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자생 배나무로서는 마지막인 콩배나무를 탐구해 보자. 콩배나무라는 이름은 1943년 정태현선생이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처음 붙인 이름인데 그 후 이창복선생도 1966년 그의 한국수목도감에서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여 현재 우리 정명이 되었다. 지름 1cm 정도의 콩알만한 작은 열매가 달리기에 콩배나무라고 한다. 콩배나무 원종은 결코 키가 아주 작은 관목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자생종은 키가 3m 내외인 관목 수준의 왜성 변종으로서 우리나라 중부이남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우리나라 특산 수종이다.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 수록되었던 돌배나무와 좀돌배나무를 1943년 통합하여 콩배나무라고 한 것이다. 당초에는 프랑스 식물학자인 Joseph Decaisne(1807~1882)이 1871년에 명명한 학명 Pyrus calleryana Decne.를 돌배나무라고 했고 독일 식물학자인 Camillo Karl Schneider(1876~1951)가 1906년에 명명한 왜성종 Pyrus fauriei C.K.Schneid.를 좀돌배나무라고 했다. 그러던 것을 1943년 정태현선생이 두 종을 통합하여 콩배나무로 부르고 학명은 미국 식물학자 Alfred Rehder(1863~1949)가 1920년 발표한 왜성 변종인 Pyrus calleryana var. fauriei (C.K.Schneid.) Rehder로 표기하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좀돌배나무가 그 당시 돌배나무의 변종으로 편입되면서 그 명칭을 콩배나무로 바꿔 부른 것이며 그 원종인 Pyrus calleryana는 한반도에 자생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콩배란 한자어로는 두리(豆梨)가 되는데 이는 중국에서 예전부터 쓰던 용어이며 우리 선조들도 아주 흔하게 쓰지는 않았지만 사용은 했던 용어이다. 조선 중기 문신 석천(石川) 임억령(林億齡,1496~1568)선생의 고창현모정(高敞縣茅亭)이라는 오언장편(五言長篇)에 정두리홍협(飣豆梨紅頰)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아마 빨갛게 익은 두리(豆梨)를 가득 담아서 나온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두리(豆梨)가 콩배인지 팥배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 선조들은 중국 문헌에 등장하는 감당(甘棠)과 두리(杜梨) 또는 당리(棠梨)를 팥배나무로 오인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에서 두리(杜梨)를 흔히 두리(豆梨)로 혼용하여 썼다. 실제로 이들은 국내서는 없던 다음에 탐구할 자작잎배나무를 중국에서 지칭하는명칭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선 후기의 실학자 오주(五洲) 이규경(李圭景, 1788~1856)선생이 편찬한 백과사전인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梨(리)와 棠(당)의 속명(俗名)이 두리(豆梨)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이 또한 뭔지 단정할 수 없다. 이규경선생은 주자(鑄字)용 판목(板木)을 나열한 것인데 그 용도라면 아무래도 교목인 팥배나무가 관목인 콩배나무보다는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두리(豆梨)보다는 오히려 중국 별명인 녹리(鹿梨)나 양수(阳檖) 산리(山梨) 등으로 기록한 내용이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문헌에서 드물게 보인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조선식물향명집 편찬 당시에 각 지방 향명을 중시한 것은 참 좋았지만 우리 선조들이 문헌으로 남긴 과거부터 쓰던 식물 명칭에 대하여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매우 아쉽다. 아마 컴퓨터가 없던 시절 과거 어느 문헌에 어떤 식물 이름이 등장하는지 일일이 찾기가 매우 어려웠던 것도 한 몫을 했을 것 같기는 하다. 과거 선조들이 녹리(鹿梨)나 양수(陽檖)라고 했던 것을 돌배나 좀돌배라고 하다가 콩배라고 변경한 것은 다분히 일본 이름 마메나시(マメナシ) 즉 두리(豆梨)를 따라서 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하튼 한중일 삼국이 공통으로 쓰는 이름이므로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1943년 그 당시 정태현선생은 콩배의 이명으로 흡수되어 버린 돌배나무라는 명칭을 지금의 배나무 원종에다가 재활용하여 붙였다. 그 결과 지금에 와서 배나무가 원종인 돌배나무에 통합되자 결국 애당초 콩배나무에 붙였던 돌배나무라는 명칭이 결국 우리가 현재 식용하는 과일 배나무의 통합 정명이 되어버려서 못내 아쉽기만 하다. 이에 대하여는 앞 게시글에서 누차 언급하였으므로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다.
