건물의 옥문을 두드리고

시녀 소옥에 일러 쌍성에게 말을 전하니.

한나라 천자의 사자 왔다는 말 전해 듣고

화려한 장막 안 혼백 꿈에서 깨어 놀라네.

옷 걸치고 베개 밀고 일어나 서성이더니

주렴과 은병풍 순차적으로 열리고 있네.

잠에서 깬 듯 귀밑머리 한쪽으로 드리고

머리 화관 안 고친 채 대청에서 내려오네.

선녀의 옷깃 바람부는 대로 펄럭이니까

예상우의무 출 때의 모습 그대로이구나.

옥 같은 얼굴 쓸쓸한 눈물 줄줄 흐르네

배꽃 한 가지가 봄비를 머금은 듯하도다.

정 듬뿍 어린 눈길로 황제에게 감사하네

이별 후 목소리와 모습 둘 다 아련하여.

소양전의 깊은 사랑도 이미 끊어지었고

봉래궁서 보낸 세월은 워낙 길고 길어서.

머리 돌려 아래 인간세상 내려다 보아도

장안은 보이지 않고 안개 먼지뿐이로다.

그래서 아끼던 물건으로 깊은 정 표하니

자개함과 금비녀를 증표로 가져가시게나.

비녀 반 쪽에 함은 두 개 한 쌍 중 하나를

비녀와 자개함 나눠 각각 반을 가졌으니.

만약 마음이 함처럼 굳게 변치 않는다면

천상과 인간세상 어디서든 보게 되리라.

헤어질 즈음에 간곡히 다시 전하는 말이

두 사람만 알고 있는 맹세의 말 있으니.

7월 7일 견우직녀 만나는 날 장생전에서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한 우리의 약속.

하늘에 있다면 비익조가 되기를 원했고

땅에 있다면 연리지가 되기를 바랐노라.

하늘과 땅 영원해도 결국 끝이 있으련만

이들 비극적인 한은 끝없이 이어지리라.

 

 

뿌리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연결되는 연리지

 

천장지구라는 제목의 1993년 상영 홍콩영화
반쪽씩 갈라서 징표로 삼은 비녀와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