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이름 자두는 한자어 자도(紫桃)에서 변형된 말로서 앵두나 호두가 앵도(櫻桃)와 호도(胡桃)에서 변화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그런데 호도는 중국에서 호두를 부르는 정명이고 앵도도 중국에서 서양벚나무의 열매인 체리나 앵두(毛櫻桃)를 부르는 이름이므로 중국에서 온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비록 복숭아는 아니지만 그 형상 등이 복숭아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그렇게 불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도(紫桃)는 중국에서도 이런 용어가 있기는 하지만 과거나 현재나 모두 복숭아의 한 종류 즉 열매의 겉 표면과 과육이 자색인 복숭아 품종을 지칭하는 말이지 자두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지는 않았다. 다만 털이 없는 열매 모습이 자두와 유사하여 자두의 품종으로 착각하여 조선조에서 자두를 왕족의 성씨인 李로 표기하지 않으려고 중국에서 도입한 용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두을 지칭하기 위하여 자도(紫桃)를 최초로 표기한 것은 중중시절 조광조의 상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자도를 복숭아가 아닌 오얏을 지칭하는 말로 쓴 것은 우리나라 독자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자도(紫桃)라는 말이 처음 문헌에 등장하는 것이 고려후기 문신인 매호(梅湖) 진화(陳澕, 1180~1222 추정)의 문집인 매호유고(梅湖遺稿)에 수록된 해당(海棠)이라는 한시라는데 여기서는 아무래도 꽃 색상을 지칭하므로 자두(오얏)가 아닌 자색 복사꽃을 의미하는 것 같다.


해당(海棠) - 매호(梅湖) 진화(陳澕)
酒痕微微點玉腮(주흔미미점옥시)
暗香搖蕩隔林人(암향요탕격임인)
紅杏紫桃無遠韻(홍행자도무원운)
一枝都占上園春(일지도점상원춘)
술기운 살짝 올라 흰 볼이 발그스레하고
그윽한 향기 멀리 숲속 사람을 뒤흔드네
붉은 행화 자색 도화는 깊은 운치없는데
해당화 홀로 정원의 봄 경치를 압도하네.
여기서는 물론 자두가 아닌 글자 뜻 그대로 자색 꽃이 피는 복숭아를 뜻하기 위하여 자도(紫桃)라는 용어가 쓰였다는 사실이 중요하겠지만 사과나무속 꽃사과나무를 최소한 고려시대에는 중국 이름을 그대로 따라서 해당(海棠)이라고 불렀다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진화선생의 해당이라는 시에서는 해당(海棠)이라는 명칭을 가시가 있는 우리 토종 장미의 일종인 해당화가 아닌 꽃사과나무의 일종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쓰인 것이 분명하다. 봄에 살구나 복사와 비슷한 시기에 꽃핀다는 점과 옥색 바탕에 불그스레한 꽃 색상이 꽃사과의 일종인 서부해당이나 수사해당을 연상하게 만든다. 복사꽃이 필 때는 장미속 해당화는 잎이 겨우 날동말동하는 수준에 불과하므로 꽃이 핀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 해당화는 초여름꽃이지 봄꽃이 아니다. 다만 그윽한 향기가 있다는 점은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암향(暗香)이라고 표현하기에는 해당화의 향기는 너무 강하다. 개아그배나무 같은 일부 수종에서는 은근한 향기가 나지만 대부분의 꽃사과 수종에는 향기가 거의 없거나 매우 약하여 민감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꽃사과 즉 해당(海棠)이 봄정원에서 워낙 우미고아(優美高雅)한 자태를 뽐내기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매력에 흠뻑 빠지게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향기가 있다고 착각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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