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시(詩)/한글시

능금 – 김춘수

낙은재 2025. 4. 17. 17:23

 

삼국시대부터 도입되어 재배하여 오던 임금이라고도 불리던 능금은 사이즈가 작고 변함이 없었다.

 

 

 

21세기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춘수(金春洙, 1922~2004)시인이 1959년 발표한 능금이라는 시의 1연이다. 달콤한 향이 나는 새빨간 자그마한 능금이 저절로 떠오른다.

 

 

능금 – 김춘수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사과의 고장 대구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김춘수시인이 염두에 둔 나무가 사과나무인지 능금나무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도 없고 굳이 알 필요도 없겠으며 실제로 민간에서는 사과와 능금을 거의 같은 용어로 사용한다. 같은 지역에서 사과축제라고 했다가 능금축제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식물분류학적으로는 사과나무와 능금나무는 엄연히 다른 나무이다. 사과나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과일용으로 과수원에서 재배하는 나무를 말하지만 과거에 임금(林檎)으로도 불렸던 능금은 그 열매의 지름이 4~5cm에 불과한 재래식 사과나무라고 인식하면 되겠다.

 

능금나무의 학명 Malus asiatica Nakai는 1915년 일본 식물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 명명한 것인데 종소명 asiatica는 아시아라는 뜻이다. 중국이 원산지이지만 동아시아에 널리 재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종은 최근인 2017년 유전자 분석 결과 혈통적으로 먼 옛날 야광나무 Malus baccata와 중국 신강 서부 원산의 Malus sieversii 즉 신강야평과(新疆野苹果)가 교잡 조상임이 밝혀졌으나 하나의 종으로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마치 사과나무 즉 Malus domestica(Malus pumila)가 신강야평과(新疆野苹果)와 유럽 야생사과나무 즉 Malus sylvestris와의 교잡종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종으로 인정하듯이 말이다. 따라서 사과는 중국 신장 원산의 야생 사과나무가 실크로드를 따라서 서진(西進)하면서 유럽야생 사과나무를 만나서 교잡되어 탄생한 종이고 능금은 같은 신장 원산의 야생 사과나무가 실크로드를 따라서 동진(東進)하면서 중국 북방에서 야광나무를 만나서 교잡하여 탄생된 잡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둘은 신장에서 출발하여 처음부터 서로 반대 방향으로 향하였기에 혈통적으로 직접적으로 섞인 관계는 아니지만 조상 중 하나가 신강야평과(新疆野苹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에 비유하면 한 쪽 부모만 같은 의붓형제와 같은 관계라 할 수 있다. 

 

고려시대 이전에 도입된 사과는 당초에는 멋(柰)이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능금과 별 차이가 없었으나 점차 품질이 개량되면서 구분되다가 19세기 말 미국에서 국광(좌)과 홍옥(우)이 도입되면서 능금과는 비교가 안될 비약적으로 발전된 모습을 보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