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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唐棣之華(당체지화) – 논어(論語) 자한(子罕)편, 채진목

논어(論語) 자한(子罕)편 唐棣之華(당체지화) 偏其反而(편기반이) 豈不爾思(기불이사) 室是遠而(실시원이) 子曰(자왈) 未之思也(미지사야) 夫何遠之有(부하원지유) 당체의 꽃이 바람에 펄럭이니까 어찌 그대가 그립지 않으리요만 집이 너무 멀구나.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마음이 없는 것이지 어찌 멀다고만 하는가? 논어에 시경에는 등재되지 못한 고대 시가 인용되어 있다. 공자가 말한 그 깊은 내용의 음미는 논외로 하고 여기서 그동안 우리는 여기서의 당체(唐棣)를 거의 대부분 산이스라지 또는 산앵두나무라고 번역해 왔다. 학명 Prunus japonica로 표기되는 산이스라지(산앵두나무)는 중국정명이 욱리(郁李)이지만 별명으로 당체(棠棣)와 당체(唐棣) 그리고 작매(雀梅)와 작매(爵梅) 등 다양하게 불리는 것이다. 그래..

海棠(해당) - 蘇軾(소식), 수사해당, 중국꽃사과나무(海棠花)

송나라 대시인 동파거사(東坡居士) 소식(蘇軾, 1037~1101)이 1084년에 쓴 해당이라는 칠언절구(七言绝句) 시이다. 밤이 깊으면 해당이 잠이 든다는 것은 양귀비가 당현종과 연회 중에 술에 취해 잠이 들자 황제가 海棠睡未足耳(해당수미족이)라고 ‘해당화가 수면이 부족한 것뿐이다.’라고 두둔한 것을 은유한 것이다. 이후 해당화는 화귀비(花贵妃), 화존귀(花尊贵) 등으로 불리면서 황실 정원에서도 목련(玉兰)、모란(牡丹)、목서(桂花) 등과 함께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정원수 중 하나가 된다. 물론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해당화는 단연 수사해당(垂絲海棠)과 서부해당(西府海棠)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정명으로 해당화(海棠花)라고 불리는 수종은 따로 있는데 그게 바로 우리가 중국꽃사과나무라고 부르는 Malus s..

寺庭看楙花(사정간무화) – 김시습(金時習), 명자꽃

조선 초기의 문인이자 불교 승려인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1435~1493)선생의 ‘사찰 뜰에서 무화를 보고’라는 뜻의 사정간무화(寺庭看楙花)라는 시를 소개한다. 여기서 무(楙)는 모과를 말한다고 1527년에 어문학자 최세진(崔世珍)이 펴낸 한자 학습서인인 훈몽자회(訓蒙字會)에도 楙(무)는 모괏 무로 풀이되어 있다. 그런데 그 당시의 모과는 관목에 작은 열매가 열리는 현재의 명자꽃 즉 산당화를 말한다. 그리고 교목에 큰 열매가 달리는 현재의 모과는 명자(榠樝)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둘 다 중국에서 도입된 외래종인데 중국에서 그 당시 그렇게 불렀기 때문이다. 훈몽자회에 榠(명)은 명쟛 명으로 樝(자)는 명쟛 쟈로 풀이되어 있다. 현재의 명자꽃은 신라시대부터 도입되어 모과(木瓜)라는 이름으로 이 땅..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백석, 갈매나무의 올바른 이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김소월과 윤동주시인을 가장 좋아하고 시인들은 백석을 가장 좋아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그리고 백석의 시 중에서도 해방 직후 일터도 잃고 아내도 잃고 집도 잃어 거의 빈털터리가 된 시인이 만주에서 고향 정주로 오는 도중에 신의주에서 허름한 셋방을 얻어서 구차하게 생활하면서 쓴 제목조차도 붙이지 못하였던 시를 시인들은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남쪽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포함된 이 시를 나중에 친구가 주소지를 그대로 제목으로 하여 1948년 발표하였는데 그게 바로 남신의주(南新義州) 유동(柳洞) 박시봉방(朴時逢方)이다. 여기서 시인이 당면한 고난을 이겨내기 위하여 의지를 불태우는 핵심 포인트는 바로 굳고 정한 갈매나무인 것은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왜 갈매나무를 드물고 굳고 정하다고 했..

