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사과나무속

1975 아그배나무 – 중국 삼엽해당(三叶海棠), 일본 심산해당(深山海棠)

낙은재 2024. 5. 7. 18:31

아그배나무 꽃은 야광나무 꽃에 비하여 분홍색이 짙다.
만개하면 백색으로 변한다.
열매는 홍색 또는 황색인데 배꼽 꽃받침이 있던 자리가 넓고 둥근 원을 그린다.

 

 

우리나라에서 아그배라는 용어는 중국에 棠(당)만큼이나 지칭하는 범위가 넓고 애매하다. 중국의 당(棠)이 원래는 배나무속 교목인 자작잎배나무 즉 두리(杜梨)를 지칭하기 위하여 만든 글자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중국에서는 작고 둥글고 신맛이 나는 열매가 달리는 나무 등에 두루 쓰이는 글자이다. 우리 아그배가 바로 작다는 의미의 아가(애기)와 배(梨)가 합하여 만들어진 글자이므로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한자사전에는 棠을 아그배가 변한 아가위로 풀이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당(棠)이라고 지칭하는 여러 수종들 중에서 특별히 사과나무속과 명자나무속 수종들을 꽃이 아름답다고 해당(海棠)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해(海)는 바다 건너에서 온 것이라는 뜻도 있지만 크거나(大) 많다는(多) 뜻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그배나무는 그 이름 자체로는 중국의 당(棠)과 거의 같은 의미이므로 앞에 꽃을 붙여서 꽃아그배나무나 꽃사과나무라고 해야 중국의 해당(海棠)과 같은 맥락이 된다. 하지만 국내서 그냥 아그배나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우리 자생종은 결코 그 아름다움에 있어서 어느 해당(海棠) 즉 꽃사과나무에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아그배나무는 당연히 중국과 일본에서 해당(海棠)이라고 부르는 꽃사과나무의 일종이다. 아그배나무는 한중일 3국에서 자생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황해도 이남에서 자생한다고 도감에서 설명하여 마치 내한성이 약한 것으로 오해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수종은 내한성이 영하 34도일 정도로 강하고 실제로 일본의 경우는 홋카이도를 포함한 거의 전지역에서 자생하며 중국도 요녕성을 포함한 거의 전지역에서 자생하므로 특별히 우리나라 북한지역에 자생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여하튼 남한에서는 강원도부터 남해안까지 드물게 분포하며 특히 제주도에 많이 자생한다고 한다. 여기 양평 주변에서는 야광나무는 흔하게 많이 봤지만 아그배나무가 야생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아그배나무는 화원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수종이라서 이를 정원에 심어서 매년 봄 화려한 그 꽃을 감상하는 전원주택은 주변에 많다.

 

중국에서는 아그배나무를 잎이 주로 세 갈래로 갈라진다고 삼엽해당(三叶海棠)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부른 역사는 길지 않은 것 같다. 아마 식물분류학이 도입되면서 그렇게 부른 것 같다. 그 외에도 중국에서는 별명으로 산다과(山茶果)나 야황자(野黄子) 또는 산사자(山楂子) 등으로도 부른다. 일본에서는 아그배나무를 즈미(ズミ)라고 부르며 한자로는 酸実(산실) 桷(각) 棠梨(당리) 등으로 쓴다. 그 어원은 수피를 삶아서 노란 색 염료로 쓰기 때문에 얼룩이라는 뜻의 染み(시미)에서 온 것이라는 설과 열매의 맛이 초(酢)와 같은 신맛이므로 酢実(스미)에서 온 것이라는 설이 있다. 그 외에도 일본에서는 열매가 사과는 물론 능금에 비하여도 작다고 코린고(小林檎)라고도 부르며 깊은 산에 자생한다고 미야마카이도우(深山海棠) 또는 코나시(小梨,) 히메카이도우(姫海棠) 등 매우 다양한 별명들이 있다. 특히 아그배나무는 왜성으로 자라는 특성이 있어서 분재로 많이 활용되는데 일본 분재분야에서는 이를 주로 심산해당(深山海棠)이라고 부른다.

