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야광나무라는 우리 자생종 꽃사과나무가 있는데 그 이름만 들어 봤을 때는 마치 야광나무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등록된 학명을 보니 Malus mandshurica (Maxim.) Kom. ex Skvortsov로 되어 있어 학명 Malus baccata (L.) Borkh.인 야광나무와는 전혀 다른 수종임을 나타낸다. 한중일이 원산지인 이 수종을 중국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털야광나무라는 의미로 모산형자(毛山荆子)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야광나무와 어떤 연관성이 반드시 있어야 말이 된다. 그렇다. 알고 보니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우리나라에 등록된 학명이 Malus baccata var. mandshurica (Maxim.) C.K.Schneid라고 야광나무의 변종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시베리아가 주 원산지인 야광나무의 만주에서 발견된 변종이라는 의미의 학명으로 표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광나무를 Siberian crab apple이라고 부르는 서양인들은 이 털야광나무를 Manchurian crab apple이라고 대비하여 부른다. Crab apple이란 작고 신맛이 나는 사과나무 열매를 통칭하는 영어로서 꽃사과나무의 열매들뿐만 아니라 능금까지도 여기에 포함된다. 야광나무와 털야광나무가 모두 자생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지명이 아닌 털이 많은 특성을 내세워 털야광나무라고 부른다. 함경도 지역에서는 개귀타리나무라고 부른다는데 귀타리는 자두의 방언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동배나무나 아가위나무 등 야광나무와 같은 이름으로도 불렀다고 한다. 야광나무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과거에 둘을 같은 종으로 본 것이다.
또 다른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이를 모산형자(毛山荆子)라고 불러 털야광나무와 맥을 같이 한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요산형자(辽山荆子)라고 만주야광나무라는 취지로도 불러 영어명과 궤를 같이 한다. 특히 길림지역에서는 당리목(棠梨木)으로 불렀다고 한다. 중국에서 棠梨(당리)란 매우 헷갈리는 용어로 워낙 여러 문헌에서 혼용하기 때문에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지만 현대 중국에서는 대체로 자작잎배나무 즉 두리(杜梨)로 인식한다. 하지만 棠梨木(당리목)이 되면 배나무가 아닌 사과나무가 되어 바로 이 털야광나무를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선조들은 甘棠(감당)이 杜梨(두리)이고 두리가 바로 棠梨(당리)인데 이를 처음부터 팥배나무 잘못 해석하였기에 이 棠梨木(당리목)도 팥배나무(조선삼림식물도설, 1943년 정태현)로 판단하여 털야광나무의 이명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여하튼 棠(당)이란 이름만 나오면 중국에서 자기들이 헷갈려서 갈팡질팡하였기에 우리 선조들은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하였던 것이다.
야광나무가 자생하지 않는 일본에서는 야광나무를 시베리아린고(シベリアリンゴ)라고 부르며 이 털야광나무를 만슈우즈미(マンシュウズミ)라고 불러 만주아그배나무라는 의미로도 부른다. 그래서 털야광나무의 우리 이명 중에 만주아그배나무(우리나라식물명감, 1949년 박만규)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홋카이도에서도 털야광나무가 자생하기에 에조노코린고(エゾノコリンゴ, 蝦夷子林檎)를 일본 정명으로 삼는다. 에조(蝦夷)는 홋카이도(北海道)의 옛 이름이며 코린고(コリンゴ)는 小林檎(소임금)이라고도 쓰는데 작은 능금이라는 뜻으로 아그배나무의 이명이기도 하다. 결국 홋카이도아그배나무라는 말이 된다.
