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과 식물/감나무과

2135 고욤나무 – 감나무의 대목으로 사용되는 자생종

낙은재 2025. 6. 20. 16:11

 

고욤나무는 교목이다.

 

 

 

 

감나무과는 진달래목(Ericales)으로 분류되는데 학명은 Ebenaceae로 표기한다. 감나무과는 전 세계 겨우 3개 속으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고욤나무와 감나무가 포함된 감나무속 즉 Diospyros속 하나만 등록되어 있다. 감나무속명 Diospyros는 고대 그리스어로 신성하다는 뜻인 dios와 열매라는 뜻인 pyros가 결합된 말로써 Zeus's wheat 또는 wheat(fruit) of the gods 즉 신들의 열매라는 뜻이다. 코카서스 지역에서 예로부터 고욤나무를 그렇게 즉 divine fruit라는 의미로 불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 문학작품 중 가장 오래된 서사시인 기원전 8세기경 인물인 호메로스(Homer)가 쓴 오디세이(Odyssey)에 이타카의 왕 오디세이(라틴명 율리시스)가 트로이전쟁 참전 후 귀국 중에 풍랑을 만나 로토파고스족(Lotus-Eaters)의 땅에 들어갔다가 그들이 준 로터스라는 열매를 먹고 환각에 빠져 고국으로 돌아갈 것을 거부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 당시 오디세이 부하들이 먹었다는 그 열매가 바로 이 고욤이거나 또는 앞 2124번 게시글에서 다룬 로투스대추라는 것이 현대 유럽인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감나무속의 학명 Diospyros는 엄밀하게 말하면 실제로는 감나무속이 아닌 고욤나무속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과명은 같은 감나무과라고 하면서 학명은 왜 엉뚱하게 Ebenaceae이라고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과명을 이렇게 붙인 이유는 감나무속은 거대한 속으로 전 세계 무려 787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는 전설의 열매라는 고욤나무 외에 우리가 잘 아는 중국 원산의 식용 감나무도 있지만 고급 목재로서 아주 유명한 흑단(黑檀)이 생산되는 열대 아시아와 아프리카 원산의 감나무 몇 종이 있는데 이들을 ebony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나무과를 영어로 ebony Family라고 하고 학명도 그에 따라서 Ebenaceae로 표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단어 자체의 의미로만 인식하면 감나무과 감나무속이 아닌 흑단과(family) 고욤나무속(genus)이 된다는 말이다.

 

 

ebony로 불리는 실론흑단나무도 감나무의 일종이다.

 

 

 

