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산돌배나무를 탐구해 보자. 한때 우리나라에 배나무가 무려 24종이나 어지럽게 등록되어 있었지만 그 수종들을 일일이 구분할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했었다. 그래서 배나무속 수종들은 함부로 탐구할 엄두를 못 냈는데 이제는 그 수많은 종들이 대부분 돌배나무나 산돌배에 통합되어 대폭 정리되었다. 그런데도 배나무속은 여전히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도 산돌배와 돌배나무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흔히들 꽃받침 조각의 숙존 여부로 이들 둘을 구분한다고 말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 우리 과수용 배의 원조상이 돌배나무인지 산돌배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포털에 산돌배라고 올라 온 사진들 대부분은 산돌배인지 돌배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어려운 난제를 봉착한 느낌이 든다. 원래 한랭한 지역이 원산지인 산돌배가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북한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남한에서는 드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우리나라의 산돌배는 러시아 식물학자인 Karl Maximovich(1827~1891)가 중국과 극동러시아의 경계를 흐르는 우수리강 유역에서 발견한 표본을 대상으로 1857년 Pyrus ussuriensis Maxim.라고 명명한 학명으로 표기한다.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서부터 현재까지 이 학명으로 표기하고 있다. 다만 현재 국표식에는 Pyrus ussuriensis Maxim. ex Rupr.라고 끝에 사족(蛇足)을 달아 출판하여 발표한 사람은 다른 러시아 식물학자 Franz Josef Ruprecht(1814~1870)인 것처럼 표기하고 있는데 국제적으로는 모두 막스모비치가 명명하고 발표까지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여하튼 이 수종은 8~10월에 꽃받침 조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지름 2.5~3.8cm의 노란 열매를 맺는데 배 중에서 석세포가 가장 많아서 가장 단단하고 신맛이 강하여 그냥 생으로는 먹기가 곤란하여 냉동시키거나 한겨울까지 보관하였다가 먹거나 과즙으로 이용한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얼린 산돌배를 동리(凍梨)라고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정보 세 가지가 드러났는데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꽃받침 조각이 남아 있는 작은 열매가 노랗게 익는데 맛이 없다는 것이다. 산돌배는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자생한다. 산동성 이북 광범위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중국에서는 이를 추자리(秋子梨)라고 하는데 아마 백로(白露) 이후 완전한 가을에 접어든 다음부터 10월까지 수확하는 배라서 붙인 이름으로 보이지만 어디에도 그렇다는 설명은 없다. 중국에서는 이 수종을 산리(山梨) 또는 야리(野梨)라고도 부른다. 한랭하고 건조한 산이나 들에 많이 자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란 과피에 연한 갈색 반점이 있는 모습이 꽃잎처럼 보인다고 화개리(花盖梨)라고도 하며 재배품종의 경우 사과를 많이 닮아서 사과리(沙果梨)라고도 하고 신맛이 강하기에 산리(酸梨)라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산돌배 원종과 변종 두 종이 자생하며 일본 동북부에서 자생하는데 원종은 그 지역명을 붙여서 미치노쿠나시(ミチノクナシ) 즉 육오리(陸奥梨)라고 부르며 황록색으로 익는 변종은 관서지역을 중심으로 자생하는데 이는 아오나시(アオナシ) 즉 청리(靑梨)라고 부른다. 육오(陸奥)는 일본 본주의 최북단 오지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식물향명집에서부터 산돌배라는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중국의 산리(山梨)나 일본의 육오리(陸奥梨)와 상통하는 이름이다. 이제 우리 자생 배나무는 왜성종인 콩배나무를 제외하면 돌배나무와 산돌배 둘뿐이므로 둘만 잘 구분하면 배나무는 다 파악하는 셈이 되는데 결코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조건을 다 충족하는 산돌배가 주변에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도감이 틀렸나? 하지만 우리나라 도감뿐만 아니라 중국 도감에도 일본도감에도 서양의 도감에도 모두 위 세 가지 특징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어 도감의 오류일 가능성은 없다. 그럼 뭐라는 말인가? 진한 갈색 작은 배 사진을 보여주면서 산돌배라고 하거나 꽃받침 조각 즉 악편(萼片)이 탈락하고 전혀 없이 오히려 배꼽(臍)이 움푹하게 들어간 배를 산돌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뭐라는 말인가? 그리고 일부에서는 자기들 산돌배는 수분 함량이 많고 당도가 높아 그냥 생으로 먹어도 맛있다고 홍보한다. 이들 모두가 거짓이거나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이들 모두가 산돌배 원종인 것은 아니고 교잡종이거나 원예품종 또는 돌배나무가 일부 뒤섞여서 헷갈리게 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전술한 3가지 특징을 포함 돌배나무와 구분되는 산돌배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많다.
