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사과나무속

1966 야광나무 – 토종 키 큰 꽃나무 중 최고의 정원수

낙은재 2024. 4. 27. 10:21

 

 

용문산 계곡에서 야생하는 야광나무
용문산 야광나무
영국 보코녹 가든의 야광나무

 

 

필자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자생종으로서 키가 큰 교목인 꽃나무 중에서는 야광나무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양평군 단월면에 가면 키가 10m가 넘는 야광나무 약 100그루가 무리 지어 계곡 좌우로 늘어서 자생하는 곳이 있다. 매년 야광나무 꽃이 만개할 때면 지인들과 함께 거기를 방문하는데 동행하는 사람마다 털이 전혀 없는 선명한 녹색 잎 바탕에 수만 송이의 순백색 꽃과 꽃망울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모습에 감탄을 자아내며 곧바로 야광나무의 열렬한 애호가가 된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수종이 왜 우리 주변에서는 흔하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오래되면 키가 최대 14m까지도 자라는 교목이라서 작은 가정의 정원에는 다소 부담스럽다고 하더라도 공원이나 부지가 넓은 관공서나 학교 등 공공시설 또는 전신주가 없는 도로변 등에 심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야광나무의 만개한 장관을 볼 수 있을 터인데 말이다. 야광나무는 사과나무속으로 분류되는 꽃사과나무의 일종이므로 행앵도리(杏櫻桃梨)가 다 질 무렵 꽃이 피기에 시기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게다가 야광나무는 하나의 나무에 셀 수도 없이 많은 무수한 하얀 꽃이 피기에 오죽하면 밤에도 주변을 밝힌다고 그 이름이 야광나무라는 주장까지 있을 정도로 그 꽃이 화려하다. 실제로 10m가 넘는 큰 야광나무의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여타 꽃사과들은 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렇게 아름다운 우리 토종 꽃나무인데도 산이나 들로 찾아 다니지 않으면 쉽게 볼 수가 없다는 말이다.

 

사실 야광나무에 대하여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많아도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우리나라 거의 전역의 여기저기서 꽤 많이 보이는 나무가 야광나무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야광나무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가 없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나무시장에서도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자생종 묘목을 기르는 비용보다는 외국에서 손쉽게 저렴한 가격에 어린 묘목을 수입하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라일락보다 더 매력적인 토종 정향나무나 개회나무는 구하기 어렵고 엉뚱하게 중국계 왜성 메이어리라일락을 가져다가 마치 정향나무의 원예품종인 것처럼 미스킴라일락이라는 엉터리 이름을 붙여서 판매하고 있으며 개회나무 대신에 중국 개회나무인 북경라일락을 판매하는 것이 우리나라 화훼 유통업계의 현실이다. 토종 분꽃나무를 외면하고 엉뚱하게 분꽃나무가 자생하지도 않는 유럽에서 왔다는 유럽분꽃나무가 꽃시장을 점령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동양의 수국까지도 유럽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마치 유럽이라는 명칭을 붙이면 뭐든지 좋을 줄 알면서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참으로 답답하다. 한 마디로 말하면 우리나라는 화훼 육종 농장은 처음부터 없었고 재배 농장도 거의 사라져 가고 있으며 수입 유통 업체만 호황을 누리는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그 덕분에 토종 정원수의 가치가 날로 높아만 간다. 현란하게 꽃이 피는 서양 원예품종들보다 수수하고 담백하게 꽃이 피는 토종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식물애호가의 경지가 아닌가 한다. 우리 조선시대 선조들은 매화를 그토록 사랑하였는데 화려한 색상의 겹매화가 아닌 녹악 단판 백매화를 가장 높이 샀다고 하는 것은 귀감이 된다.  

 

양평 농가 계곡가에 심어진 야광나무

 

 

 

여하튼 전국 방방곡곡에서 흔하게 야생하는 야광나무는 묘목 하나 살 수가 없는 것이다. 다만 개화기에 비슷한 느낌이 나지만 사이즈가 작은 아그배나무만 판매할 뿐이다. 그래서 야광나무는 개인 정원은 물론 학교나 관공서 심지어는 공원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규모가 큰 수목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나무가 되었다. 야광나무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백담사(百潭寺) 때문으로 보인다. 신라시대 창건되었고 만해 한용운(韓龍雲, 1879~1944)선생이 수행했던 절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더 유명한 것은 1988년부터 전두환 이순자부부가 3년간 은둔하였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 등 일반인들의 출입이 잦아지면서 그 절의 야광나무가 아름답게 꽃핀 모습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흔하게 자라서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매년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건만 이런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만 일반인들의 눈에 띄어 관심을 받는다니 야광나무 입장에서는 서운하겠다 싶다. 