감나무속의 모식종은 그리스 인근 터키에서부터 동으로 서아시아와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와 중국을 거쳐서 우리나라에까지 매우 넓은 지역에서 자생하는 고욤나무이다. 열대 원산지에서는 30m까지도 자란다지만 유럽에서는 주로 15m까지 자라는 이 고욤나무는 서양에서는 전설의 신성한 나무이므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감나무속으로 등록된 11종 중 유일한 우리 자생종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과일인 감나무의 접목용 대목으로 쓰기 때문에 매우 유용한 수종인 것이다. 고욤나무의 학명 Diospyros lotus L.는 식물분류학의 창시가 린네가 1753년 명명한 것인데 종소명 lotus는 바로 전설상의 오디세이의 부하들이 먹었다는 그 열매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고욤나무가 동북 요녕성에서부터 남방 운남성, 티베트에까지 자생하는 중국에서는 이를 군천자(君迁子)라고 하는데 그 어원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시원하게 풀이하지 못하고 있다. 이 군천자(君遷子)라는 이름은 서진(西晋, 266~316)시대 문학자인 자사(左思, 250~305)가 삼국지 당시의 오나라에 대하여 쓴 오도부(吴都赋)에 처음 나타나는데 군천자(君遷子) 외에 연조(耎枣)라는 별명도 함께 기록했다. 연조(耎枣)는 부드러운 대추 모양의 열매라는 의미이므로 연조(软枣)라고도 쓰는데 이해가 가는 이름이다. 하지만 군천자(君遷子)에 대하여는 아무도 몰라서 이시진(李詩珍)이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아예 어원 미상(未詳)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명이 된 이유는 오도부 외에도 북송시대 사학자이자 문학자인 사마광(司马光, 1019~1086)이 명원(名苑)이라는 책에서 다시 君迁子似马奶(군천자사마내) 即今牛奶柿也(즉금우내시야) 以形得名(이형득명)이라고 즉 “군천자는 말의 젖꼭지를 닮았다. 즉 오늘날은 우내시라고 하는데 그 형상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서 내(奶)는 젖꼭지를 말하는데 고욤나무 열매가 말이나 소의 젖꼭지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군천자와 우내시 외에도 중국에는 고욤나무를 부르는 이름이 많은데 흑조(黑枣)나 영조(梬枣) 또는 모조(模枣) 정향조(丁香枣) 등 대추와 관련된 이름이 많고 야시자(野柿子) 또는 소시(小柿)라고 들감이나 작은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맹자(孟子)에 나오는 양조(羊棗)라는 별명도 있는데 이는 열매가 마치 양의 똥과 같이 생겼다고 붙은 이름이다. 그래서 양시조(羊矢棗)라고도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훈몽자회(訓蒙字會, 1527년)에도 수록된 내용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기원전인 선진시대(221~207 BC)에 저술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해경(山海经)의 남산경(南山)에 나오는 棪木(염목)이 바로 君迁(군천)인데 그 이유는 고대 염(棪) 자의 발음이 kiam인데 발음이 같은 군천(君迁)으로 점차 변했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에서는 고욤나무가 자생하지 않고 에도시대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작은 감이라는 의미에서 마메가키(マメガキ) 즉 두시(豆柿)라고 하거나 특별히 고욤나무를 많이 재배하는 나가노(長野)현의 지역명을 따라서 시나노가키(シナノガキ, 信濃柿)라고도 한다. 일본에서도 감나무의 대목으로 고욤나무를 많이 사용한다.

 

오디세이 부하들이 로투스라는 열매를 먹고 이성을 잃자 그들을 끌고 나오는 오디세이 모습

 

 

 

우리나라에서는 고욤나무를 1446년 발간된 훈민정음해례본이나 1517년 발간된 사성통해(四聲通解) 등에 한글로는 고욤이라 하고 한자로는 梬으로 표기하였다. 현재는 이 한자를 고욤나무 영 자로 읽지만 그 당시에는 영이 아닌 빙으로 읽었음을 1527년 발간된 훈몽자회(訓蒙字會)를 통하여 알 수 있다. 그 후 17세기에 와서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소시(小柿)라고 하면서 이 후 작은감이라는 뜻의 이 이름이 가장 널리 쓰이고 가끔 우내시(牛㚷柿)와 군천자(君遷子)라는 중국 이름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우리 이름 고욤의 유래 또한 정확하게 알 수가 없으나 훈민정음해례본에서부터 일관되게 사용해 온 이름인데 1921년 발간된 조선식물명휘에서 한자명은 君遷子로 영어로는 Koyom-namu라고 되어 있으나 이상하게 한글명을 고염나무라고 국명을 붙였고 곧이어 1937년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서도 그대로 따라서 고염나무라고 했다. 그러다가 1942년 발간된 조선산야생식용식물(朝鮮産野生食用植物)에서 고욤나무라고 제대로 바로잡아 기록하여 현재에까지 이르고 있다. 하지만 초창기 국내 식물분류학을 주도한 정태현선생은 1943년 그의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이번에는 고양나무라고 칭하여 마치 고욤이라는 명칭을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욤이라는 명칭은 비록 그 정확한 어원은 모르지만 조선 초 훈민정음해례본에서부터 사성통해 훈몽자회 동의보감 재물보 물명고 그리고 1880년 편찬된 한불자전 등 수많은 문헌에 일관되게 수록된 명칭인데도 이를 전혀 참고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일제치하에서 교육을 받은 이 분들은 이런 우리 고문헌 자료를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서 이해는 되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세상 어느 나라가 현대의 식물학자라고 할 수 있는 과거 본초학자들의 기록을 이렇게도 무시한다는 말인가? 지금이라고 식물의 명칭은 일본으로부터 신학문을 배운 몇 사람이 모여서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 정한 조선식물향명집이 아니라 조선시대 향약집성방과 허준선생의 동의보감 등 의서나 본초서 그리고 훈몽자회와 역어유해 지봉유설 삼림경제 성호사설 재물보 물명보 임원경제지 오주연문장전산고 등 실학자들이 남긴 각종 사서류들에서 그 뿌리를 찾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린네나 툰베리 지볼트 등 초창기 서양의 식물분류학을 만든 사람들도 모두 의사들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식물 명칭 결정에서 신농본초경이나 이시진의 본초강목이 절대적인 영향을 발휘한다. 그리고 일본도 대화본초나 화한삼재도회 등 본초서에 수록된 명칭을 매우 존중한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고욤이 말이나 소의 젖을 닮았다고 우내시(牛奶柿)라고 부른다.