시(詩)/한글시 2025.04.19

The Road Not Taken(가지 않은 길) - Robert Frost

미국 뉴햄프셔 농장에서 오랫동안 지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는 그 지방의 아름다운 자연을 맑고 쉬운 언어로 표현하면서 자연 속에서 인생의 깊고 상징적인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 시인이다. 그는 20세기 미국 최고의 국민 시인으로서 전후 4회에 걸쳐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1915년에 발표된 것인데 해석이 복잡하면서도 다양하다. The Road Not Taken - Robert Frost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To where it ben..

Splendour in the grass -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영국의 낭만주의 대표 시인이자 계관시인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1850)가 1807년에 발표한 11련으로 구성된 매우 긴 시인데 바로 이 10련이 나탈리 우드와 워렌 비티가 주연한 유명한 헐리우드 영화 ‘초원의 빛’에서 나탈리 우드가 암송하는 장면이 나오는 바로 그 시이다. 원 제목은 Ode : Intimation of Immortality from Early childhood 즉 송가 : 어린 시절 추억에서의 영생불멸의 암시이다. Ode : Intimation of Immortality from Early childhood - William Wordsworth XThen sing, ye Birds, sing, sing a joyous song!And l..

지당화(地棠花) – 이규보(李奎報), 황매화(黃梅花)

매화를 닮은 노란 꽃이 매년 4~6월까지 매우 장시간 피고 지는 관목이 있는데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황매화(黃梅花)라고 하며 그 겹꽃이 피는 품종을 죽단화라고 하다가 최근에는 둘이 통합되어 모두 황매화로 통한다. 중국 원산인 이 꽃이 우리나라에는 중국 정명인 체당(棣棠)보다는 별명인 지당화(地棠花)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놀랍게도 고려시대 대표적인 문인인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지당화(地棠花) 관련 시가 몇 편 수록되어 있다.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선생은 황매화를 무척 사랑한 나머지 거의 마니아 수준이 되어 도대체 왜 이 황매화를 지당화라고 부르는지를 몰라서 매우 궁금해 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다음과 같은 시도 남겼다. 이 관목의..

海棠(해당) - 이규보(李奎報), 수사해당(垂絲海棠)

식물에 조예가 상당히 깊었던 고려 무신정권 시절 문순공(文順公) 이규보(李奎報, 1168~1241)선생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전집(東國李相國全集)에 海棠(해당)이라는 용어가 국내서는 처음이면서도 여러 번 등장한다. 특히 권제16의 海棠(해당)이라는 제목의 다음과 같은 고율시(古律詩)를 보면 이 해당은 분명 수사해당(垂絲海棠)임을 알 수가 있다. 이규보선생은 당명황과 양귀비의 고사를 알았기에 꽃자루가 아래로 처지며 피는 수사해당을 잠든 모습이라며 술에 취한 양귀비의 모습에 비유한 것이다. 중국의 고사란 당말기 왕인유(王仁裕, 880~956)라는 문인이 그가 쓴 개원천보유사(开元天宝遗事)라는 소설에서 唐玄宗曾和杨贵妃在沉香亭赏花(당현종증화양귀비재침형정상화) 唐玄宗将杨贵妃比作会说话的垂丝海棠(당현종장양귀비비작회..

꽃자루가 길게 아래로 처지는 품종은 수사해당(垂絲海棠)이지 서부해당이 아니다.

봄이 되어 온갖 꽃들이 피어나니 매우 즐겁기는 하지만 해 마다 눈살을 크게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 있어 마음이 편치 않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서 정원수로 가장 인기가 높은 수종 중 하나인 학명 Malus halliana의 국명을 아마 2011년 처음 등록할 때에는 할리아나꽃사과라고 하다가 2017년에 서부해당으로 변경한 것 때문이다. 원산지 중국명이 수사해당(垂絲海棠)인데도 이를 자기들 마음대로 서부해당(西府海棠)으로 변경해 버린 것이다. 이건 마치 전임 미국 대통령 레이건의 사진을 걸어 놓고서 젊은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클린턴이라고 이름표를 붙이고 우기고 있는 것과 같은 황당한 짓이다. 로널드 레이건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모르면 차라리 이웃집 아저씨라고 이름을 붙였어도 이렇게 혼란스럽지는 않을 것인데 왜 ..

