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풀속 Scopolia
가지과 사리풀족에는 세계 10대 맹독식물로 뽑히는 아트로파속과 사리풀속 외에도 유독성 초본으로 구성된 미치광이풀속도 있다. 전세계 단 4종으로 구성된 이 속의 모식종은 중남부 유럽과 카르파티아 산맥지역이 원산지이며 다른 한 종은 코카서스지방이 원산지인데 특이하게 또 다른 두 종은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자생한다. 그게 바로 미치광이풀과 일본미치광이풀이다. 속명 Scopolia는 네덜란드 태생으로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한 식물학자인 Nikolaus Joseph Freiherr von Jacquin(1727~1817)이 1764년에 이탈리아 자연학자인 Giovanni Antonio Scopoli (1723~1788)의 이름으로 명명한 것이다. 모식종이 중남부 유럽에서 자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1753년 린네의 ‘식물의 종’에는 수록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Jacquin이 1764년 새로운 속을 신설하면서 모식종으로 Scopolia carniolica를 명명하게 되는데 워낙 사리풀이나 아트로파와 유사하여 이들 두 속으로 분류한 학명들이 뒤이어 발표된다. 린네(1707~1778) 자신이 1767년 사리풀속으로 분류한 학명 Hyoscyamus scopolia L.을 발표하였고 영국 식물학자에 의하여 아트로파속으로 분류한 학명 Atropa ambigua가 1796년 발표되기도 했다. 그만큼 미치광이풀은 아트로파나 사리풀과 매우 유사한 맹독을 가졌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동양의 미치광이풀
동양에서는 러시아 식물학자인 Karl Maximovich(1827~1891)가 일본에서 1864년에 처음 발견하여 1872년 Scopolia japonica Maxim.이라는 학명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한참 후인 1909년에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종이 발견된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출생한 의사로서 1908년부터 1918년까지 약 10년 간 한국에서 의사 및 선교사로 활동하였던 Ralph Garfield Mills(1884~1944)선생이 평안북도 강계군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가 채집한 표본을 토대로 영국 식물학자 Stephen Troyte Dunn(1868~1938)이 1912년 일본 미치광이풀의 변종으로 분류한 학명 Scopolia japonica var. parviflora Dunn를 발표한다. 여기서 변종명 parviflora는 small flowers 즉 작은 꽃을 의미한다. 그래서 1937년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는 이 학명에 국명을 미치광이라고 하여 수록되어 있었다. 이후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 이 변종을 종으로 승격 시킨 학명 Scopolia parviflora (Dunn) Nakai를 1933년에 발표하여 한동안 이 학명이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국명도 1949년부터 미치광이풀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1996년 이우철교수 등이 한일 미치광이풀이 서로 크게 다른 점이 없다고 주장하여 통합론이 힘을 얻게 된다. 그 후 우리나라 대표적인 식물분류학자인 이영노(李永魯, 1920~2008)박사가 강원도 화천과 경기도 포천의 경계에 있는 광덕산에서 노란색 꽃이 피는 새로운 종을 발견하여 1993년 학명 Scopolia lutescens Y.N.Lee를 발표하고 국명을 노랑미치광풀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2007년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미치광이풀은 통합된 학명 Scopolia japonica로 등록되었으며 별도로 노랑미치광이풀이 학명 Scopolia lutescens로 추가 등록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특산 미치광이풀들