 

백담사 야광나무 - 출처 유튜브

 

 

야광나무는 최근의 유전자 분석 기술로 능금나무와 벚잎꽃사과나무의 조상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즉 능금나무와 벚잎꽃사과나무는 중국 신장 위구르 원산의 신강야평과(新疆野苹果)와 야광나무가 먼 옛날 만나서 탄생시킨 교잡 혈통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야광나무는 능금보다도 더 먼저 중국 북방과 우리나라 그리고 시베리아에서 자생하고 있었다는 것인데도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에서조차도 기록이 없다. 특별히 별도로 부르는 이름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식물분류학이 도입된 다음 중국에서 붙인 이름이 산형자(山荆子)이다. 이는 1935년 발간된 하북습견수목도설(河北习见树木图说)을 출처로 한다. 그 외에도 임형자(林荆子) 또는 산정자(山定子)라는 별명이 있는데 그 당시 조사해 보니 하북지방 등에서 주민들이 이렇게 부르더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형(荆)이란 광주리를 만들고 회초리를 만드는 그야말로 산이나 들에 흔한 잡목을 말한다. 우리 조상들을 이 글자를 국내서 흔한 (광대)싸리로 번역했지만 실제로 중국에서는 주로 꿀풀과 목형(Vitex) 즉 중국명 모형(牡荆)을 말한다. 그러니 야광나무는 중국에서도 오랜 세월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제대로 된 이름이 없어서 그냥 산에 있는 흔한 나무라는 의미로 민간에서 불린다는 말이다. 최근에는 지사제 등으로 쓰지만 과거에는 약재로도 쓰지 않았고 지름 10mm도 안 되는 작은 열매가 식용하기에도 부적합한 데다가 꽃의 색상이 단순한 흰색이라서 그다지 매력 있는 나무로는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점에 있어서는 현재 서양사람들도 그렇다. 이 수종이 러시아에서도 자생하기에 일찍이 유럽에 알려졌지만 아직도 서양사람들은 이 야광나무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이름 야광나무가 논란이다. 평북 방언에서 채록한 것이라는 이 이름을 아예 밤에도 빛을 내는 야광주(夜光珠)의 야광이라고 국립수목원 도감에 버젓이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설을 반박하는 주장이 더 강하다. 즉 야광나무의 야광이 아광나무의 아광이나 아가위 아가배 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산사나무의 일종인 뫼산사나무 즉 아광나무의 이명이 야광나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야광나무의 이명으로 아가위나무 아그배나무 들배나무 돌배나무 등이 있기 때문이 이들이 모두 중국 당(棠)과 관계가 있는 우리말이기 때문이다. 고대 중국인들이 흔히 쓰던 棠이란 글자를 현대 중국인들이 아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체로 작고 둥글고 수분이 많아 시고 단 맛이 나는 열매를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래서 배와 꽃사과의 열매 또는 산사열매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는 사과와 배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기에 당(棠)을 작은 열매가 달리는 배나무와 사과나무에 두루 사용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야광나무도 하나의 당(棠)이므로 우리말 아가+배에서 아그배로 그게 아가위가 되었다가 아광 다시 야광으로 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사과나무는 서양에서도 식물분류학을 시작할 초창기에는 배나무속으로 분류했을 정도로 둘은 유사한 면이 많았던 것이다. 중국에서는 한(漢, 202 BC~220 AD)나라 때 편찬된 서경잡기(西京杂记)에서 柰(내)와 棠(당)을 구분하였다고 그때부터 사과와 배를 분리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그 내(柰)는 서역에서 도입된 식용 사과이기에 작은 꽃사과 열매들과는 달랐다. 따라서 그걸 구분한 것이므로 배와 사과를 분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야광나무 열매 - 열매자루가 길고 꽃받침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아시아 거의 전 지역 북단에서 광범위하게 자생하는 야광나무는 처음 린네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건너온 수종을 대상으로 1767년 배나무속으로 분류하여 Pyrus baccata L.라는 학명을 부여한다. 그러다가 1803년 독일 삼림학자인 Moritz Balthasar Borkhausen (1760~1806)에 의하여 사과나무속으로 편입되어 현재의 학명 Malus baccata (L.) Borkh.로 재명명된다. 여기서 종소명 baccata는 berry라는 뜻으로 중국의 당(棠) 또는 우리 아가위와 유사한 맥락이다. 중국에서든 유럽에서든 별 주목을 받지 못하던 이 수종이 유명하게 된 것은 식용 사과나무의 조상이라는 주장이 제기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전자 분석결과 식용사과가 아닌 능금나무와 벚잎꽃사과나무의 조상임이 밝혀진 것이다. 그 외에도 야광나무는 일본에서 아그배나무와의 교잡으로 꽃사과나무 즉 Malus x floribunda를 탄생시켰으며 서양에서는 벚잎꽃사과나무와 더불어 Malus × robusta라는 교잡종을 탄생시킨 부모종으로 활용된다. 그리고 내한성이 영하 50도로 극강이고 병충해에 강하며 척박하거나 습기가 많은 등 토양을 가리지 않으며 수명이 길어 여러 품종들의 접목용 대목으로 많이 활용된다. 따라서 야광나무는 꽃사과 수종들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수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야광나무는 지역마다 생장습성이 다르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계곡 주변 즉 물가에서만 주로 성장하고 있는 데다가 원래 뿌리가 깊은 심근성(深根性)이므로 성목의 경우 이식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공원이나 넓은 정원에서 야광나무를 쉽게 볼 수 없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주변에 있는 정원이 좋기로 이름난 카페에서 야광나무 이식에 여러 번 도전하였으나 번번히 실패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장기계획을 세워 1~2년 전부터 뿌리돌림을 하여 잔뿌리 발달을 촉진시킨 다음 이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꽃사과나무(좌)와 국내 미등록종인 Malus x robusta의 한쪽 부모종은 야광나무이다.
큰 나무 이식 방법 - 출처 : 국립산림과학원