 

세 갈래로 갈라진 잎이 나온다고  중국에서 삼엽해당(三叶海棠)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분재용으로 인기가 높은데 분재분야에서는 주로  심산해당(深山海棠)이라고 한다.

 

 

아그배나무에게 맨 처음 학명을 부여한 사람은 일본에 와서 오랫동안 머물렀던 독일 식물학자인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 1796~1866)이다. 그는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인공섬인 데지마(出島)에 1823년부터 거류하면서 식물 탐사와 채집 그리고 의술을 전수하다가 1829년 러시아 스파이 혐의로 추방되었다가 1859년 재입국하여 1862년까지 머물렀던 사람이다. 그가 유럽으로 되돌아 갔던 때인 1848년에 마가목속으로 분류하여 Sorbus toringo Siebold라는 학명을 부여하였던 것이다. 여기서 종소명 toringo는 일본에서 아그배나무를 부르는 별명인 코린고(コリンゴ) 즉 소임금(小林檎)을 잘못 기재한 것이다. 그 후 1856년 네덜란드 의사 겸 식물학자인 Willem Hendrik de Vriese (1806~1862)가 사과나무속으로 변경하여 Malus toringo (Siebold) de Vriese라고 재명명 한 학명이 현재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사과나무속으로 변경하여 재명명한 것은 지볼트 자신이고 브리제(Vriese)는 단순히 발표만 대신한 것이라고 Malus toringo (Siebold) Siebold ex de Vriese라는 학명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현재 그렇게 학명이 등록되어 있다. 한편 1858년 독일 식물학자인 Eduard August von Regel (1815~1892)이 배나무속으로 분류하여 명명한 학명 Pyrus sieboldii Regel를 발표하였고 이를 사과나무속으로 변경하여 미국 하버드대학 Alfred Rehder (1863~1949)교수가 1915년 Malus sieboldii (Regel) Rehder라는 학명을 발표한다. 그런데 그 당시는 이 학명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던 것인지 원산지인 한중일 3국은 모두 이 학명으로 오랫동안 표기해 왔다. 그러다가 최근에 모두 국제 추세를 따라서 허겁지겁 정명인 Malus toringo로 학명을 변경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대부분의 도감에서는 아그배나무의 학명이 지금은 서명(庶名)으로 전락한 Malus sieboldii로 표기되어 있다.

 

아그배나무와 야광나무의 차이점

아그배나무는 우리나라서 분재용으로는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지만 최근에는 정원수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토종임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다가 야광나무가 유명세를 타면서 야광나무를 구하려다가 포기하고 가장 유사하다는 아그배나무를 심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아예 화원에서 야광나무라고 판매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아그배나무인 경우도 있다. 사실 야광나무와 아그배나무는 결코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 오히려 사과나무속에서 가장 먼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서 유사종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둘 다 우리 자생종이고 꽃이 만개할 때 나무 전체를 휘덮게 풍성하게 피는 데다가 만개시 꽃 색상이 백색이며 열매의 꽃받침 열편이 탈락하여 배꼽 부분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과나무속을 조(組, Section)와 계(系, Series)로 세분할 때 야광나무는 진정사과나무조 즉 Sect. Malus의 야광나무계(系)로 분류되지만 아그배나무는 마가목사과조 즉 Sect. Sorbomalus의 아그배나무계로 분류되어 우선 조(組)에서부터 갈라진다.

 