그러다가 한림대 김영동과 경희대 백진협 등 국내 학자 4명이 2003년 논문에서 우리 자생종 Scopolia parviflora와 일본 자생종 Scopolia japonica는 비록 외형상으로는 엽맥의 수와 유관속 수의 차이를 제외하면 거의 동일하게 보이지만 DNA 염기서열에서 큰 차이를 보여 다른 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며 오히려 노랑미치광이풀은 우리 자생 미치광이풀의 개체변이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한편 이영노박사는 그 이후에도 2005년에 미치광이풀과 노랑미치광이풀의 중간 형태 모습을 하고 있는 광덕미치광이풀 즉 Scopolia kwangdokensis를 2007년에는 새미치광이풀 즉 Scopolia neoparviflora를 연달아 신종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분 이들 또한 노랑미치광이풀과 마찬가지로 자생종 미치광이풀의 개체변이로 인정하는 것 같다. 따라서 2024년 현재 자생 미치광이풀은 일본 자생종과는 다른 별도의 종으로 판단하여 다시 학명 Scopolia parviflora로 등록하고 있으며 그 대신에 노랑미치광이풀 등 이영노박사가 발견한 신종 3종은 모두 이 우리 자생종 미치광이풀에 통합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아직 한일 양종의 분리론을 인정하지 않고 극동지역에는 오직 Scopolia japonica 한 종만 분포하는 것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치광이풀의 우리 이름들
여기까지가 학명의 복잡한 변천사인데 이제부터는 그 못지않게 복잡하고 설명하기도 어려운 우리나라 명칭에 대하여 알아보자. 우선 여기 양평 주변 산에 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미치광이풀이 중국에서는 자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당연히 중국식물지에는 수록되지 못하였고 별도로 한일 양국에서 수입하여 약재로 쓴 적도 없기에 약재명도 없다. 그런데 국내 거의 대부분의 도감에서는 미치광이풀의 옛날 우리 이름이 중국에서 유래된 한자식 이름인 낭탕(莨菪)이나 천선자(天仙子) 등이며 한글로는 초우웡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 근거로 흔히 동의보감이나 물명고를 든다. 허준선생에 의하여 1610년에 쓰여진 동의보감(東醫寶鑑)과 유희선생에 의하여 1824년에 발간된 물명고(物名考)에 그런 이름이 분명 있지만 그 내용은 결코 미치광이풀이 아닌 앞 2085번 게시글에서 다룬 중국에서 오래 전부터 약재로 쓴 사리풀을 지칭하는 것이다. 동의보감이나 물명고가 중국의 본초서들을 참고하여 쓴 책들인데 어찌 중국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미치광이풀에 대한 약재명이 있을 수 있겠는가? 다만 미치광이풀이 사리풀과 그 약효가 워낙 비슷하여 언제부터인가 국내서 대체 약재로 사용하였기에 그런 혼선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외에도 1433년 향약집성방의 낭탕자(莨菪子)나 1477년 의방유취(醫方類聚)의 낭탕자환(莨菪子丸) 19세기 초반 광재물보(廣才物譜)의 낭탕(莨菪)이나 초우웡은 모두 미치광이풀이 아닌 사리풀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와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그 당시 일본에서는 미치광이풀을 낭탕(莨菪)이라고 하였고 지금 현재도 일본에서 낭탕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1921년 일본 학자 모리에 의하여 발간된 조선식물명휘에는 미치광이풀이 수록되지 않았지만 1937년 정태현선생 등에 의하여 편찬된 조선식물향명집에는 미치광이풀의 한자명을 낭탕(莨菪)이라고 하고 사리풀은 중국의 낭탕자(莨菪子)라고 명기하고 있다. 말하자면 중국에서는 사리풀을 낭탕자라고 하지만 국내서는 미치광이풀을 낭탕이라고 한다는 뜻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사리풀 낭탕(莨菪)의 대체약품
이렇게 된 데에는 사정이 있다. 예로부터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맹독초 사리풀을 치료제 진정제 진통제 마취제 등으로 한중일 3국이 수입하여 사용하였는데 일본 에도시대 중기 다방면에 박식한 본초학자 히라가 겐나이(平賀源内, 1728~1780)가 일본에 흔한 미치광이풀이 중국을 통하여 수입한 사리풀 즉 로우토우(ロウトウ) 즉 낭탕(莨菪)과 약효가 유사함을 파악하게 된다. 따라서 그는 미치광이풀을 로토콘(ロートコン, 莨菪根)이라고 부르면서 사리풀 대용 약재로 썼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미치광이풀의 식물명을 하시리도코로(ハシリドコロ, 走野老)라고 하지만 생약명은 로토콘(ロートコン)이라고 한다. 이렇게 대체품이 발견되자 더 이상 수입할 이유가 없어지면서 점차 미치광이풀이 일본에서 낭탕(莨菪)으로 불리기 시작하여 진품인 사리풀의 이름마저 빼앗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어 현재 일본에서는 진짜 낭탕인 사리풀은 학명 Hyoscyamus를 줄여서 히요스(ヒヨス, Hyos)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미치광이풀이 여기저기 흔하게 자라므로 일본을 따라서 사리풀의 대체품으로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높은데 과연 언제부터 그렇게 사용하였는지가 의문이다. 조선식물향명집의 편찬에 약학자도 참여하였는데 그 당시 대체품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한자명을 낭탕(莨菪)이라고 기재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조선시대부터 일본을 따라서 했다기보다는 일제강점기에 자연스럽게 일본을 따라서 대체품을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 조선시대 이전의 고문헌에 등장하는 낭탕(莨菪)은 사리풀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된다. 다만 근대에 와서 현실에서는 국산 대체품으로 미치광이풀을 사용하였다고 인식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광대작약의 어원은 미상
