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시(詩)/漢詩(한시)

樱桃樊素口(앵도번소구) - 白居易(백거이), 앵도는 중국 체리이다.

낙은재 2025. 4. 17. 13:17

 

앵도 같은 입술이란 작고 붉은 체리와 같은 동그란 입술을 말한다.

 

 

 

이번에는 비록 시(詩)라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가 미인을 비유할 때 흔히 듣는 앵도 같은 입술과 버들 같은 허리라는 말의 유래가 되는 백거이의 표현을 알아본다. 백거이가 처음 쓴 이 말은 구당서(旧唐书) 백거이전(白居易传)에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번소(樊素)와 소만(小蛮)은 노래하고 춤추는 아름다운 기녀들의 이름이다. 여기서 앵도같은 입술은 단순히 붉은 색 입술이라기보다는 붉으면서도 작은 입술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樱桃樊素口(앵도번소구)

杨柳小蛮腰(양류소만요)

번소의 입술은 앵도와 같고

소만의 허리는 버들과 같다.

 

백거이가 염두에 둔 앵도는 바로 이 중국체리이다.

 

  

 

이 표현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 시에서 말하는 앵도(櫻桃)는 모두 우리가 알고 있는 앵두가 아니고 중국 체리라고 불리는 키가 6~8m까지 자라는 벚나무 또는 그 열매인 중국 체리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사전에서든 언론에서든 학자이든 모두들 앵두로 번역하고 있다. 오류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동의보감에서도 앵도(櫻桃)는 이스랏이라며 앵두나무를 지칭하는 것처럼 되어 있으나 그 내용은 익비기(益脾氣)에 호안색(好顔色)에 살충해독(殺蟲解毒) 효능이 있는 것으로 설명되어 있어 앵두나무가 아니라 중국의 앵도(櫻桃)에 대한 약성을 설명하고 있다. 웬만해서는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는 동의보감에서조차도 이런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앵도가 정말 중국에서 모앵도(毛櫻桃)라고 부르는 앵두나무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우리나라서 흔히 앵두라고 부르는 앵도나무는 중국에서는 모앵도(毛櫻桃)라고 부른다. 관상용이든 과실용이든 중국 앵도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우리 한자사전의 앵() 현재 1. 앵두 2, 벚나무로 풀이되어 있는  것을 순서를 뒤바꿔 1. 벚나무 2. 앵두로 변경하여야 마땅해 보인다. 벚나무를 지칭하는 앵을 앵두에 준용하는 것이지 앵두의 앵을 벚나무에 준용하는 것이 아닌데도 우리는 그 반대로 풀이하고 있다. 이미 1960년대에 이상사(理想社)에서 출판한 옥편에도 櫻을 과명 앵도앵, 버찌앵(일명 함도), 벗나무앵(黑櫻)으로 풀이되어 있다. 그리고 예기(禮記)의 仲夏之月(중하지월) 以含桃(이함도) 先荐寝庙(선천침묘)라는 문구를 인용하고 있다. 즉 음력 5월에 앵도(중국 체리)로 종묘에 올리라는 내용이다. 공자시절 앵도 즉 중국 체리가 얼마나 귀한 과일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산호(珊瑚)같이 아름답게 생긴 체리 열매가 백과 중 가장 먼저 익으니 온실 재배가 없던 시절 귀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옥편에서는 종묘에 올리는 과일을 앵두로 판단하였을 것이다. 그 당시는 중국에 체리와 같은 식용 앵도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