1. 악편(꽃받침 열편)이 탈락하는 돌배와는 달리 산돌배는 숙존(宿存)한다.
2. 다갈색인 돌배와는 달리 열매가 황색으로 익는다.
3. 신맛이 강하여 생식하기 어렵고 석세포가 가장 많아 가장 단단하다.
4. 돌배의 잎 거치는 안으로 휘어지지만 산돌배는 그렇지 않다.
5. 돌배와는 달리 암술대 기부에 부드러운 털이 있는 경우가 있다.
6. 열매의 배꼽이 들어가지 않고 반대쪽 기부(꼭지)만 약간 오목하여 주로 양쪽이 오목한 돌배와 구분된다.
7. 산돌배의 잎은 황색 또는 적색으로 아름답게 단풍이 든다.
8. 산돌배의 과경은 1~2cm로 짧다.
9. 가끔 꽃망울이 연한 핑크색을 띠는 경우가 있다.
10. 북방에서는 돌배에 비하여 개화(5월) 및 결실(8~10월) 시기가 늦지만 우리나라 남한에서는 반대일 수도 있다.
11. 돌배에는 동아 인편 가장자리와 끝에 융모가 있지만 산돌배는 없는 경우가 많다.
12. 산돌배는 내한성이 배나무 중에서 가장 강하다.
13. 타종과 교잡이 쉽게 이루어져 교잡종 개발에 많이 사용된다.
14. 온난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이른 봄 맹아가 동해를 입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우리의 의문이 풀린다. 배나무속 수종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산돌배는 다른 종과의 교잡이 쉽게 이루어져 자연교잡 또는 인위적인 교잡으로 수많은 교잡 품종이 탄생하였으며 특히 중국 북방지역에서는 과실수용으로 수많은 품종이 개발되어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 개발한 산돌배의 재배품종들은 색상도 다양하고 악편이 탈락하고 없는 경우도 많고 모양도 다양하며 생식이 가능하게 맛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외견상 산돌배 원종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드넓은 중국에는 세상에서 식용하는 배나무 거의 모두를 재배하고 있으므로 심지어는 산돌배와 돌배는 물론 서양배와의 교잡종도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산골 지방에서 직접 수확하였다는 산돌배인지 돌배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작은 배들은 대개 이런 교잡종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본의 산돌배 즉 미치노키나시(ミチノクナシ, 陸奥梨)는 유전자 분석 결과 거의 대부분 오래 전에 이루어진 교잡종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일제강점기 시절 이런 교잡종이 더러 도입되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다시 정리하면 작고 노랗고 악편이 남아 있는 맛이 없는 산돌배 원종은 요즘은 쉽게 보기 힘들고 우리 주변의 산돌배는 거의 대부분 교잡종들이라는 말이다. 이러고 보니 청도 상리에 있는 200년 고목도 직접 관찰하지를 못하여 그 정체가 궁금하다. 열매가 노랗게 익는 것 같던데 그렇다면 돌배나무가 아닌 산돌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참고로 최근에 산돌배로 흡수 통합된 우리 자생 9종은 다음과 같다.
▶문배나무(var. seoulensis) : 꽃이 큰 것.
▶참배(var. mecrostipes) : 열매의 지름이 5-6cm이고, 과피에 0.5mm정도의 껍질눈이 산재한 것.
▶털산돌배(var. pubescens Nak.) : 잎 뒷면에 털이 있다.
▶금강산돌배(var. diamantica Uyeki) : 잎 뒷면 맥위에 면모가 있고 잎이 타원형, 넓은 타원형 또는 타원형이다.
▶청실리(var. ovoidea Rehder) : 열매가 난상 원형 또는 타원형이다.
▶남해배(var. nankaiensis T.LEE) : 일년생가지와 엽병 및 열매자루에 털이 있다.