능금 – 김춘수

21세기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춘수(金春洙, 1922~2004)시인이 1959년 발표한 능금이라는 시의 1연이다. 달콤한 향이 나는 새빨간 자그마한 능금이 저절로 떠오른다. 능금 – 김춘수 그는 그리움에 산다.그리움은 익어서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그리움은 마침내스스로의 무게로떨어져 온다.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눈부신 축제의비할 바 없이 그윽한여운을 새긴다. 사과의 고장 대구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김춘수시인이 염두에 둔 나무가 사과나무인지 능금나무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도 없고 굳이 알 필요도 없겠으며 실제로 민간에서는 사과와 능금을 거의 같은 용어로 사용한다. 같은 지역에서 사과축제라고 했다가 능금축제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식물분류학적으로는 사과나무..

시(詩)/한글시 2025.04.17

樱桃樊素口(앵도번소구) - 白居易(백거이), 앵도는 중국 체리이다.

이번에는 비록 시(詩)라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가 미인을 비유할 때 흔히 듣는 앵도 같은 입술과 버들 같은 허리라는 말의 유래가 되는 백거이의 표현을 알아본다. 백거이가 처음 쓴 이 말은 구당서(旧唐书) 백거이전(白居易传)에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번소(樊素)와 소만(小蛮)은 노래하고 춤추는 아름다운 기녀들의 이름이다. 여기서 앵도같은 입술은 단순히 붉은 색 입술이라기보다는 붉으면서도 작은 입술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樱桃樊素口(앵도번소구)杨柳小蛮腰(양류소만요)번소의 입술은 앵도와 같고 소만의 허리는 버들과 같다. 이 표현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 시에서 말하는 앵도(櫻桃)는 모두 우리가 알고 있는 앵두가 아니고 중국 체리라고 불리는 키가 6~8m까지 자라는 벚나무 또는 그 열매인 중국 체리를 말한다..

海棠(해당) - 진화(陳澕), 자도(紫桃)와 자두

우리 이름 자두는 한자어 자도(紫桃)에서 변형된 말로서 앵두나 호두가 앵도(櫻桃)와 호도(胡桃)에서 변화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그런데 호도는 중국에서 호두를 부르는 정명이고 앵도도 중국에서 서양벚나무의 열매인 체리나 앵두(毛櫻桃)를 부르는 이름이므로 중국에서 온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비록 복숭아는 아니지만 그 형상 등이 복숭아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그렇게 불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도(紫桃)는 중국에서도 이런 용어가 있기는 하지만 과거나 현재나 모두 복숭아의 한 종류 즉 열매의 겉 표면과 과육이 자색인 복숭아 품종을 지칭하는 말이지 자두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지는 않았다. 다만 털이 없는 열매 모습이 자두와 유사하여 자두의 품종으로 착각하여 조선조에서 자두를 왕족의 성씨인 李로 표기하지..

宿永平客館用前韻寄申御史兼簡李使君(숙영평객관용전운기신어사겸간이사군) - 서거정(徐居正)

조선 초기에 형조판서 좌찬성 등을 역임한 문신인 사가정(四佳亭)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이 영평의 객관에 묵으면서 앞의 운을 사용하여 신어사에게 부치고 겸하여 이사군에게 적어 부치다.(宿永平客館用前韻寄申御史兼簡李使君)라는 매우 길고도 어려운 제목의 시이지만 내용은 7언절구로 짧다. 영평(永平)은 경기도 북부에 있던 현 이름이며 지금의 포천시에 해당한다. 지금도 그 지역을 흐르는 하천의 이름을 영평천이라고 한다. 그의 호 사가정 또한 영평천 인근의 지명에서 온 것이라는 설이 있다. 현재 서울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은 바로 그 지역에서 옛날 서거정선생이 살았기에 붙인 이름이다. 신어사(申御史)와 이사군(李使君)은 사람을 직책을 붙여서 부르는 말이다. 이 시는 고려시대 이조년의 다정가를 패러디한 작..

