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매화시를 가장 많이 남긴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2~1571)선생의 매화시를 보자. 중국의 많은 매화시나 고려말 또는 조선초 매화시와는 달리 퇴계의 매화시에는 정치적인 색채는 없다. 퇴계에게 매화는 견정불굴(堅貞不屈)의 의지를 가진 고결지사(高洁志士)라기보다는 세속의 띠끌이 없는 순수함과 아름답고 격조 높은 운치를 가진 사려 깊은 벗이자 스승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기존의 매화시를 남긴 문인들과는 전혀 다르게 매화를 꽃나무 그 자체로 보거나 중국의 도연명이나 임포와 같은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그에게 자연의 일부로서 풍류의 대상이거나 인격을 부여하여 수시로 교감하고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었던 것이다. 기존의 여타 시인들이 읊은 매화는 한겨울인 음력 정초에 눈과 얼음을 뚫고서 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