털야광나무의 학명은 원래 러시아 식물학자인 Karl Maximovich(1827~1891)가 야광나무가 아직 배나무속으로 분류되었을 당시인 1874년 야광나무의 변종으로 Pyrus baccata var. mandshurica Maxim.라고 명명한다. 그러다가 독일 식물학자인 Camillo Karl Schneider (1876~1951)가 1906년 사과나무속으로 변경하여 Malus baccata var. mandshurica (Maxim.) C.K.Schneid라고 재명명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식물목록인 1937년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이래 최근까지 이 학명으로 사용하였기에 우리 이름을 처음부터 털야광나무라고 붙였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러시아 식물학자인 Vladimir Leontyevich Komarov(1869~1945)가 1925년 별도의 독립된 종으로 승격시켜서 재명명한 학명 Malus mandshurica (Maxim.) Kom. ex Skvortzov가 널리 인정받고 있어 우리도 현재 이 학명으로 등록되어 있다. 그래서 국명과는 달리 현재의 학명으로만 보면 야광나무와는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학명은 그렇더라도 실제 나무를 보면 야광나무와 매우 많이 닮았다. 우선 키가 15m로 교목이라서 야광나무와 비슷하며 같은 사이즈인 지름 3~3.5cm의 백색 꽃이 핀다는 점도 비슷하다. 꽃자루 길이도 비슷하고 잎의 사이즈나 잎자루 길이도 비슷하다. 열매의 꽃받침이 탈락한다는 점도 동일하다. 다만 털야광나무에는 잎 뒷면과 잎자루에 단유모(短柔毛)가 있고 꽃자루와 꽃받침통에 단유모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여 털야광나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그 외에도 잎이 거치가 다소 둔하고 탁엽이 길고 열매가 구형이 아닌 길쭉한 타원형이거나 도란형이며 지름이 최대 12mm로 야광나무보다 길쭉하고 굵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등록명 : 털야광나무
학 명 : Malus mandshurica (Maxim.) Kom. ex Skvortsov
이 명 : Malus baccata var. mandshurica (Maxim.) C.K.Schneid
분 류 : 장미과 사과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일본, 극동러시아
영어명 : Manchurian crabapple
중국명 : 모산형자(毛山荆子), 요산형자(辽山荆子), 당리목(棠梨木)
일본명 : エゾノコリンゴ(蝦夷小林檎), マンシュウズミ(満州棠梨)
수 고 : 12m, 최대 15m
줄 기 : 소지세약 원주형 유눈시단유모 노시축점탈락 자갈색 암갈색
수 피 : 무모, 회갈색, 불규칙하게 갈라짐
동 아 : 난형 선단점첨 무모 인편변연 미단유모 자갈색
엽 편 : 난형 타원형 도란형
잎크기 : 5~8 x 3~4cm
잎모양 : 선단급첨 점첨 기부설형 근원형 변연세거치 기부거치천둔 전연
잎면모 : 하면중맥 측맥 단유모 근무모
잎자루 : 3~4cm, 희소 단유모
탁 엽 : 엽질 막질 선상피침형 5~7mm, 선단점첨 변연 희소선치 내면유모 조락
꽃차례 : 산형화서 3~6송이 무총경 소지정단 집생 지름 6~8cm
꽃자루 : 3~4cm 단유모
포 편 : 소 막질 선상피침형 조탈락
꽃지름 : 3~3.5cm
꽃받침 : 외면 단유모 악평 피침형 선단점첨 전연 5~7mm, 내면융모 악통보다 김
꽃 잎 : 장도란형 1.5~2cm 길이 기부단조
꽃색상 : 연한 홍색 또는 백색
수 술 : 30개, 화사 장단부제, 꽃잎의 반 또는 약간 김
암술대 : 4개(간혹 5개) 기부융모 수술보다 약간 김
열 매 : 타원형 도란형, 0.8~1.2cm, 꽃받침 탈락, 홍색 또는 황색
과 경 : 3~5cm
개화기 : 4~6월
결실기 : 8~9월
용 도 : 식용, 약용 및 기구용 목재, 염료, 사과나무 대목, 관상용
내한성 : 영하 45도
'장미과 아몬드아과 > 사과나무속'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69 호북꽃사과나무 – 수사해당을 닮은 호북해당(湖北海棠) (1) | 2024.04.30 |
---|---|
1968 수사해당(垂絲海棠) – 엉뚱한 서부해당으로 개명당한 정원수 지존 (3) | 2024.04.30 |
1966 야광나무 – 토종 키 큰 꽃나무 중 최고의 정원수 (2) | 2024.04.27 |
1965 벚잎꽃사과나무 = (구)꽃사과, 애기사과, 추자(楸子) 내자(柰子) (2) | 2024.04.24 |
1964 능금나무 = 임금(林檎), 정원수로 매우 적합한 수종 (1) | 2024.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