 

 

우리는 흔히 야광나무와 아그배나무를 많이 닮은 나무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사과나무속을 세분할 경우 아그배나무는 마가목사과조 즉 Sect. Sorbomalus로 분류되어 진정사과조 즉 Sect. Malus로 분류되는 야광나무와 거리가 멀다. 잎이 갈라지지 않고 석세포가 없으며 새 잎이 석권상(席卷状)으로 나오는 진정사과조는 사과나무계와 야광나무계로 다시 세분되는데 악편이 탈락하고 열매 지름이 1.5cm 미만인 야광나무계는 야광나무 외에 털야광나무와 수사해당 호북해당이 속하고 악편이 계속 남고 열매가 지름 2cm이상으로 큰 사과나무계는 사과나무 외에 능금나무 벚잎꽃사과나무 그리고 중국꽃사과나무와 신강야평과(新疆野苹果)가 속한다. 반면에 잎이 갈라지고 석세포가 있는 경우가 있으며 새 잎이 대절상(对折状)으로 나오는 마가목사과조는 3개 계로 다시 세분되는데 아그배나무와 이노리나무 그리고 운남꽃사과나무가 제각각 다른 계로 분류된다. 그리고 잎의 결각 유무 외에도 야광나무는 10m 이상 자라는 교목이지만 아그배나무는 키가 최대 6m까지만 자라는 소교목이며 꽃과 열매도 작고 꽃자루도 짧아서 야광나무와 구분이 된다.  

 

새잎이 나올 때 돌돌말린 모습인 야광나무
새잎이 절반으로 접혀서 나오는 아그배나무

 

 

 

등록명 : 야광나무

이    명 : 들배나무, 아가위나무, 아그배나무, 동배나무

학    명 : Malus baccata (L.) Borkh.

분    류 : 장미과 사과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시베리아

중국명 : 산형자(山荆子) 임형자(林荆子) 산정자(山定子)

일본명 : 시베리아린고(シベリアリンゴ)

영어명 : Siberian crab apple

수    고 : 10~14m

수    관 : 광원형

줄    기 : 유지세약 미굴곡 원주형 무모 홍갈색 노지암갈색

동    아 : 난형 선단점첨 인편변연융모 홍갈색

엽    편 : 타원형 난형 3~8 x 2~3.5cm

잎모양 : 선단점첨 기부설형 원형 변연세예거치 눈시단유모 혹 완전무모

잎자루 : 2~5cm 유시단유모 소수선체 불구전부탈락 무모

탁    엽 : 박질 피침형 장3mm 전연 선체 조락

화    서 : 산형화서 4~6송이 무총경 소지정단집생 지름 5~7cm

꽃자루 : 세장 1.5~4cm, 무모

포    편 : 막질 선상피침형 변연선체 무모 조락

꽃크기 : 지름 3~3.5cm

꽃받침 : 악통외면무모

악    편 : 피침형 선단점첨 전연 5~7mm 외면무모 내면융모 악통보다김

화    판 : 도란형 2~2.5cm, 선단원둔 기부단조 백색

수    술 : 15~20 장단부제 화판이 1/2 정도

화    주 : 5 혹 4 기부 장유모 수술보다 김

열    매 : 근구형 지름 8~10mm 홍색 황색 병와 악와 초미함입 악편탈락

과    경 : 3~4cm

화    기 : 4~5월

과    기 : 9~10월

내한성 : 영하 50도

 

Malus baccata 'Gracilis'라는 처진야광나무 품종
꽃망울
야광나무
야광나무 열매
야광나무 열매
야광나무 수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