▶취앙네(var. acidula T.LEE) : 열매가 지름 4-5cm로서 햇볕에 닿은 곳이 붉은 빛이 돌고 톱니의 길이가 2-3mm이다.
▶합실배나무(var. viridis T.B.Lee) : 과육이 다른 종보다 더 단단하다.
▶백운배나무(var. hakunensis (Nakai) T.B.Lee) : 4m 왜성종으로 갈색 털이 많은 광양 백운산 특산종.
끝으로 돌배나무를 중국에서 사리(沙梨) 또는 석리(石梨)라고 하는 이유는 씹을 때 아삭아삭하는 석세포(石細胞) 즉 영어로는 sclereid라고 하는 후막 세포(厚膜細胞)가 과육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배나무를 영어로 sand pear라고도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석세포가 돌배의 과육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배에는 다 들어 있다. 정작 석세포가 가장 많은 수종은 바로 이 산돌배이다. 중국에서 원종이 아닌 여러 재배품종들의 석세포 함유량을 분석한 결과 중국 흰배(白梨)는 0.46% 서양배는 0.52% (돌)배는 0.55% 그리고 산돌배는 무려 1.89%로 가장 높게 나왔다고 한다. 아마 원종으로 분석하면 산돌배는 훨씬 더 높은 비율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석세포의 전체 함유량이 반드시 맛과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크기가 250미크론 이상인 석세포만이 맛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석세포의 총량을 기준으로 배의 품질을 결정하는 방법은 옳지 못한 것으로 판명된 것이다. 그리고 석세포는 배의 성장 초기에는 점차 증가하고 성숙 과정이 시작되면서부터 감소한다고 한다. 따라서 덜 익은 풋배가 가장 단단한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열매의 부분에 따라서 석세포의 분포도 다른데 열매 중앙의 석세포 함유량이 가장 높고 표피 부근이 다음이며 가운데 부분의 석세포 함량이 가장 낮다고 한다.
등록명 : 산돌배
학 명 : Pyrus ussuriensis Maxim.
분 류 : 장미과 배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자생종 중국
중국명 : 추자리(秋子梨), 산리(山梨) 야리(野梨)
일본명 : 미치노쿠나시(ミチノクナシ, 陸奥梨)
수 고 : 15m
수 관 : 넓게 퍼짐
줄 기 : 눈지 무모 미모 2년지 황회색, 자갈색, 노지 황회색 황갈색 희피공
동 아 : 비대 난형 선단둔 인편변연모 근 무모
엽 편 : 난형 관란형
잎크기 : 5~10 x 4~6cm
잎모양 : 선단단점첨, 기부원형 근심형 변연자망상 첨예거치
잎면모 : 상하양면 무모 유시 융모 곧 탈락
잎자루 : 2~5cm 눈시 융모 곧 탈락
탁 엽 : 선상피침형 선단점첨 변연선치 8~13mm, 조락
꽃차례 : 밀집 5~7송이
총화경 : 눈시 융모 곧 탈락
꽃자루 : 2~5cm 눈시 융모 곧 탈락
포 편 : 막질 선상피침형 선단점첨 전연 1.2~1.8cm
꽃크기 : 3~3.5cm 지름
꽃받침 : 악통외면 무모 미융모
악 편 : 삼각피침형 선단점첨 변연선체 5~8mm, 외면무모 내면융모
화 판 : 도란형 광란형 선단원둔 기부단조 1.8 x 1.2cm, 무모 백색
수 술 : 20 화판보다 단 화약 자색
화 주 : 5 이생 근기부 희소유모
열 매 : 근구형 황색 지름 2~6cm 악편 숙존 기부미하함 단과경
개화기 : 5월
결실기 : 8~10월
내한성 : 영하 40도
'장미과 아몬드아과 > 배나무속'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55 자작잎배나무 = 두리(杜梨) = 감당(甘棠) (2) | 2024.04.04 |
---|---|
1954 콩배나무 – 중국 두리(豆梨)의 왜성변종 (1) | 2024.03.30 |
1952 돌배나무 – 배나무와 위봉배를 흡수 통합 (2) | 2024.03.27 |
1951 돌배나무와 배나무의 통합명은 배나무라야 한다. (1) | 2024.03.25 |
1950 배꽃을 무척 사랑했던 우리 민족, 관련 시(詩) (3) | 2024.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