  

 

고욤나무는 비록 유럽 원산은 아니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선상인 튀르키예와 코카서스지방에서 자생하는 데다가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의 작품에 신비한 열매가 달리는 나무로 등장하기에 일찍이 유럽에도 알려져 이미 17세기에 영국에도 보급되었다고 한다. 키가 12m까지 자라며 짙은 녹색 광택이 나는 잎이 특이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꽃이나 열매가 크게 눈길을 끄는 수종은 아니라서 널리 보급되지는 못하여 왔다. 기원전 문헌인 산해경에 이미 고욤나무가 등장하는 중국에서는 훗날 당나라 때 진장기(陳藏器)라는 사람이 신수본초(新修本草)의 오류를 바로잡고 내용을 보충하여 739년에 편찬한 본초학 서적인 본초습유(本草拾遺)에서 고욤나무의 약효를 정열(清热) 즉 열을 내리고 진심(镇心) 즉 마음을 진정시켜 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외에도 가로수로 심었으며 열매를 식용하거나 떡을 만들고 술을 빚으며 식초도 만들고 잎은 칠과 도료로 만들어 쓰며 단단하고 질긴 목재는 조각용이나 가구용 재료로 썼으며 탄닌이 많은 수피로는 인조면을 만들어 매우 다양한 용도로 썼다. 그리고 고욤나무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양성수이지만 응달에서도 잘 자라며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고 추위와 가뭄에도 강하고 수명도 길다. 따라서 종자번식이 어렵고 삽목도 어려운 데다가 내한성이 다소 약한 감나무의 접목용 대목으로 많이 써 왔다.

 

우리나라는 감나무속 수종들 중에서 고욤나무가 유일한 자생종이므로 가장 흔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도입된 감나무의 접목용 대목에는 거의 대부분 고욤나무를 활용해 왔다. 따라서 고욤나무 자체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는 편이라서 시골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나무이지만 눈길을 끌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고욤나무가 10m 이상 심지어는 20m 이상까지도 자란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고용나무에 암수가 있다는 것도 잘 모르고 감나무와는 달리 고욤나무는 종자번식도 가능하고 삽목에 의한 번식도 가능하다는 생육 정보에도 별 관심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욤나무를 감나무의 원시종이라고 생각하여 감나무의 씨를 심으면 고욤나무가 나온다는 설은 거의 진실인 것처럼 널리 퍼져 있다. 학명 Diospyros lotus인 고욤나무와 학명 Diospyros kaki인 감나무는 완전히 다른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현재 우리가 재배하는 감나무는 오랫동안 품질이 개량되어 온 품종이므로 종자를 심으면 그 형질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고 원시적인 원종의 모습이거나 그 유사한 형태의 소위 돌감이 달리는데 그 모습이 고욤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그렇게 인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때로는 감나무의 암꽃에 고욤나무 수꽃이 교잡되어 거기에서 탄생한 교잡종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 열매가 고욤과 비슷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게다가 만약 감나무가 추위 등으로 죽게 되면 접목한 부분 아래에서 나오는 새싹은 당연히 대목인 고욤나무이다. 

