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모란 관련 시라면 우리나라 김영랑(1903~1950)님의 이 시가 가장 좋다. 영랑(永郞)은 아호인데 김영랑을 필명으로 써서 널리 알려졌다. 전남 강진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의 본명은 김윤식(金允植)인데 허무하게도 한국전쟁 당시 서울 수복 다음 날인 1950년 9월 29일 후퇴하던 인민군이 그냥 마구잡이로 쏜 유탄(流彈)에 맞아 안타깝게 사망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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