야광나무와 아그배나무의 차이는 무엇보다도 우선 사이즈가 다르다. 키가 무려 14m까지 자라는 교목인 야광나무는 키가 겨우 2~6m인 소교목 또는 관목으로 분류되는 아그배나무와는 비교대상 크기가 아니다. 국립수목원 도감에서 야광나무의 키가 6m인 반면에 아그배나무는 2~10m라고 묘사하고 있어 여러 사람들이 비슷한 사이즈이거나 아니면 아그배나무가 오히려 더 큰 것으로 오해하지만 이는 실물을 관찰하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국립수목원 도감에서 야광나무는 실제보다 턱없이 작게 묘사하고 아그배나무는 관목 또는 소교목이라면서도 키는 2~10m라고 명시하니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10m까지 자란다고 표현한 것은 일본에서 발견된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지금은 원종에 통합되었지만 한때 M. sieboldii var. arborescens라는 변종으로 명명되었던 것을 포함한 것 같은데 제발 이런 보편적이지 않은 정보는 수정하길 바란다. ‘높이 2~6m, 드물게 10m’로 말이다. 여하튼 중국에서는 아그배나무를 소교목이라고도 하지 않고 아예 관목(灌木)이라고 하고 서양에서는 small tree 또는 shrub이라고 한다. 

 

야광나무(좌)는 큰 교목이지만 아그배나무(우)는 서양에서는 이렇게 관목으로도 키운다.

 

  

 

그리고 잎 자체의 크기는 별 차이가 없지만 잎자루가 야광나무는 최대 5cm로 아그배나무 2.5cm의 두 배로 길다. 그리고 꽃의 사이즈도 야광은 3~3.5cm인데 아그배는 2~3cm로 60% 수준으로 작고 꽃자루는 야광이 최대 4cm인데 반하여 아그배는 2.5cm로 많이 짧아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열매의 모양이나 색상은 비슷하지만 열매자루도 당연히 야광나무가 30~50% 정도 더 길어 최대 4cm에 달한다. 그리고 열매의 사이즈는 야광나무도 지름이 8~10mm로서 꽃사과들 중에서 큰 편은 아니지만 아그배나무는 6~8mm로 꽃사과나무들 중에서도 가장 작은 편이다. 심지어는 우리 국립수목원 도감에서는 4~6cm라고 묘사하고 있다. 그래도 구분이 안되면 꽃이 없는 가지 끝부분의 잎을 살펴보면 쉽게 구분된다. 아그배나무는 꽃이 피지 않은 가지가 성장할 때 잎이 3~5갈래로 갈라진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꽃이 만개할 당시에는 갈라진 잎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다. 꽃이 진 다음 줄기가 성장할 시기에 꽃이 없는 가지에서 갈라진 새 잎이 나오는 것이다. 만약 뒤늦게 가을에 강하게 전정하여 이듬해 꽃이 거의 피지 않는다면 봄부터 나무 전체의 잎이 갈라진 모습으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 해가 되면 묵은 가지에서는 갈라진 잎은 나오지 않는다. 즉 갈라진 잎은 신년지에서만 나온다는 말이다.

 

야광나무 꽃자루는 최대 4cm로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지만 아그배나무는 최대 2.5cm로 짧다.

 

 

그 외에도 야광나무의 잎 가장자리 톱니도 날카롭지만 아그배나무의 잎은 날카로우면서도 거칠다. 그리고 아그배나무는 잎 앞뒷면에 털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털이 없는 야광나무와 구분이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포인트는 새 잎이 나오는 모습인데 아그배나무 등 마가목사과나무조 수종들은 잎이 반으로 가지런히 접혀서 나오지만 야광나무 등 진정사과나무조의 수종들은 새 잎이 돌돌 말린 모습으로 나와서 다르다. 그리고 야광나무는 꽃받침통보다 꽃받침 열편이 더 길지만 아그배나무는 같거나 조금 긴 정도라서 이 또한 구분 포인트가 된다. 그리고 아그배나무의 열매는 꽃받침 조각이 탈락한 자리가 넓게 둥근 원을 그리면서 살짝 들어간 모습을 하고 있어 이 또한 독특한 특징이 된다. 또 하나 야광나무는 암술대가 극히 일부가 4개인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5개이지만 아그배나무는 3~4개인 경우도 많다는 점이 다르다. 이렇게 둘의 차이점을 들자니 끝이 없다. 이제 마지막으로 아그배나무는 탁엽이 계속 남아 있어 쉽게 관찰되지만 야광나무는 금새 탈락하여 탁엽을 쉽게 찾아보기 힘든다는 점도 쉬운 구분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야광나무(좌)의 새잎은 돌돌 말려서 나오지마 아그배(우)의 새잎은 반으로 접혀서 나온다.
야광나무(좌)의 배꼽은 작지만 아그배나무(우)의 배꼽에는 둥근 원이 생긴다.
야광나무(좌)의 탁엽은 조기 탈락하지만 아그배나무(우)의 탁엽은 계속 남아 쉽게 눈에 띈다.