梨花下自詠(이화하자영) – 이색(李穡)

고려말 삼은(三隱) 중 한 사람인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의 이화하자영(梨花下自詠)이라는 5언 율시이다. 조선에서 과거에 장원급제하고 다시 원나라 과거에도 합격하여 주목을 받았던 목은 이색은 고려말 개혁을 앞장서서 주도하였으나 이성계의 조선 건국에는 반대하였다. 그래서 그와 대척점에 있던 강경파 정도전과 남은 등은 조선 개국 후 그의 처형을 시도하였으나 이성계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왕자의 난 이후 정도전과 남은 등이 숙청되고 태종(太宗) 이방원이 즉위하면서 이색의 측근인 권근이 새로운 권력의 중심이 된 조정으로부터 ‘동방(東方)의 대유(大儒)’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그의 학문은 고려에 이어 새로운 조선에서도 여전히 도학(道學)의 중심에 위치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

다정가(多情歌) – 이조년(李兆年), 한시(漢詩) 버전

배꽃과 관련된 우리 선조들의 시 중에서 시기적 순서에 의하여 다음으로 소개할 시가 바로 우리 국민들 거의 모두가 알고 있는 만고의 명시조 다정가(多情歌)이다. 한글로 쓰여진 “이화에 월백하고~”에 익숙하여서 그런지 이 작품이 이렇게 이른 시기에 쓰여진 작품일 줄은 정말 상상하지 못했다. 작가 이조년(李兆年, 1269~1343)선생은 고려 24대 원종에서부터 28대 충혜왕시대까지 살았던 문신이다. 고려 마지막 공양왕이 34대인 점으로 봐서는 완전히 고려 말기라고 말하기도 그렇다. 가장 이른 시기에 이화 관련 시를 남긴 이규보선생에 비하여 겨우 100년 늦게 태어나신 분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 시조문학의 역사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조 ..

落梨花(낙이화) - 김구(金坵)

고려 후기의 원간섭기에 재상까지 지낸 문신인 지포(止浦) 김구(金坵, 1211~1278)선생의 문집인 지포집(止浦集)에 실린 낙이화(落梨花)라는 시이다. 정말 봄바람에 휘날리는 배꽃잎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듯 하다. 落梨花(낙이화) - 김구(金坵) 飛舞翩翩去却廻(비무편편거각회)倒吹還欲上枝開(도취환욕상지개)無端一片黏絲網(무단일편점사망)時見蜘蛛捕蝶來(시견지주포접래) 펄펄 춤추며 날아 가다가 되돌아 와도로 가지 위로 올라가 피고자 하네어쩌다 한 조각이 거미줄에 붙으면거미가 나비 줄 알고 잡으러 오네

天壽寺門(천수사문) – 이규보(李奎報)

고려시대 문신인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 1168~1241)선생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실린 천수사문(天壽寺門)이라는 시이다. 이규보선생은 어릴 때부터 재능이 뛰어나 기재(奇才)라는 소리를 들었으나 자유분망하여 형식적인 과거문을 멸시하여 연속 과거에 낙방하다가 나중에 장원으로 합격하였으나 관직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낙심하고 24세에 개경 북쪽에 있는 천마산에 들어가 장자(莊子)에 관심을 보이며 시문이나 지으면서 살았다고 한다. 아마 그 때 식물과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식물 관련 시들도 그때 지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다가 나중에 생활고 문제도 있고 감투에 대한 욕심이 있어 관직을 원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32세 때 무신정권의 실권자 최충헌을 ..

春风(춘풍) - 白居易(백거이), 앵행도리(櫻杏桃梨)

春风(춘풍) - 白居易(백거이) 春风先发苑中梅(춘풍선발원중매)樱杏桃梨次第开(앵행도리차제개)。荠花榆荚深村里(제화유협심촌리)亦道春风为我来(역도춘풍위아래) 봄바람 불어와 정원의 매화가 먼저 피고앵도와 살구꽃 복사꽃 배꽃이 차례로 핀다깊은 산골 마을의 냉이꽃과 느릅열매도 봄바람이 나에게도 불어온다고 말하네요. 이 시는 당 문종 대화 5년 즉 831년에 지은 것으로 당시 59세인 백거이는 낙양에서 하남윤을 지내고 있었다. 여기서 荠花(제화)는 냉이꽃을 말하고 榆荚(유협)은 느릅나무 열매를 말한다. 정원에서 가꾸는 아름다운 꽃이든 산골 마을 들판에서 저절로 자라는 들꽃이든 봄바람은 공평하게 대하여 특별히 어느 쪽을 더 후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래서 시인은 통치자에게 인재를 골고루 중용하고 편..