 

감나무속 수종들은 자웅이주이라서 암수 그루가 따로 존재한다. 다만 가끔 한 나무에서 암꽃과 수꽃이 같이 피는 잡성인 경우도 있다. 감나무의 경우는 항상 접목으로 번식하기 때문에 모두가 결실이 가능한 암그루이거나 최소한 잡성주라는 말이고 고욤나무의 경우는 암수 딴 그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고욤나무의 열매를 보려면 암수 나무를 각각 심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고욤나무의 내한성은 영하 21도로 감나무의 영하 17도보다는 강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한반도 전역에서 즉 북한 지역에서는 노지월동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말이다. 고욤나무의 영어 일반명은 date-plum과 Caucasian persimmon 또는 lilac persimmon이다. Date-plum은 그 열매의 맛이 대추야자와 자두의 중간이라서 붙은 페르시아 이름에서 온 것이며 Caucasian persimmon는 코카서스지역이 원산지이기 때문이며 lilac persimmon은 그 열매의 색상이 연황색에서 짙은 흑자색으로 성숙하면서 변화하는 것이 라일락 꽃 색상을 닮았기 때문이다.

 

 

 

등록명 : 고욤나무

학   명 : Diospyros lotus L.

분   류 : 감나무과 감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한국 중국에서 터키까지 아시아 거의 전역

중국명 : 군천자(君迁子) 연조(软枣) 흑조(黑枣) 우내시(牛奶柿) 영조(梬枣) 소시(小柿) 모조(模枣)

일본명 : 마메가키(マメガキ) = 두시(豆柿) シナノガキ(信濃柿)

영어명 : date-plum, Caucasian persimmon, lilac persimmon

수   고 : 15m 최대 30m

줄   기 : 흉고 지름 1.3m

수   관 : 근구형 편구형

수   피 : 회흑색 회갈색 심렬 혹 불규칙적 괴상 박락

소   지 : 갈색 종렬 피공 유지 담회색 대자색 평활 유시 황회색 단유모

동   아 : 협란형 갈색 선단급첨

엽   편 : 근막질 (장)타원형

잎크기 : 5~13 x 2.5~6cm

잎모양 : 선단 점첨 혹 급첨 기부 둔 관설형 근원형

잎색상 : 상면 심록색 광택 초 유모 후점탈락 하면 녹색 분록색 유모 맥상 교다 혹 무모

하면맥 : 중맥 하면 평탄 혹 하함 미유모 돌기 측맥 섬세 매변 7~10조 불규칙 망상

상면맥 : 초하함

잎자루 : 7~18mm 유시 단유모 상면 구

웅   화 : 1~3송이 액생 족생

꽃자루 : 근무경 6mm

꽃받침 : 화악 종형 4렬 열편 근원형 변연 첩모

수   술 : 16매 매 2매 연생 대, 복면 1매 교단, 무모

화   약 : 피침형 3mm 선단점첨 약격양면 장모

자   방 : 퇴화

자   화 : 단생

꽃자루 : 기무경

꽃색상 : 담록색 대홍색

꽃받침 : 4렬 심렬지중부 외면 하부 복조모 내면기부 갈색 견모

악   편 : 열편란형 4mm 선단급첨 변연 첩모

화   관 : 병모양 6mm 4fuf 가끔 5렬 열편근원형 3mm 반곡

수   술 : 퇴화 8매 화관기부 착생 2mm 백색 조모

자   방 : 정단외 무모 8실

화   주 : 4 유시 기부 백색 장조모 

열   매 : 근구형 타원형 지름 1~2cm 초숙시 담황색 후 즉변 남흑색 백색박람층 8실

종   자 : 장원형 1 x 0.6cm 갈색 측편 배면 교후

악   편 : 숙존 4렬 심렬지중부 열편란형 6mm 선단둔원

개화기 : 5~6월

결실기 : 10~11월

용   도 : 식용 약용 도료 접착제 목재 감나무 대목 정원수 가로수

내한성 : 영하 21도

 

감나무에 비하여 잎이 길쭉하다.
고욤나무 잎
웅화의 수술을 16개이다.
자화의 암술은 1개이지만 4개로 갈라진다.
고욤의 종자
동아와 수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