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과 수국속/나무수국

519 나무수국 '프라이콕스'와 하버드대학 부설 아놀드수목원

낙은재 2018. 8. 26. 13:56

나무수국 '프라이콕스'


나무수국 원예종들의 탐구를 이어간다. 이번에는 일본에서 야생하던 나무수국의 종자를 채취하여 미국에 가서 파종 발아시켜 재배한 것 중에서 특이하게 원종보다 약 1개월 가량 꽃이 일찍 피는 변종이 발견되어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이름을 붙이고 발표한 원예종인 나무수국 '프라이콕스'에 대하여 알아본다. 3~6주 일찍 개화한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특징은 없지만 이를 소중히 여기는 미국인들의 식물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정도를 알 수 있는 것 같다.


등록명 : 나무수국 '프라이콕스'

학  명 : Hydrangea paniculata ‘Praecox’

특  징 : 3~6주 일찍 개화, 높이 4m

육  종 : 일본 야생종 종자를 미국 하버드 아놀드수목원에서 발아시킨 것 중에서 발견, 1897년 발표


19세기 후반에는 미국의 정원에서는 주변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희귀한 정원수를 멀리 외국에서 들여와 심고 즐기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 당시는 다윈의 진화론이 과학계를 흔들고 있었고 마침 하바드대 식물학자인 Asa Gray가 북아메리카와 동아시아의 식물들이 많은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었을 때이다. 1890년대 초반 막 생겨난 아놀드 수목원의 창설자 겸 초대 원장인 C.S. Sargent는 아놀드수목원이 위치하는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환경에 적합한 세상의 모든 나무를 수목원에 심어보는 것이 꿈이어서 비슷한 환경대인 동아시아 식물에 대하여 관심이 매우 많았다. 그래서 그는 드디어 1892년 가을 원정대를 꾸려 10주간의 일본 식물탐사여행을 떠난다. 일본 남쪽보다는 주로 비슷한 기온대인 혼슈와 홋카이도를 탐사한 그는 약 200종의 식물 종자를 채집해 간다. 그 중 나무수국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에 가서 나무수국 종자를 파종하여 키워보니 그 중 유독 하나가 3~6주 일찍 꽃이 피는 것을 발견하고 1897년 그 내용을 발표한다. 몇 년 후 다시 종자를 채취하고 곧이어 하버드 식물분류학자인 Alfred Rehder교수에 의하여 ‘Praecox’라는 이름을 얻는다. Praecox는 premature 즉 일찍 꽃이 핀다는 뜻으로 우리말 이름 '올xxx'와 비슷한 맥락이다. 아놀드수목원에서 7월초에 개화한 이 나무수국을 보고 Sargent 자신은 “When in flower in early July it is one of the handsomest shrubs in the Arboretum”이라고 즉 수목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목 중 하나라고 극찬을 했다. 1841년에 태어난 Charles Sprague Sargent는 1872년 하버드대학 부설 아놀드수목원을 설립하여 1927년 그가 죽을 때까지 원장으로 재임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다녀간 E. H. Wilson도 1927년에 “Well worth the attention of all interested in hardy plants.” 즉 "노지월동 가능한 모든 나무 중에서 주목받을 만하다"라고 칭송했다. 


세상의 거의 모든 나무가 심어져 있는 아놀드에서 이 정도 멘트는 최고의 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약간의 과장은 있었겠지만 이 들은 나무수국을 그냥 말로만 한번 칭송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 나무수국이 지금도 아놀드수목원의 장미원에서 잘 보존되어 생존하고 있다고 하니 놀랍다. 지금은 무려 125세가 넘는 나이이다. 키가 4.7m이며 너비는 무려 7.5m에 달하는 이 고목이 개화할 때면 장관을 이뤄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고 한다. 그 자리가 과거 관목원에서 현재의 장미원으로 변경되었음에도 이 나무의 중요성 때문에 옮기지 않고 원래 그 자리에 그대로 남겨두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나무가 프라이스콕스의 원조이기도 하고 아놀드수목원의 설립자인 Sargent와도 인연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록 동양에서 온 나무이지만 소중하게 다루고 선배 식물학자를 존중하는 이런 풍토는 정말 배워야 할 점으로 보인다. 그저 과거 세대나 선배들의 단점만을 들춰내는 우리들과는 많이 달라보여 씁쓸하다. 우리도 일본 나카이와 함께 식물 조사를 위하여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다닌 정태현선생이나 이창복선생 같은 분들의 식물관련 일화가 많을 터인데 왜 별로 알려진 것이 없는지 모르겠다.



나무수국 '프라이콕스'

 

나무수국 '프라이콕스'


나무수국 '프라이콕스'


나무수국 '프라이콕스'


나무수국 '프라이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