春望詞(춘망사) - 薛涛(설도), 동심초(同心草)

배꽃과 관련된 한시를 언급하면서 당나라 4대 여류시인 중 한 명이며 탁문군 등과 더불어 촉(蜀)의 4대 재녀(才女)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설도(薛涛, 768~832)라는 시인의 춘망사(春望詞)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양민 출신으로 한때 기녀생활을 하였던 그녀가 809년 서촉으로 갓 부임한 11살이나 어린 원진(元稹)과 사랑에 빠졌다가 원진이 타지로 전근가면서 4개월 만에 이별하게 된다. 그래서 설도(薛涛)가 그 아픔을 노래한 시가 바로 춘망사(春望詞)이기 때문이다. 일설에는 809년 처음 만났다가 헤어진 다음 5년 후인 814년 강릉(江陵)에서 재회하였다고 한다. 재회 당시 원진은 상처(喪妻)한 상태이었기에 서로 장래를 약속을 하여 설도(薛涛)는 기대감을 갖고 성도로 돌아왔으나 원진이 곧 다른 여인과 ..

江岸梨花(강안이화) - 白居易(백거이)

이번에도 배꽃과 관련된 초창기의 유명한 시 중 하나인 서기 809년에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당나라 대시인 낙천(樂天) 백거이(白居易, 772~846)의 江岸梨花(강안이화)라는 시를 소개한다. 백거이(白居易)는 당나라 현실주의 시인이자 두보 이백과 더불어 당대 3대 시인으로 불리며 또한 두보나 이백이 시성(詩聖)이나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백거이 또한 시왕(詩王)이나 시마(詩魔) 등의 애칭으로도 불린다. 백거이의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이지만 국내서는 특이하게 자인 낙천(乐天)으로 널리 불려 백낙천(白樂天)이 우리에겐 훤씬 더 익숙하다. 그는 엄청나게 많은 3,000여 수의 시를 남겼는데 그 중에는 식물에 관련된 시가 매우 많아 이 불로그에서 여러 번 소개한 적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하..

使東川(사동천) · 江花落(강화락) - 원진(元稹)

당대 중기에 동중서문하평장사(同中书门下平章事)라는 직책을 지낸 대신이자 유명한 시인인 원진(元稹, 779~831)이 30세이던 809년에 쓴 使東川(사동천) 江花落(강화락)이란 시를 소개한다. 원진은 동시대 유명한 시인 백거이(白居易)와는 함께 한림학사로 일하던 막역지우(莫逆之友)이자 그와 시가(詩歌) 이론과 관점이 유사하여 언어가 평이하고 통속적인 장편 배율(排律)을 쓰는 새로운 신악부시가(新乐府诗歌) 운동을 주도한 동지로서 함께 차운상수(次韵相酬) 형식을 창시하였다. 그래서 세상에서 그들을 元白(원백)이라고 불렀다. 이 시는 원화(元和) 4년 원진(元稹)이 감찰어사(監察御史)로 검남동천(劍南東川)에 출사하러 가던 도중 가릉강변(嘉陵江辺)에서 본 광경을 즉석에서 노래한 것이다. 당시 늦봄 음력 3월 새..

大林寺桃花(대림사도화) -白居易(백거이)

평소 식물에 관심이 많은 당나라 대시인 백낙천(白樂天, 772~846)의 대림사도화(大林寺桃花)이다. 대림사는 강서성 구강시 관광명소인 여산(庐山)에 있는 사찰이다. 평지에 있는 세속에서는 이미 봄이 가고 없는데 깊은 산 중에 있는 산사에 와 보니 복사꽃이 한창 만개하고 있어 놀라면서 봄은 간 것이 아니고 몰래 여기에 들어 와 숨어있었구나 하면서 감탄하여 쓴 시이다. 덧없이 가는 것이 봄인지 인생인지는 모르지만 매우 공감이 가는 시이다.   大林寺桃花(대림사도화) 白居易(백거이) 人間四月芳菲盡(인간사월방비진)山寺桃花始盛開(산사도화시성개)長恨春歸無覓處(장한춘귀무멱처)不知轉入此中來(부지전입차중래)  인간세상 사월이면 꽃 다 지는데산사의 복사꽃은 이제 한창이네떠난 봄 찾을 길 없어 한탄했는데어느새 여기에 와 ..

