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과는 5개 아과(sub-family)로 세분되는데 국내 등록된 기준으로 볼 때 그 중 가지아과가 가장 크다. 가지아과는 다시 7개 족(tribe)으로 세분할 수 있는데 앞에서 맹독성 식물인 독말풀족의 2개 속 탐구를 마쳤다. 이번에는 내친김에 독말풀족보다 더 강한 독성을 가진 종들로 구성된 사리풀족에 대하여 탐구하고자 한다. 사리풀족은 아트로파속과 사리풀속 피소클라이나속 그리고 미치광이풀속 등 4개 속의 4개 종이 등록되어 있는데 모두 독초들이다. 특히 그 중에서 아트로파 벨라도나와 사리풀은 지구상 가장 강한 독성을 가진 식물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흥미를 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하여 차례차례 간략하게 파악하려고 한다.
가지과의 학명 Solanaceae는 가지속의 학명 Solanum에서 온 것이다. Solanum의 어원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안락함이나 위로감 또는 진정을 뜻하는 라틴어 solamen에서 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종에서 추출한 성분을 과거에 자상이나 화상 등의 치료용이나 진정제로 많이 사용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1753년 린네가 명명한 가지속의 모식종은 가지가 아니고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에 널리 자생하는 서양에서 black nightshade로 불리는 까마중이다. 그래서 가지과를 일반적으로 nightshades라고 말한다. 주로 검은 열매가 많으므로 night에다가 유독성 식물들이 많아서 그늘 또는 음(陰)을 뜻하는 shade를 합한 단어이다.
가지과에는 모식종인 black nightshade 즉 까마중 외에도 nightshade로 불리는 몇 종이 있다. 그 중에는 열매의 맛이 처음에는 쓰다가 단 맛으로 변하므로 bittersweet nightshade로 불리는 빨간 열매가 달리는 학명 Solanum dulcamara인 가지속 반관목도 있다. 가지속은 아니지만 deadly nightshade로 불리는 또 다른 맹독성 식물이 있는데 그게 바로 오늘의 탐구 대상인 Atropa bella-donna이다. 린네가 1753년 명명한 이 학명의 속명은 그리스 신화 속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운명의 여신인 Atropos에서 온 것이다. 그녀야 말로 인간의 명줄을 쥐고 있는 힘이 막강한 신으로 그녀가 줄을 끊으면 인간은 죽는다고 한다. 이 속의 모식종인 Atropa bella-donna는 작은 종같이 생긴 꽃이 아름답고 은은한 향기가 있으며 특히 그 윤택이 있는 자흑색 동그란 열매는 아름다운 데다가 달콤한 맛이 나서 인간들을 유혹하기 쉬우나 tropane alkaloids라는 맹독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조금이라도 먹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운명이 결정된다고 그런 속명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종소명 bella-donna는 beautiful lady라는 뜻이다. 이 치명적인 독초에다가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서양에서는 눈동자가 커야 미인이 되므로 클레오파트라 등 수많은 여성들이 이 독초액으로 제조한 안약으로 동공을 크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다르겠지만 과거 동양에서는 눈 코 입이 작아야만 미인이라고 했다. 동양에서는 앵두 같은 작은 입술에 초승달 같은 눈썹에 가느다란 눈을 가져야 미인이라 불렀지만 서양에서는 옛날부터 눈동자가 커야만 미인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서양인들이 지금도 동양인들을 눈이 작다고 가끔 무례하게 비하하는 것은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원산지에서는 반관목 형태로도 자란다지만 주로 키가 2m이내의 다년생인 이 초본식물은 남부 유럽과 이란 등 중동 일부 그리고 북서 아프리카가 원산지이며 지구상 식물 중에서 가장 강력한 독성을 가진 식물 중 하나로 뽑힌다. 실제로 여러 기관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독성 식물 리스트에 거의 매번 포함되는 식물이 바로 이 아트로파 벨라도나이다. 그 이름만 들어 봤을 때는 운명을 좌우하는 아름다운 여신 같은 느낌이며 꽃과 열매의 겉모습은 아름답지만 이토록 강력한 맹독을 가져 피부에 닿기만 하여도 위험하다고 하니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고 만약 재배할 경우에는 특별한 관리를 요한다. 실제로 서양에서도 재배하는 경우 항상 장갑을 착용하여야 하며 일부 나라에서는 의사의 처방 없이는 잎이나 뿌리 등의 판매를 금지하기도 하며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아트로핀을 처방전 없이 구입하지 못하게 한다. 기원전 4세기부터 약으로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이 초본을 서양에서는 워낙 독성이 강하여 초대 로마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그의 황후인 리비아 드루실라에 의하여 바로 이 식물의 독으로 암살당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고 한다. 오늘날 부교감신경계 차단제로 사용되는 약재 아트로핀은 1831년 독일 화학자 Friedlieb Ferdinand Runge가 이 식물에서 처음 추출하여 이름을 붙인 거라고 한다. 참고로 독성은 뿌리가 가장 강하고 다음 잎과 열매 줄기 꽃 순서로 강하다고 한다.
원산지 외에는 중국과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미국 외에는 재배하는 나라가 드물다. 중국에서는 진경 및 진통제로 그리고 도한(盜汗)치료나 산당(散瞠)용 약제로 쓰는데 산당이 바로 동공 확장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이 초본을 전가(颠茄)라고 한다. 광서자치구에서 부르는 이름인데 전(颠)은 風(풍)과 같은 의미로 颠狂(전광) 즉 정신이 혼미하여 狂乱(광란)하는 모습을 말하며 가(茄)는 가지를 뜻이다. 그래서 풍가(风茄)나 분노의 가지(愤怒的茄子) 또는 야산가(野山茄)라고도 했다. 일본에서는 그냥 베라돈나(ベラドンナ)라고 하거나 무서운 가지라는 뜻으로 오카미나스비(オオカミナスビ, 狼茄子)라고 즉 늑대가지라고 한다. 이 식물의 독성은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에게도 치명적이지만 소나 토끼의 경우는 먹어도 큰 부담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이런 동물들에 의하여 배설물을 통하여 번식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거의 볼 수가 없어서 해당되지 않지만 서양에서는 열매의 형태가 비슷한 까마중과의 구분에 관심이 많다. 우선 이 아트로파의 열매는 지름이 1.5~2cm에 달하여 지름 0.8cm에 불과한 까마중의 열매에 비하면 두 배나 크다. 그리고 열매의 받침이 크고 넓게 옆으로 퍼진다. 그리고 까마중은 4~10개의 열매가 전갈꼬리 같은 형상의 과서(果序)에 달리지만 아트로파 벨라도나는 하나씩 달린다는 점에서 쉽게 구분이 된다.
등록명 : 아트로파 벨라도나
학 명 : Atropa bella-donna L.
분 류 : 가지과 아트로파속 다년생 초본
원산지 : 남유럽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영어명 : deadly nightshade, death cherries
중국명 : 전가(颠茄)
높 이 : 0.5~2m
잎특징 : 호생, 7~25 x 3~12cm 양면 유모
꽃특징 : 처짐 백색 선모 화관 통상 종형 황록색 악편 1~1.5cm
열 매 : 장과 구형 지름 1.5~2cm 성숙후 자흑색 광활
화과기 : 6~9월
내한성 : 영하 29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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