사리풀과 마찬가지로 히오시아민(hyoscyamine) 스코폴라민(scopolamine) 그리고 트로판 알칼로이드(tropane alkaloid) 등의 성분이 특히 뿌리줄기와 뿌리 및 열매에 많다는 이 맹독초인 미치광이풀은 그 성분이나 효능 모두 사리풀과 매우 흡사하다. 그래서 중국에서도 동북지구에서 더러 재배하는 낭탕이라고 동낭탕(東莨菪)이라고 한다는 일부 설도 있으나 주로 일본낭탕(日本欧莨菪)이라고 한다. 물론 이는 한일 양종을 통합한 학명 Scopolia japonica를 말한다. 그리고 중국에서 동낭탕감(东莨菪碱)이라고 하면 미치광이풀뿐만 아니라 사리풀에도 많은 성분인 스코폴라민(scopolamine)을 뜻한다. 우리 고문헌에 기재된 우리말 이름은 추우웡이나 니알히풀이 있는데 이는 식물성 우황이라는 의미의 초우황(草牛黃)과 이앓이풀이라는 뜻으로 모두 사리풀의 한글명이다. 우리 이름 미치광이풀은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모르지만 이 독초를 먹으면 미치광이가 된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이는 원래 사리풀 즉 낭탕(莨菪)의 어원을 설명한 중국 이시진(李時珍)의 其子服之(기자복지) 令人狂浪放宕(영인광랑방탕) 즉 ‘열매를 먹으면 사람이 광란 방탕하게 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동의보감에서 설명한 多食令人狂走見鬼(다식영인광주견귀) 즉 ‘많이 먹으면 사람이 미쳐 날뛰며 헛것을 본다.’라는 문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이름 하시리도코로(ハシリドコロ) 즉 주야로(走野老)는 날뛰는 야로 즉 참마나 둥근마 등 덩굴성 식물인 마를 뜻하는데 이 또한 중국의 영향을 받은 이름으로 판단된다. 그 외의 이명들인 독뿌리 미친풀 등은 같은 맥락이지만 1949년 정태현선생 등이 칭한 광대작약은 북한에서도 이명으로 인정하는 이름인데 그 어원 파악이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 식물명에 광대가 들어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 광대란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옛날 예능인 즉 판소리 배우 등을 뜻하여 화려한 꽃 색상을 말하거나 아니면 허수아비(傀) 즉 흉내 내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꽃이 결코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감히 작약꽃 흉내를 낼 처지도 아닌 이 미치광이풀에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조선후기 실학자인 유희(柳僖, 1773∼1837)선생이 1824년경에 펴낸 물명고(物名攷)에 꽃이 아닌 뿌리를 기준으로 적작약을 한글로 비녀작약으로 백작약을 한글로 광대작약이라고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또한 미치광이풀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등록명 : 미치광이풀
이 명 : 광대작약
학 명 : Scopolia parviflora (Dunn) Nakai
통합명 : Scopolia japonica Maxim.
분 류 : 가지과 미치광이풀속 다년생초본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명 : 일본구낭탕(日本欧莨菪) – 통합의 경우
일본명 : チョウセンハシリドコロ(朝鮮走野老)
영어명 : Korean scopolia
높 이 : 30~60cm
줄 기 : 직립 2~3분지 근조대 육질
엽 편 : 단엽 호생 대소부등 2대생
잎특징 : 전연 조치 엽병
꽃특징 : 단생 액생 측생 혹 지교차간 부중
꽃받침 : 종상 10맥 열편 5
꽃망울 : 악정단 불전신 액축 권권상
화 관 : 종상 15조맥 5천렬 나선상절선상 배열
수 술 : 5 등장 내장 화관기부착생 화약난형 내향 종렬
화 반 : 반상 열편불명현
암 술 : 수술보다 약간 김
자 방 : 원추상 주두 두상 반상 미렬
열 매 : 삭과 근구상 중부이상 환렬 2종렬 숙존악과 열매 같은 크기 긴포과 융기륵
과 경 : 숙존악편과 접속처 불명현
내한성 : 영하 34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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