何彼襛矣(하피농의)
唐棣之華(당체지화)
어찌 저리도 고울까요?
당체(채진목)꽃이로구나!
당체(唐棣)는 논어 자한편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시경(詩經) 소남(召南)편 何彼襛矣(하피농의)라는 시의 서두에 위와 같은 구절이 있다. 여기서도 동진 저명학자인 곽박(郭璞, 276~324)이 금백이야(今白栘也) 사백양(似白杨) 강동호부이(江东呼夫栘)라고 당체는 요즘의 백이이며 사시나무와 비슷하여 강동에서는 부이(夫栘)라고 부른다고 풀이하고 있다. 부이(夫栘)는 당체(唐棣) 즉 채진목의 별명이다. 그리고 어떤 이는 시집가는 공주의 혼수를 잔뜩 실은 긴 수레행렬이 마치 꽃이 주렁주렁 달려서 처진 채진목 가지에 비유한 것이라고도 풀이한다. 여하튼 이 당체도 중국에서는 상체(棠棣) 즉 산앵두나무로 번역하기보다는 당체(唐棣) 즉 채진목으로 번역하는 것이 대세이다.
모든 식물을 세계 공통명인 학명을 정하여 사용하게 만든 린네의 덕분에 이제는 누구나 쉽게 당체와 상체의 정체를 파악할 엄두를 낼 수 있지만 과거 우리 선조들은 정말 풀기 어려운 난제였다. 오죽하면 영조 10년 11월 27일 승정원일기에 영조가 신하와 나눈 대화에 이런 내용이 있다. 上曰, 常棣, 與唐棣異乎? 淳曰, 似異矣。瑗曰, 常棣是燕兄弟之樂歌也. 국역본은 왕이 이르기를 “상체(常棣)는 당체(唐棣)와 다른가?”하니, 윤순이 이르기를 “다른 듯합니다.”하였다. 오원이 이르기를 “상체(常棣)는 형제와 잔치를 벌이며 지은 악가(樂歌)인데…” 조선시대 과거 급제자라면 하나같이 천재들인데도 이와 같이 식물 자체를 파악할 길이 없으니 실체를 바탕으로 한 답변이 아닌 문구의 출전 배경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 선조들은 당체(唐棣)를 수도 없이 언급하였지만 실체가 아리송하였는데 서양 식물분류학이 도입되어 초창기 식물학자들은 비로소 당체가 바로 채진목임을 알았으면서도 엉뚱하게 전혀 생소한 일본 이름인 채진목을 가져다 국명으로 붙인 것이다. 적절한 우리 이름을 지어서 붙이던가 아니면 그러기 어려워 어차피 외국 이름을 가져다 쓰려면 과거 우리 선조들이 오랫동안 쓰던 이름인 당체(唐棣)로 했어야 백번 마땅한 것이 아니었냐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식물의 창씨개명은 일본학자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 한 것이 많은데도 아직 전혀 수정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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