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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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 돌배나무 – 배나무와 위봉배를 흡수 통합

낙은재 2024. 3. 27. 15:04

 

돌배나무
돌배나무

 

 

우리말 한글로 된 최초의 식물목록집인 1937년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 배나무는 과수용 배나무가 아닌 중국 야생 배나무를 표본으로 명명된 학명 Pyrus serotina로 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일본 학자 나카이가 1926년 야생 원종은 Pyrus pyrifolia로 재배종은 Pyrus pyrifolia var. culta라는 변종으로 구분한 두 개의 학명을 새로 발표하면서 일본에서 전자를 산배나무(山梨)로 후자를 배나무(梨)로 부르기 시작하자 우리나라 학자들도 별 생각 없이 일본을 따라서 전자에게는 돌배나무를 후자에게는 배나무라는 국명을 1943년에 붙였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과일로 우리가 평소 접하는 배를 수확하는 나무를 배나무라고 부르고 그 원종인 야생종을 산배나무나 돌배나무로 부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식물분류학자들이 이렇게 명명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야생 원종을 배나무라 하고 재배종은 그 당시 인기 있던 일본에서 도입된 이십세기(二十世紀)나 장십랑(長十郞) 등의 품종명을 뒤에 붙여서 배나무 ‘이십세기’ 배나무 ‘장십랑” 등으로 표기했어야 했다. 아니면 이들 재배종을 통칭하여 재배종배나무 또는 과수용배나무 아니면 이창복박사가 나중인 1966년에 붙였던 일본배나무 등으로 불렀어야 마땅했다.

 

일본에서 야생 작은 것을 산배 재배용 큰 것을 배라고 하자 우리도 따라서 돌배와 배라고 불렀다. 이십세기 품종(우)

 

 

세상에는 여러 식물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원예품종들이 개발되어 있다. 관상용은 꽃을 아름답게 과수용은 열매가 크고 맛있게 품종이 개량되어 온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개량된 품종들에게 그 수종의 원래 이름을 붙인다면 크게 히트치는 새로운 품종들이 등장할 때마다 계속 그 수종의 이름을 따라가면서 옮겨갈 것인가? 왕벚나무와 겹벚나무가 아무리 인기가 높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관상용으로 심는 벚나무의 거의 70~80%를 차지해도 우리는 그들을 벚나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들은 원예품종이거나 교잡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벚나무라고 부르는 종은 관상용으로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야생하는 자생종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크고 맛있는 열매가 달리는 개량된 품종을 과수원에서 거의 100% 재배하더라도 배나무라는 명칭은 어디까지나 그 원종에게 붙여야 한다는 것은 식물분류의 기본 상식인데 어떻게 일본의 대표적인 학자 나카이나 우리나라 양대 식물학자라는 정태현 이창복박사 두 분이 그렇게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그 당시 한일 양국의 식물학자들은 재배용 배나무가 정말 야생 돌배나무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진심으로 납득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 당시는 유전자 분석 기술이 없었기에 그 혈통을 정확하게 추적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여하튼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원종은 돌배나무가 되고 재배종이 배나무가 된 마땅하지 않은 명칭이 현재까지 지속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에 전세계적으로 무분별하게 난립한 식물 학명들을 대통합하는 바람이 불자 우리나라도 그동안 수많은 학명들로 구분되어 있던 배나무 종류들이 거의 다 통합되어 이제 우리나라 자생 원종은 겨우 3종만 남게 되었다. 그게 바로 돌배나무와 산돌배 그리고 콩배나무이다. 아직도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백운배가 등록되어 있지만 이 또한 국제적으로는 산돌배에 통합되었다. 그런데 통합하고 나서 보니 이게 뭐란 말인가? 배나무속의 주인격인 배나무라는 명칭이 사라져 버리고 만 것이다. 배나무는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1943년부터 돌배나무의 재배용 변종으로 명명된 학명이므로 최근에 원종에 통합되었으므로 우리 국명도 관례대로 원종의 국명인 돌배나무가 남고 피흡수 통합된 배나무가 이명으로 처리된 것이다. 애당초 원종을 배나무로 하고 재배종에다가 재배종배나무라든지 아니면 일본배나무 등의 이름으로 불렀으면 지금에 와서 통합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이 넘어갈 수가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기에 이 사달이 난 것이다. 비록 원칙에는 다소 어긋나더라도 이건 당초 조선식물향명집에 제대로 되어 있던 이름을 도중에 잘못 붙인 것이므로 지금이라도 실수를 인정하고 예외적으로 바로잡아 통합된 명칭을 배나무로 부르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국제식물명명규약에도 오랫동안 굳어진 이름은 예외적으로 보존하는 이른바 보존명이라는 조항이 있지 않던가?

