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漢詩

春雪(춘설) - 韓愈(한유)

낙은재 2025. 4. 1. 20:59

 

 

 

 

며칠 전에 경상도지방에 산불이 한창이던 시기에 중부지방에서는 때 아닌 한파에 굵은 눈발이 내려 반쯤 피던 성질 급한 백목련 꽃을 갈색으로 변하게 만들어 일 년을 기다린 보람을 망쳐 버렸다. 올 해는 유난히 꽃들의 개화 순서가 예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매화와 목련이다. 즉 매화는 늦고 목련은 오히려 빠르다. 거의 매년 매화는 물론 살구나 벚꽃보다 약간이라도 늦게 피던 목련꽃이 올해는 매화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빨리 피고 있다. 그러다가 영하 3도까지 내려가는 꽃샘 추위와 함박눈을 만나서 그야말로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하지만 매화와 살구꽃 벚꽃 그리고 자두와 복사꽃의 개화 순서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후자 행앵도리(杏櫻桃李)는 모두 장미과의 Prunus라는 같은 속으로 분류되어 특성이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련과로 분류되는 목련은 벌 나비가 아닌 다른 곤충에 의하여 매개되는 꽃이기 때문에 벌 나비들의 출현시기에 맞추어 꽃을 피울 필요가 없으므로 나름대로 다른 기준에 의하여 개화시기를 결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대표적인 봄꽃인 벚꽃과 목련의 개화 순서가 일정하지 않고 해마다 기후 조건 등에 따라서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수종이 어떤 기준에 의하여 개화시기를 정하는지에 대하여는 아직 제대로 연구된 것은 없는 것 같다. 다만 가끔 목련이 벚꽃보다 빨리 피는 해가 있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수종들을 대개 꽃이 빨리 피도록 품종을 개량하고 있는데 목련의 경우는 그 반대이다. 목련은 개화시기를 늦추기 위하여 품종개량을 한다. 그러니까 가장 빨리 피어 늦서리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백목련의 경우는 예를 들면 개화시기가 거의 한달 가량 늦은 자목련과의 교잡을 통하여 품종을 개량하여 나온 것이 바로 프랑스 사람 솔란지가 개발하였다는 접시꽃목련인데 이를 솔란지목련이라고도 부른다. 이 수종의 특징은 꽃색상이 백색과 자주색의 중간이고 키도 중간급으로 백목련보다 작고 개화시기도 좀 늦다. 그래서 늦서리 피해는 대개 백목련이 많이 입고 자주색을 띤 목련들은 드문 편인 것이다.

 

개화가 빠른 백목련은 개화가 진행된 뒤에 눈이나 찬서리를 만나면 이렇게 냉해를 입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중국 당나라 유명한 문장가인 한유(韓愈, 768~824)선생이 봄에 눈이 내리는 광경을 보면서 쓴 春雪(춘설)이라는 시를 소개한다. 그는 눈이 봄꽃들을 망친 것에 대한 원망은커녕 전혀 다른 각도로 춘설을 바로 보고 있어 흥미롭다. 아마 개화 직전이라서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은 그의 나이 47세인 815년에 쓰여진 것이다.

 

春雪(춘설) - 韓愈(한유)

 

新年都未有芳華(신년도미유방화)

二月初驚見草芽(이월초경견초아)

白雪却嫌春色晩(백설각혐춘색만)

故穿庭樹作飛花(고천정수작비화)

 

새해가 되어도 도무지 꽃필 생각을 않더니만

이월에야 어린 새싹이 보여 놀랍기만 하다.

백설도 봄이 더디게 오는 것이 싫었던지

나무가지 사이로 눈꽃을 흩날리고 있네.

 

 

한유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당나라와 송나라의 뛰어난 산문 문장가 8명 중 한 명으로 꼽혀 당송팔대가로 불린다. 동시대의 유종원(柳宗元)과 송나라 때 구양수(欧阳修) 소순(洵) 소식(苏轼) 소철(苏辙) 왕안석(王安石) 증공(曾)이 그들이다. 특히 그들 중에서 유종원(柳宗元) 구양수(欧阳修) 소식(苏轼)과 더불어 천고문장사대가(千古文章四大家)로 불린다. 그는 육조시대 성행한 네 글자와 여섯 글자로 이루어진 번려체(騈儷体) 문풍을 경멸하고 고체 산문을 추앙하여 문장은 소박하고 꾸밈없이 기세가 웅장하게 써야 한다는 고문운동의 기원을 열어 당송팔대가의 대표로 존경 받아 문장거공(文章巨公)이나 백대문종(百代文宗)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참고로 당송팔대가는 명나라 초기 주우(朱右, 1314-1376)라는 사람이 육선생문집(六先生文集)을 펴내면서 당송시대 유명한 산문 문장가들을 선정한 것인데 여기에 소식의 형제 둘이 포함되어 나중에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로 불린 것이다. 그러므로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들인 시성(詩聖) 두보(杜甫)와 시선(詩仙) 이백(李白) 시불(시佛) 왕유(王維) 시귀(詩鬼) 이하(李賀) 그리고 시왕(詩王) 백거이(白居易) 등 기라성 같은 순수 시인들은 처음부터 거론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유선생과 당송팔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