이제 학명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자. 원래 이 수종은 이탈리아출신 프랑스 선교사로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중국어를 라틴어로 풀이하는 자성강목(字聲綱目)이라는 사전까지 편찬한 Joseph-Marie Callery (1810~1862)이라는 식물채집가가 중국에서 발견하여 가져간 표본을 대상으로 프랑스 식물학자인 Joseph Decaisne(1807~1882)이 1871년에 그의 이름으로 Pyrus calleryana Decne.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비단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은 조세프-마리 칼레리는 선교사가 되어 1836년 우리나라로 파견되었으나 아마 입국이 여의치 않아서 마카오에 머물면서 중국어를 공부하여 중국학 전문가가 된 사람인데 마카오에서 한국어도 공부하였다고 한다. 1846년 프랑스로 귀국할 때까지 마카오에 머물면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그리고 중국에서 수많은 새로운 식물의 표본을 채집하여 갔다고 한다. 헌종 2년이던 1836년은 또 다른 프랑스 선교사 피에르 필리베르 모방(Pierre Philibert Maubant)이 어렵게 압록강을 건너서 조선에 입국하였는데 이 사람이 최초의 서양인 선교사라고 한다. 그 선교사는 결국 조선에서 1839년에 순교하게 된다. 아마 조세프-마리 칼레리도 당초 계획대로 조선에 입국하였으면 그 많은 동양 식물 표본의 채집은커녕 목숨까지도 장담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가 칼레리의 이름으로 명명된 이 학명을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데 콩배나무를 교목으로 인식하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그대로 적용되나 우리나라는 키가 큰 원종은 자생하지 않고 왜성 변종만 자생하고 있기에 실상과 부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자생 왜성 변종에 대하여는 1901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식물을 채집하던 프랑스 선교사이자 식물학자인 Urbain Jean Faurie(1874~1915)가 서울 근교 야산에서 발견한 표본을 대상으로 독일 식물학자인 Camillo Karl Schneider(1876~1951)가 1906년 그의 이름으로 Pyrus fauriei C.K.Schneid.라고 명명하게 된다. 참고로 프랑스 선교사 위르뱅 장 포리는 그 때 북한산에서 산철쭉도 발견하였고 제주도에 가서는 참꽃나무와 솔비나무를 발견하였고 몇 년 후 재입국하여 울릉도에서 피나무잎등수국 등을 발견한 사람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후자인 우리나라 자생 왜성 변종 P. fauriei가 전자인 중국 두리(豆梨) P. calleryana의 변종으로 편입된 현재의 학명이 미국 학자에 의하여 발표되었는데 그게 바로 우리 콩배나무를 대상으로 명명한 것이다. 즉 이 왜성 변종은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되는 특산식물인 것이다.
중국과 일본에서 자생하는 학명 Pyrus calleryana Decne로 표기하는 원종은 키가 8~10m이며 일부 원예품종의 경우 서양에서 키가 15m까지도 자라는 사례가 있어 키가 겨우 3m 남짓한 우리 자생종 콩배나무와는 사이즈면에서 확연하게 다르다. 실제로 우리는 콩배나무를 관목이라고 하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교목이라고 한다. 그런데 차이점은 나무의 크기만은 아니다. 꽃도 작고 잎도 작다. 그리고 원종은 잎이나 잎자루 그리고 꽃자루와 꽃받침 등에 털이 거의 없지만 우리 자생종인 왜성 변종은 잎이나 꽃에 곧 탈락은 하지만 초기에 흰털이 밀생한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원종에 통합된 털이 있는 중국 변종인 모두리(毛豆梨) 즉 Pyrus calleryana f. tomentella와 유사한 면이 많다. 여하튼 중국에서는 콩배나무의 원종인 학명 Pyrus calleryana의 정명을 두리(豆梨)라고 하며 별명으로 양수(阳檖) 적리(赤梨) 당리(糖梨) 두리(杜梨) 이정자(梨丁子) 등으로 부른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원종을 마메나시(マメナシ) 즉 두리(豆梨)라고 하며 별명으로 이누나시(犬梨) 즉 개배나무라고 하여 품질이 떨어지는 배나무라는 뜻으로 부른다.