 

돌배나무를 우리 자생종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민가 주변 외에는 그 자생지가 제대로 발견되지 않아서 우리 자생종이라는데 의문을 품는 학자들이 있다. 이건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돌배나무는 중국 남방 지역과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이 원산지이며 오래 전에 우리나라와 일본에 도입된 것으로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여하튼 중국에서는 이 수종을 원종이나 재배종 구분 없이 사리(沙梨, 砂梨) 또는 석리(石梨)라고 한다. 그 과육에 아삭아삭한 석세포(石細胞)가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원종은 야생 배나무라는 의미에서 야마나시(ヤマナシ) 즉 산리(山梨)라고 부르며 재배종은 그냥 나시(ナシ) 즉 리(梨)라고 부른다. 우리의 돌배나무라는 이름이 중국의 석리(石梨)에서 온 것이라면 통합된 명칭을 돌배나무라고 해도 나름대로 명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초창기 조선식물향명집에서 배나무라고 했던 것을 야생종과 재배종으로 분리하면서 야생종에다가 돌배나무라고 명명한 점으로 볼 때 돌배나무는 야생 또는 품질이 떨어지는 배나무라는 뜻으로 붙인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돌배나무의 학명 Pyrus pyrifolia (Burm.f.) Nakai는 1926년 일본 학자 나카이가 재명명한 것인데 여기서 종소명 pyrifolia는 잎이 배나무를 닮았다는 뜻이다. 배나무속 수종을 보고서 생뚱맞게 배나무잎을 닮았다고 한 이유는 원래 네덜란드 식물학자인 Nicolaus Laurent Burman(1734~1793)가 1768년 이 수종을 무화과나무속으로 분류하여 Ficus pyrifolia Burm.f.라고 명명하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는 배나무속인 줄 모르고서 배나무잎을 가진 무화과나무라고 명명한 것이다.

 

돌배나무의 분포도인데 녹색부분이 자생지이며 자주색은 도입하여 재배하는 지역이다.
중국 사리(좌)와 일본 산리(우)

 

 

여하튼 최근에 거세게 불어오는 식물 명칭의 통합바람은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까지 전세계 식물학자들이 모두들 공명심에 불타 신종 명명에 지나치게 열을 올려 조금이라도 다른 점이 발견되면 일단 새로운 학명을 붙여서 발표하는 바람에 우리나라도 한때 수많은 자생 배나무 종이 존재하였지만 그 대부분은 산돌배에 통합되었고 전북 완주군 위봉산에 자생한다는 위봉배나무와 개위봉배나무 및 청위봉배나무 그리고 급기야는 배나무마저도 돌배나무에 흡수 통합되었다. 위봉배는 키가 6m로 돌배나무에 비하여 작은 편이고 잎도 길이 4~5cm로 작고 열매의 크기도 지름 1.6~2.2cm로 돌배에 비하여 작으며 검은색으로 열매가 성숙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개위봉배나무는 열매가 도란형이고 청위봉배나무는 과경이 짧고 열매가 녹갈색으로 익는 것이 특징이다. 글쎄 위봉배들은 아무래도 돌배나무와 콩배나무의 중간 특성 또는 교잡종 특성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현재는 국제적으로 돌배나무에 흡수되어 있다. 여하튼 그래서 과거에는 야생 돌배의 사이즈가 지름 2~4cm라고 하였으나 더 작은 위봉배가 통합되고 지름이 15cm나 되는 과수용 배나무마저 통합되었기에 이제는 돌배나무 열매 사이즈를 특정할 수 없게 되었다. 다음은 과거 자생종 배나무의 일종으로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돌배나무에 통합된 수종들이다.

 

▶배나무(var.culta NAK.) : 열매의 지름이 5-10cm이고 잎이 넓은 달걀모양 또는 난상원형이다.

▶위봉배나무(P. uipongensis) : 위봉산, 낙엽소교목, 작은 가지는 회갈색, 꽃받침조각은 결실후 탈락.

▶개위봉배나무 (P. pseudo-uipongensis UYEKI) : 잎이 원저이고 소과경이 짧으며 열매가 도란형이다.

