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어(論語) 자한(子罕)편
唐棣之華(당체지화) 偏其反而(편기반이) 豈不爾思(기불이사)
室是遠而(실시원이)
子曰(자왈)
未之思也(미지사야) 夫何遠之有(부하원지유)
당체의 꽃이 바람에 펄럭이니까 어찌 그대가 그립지 않으리요만
집이 너무 멀구나.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마음이 없는 것이지 어찌 멀다고만 하는가?
논어에 시경에는 등재되지 못한 고대 시가 인용되어 있다. 공자가 말한 그 깊은 내용의 음미는 논외로 하고 여기서 그동안 우리는 여기서의 당체(唐棣)를 거의 대부분 산이스라지 또는 산앵두나무라고 번역해 왔다. 학명 Prunus japonica로 표기되는 산이스라지(산앵두나무)는 중국정명이 욱리(郁李)이지만 별명으로 당체(棠棣)와 당체(唐棣) 그리고 작매(雀梅)와 작매(爵梅) 등 다양하게 불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이렇게 알고 번역해 왔으나 산이스라지의 길이 1cm 남짓한 짧고 다부진 꽃잎이 바람에 펄럭일 정도로 나부끼는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당체가 채진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채진목은 길이가 거의 2 cm에 달하는 뒤틀리고 가늘고 긴 꽃잎은 바람이 없어도 흔들리는 구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이 이렇게 오역하게 된 것은 진(晉)나라 관리 육기(陆机, 261~303)의 영향이 크다. 그는 삼국지에서 촉의 유비를 백제성에서 물리친 오나라 장수 육손의 손자이기도 하다. 그가 당체(唐棣)를 욱리(郁李)라고 풀이한 글이 남아있기에 후세사람들이 따라 하다가 많은 애를 먹었던 것이다. 그의 영향으로 명나라 정치가 장거정(张居正, 1525~1582)도 논어해설집에서 당체(棠棣)가 욱리(郁李)라고 풀이하는 등 중국에서는 오늘 현재까지도 그렇게 풀이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러다가 명대의 걸출한 본초학자인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나서서 이를 바로잡게 된다. 그는 본초강목 부이(枎栘)편에서 서진시대(西晉時代, 266~316) 최표(崔豹)가 엮은 고금주(古今注)라는 책과 기원전 전국시대 엮어진 중국 최초의 사서인 이아(尔雅) 등을 인용 및 참조하여 당체(唐棣)가 사백양(似白杨) 즉 사시나무와 비슷하여 이양(栘杨)으로 불리고 원엽약체(圆叶弱蒂) 미풍즉대요(微风则大摇) 고명(故名) 고비(高飞) 우왈 독요(又曰独摇)라고 즉 “둥근잎의 꽃지가 약하여 미풍에도 크게 흔들리므로 고비 또는 독요라고 불린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시진은 당체를 욱리로 풀이한 육기의 풀이는 오역이라고 분명하게 언급한다. 채진목의 꽃잎이 바람에 뒤집혔다가 펴졌다가 하는 모습이 바로 논어에서 언급한 偏其反而(편기반이)에 부합한다고도 부연설명하고 있다. 이쯤 되면 당체(唐棣)를 더 이상 산이스라지나 산앵두나무로 번역하지는 말아야 될 듯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심지어 산사나무로 번역하는 경우도 더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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