 

 

결론적으로 야광나무는 가정의 정원에서 적합하지 않는 대교목이지만 아그배나무는 사이즈가 정원수로 적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아그배나무가 주로 3m정도 인 왜성으로 자라며 그것도 가지가 밑으로 처지고 대부분 노란 열매가 달린다고 한다. 그래서 사이즈가 아담하고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 한동안 정원수로 많이들 심었지만 현재는 보다 더 아름다운 원예품종들이 많이 등장하여 인기가 식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다양한 꽃사과나무를 쉽게 접할 수 없는 국내서는 야광나무에 대한 향수 또는 아그배나무 자체가 아름다워서 정원수로 인기가 높아 보인다. 더구나 요즘 외래 재배종이 범람하는 시대에 우리 토종 꽃나무들의 가치는 단순하게 꽃이나 열매의 아름다움만으로 비교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고 토종 정원수가 대개 병충해에 강하고 우리 풍토에도 잘 적응하므로 관리하기도 쉬운 장점이 있다. 

 

등록명 : 아그배나무

학    명 : Malus toringo (Siebold) de Vriese

등록명 : Malus toringo (Siebold) Siebold ex de Vriese

이    명 : Malus sieboldii (Regel) Rehder

분    류 : 장미과 사과나무속 관목 또는 소교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일본, 중국

중국명 : 삼엽해당(三叶海棠), 산다과(山茶果), 야황자(野黄子)、산사자(山楂子)

일본명 : ズミ(酸実, 桷, 棠梨), 小林檎、深山海棠, 小梨、姫海棠(ヒメカイドウ)

영어명 :  Siebold's crabapple, Toringo crabapple

수    고 : 2~6m

줄    기 : 개전, 소지원주형 능각 눈시단유뮤 노시탈락 암자색 자갈색

동    아 : 난형 선단교둔 무모 선단인편단유모 자갈색

엽    편 : 난형 타원형 장타원형

잎크기 : 3~7.5 x 2~4cm

잎모양 : 선단급첨 기부원형 관설형 변연첨예거치 신지상엽편거치조예 3, 5렬

잎면모 : 유엽전후면 단유모 노엽상면무모 하면중륵측맥 단유모

잎자루 : 1~2.5cm, 단유모

탁    엽 : 초질 좁은 파침형 선단점첨 전연 단유모

꽃차례 : 4~8송이 소지정단 집생

꽃자루 : 2~2.5cm, 유모 근무모

포    편 : 막질 선상피침형 선단점첨 전연 내면유모 조락

꽃지름 : 2~3cm

꽃받침 : 외면근무모 혹 유모

악    편 : 3각란형 선단미상점첨 전연 5~6mm, 외면무모 내면융모 악통등장, 초장

꽃    잎 : 장타도란형 15~18mm 기부단조 담분홍색 꽃망울 진분홍색 개화시 백색

꽃    술 : 수술 20개, 화사 장단부제 화판의 1/2

암술대 : 3~5개 기부장유모 교웅예초장

열    매 : 근구형 6~8mm, 홍색 갈황색 악편 탈락

과    경 : 2~3cm

개화기 : 4~5월

결실기 : 8~9월

용    도 : 식용, 약용 및 사과나무 대목으로 이용

내한성 : 영하 34도

 

아그배나무는 소교목 또는 관목이다.
아그배나무는 꽃망울이 진분홍에서 개화초기 연분홍으로 변한다.
아그배나무는 만개 후에는 백색이 된다.
아그배나무 열매는 홍색 또는 황색으로 익는다.
아그배나무
아그배나무 단풍과 동아
아그배나무 분재
중국식물지 삼엽해당 - 아그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