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목련과 교잡종/백목련 교잡종

1238 목련 '페가수스' - 백목련과 황산목련의 교잡종

낙은재 2020. 12. 20. 16:05

목련  '페가수스' - 전형적인 관목 형태를 보인다.
목련  '페가수스'
목련  '페가수스' - 꽃잎이 6장이다. 

 

목련 '페가수스'는 학명으로는 Magnolia 'Pegasus'라고 쓰는데 여기서 품종명 Pegasus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날개 달린 말을 말하며 주로 백마로 묘사된다. 페가수스는 올림피아의 12신 중 하나인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그리스 신화의 영웅 페르세우스가 아름다운 처녀가 변하여 괴물이 된 메두사를 살해할 때 이를 안타까워 하며 메두사의 영혼을 모아서 날개 달린 말로 만들었다고 한다. 동양의 신화에서도 날개달린 말 즉 하늘을 나는 천마(天馬)라는 것이 있는데 동양에서는 옥황상제(玉皇上帝)가 타고 다니는 전용말이지만 서양에서는 달랐다. 페가수스는 헤라클레스 이전에 가장 위대한 영웅인 벨로로폰을 태우고 다니며 괴물 키메라를 처단하는 것을 돕는 공을 세운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제우스가 페가수스에게 하늘의 48개 별자리 중 하나가 되게 한다. 그게 바로 가을에 북쪽 하늘에서 보이는 페가수스 별자리이다. 그런데 왜 이 목련의 품종에다가 날개 달린 말의 이름을 붙였을까 그게 궁금하다. 꽃이 백색이라고 날개 달린 백마인 페가수스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말인가? 그래서 이러저리 알아보니 그 이유가 조금은 엉뚱하다.

 

날개 달린 말인 페가수스는 주로 백색으로 묘사된다. 가을 북쪽 하늘 

이 품종은 현재는 백목련과 중국 원산의 Magnolia cylindrica와의 교잡종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Pegasus'라는 품종명이 붙여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매우 긴 과정을 거친다. Magnolia cylindrica는 원래 중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천하 명산인 황산(黃山)에서 자생한다고 황산옥란(黄山玉兰)이라고 부르는 세계적인 희귀종인데 학명이 Magnolia cylindrica이라고 우리나라 국표식에는 2011년에 킬린드리카목련이라는 국명으로 등록되어 있던 것을 최근 1~2년 사이에 슬그머니 황산목련으로 이름이 변경된 수종이다. 얼핏보면 백목련과 비슷해 보이지만 키가 10m 미만으로 작고 화피편이 백목련과 같은 9장이지만 꽃받침 모양의 3장이 포함되어 있어 꽃잎은 6장에 불과하며 기부의 색상도 핑크색이 더 짙다. 어린 가지와 잎 뒷면에 털이 있으며 잎을 문지르면 매운 향기가 난다는 점 등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황산목련은 꽃잎이 6장인데 특히 열매가 실린더형이라고 종소명이 cylindrica로 명명되었다.
부모종인 꽃잎 6장인 황산목련(좌)과 꽃잎이 9장인 백목련(우)

이 황산목련은 원산지 중국에서도 국가보호식물로 지정될 정도로 귀한 수종이므로 세계를 돌며 희귀수종을 수집하던 미국 펜실베니아에 살던 여성 식물학자이며 미국 원예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Mary Gibson Henry (1884~1967)가 1936년 경에 중국 강서성 구강시에 있는 여산(庐山)식물원으로부터 이 종자를 구하여 미국에 돌아가 발아시켜 재배하면서 긴 여정이 시작된다. 묘목이 다 자란 1950년 경에 이를 삽목하여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수목원과 영국의 원예가 Harold George Hillier (1905~1985)경이 운영하는 영국 햄프셔에 있는 Sir Harold Hillier Gardens에 황산목련이라고 분양을 한다. 영국 해럴드 힐리어 식물원에서 다시 콘월에 있는 Trengwainton Gardens로 재분양되어 갔는데 바로 여기서 특이하면서도 대단한 모습을 보여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고 한다.

 

Mary Gibson Henry여사는 식물 채집을 다니면서 곰을 만나 직접 총 한 발로 처리할 정도로 용감한 여성이었다.
중국에서 미국을 거쳐 Sir Harold Hillier Gardens(좌)에 갔다가 최종적으로 Trengwainton Gardens(우)에 가서 발견되었다.

황산목련은 키가 6~10m의 소교목 또는 교목으로 자라지만 Trengwainton Gardens에서는 키가 3~5m까지만 자라는 데다가 줄기가 많이 나며 가지가 마냥 직립하지는 않고 나중에는 옆으로 퍼지는 특성을 보여 전형적인 관목 형태로 자랐다고 한다. 그리고 길이 15cm에 너비 7.5cm인 잎은 황산목련에 비하면 두꺼워 백목련에 가까웠으며 잎이 나기 전인 이른 봄에 피는 꽃은 길이 10cm로 마치 백목련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화피편 9장 중 3장은 매우 작고 투명한 꽃받침 형상이며 내부 6장의 화피편은 기부의 핑크색이 진하여 백목련과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 늦여름부터 10cm 길이의 원통형 열매가 달리며 잎을 상처내거나 문지르면 아니스(anise) 향기가 난다는 점에서는 황산목련을 닮았다고 한다. 참고로 아니스는 중동 원산 향신료의 일종으로서 흔히 지중해 원산인 회향(茴香)과 비슷한 향이 난다고 한다. 회향은 중국에서  팔각회향(八角茴香)이라고 불리는 중국 원산 팔각붓순나무와도 유사하다는데 우리나라는 모두 자생하지 않는다. 다만 이들과 비슷한 붓순나무가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자생하는데 학명 Illicium anisatum인 붓순나무의 종소명 anisatum이 바로 아니스와 비슷하다는 뜻이다. 원 세상에 식물의 종류가 이다지도 많은지...

 

중동의 아니스(좌)와 지중해의 회향(중) 그리고 타미플루의 원료인 중국의 팔각붓순나무(우) - 목련 '페가수스'의 잎에서는 이런 향이 난다.

 

여하튼 이 품종의 실물을 살펴 본 영국의 유명한 원예가이자 방송인인 Charles Roy Lancaster(1937~ )가 이 수종은 황산목련 원종은 아니고 백목련과 교잡된 종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중국에서 미국으로 갔다가 영국 해럴드 힐리어 가든을 거쳐서 즉 온 세상을 두루 날아 다니면서 여기 Trengwainton Gardens까지 온 품종이라고 날개 달린 말인 페가수스에 비유하여 Pegasus라는 품종명을 붙였다고 한다. 그리고 David Hunt라는 사람이 1998년에 펴낸 Magnolias and their allies에 수록됨으로써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품종은 사이즈가 적당하고 꽃이 아름다워 2012년 영국 RHS로부터 최고의 상인 우수 정원수 즉 AGM으로 선정된 바 있다.

 

등록명 : 목련 '페가수스'

학   명 : Magnolia 'Pegasus'

분   류 : 목련과 목련속 낙엽 관목

원산지 : 백목련과 중국 원산 황산목련의 교잡종으로 추정

육종가 : 영국 Trengwainton Gardens에서 발견 Roy Lancaster가 명명 1998년 소개

수   고 : 3~5m 

꽃특징 : 꽃잎 6장 꽃받침 3장, 기부가 핑크색인 백색, 길이 10cm

내한성 : 영하 29도

특   기 : RHS AGM 수상

 

목련  '페가수스'
목련  '페가수스'
목련  '페가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