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를 닮은 노란 꽃이 매년 4~6월까지 매우 장시간 피고 지는 관목이 있는데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황매화(黃梅花)라고 하며 그 겹꽃이 피는 품종을 죽단화라고 하다가 최근에는 둘이 통합되어 모두 황매화로 통한다. 중국 원산인 이 꽃이 우리나라에는 중국 정명인 체당(棣棠)보다는 별명인 지당화(地棠花)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놀랍게도 고려시대 대표적인 문인인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지당화(地棠花) 관련 시가 몇 편 수록되어 있다.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선생은 황매화를 무척 사랑한 나머지 거의 마니아 수준이 되어 도대체 왜 이 황매화를 지당화라고 부르는지를 몰라서 매우 궁금해 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다음과 같은 시도 남겼다. 이 관목의 원산지 중국의 정명이 체당화(棣棠花)인데 체(棣)와 지(地)의 중국 발음이 [di]로 같아서 중국에서 헷갈려서 그렇게 쓰다가 별명으로 지당화(地棠花)가 굳어진 것인데 중국 원래 이름이 체당화(棣棠花)인 것을 몰랐던 선생으로서는 어원 파악에 참으로 난감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글쎄 현재 우리도 1942년 정태현선생이 겹꽃을 왜 느닷없이 죽단화라고 했는지 몰라서 난감하다. 그전부터 쓰던 죽도화(竹桃花)의 오류인지 아니면 출단화(黜壇花)에서 와전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제는 황매화에 통합되었으니 그 의문은 점차 묻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당화(地棠花) – 이규보(李奎報) 이훈종 역
葉裁靑玉先花秀(엽재청옥선화수)
花剪黃金後葉敷(화전황금후엽부)
世號地棠難會意(세호지당난회의)
那知不作字訛呼(나지부작자와호)
잎은 청옥을 마름질한 듯 꽃보다 앞서고
꽃은 황금을 오린 듯 잎보다 뒤에 펴지네
세상에서 지당이라지만 그 뜻은 알 수 없어
글자를 잘못 알아 그리 된 것인지 뉘 알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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