渔歌子(어가자) 西塞山前白鹭飞(서새산전백로비) - 张志和(장지화)

도화를 읊은 노래라면 당나라 시인 장지화(张志和, 732~774)의 어가자(渔歌子) 서새산전백로비(西塞山前白鹭飞)를 빼놓을 수 없다. 이것은 시(詩)가 아니고 사(詞) 즉 노래 가사라는 말이다. 그래서 어가자(渔歌子)를 사패명(词牌名)이라고 한다. 복사꽃 피는 봄날 낚시배를 띄우고 한가롭게 낚시하는 중에 가랑비가 온들 대수이겠나 싶다. 서새산(西塞山)은 절강성(浙江省) 호주시(湖州市)에 있는 산이며 도화유수(桃花流水)는 복사꽃이 질 때 쏘가리가 살찌므로 그 시기를 말한다. 시인의 말년인 772~773년의 작품이라고 한다. 이 노래가 어부사(渔父词)라고도 불리기에 조선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가 불현듯 생각난다.  渔歌子(어가자) 西塞山前白鹭飞(서새산전백로비) - 张志和(장지화) 西塞山前白鹭飞(서..

赠汪伦(증왕륜) - 李白(이백), 십리도화(十里桃花)

몇 년 전에 중국에서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라는 매우 인기 높은 드라마를 방영한 적 있다. 그 십리도화(十里桃花)라는 말은 이태백의 술친구 왕륜(汪伦)이라는 사람이 이태백을 술자리에 초청하면서 보낸 서신에 차지유 십리도화(此地有 十里桃花)라고 썼기에 널리 알려진 문구이다. 실제로는 도화담(桃花潭)이라는 호수가 십리에 걸쳐 있었으나 복사꽃이 십리에 쭉 늘어선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 술자리를 파하고 떠나면서 시선(詩仙) 이태백(李太白, 701~762)이 남긴 시가 바로 다음의 증왕륜이다. 이별의 장소인 도화담(桃花潭)은 안휘성 안휘경현(安徽泾县)에 있는 수심이 깊기로 유명한 호수의 이름이다. 이시는 이백의 말년인 754~755년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한다.   赠汪伦(증왕륜) 李白(이백) 李白乘..

카테고리 없음 2025.04.13

山中问答(산중문답) - 李白(이백), 도화유수(桃花流水)

시선(詩仙) 이태백(李太白, 701~762)의 산중문답이라는 시인데 여기서 도화유수(桃花流水)라는 말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복사꽃 흐르는 냇물을 묘사한 별유천지비인간(别有天地非人间)이라는 문구도 못지않게 유명하다. 중국에서 도화유수(桃花流水)는 춘일미경(春日美景) 즉 아름다운 봄 풍경을 형용하거나 남녀애정(男女爱情)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여기서 余(여)는 시인 이백 자신을 말하고 碧山(벽산)은 이태백이 은거하면서 독서를 하였던 도화암(桃花岩)이 있는 호북성 안륙시에 있는 백도산(白兆山)을 말하며 何意(하의)는 何事(하사)라고도 쓰며 窅(요)는 杳(묘)로도 쓴다. 도화(桃花)와 별유천지(别有天地)는 다분히 진나라 도연명(陶渊明)의 도화원기(桃花源记)의 이상세계를 비유한다. 내용으로 봐서 이백이 노년..

桃花源记(도화원기) - 陶渊明(도연명), 무릉도원(武陵桃源)

중국에서 도화 즉 복사꽃은 봄(春天)과 애정(爱情) 미인(美颜) 그리고 이상세계(理想世界)를 상징하고 있다. 따라서 전설적 인물들인 서왕모(西王母)나 손오공(孫悟空) 또는 동방삭(東方朔) 등과 얽힌 열매인 복숭아나 가지의 주술적인 기능 따위와는 별개로 복사꽃 그 자체 만으로도 중국의 유명 시인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유사이래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노래하였는데 먼저 주(周, 1046~256 BC)때 쓰여진 詩經(시경)에서부터 桃夭(도요)라는 복숭아와 관련된 3장(章)으로 이루어진 시가 등장한다.  詩經(시경) - 桃夭(도요) 桃之夭夭(도지요요) 灼灼其華(작작기화)之子于歸(지자우귀) 宜其室家(의기실가) 어린 복숭아 나무에 예쁜 꽃 피었구나 이 아가씨 결혼하면 그 집안 복되리라. ..

