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봄바람 치고는 매우 거센 바람이 불어 저멀리 앞산에서 송화가루가 피어오르는 것이 마치 구름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처럼 보였다. 전원주택에서 생활하면 매년 봄이면 겪는 것이 송화가루의 날림이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면 마치 황사가 덮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지나 간 자리는 노란 잔해가 남는다. 사람에 따라서는 알레르기를 유발하기도 한다는데 실제로 그런 고통을 받는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소나무는 곤충이 아닌 바람에 의하여 수분하는 풍매화이다. 수꽃과 암꽃이 저 멀리 떨어진 자웅이주도 아니고 한 나무에 수꽃과 암꽃이 동시에 피거나 아예 어떤 경우는 하나의 꽃에 밑에는 수꽃이고 위는 암꽃이 피는데 그냥 자기들이 알아서 조용하게 수분(受粉)할 것이지 왜 이런 요란(搖亂)을 떠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소나무는 자가수분은 피하고 다른 나무의 꽃자루를 받는 타가수분을 하기에 인근 다른 소나무까지는 날아가야만 한다. 그리고 웬만한 전원주택 정원에 몇 그루씩은 다 심어져 있고 뒷산 앞산 할 것없이 주변에 소나무가 워낙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바람이 안 분다면 조용하게 진행되겠지만 요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소나무 자체가 아니라 바람이리라.
하지만 이런 상황이 항상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매년 이맘때면 박목월(1915~1978) 시인의 그 유명한 윤사월이라는 시를 떠올리게 만들어 줘 고맙다. 작년에 우리 마을에 인문학 강좌 때문에 오셨던 그 분의 아들 박동규시인 생각도 난다.
윤사월 - 박목월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가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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