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시(詩)/漢詩(한시)

꽃자루가 길게 아래로 처지는 품종은 수사해당(垂絲海棠)이지 서부해당이 아니다.

낙은재 2025. 4. 17. 19:51

 

수사해당인데 국립수목원에서 서부해당이라고 무식하게 우긴다.

 

 

 

봄이 되어 온갖 꽃들이 피어나니 매우 즐겁기는 하지만 해 마다 눈살을 크게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 있어 마음이 편치 않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서 정원수로 가장 인기가 높은 수종 중 하나인 학명 Malus halliana의 국명을 아마 2011년 처음 등록할 때에는 할리아나꽃사과라고 하다가 2017년에 서부해당으로 변경한 것 때문이다. 원산지 중국명이 수사해당(垂絲海棠)인데도 이를 자기들 마음대로 서부해당(西府海棠)으로 변경해 버린 것이다. 이건 마치 전임 미국 대통령 레이건의 사진을 걸어 놓고서 젊은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클린턴이라고 이름표를 붙이고 우기고 있는 것과 같은 황당한 짓이다. 로널드 레이건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모르면 차라리 이웃집 아저씨라고 이름을 붙였어도 이렇게 혼란스럽지는 않을 것인데 왜 하필 반대당 대통령 출신인 빌 클린턴 이름을 붙였느냐 말이다.  그리고 그 이전부터 오랫동안 수사해당이라고 제대로 불러 오던 국민들을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그리고 그 새로운 이름을 그렇게 붙일 어떤 이유나 명분이 있더란 말이냐? 국가표준식물목록이 어디 낙서장인가? 

 

조선 후기 대학자인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선생이 200년 전인 1818년에 저술한 아언각비(雅言覺非)에도 해당(海棠)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 수사해당(垂絲海棠)과 서부해당(西府海棠) 첩경해당(貼梗海棠) 모과해당(木瓜海棠) 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당신들은 21세기 정보화의 시대에 살면서 왜 수사해당에다가 서부해당이라는 이름표를 다는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동안 원산지인 중국을 한 번 다녀온 적도 없다는 말인가? 이게 무려 8년 전인 2017년 일이다. 잠깐 실수로 그렇게 했더라도 수정을 해도 수백 번을 했을 시간인데 8년이 지난 아직도 그대로 버티고 있다는 것이 우리 국민들은 전혀 안중에도 없다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을 주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수사해당을 서부해당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어 아니라고 설명해도 산림청을 들먹이며 수긍하지 않는다. 수사(垂絲)는 실처럼 아래로 처진다는 뜻이다.

 

중국 해당(海棠)의 어원과 시대별 출처를 소개하는데 단연 수사해당에 관련된 것이 많다. 

 

당대 시선(诗仙) 이백(李白, 701~762)

 

垂丝海棠春色好(수사해당춘호색)

玉楼金阙暮云收(옥루금궐모운수)

수사해당이 피는 고운 봄날

해질녘 궁궐 옥루에 구름이 드리웠네

 

당대 가탐(贾耽, 730~805)의 백화보(百花谱)는 일종의 도감이므로 중국에서는 해당(海棠)이라는 용어의 공식 출전으로 삼는다.

 

海棠为花中神仙(해당위화중신선)

色甚丽(색심려)

해당은 화중 신선이며

색이 매우 아름답다.

 

송대 대시인 동파(東坡) 소식(苏轼, 1036~1101)

 

垂丝海棠开满院(수사해당개만원)

春风吹入画屏来(춘풍취입화병래)

수사해당이 뜰에 가득 피고

화병풍에는 봄바람이 불어오네

 

실(絲)처럼 가늘고 긴 꽃자루가 아래로 처진(垂)다고 수사(垂絲)해당이라 불린다.

 

 

 

명대 왕상진(王象晋, 1561~1653)의 이여정군방보(二如亭群芳谱)

 

사대해당(四大海棠)을 선정 발표

수사해당(垂丝海棠) : Malus halliana

서부해당(西府海棠) : 개아그배나무 Malus × micromalus

첩경해당(貼梗海棠) : 명자꽃 Chaenomeles speciosa

모과해당(木瓜海棠) : 중국명자꽃 Chaenomeles cathayensis

 

 

청나라 3대 시인 납란성덕(纳兰性德, 1654~1685)

 

垂丝海棠半含笑(수사해당반함소)

春雨如酥落绣袍(춘우여소락수포)

수사해당 꽃망울 반쯤 터지고

봄비는 부슬부슬 오색 도포에 내린다.

 

중국의 서부해당인데 이 또한 매우 아름답지만 꽃색상도 다르고 꽃자루가 아래로 처지지 않아 수사해당과는 많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