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시(詩)/漢詩(한시)

江岸梨花(강안이화) - 白居易(백거이)

낙은재 2025. 4. 15. 06:49

 

 

 

이번에도 배꽃과 관련된 초창기의 유명한 시 중 하나인 서기 809년에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당나라 대시인 낙천(樂天) 백거이(白居易, 772~846)의 江岸梨花(강안이화)라는 시를 소개한다. 백거이(白居易)는 당나라 현실주의 시인이자 두보 이백과 더불어 당대 3대 시인으로 불리며 또한 두보나 이백이 시성(詩聖)이나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백거이 또한 시왕(詩王)이나 시마(詩魔) 등의 애칭으로도 불린다. 백거이의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이지만 국내서는 특이하게 자인 낙천(乐天)으로 널리 불려 백낙천(白樂天)이 우리에겐 훤씬 더 익숙하다. 그는 엄청나게 많은 3,000여 수의 시를 남겼는데 그 중에는 식물에 관련된 시가 매우 많아 이 불로그에서 여러 번 소개한 적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하얀 배꽃과 푸른 잎을 남편과의 영원한 이별의 아픔을 평생 지고 사는 젊은 과부의 흰 저고리와 푸른 치마에 비유하여 생의 고독에 대한 감회를 애잔하고 쓸쓸한 감정으로 표현했다. 이렇게 당나라 유명 시인 원진과 백거이가 배꽃을 소재로 이별을 노래한 이 시들이 워낙 유명해져서 배꽃은 이별의 상징이 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도 배꽃에 관련한 한시나 시조에는 유난히 이별의 아픔이나 쓸쓸함 감정을 표현한 것이 많다.

 

 

酬和元九東川路詩十二首(수화원구동천로시12수) · 江岸梨花(강안이화) - 白居易(백거이)

 

梨花有思缘和叶(이화유사연화엽)

一树江头恼杀君(일수강두뇌쇄군)。

最似孀闺少年妇(최사상규소년부)

白妆素袖碧纱裙(백장소수벽사군)。

 

배꽃과 푸른 잎이 그리움을 불러와

강가 배나무 한 그루 그대를 괴롭히네.

영락없이 규방의 청상과부를 닮았네

소박한 화장 흰 저고리에 푸른 치마라.

 

 

이 시는 당대 또 다른 유명 시인인 원진(元稹, 779~831)이 감찰어사로 검남동천(剑南東川)으로 부임하면서 보내온 바로 앞 게시글에서 소개한 使東川(사동천) 江花落(강화락)이라는 제목의 시에 대한 화답으로 써서 보낸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 백거이와 원진은 서로 많은 시를 창작하여 우편으로 주고 받았는데 백거이가 원진에게 보낸 12수를 酬和元九東川路詩十二首(수화원구동천로시12수)라고 한다. 수화(酬和)란 시로 응답한다는 뜻이고 원구(元九)는 원진을 말하며 동천로(東川路)는 원진의 부임지 동천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이와 같이 당시 유명한 시인 둘이서 서신을 통하여 각자의 창작시를 발표하는 이른바 우통전시(郵筒傳詩)라는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