▶청위봉배나무 (P. pseudo-calleryana UYEKI) : 소과경의 길이가 2.5-3.2cm이고 열매가 녹갈색이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취앙네와 남해배나무 백운배나무 문배 금강산돌배 청실리 참배 합실리 털산돌배 등 9종은 모두 산돌배에 통합되어 대폭 정리되었다. 따라서 국내에서 자생하는 배나무는 이제 돌배나무와 콩배나무 그리고 산돌배 3종만 남아 매우 단순해 졌다. 이들의 차이점은 우선 돌배나무와 산돌배는 키가 매우 큰 교목이다. 우리나라 국립수목원 국생종 도감에서 돌배나무의 키가 5m라는 잘못된 정보를 계속 제공하여 여러 사람들을 골탕먹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산돌배와 마찬가지로 최대 15m에 달하는 교목이다. 실제로 경북 청도 상리에 있는 수령 200년 이상 되었다는 돌배나무는 그 키가 18m라고 하여 국생정 도감의 5m와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콩배나무 즉 두리(豆梨)는 한중일 모두 자생하는데 약간씩 달라서 일본에서는 10m까지 자라며 중국에서도 5~8m까지 자란다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변종은 키가 주로 3m정도인 관목의 모습을 보여 돌배나무나 산돌배와는 사이즈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콩배는 열매의 지름도 1cm에 불과하여 그야말로 작은 콩만하여 산돌배나 돌배는 물론 돌배에 통합된 위봉배보다도 작다. 그래서 콩배나무는 그 사이즈가 아담하여 가정의 정원수로 적합한 유일한 우리 자생 배나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돌배나무와 산돌배는 열매 꼭지 반대쪽 끝에 꽃받침 조각이 계속 남아 있는지 여부로 쉽게 구분한다. 그 외에는 기본적으로 둘이 워낙 유사하여 쉽게 구분할 포인트를 찾기가 어렵다. 그래도 잎의 거치나 암술대 털의 유무, 열매의 모양, 단풍의 색상 맹아의 모양 등 약간씩 다른 점이 있기는 한다. 주로 북방에서 자라는 산돌배의 개화시기와 결실시기가 돌배에 비하여 1개월 가량 늦다는 것도 차이점이 된다. 이들 둘의 구분방법에 대하여는 앞으로 산돌배의 탐구를 마친 다음 좀더 알아보기로 한다.

 

청도 상리 돌배나무 수령 200년 이상 추정
콩배나무는 키도 작고 열매도 작아 쉽게 구분된다.
야생 돌배와 산돌배는 꽃받침의 존속여부로 쉽게 구분한다.

 

 

 

등록명 : 돌배나무

희망명 : 배나무

학    명 : Pyrus pyrifolia (Burm.f.) Nakai

이    명 : Pyrus pyrifolia var. culta (Makino) Nakai

이    명 : Pyrus serotina Rehder

이    명 : Pyrus uipongensis Uyeki

분    류 : 장미과 배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중국, (한국) (일본)

중국명 : 사리(沙梨, 砂梨) 석리(石梨) 마안리(麻安梨)

일본명 : 야마나시(ヤマナシ, 山梨), 나시(梨)

    고 : 7~15m

줄    기 : 소지 눈시 황갈색 장유모 융모, 곧 탈락, 이년지 자갈색 암록색 희소피공

동    아 : 장란형 선단원둔 인편 변연과 선단 장융모

엽    편 : 난상타원형 난형

잎크기 : 7~12 x 4~6.5cm

잎모양 : 선단장첨 기부원형 혹근심형 희관설형 변연자망거치 미향내합롱

잎면모 : 상하양면 무모 눈시 갈색면모

잎자루 : 3~4.5cm, 눈시 융모 곧 탈락

탁    엽 : 막질 선상 피침형 1~1.5cm 선단점첨 전연 변연장유모 조락

꽃차례 : 산형총상화서 6~9송이 지름 5~7cm

총화경 : 유시(幼時) 유모(柔毛)

꽃자루 : 유시 유모, 3.5~5cm

포    편 : 막질 선형 갈색융모

꽃크기 : 지름 2.5~3.5cm

꽃받침 : 3각란형 5mm, 선단점첨 변연 선치 외면무모 변연 갈색융모밀생

화    판 : 난형 1.5~1.7cm, 선단교치상 기부 단조(短爪) 백색

수    술 : 20, 화판의 1/2 길이, 화약 자색

화    주 : 5 이생 광활무모, 수술과 등장(等長)

열    매 : 근구형 천갈색 천색반점 선단미향하함 악편탈락, 야생종 2~3cm 지름, 산미

종    자 : 난형 미편 8~10mm, 심갈색

개화기 : 4월

결실기 : 8월

내한성 : 영하 29도

      

용문산에 있는 돌배나무 
돌배나무
돌배나무
야생이든 재배용이든 가시가 있다.
꽃받침과 암술
동아 끝에 융모가 있다.
돌배나무 수피
배나무 과수원과 신고(新高)라는 품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