1908년 20세기 최고의 식물채집가인 영국 태생 어네스트 윌슨(1876~1930)에 의하여 서방세계에 최초 도입된 중국 콩배나무는 나름대로 단풍이 아름다웠지만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가 1950년대에 ‘Bradford’라는 피라미드형으로 최대 15m까지 자라는 품종이 미국에서 개발되면서 널리 식재되었다. 하지만 성장 속도가 빠르고 가로로 9m까지 뻗어 나가는 이 품종은 강풍과 폭설 등에 약하여 가지가 부러지거나 심지어는 넘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수명이 15~20년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순식간에 인기를 잃어 버렸다. 역시 원래 작은 콩배나무를 인위적으로 거대하게 키웠더니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게다가 열매가 작고 당분이 많아서 새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에 번식이 매우 왕성하여 주변 기존 식물들의 서식지나 개활지를 침해하여 미국 곳곳에서 환경위해식물로 지정되기도 한다. ‘Bradford’ 외에도 직립으로 좁게 키만 12m까지 자라는 ‘Chanticleer’라는 품종도 1950년대에 미국에서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다. 여하튼 콩배나무는 배나무로서는 드물게 관상용 원예품종이 개발되었다는 것인데 이는 무엇보다도 단풍이 매우 아름답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늦게까지 단풍이 들지 않아서 한랭한 지역에서는 단풍이 들기도 전에 잎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끝으로 콩배나무는 돌배나무와 마찬가지로 열매 배꼽에 꽃받침 조각이 남지 않고 탈락한다. 그 점에서 돌배와 비슷하지만 산돌배와는 차이점을 보인다. 나무의 크기와 잎과 꽃 그리고 열매의 사이즈가 전반적으로 돌배나무나 산돌배에 비하여 매우 작다. 그리고 열매가 다갈색인 돌배나무나 황색인 산돌배보다 어두운 흑갈색으로 익는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그리고 암술대가 돌배나무와 산돌배는 각각 5개씩인데 반하여 콩배는 2개가 기본이고 드물게 3개라는 점에서 쉽게 구분된다. 콩배나무를 군락으로 심을 경우 개화기에는 밤꽃과 유사한 비릿한 냄새가 난다고 하며 다른 배나무 대부분이 그렇듯이 콩배나무도 자가수분으로는 제대로 결실이 되지 않는 자가불화합(自家不和合)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실생 번식을 위해서는 다른 나무가 주변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하튼 배꽃에 대한 향수가 있다면 정원에 심을 만한 자생 배나무는 콩배나무가 유일하다. 아래는 국내 굴지의 한택수목원에 있는 오래된 콩배나무인데 여전히 키가 2~4m에 머물고 있다. 수목원 나무들은 전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유분망하지만 예쁘게 다듬으면 아름다운 정원수가 될 수도 있다.
등록명 : 콩배나무
이 명 : 돌배나무, 좀돌배나무
북한명 : 좀돌배나무
학 명 : Pyrus calleryana var. fauriei (C.K.Schneid.) Rehder
분 류 : 장미과 배나무속 낙엽 관목, 소교목
원산지 : 우리 고유종
중국명 : 원종 - 두리(豆梨), 녹리(鹿梨) 양수(阳檖) 적리(赤梨) 당리(糖梨) 두리(杜梨)
일본명 : 원종 - 마메나시(マメナシ) 즉 두리(豆梨) 이누나시(イヌナシ) 즉 견리(犬梨)
수 고 : 3~5m, 원종은 8~10m
줄 기 : 소지 조장 가시 원주형 유시 융모 곧 탈락 이년지 회갈색
동 아 : 삼각란형 선단담점첨 미융모
엽 편 : 관란형 란형 장타란형
잎크기 : 2~6 x 2~4cm
잎모양 : 선단점첨 기부원형 관설형 변영두거치
잎면모 : 양면 모 곧 탈락
잎자루 : 2~4cm, 모 곧 무모
탁 엽 : 엽질, 선산피침형 4~7mm, 무모
화 서 : 산형총상화서 5~9송이 지름 4~6mm
총화경 : 단무모
화 경 : 단모 1.5~3cm
포 편 : 막질 선상피침형 8~13mm, 내면융모
꽃특징 : 1.7~2.2cm 지름, 밤꽃과 비슷한 비릿한 냄새
꽃받침 : 악편 피침형 선단점첨 전연 외면백모 내면융모 변연교밀
꽃부리 : 난형 길이 13mm 너비 10mm, 기부 단조 백색
수 술 : 20개 꽃잎보다 짧음
화 주 : 2 희3, 기부무모
열 매 : 이과구형 지름 1~1.5cm, 흑갈색 반점 악편탈락 2(3)실 떫은 맛
과 경 : 세장 3cm
개화기 : 4월
결실기 : 8~9월
특 징 : 자가불화합성
내한성 : 영하 29도
용 도 : 목재, 배나무 대목용, 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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