살구꽃의 암(暗) - 游园不值(유원불치) - 叶绍翁(엽소옹), 杏花(행화) - 薛能(설능)

그런데 중국에서 살구꽃이 항상 좋은 의미로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중국에서는 일부 사람들이 살구나무 즉 행(杏)을 풍류수(風流樹)로 보는 것이다. 여기서 풍류란 멋스럽고 풍치가 있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색정적(色情的)이라는 뜻으로 결국 에로틱(erotic) 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20세기 초반에 에로틱하다는 뜻으로도 쓰기 시작하여 우리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도색(桃色)이라는 개념과 유사한 점이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행색(杏色)을 그런 색정적인 의미로 쓰지는 않고 단지 살구나무 즉 행수(杏樹)를 풍류수(风流树)라고 하며 홍행출장(红杏出墙) 즉 가지가 담장을 넘어가는 붉은 살구꽃을 유부녀가 외도를 하는 것이라는 의미 정도로 쓴다. 이는 하루 아침에 누가 말한 것이 아니고 과거 당송시대부터..

살구꽃의 명(明) – 행단(杏壇) 행림(杏林) 행림춘연(杏林春燕) 급제화(及第花)

왕벚나무가 없던 과거 중국에서 살구나무는 그 개화시기가 매화와 복사꽃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 특히 고향의 조상들 묘소를 찾게 되는 명절인 청명절에 피는 꽃이므로 고향의 꽃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된다. 게다가 중국에는 살구나무와 얽힌 좋은 의미의 용어들이 많다. 앞에서 본 두목(杜牧)의 청명(淸明)이라는 시 덕분에 중국에서 주막을 뜻하는 행화촌(杏花村)이라는 말이 생겨났으며 공자가 살구나무 단에서 강의를 하고 거문고를 연주하였다고 강단(講壇)을 뜻하는 행단(杏壇)이라는 용어가 있으며 청명절 즈음에 내리는 봄비를 행화우(杏花雨)라고 하며 의술이 고명한 의원을 행림(杏林)이라고 한다. 행림은 한나라 말기 삼국시대 오나라에 살던 동봉(董奉, 220~280)이라는 의원이 평소 진료비를 살구나무로 받아서 주변에 심어..

絶句(절구) – 志南(지남)

청명 한식절이 워낙 유명한 명절인 데다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라서 움츠렸던 겨울을 털고 야외로 봄나들이를 많이 가게 된다. 그래서 중국에는 그 청명절을 대상으로 한 시(詩)가 수도 없이 많다. 그 중에서 남송시절 지남(志南)이라는 승려가 쓴 칠언절구가 가장 유명하여 지금도 중국인들은 청명 한식절에 많이 인용하는 것 같다. 여기서 봉(篷)은 돛은 없고 지붕이 있는 배를 말하며 沾衣는 霑衣(점의)의 간체자(简体字)로 가랑비에 옷 젖는 모습을 표현한 것인데 이 沾은 添(첨)의 간체자이기도 하므로 국내서 첨의로 잘못 읽는 경우도 더러 보인다. 양류풍(楊柳風)은 24번 화신풍 중에서 청명 제3후(淸明第三候)에 해당하는 화신풍(花信風)이다. 그쯤에서 버들의 새잎이 아름답게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명절을 노래한 ..

清明(청명) –杜牧(두목), 행화촌(杏花村)

중국에는 수많은 문인들의 살구꽃을 대상으로 노래한 시가 있지만 주막이나 주촌을 뜻하는 그 유명한 행화촌(杏花村)이라는 말이 탄생한 만당(晩唐) 대시인 두목(杜牧, 803~852)이 비내리는 청명(淸明)절에 살구꽃을 감상한 청명(淸明)이라는 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두목은 성당(盛唐)시대의 대시인이자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두보(杜甫, 712~770)에 견주어 소두(小杜)라고 불리었으며 같은 시대의 유명한 시인인 이상은(李商隱, 812~858)과 더불어 소이두(小李杜)라고도 불렸다. 이는 시선(詩仙)으로 불렸던 이백(李白, 701~762)과 두보(杜甫, 712~770)를 대이두(大李杜)라고 부르는 것과 대비하여 부르는 세칭(世稱)이다. 참고로 24절기 중 하나인 청명절은 절기 중 유일하게 중국에서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