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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5 사리풀 – 천선자(天仙子) 낭탕(莨菪) 맹독초

낙은재 2024. 12. 31. 11:09

 

사리풀은 아트로파와는 달리 귀여운 면이 별로 없다.

 

 

 

가지과 사리풀 또한 앞 게시글에서 다룬 아트로파 벨라도나 못지않게 강한 독성을 가진 식물인데 이에 대하여 알아보자. 이 초본도 남부유럽과 서아시아 그리고 북아프리카 등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데 학명 Hyoscyamus niger L.은 1753년 린네가 명명한 것이다. 속명 hyoscyamus는 hys (pig) + kyamos(bean) 즉 돼지콩이라는 뜻인데 이는 맹독초이기에 사람은 물론 가축이나 조류 곤충 등 거의 모든 동물들에게 치명적임에도 불구하고 돼지들은 면역이 되어 있는지 잘 먹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 의사이자 본초학자인 Pedanius Dioscorides(40~90)가 붙인 명칭이라고 한다. 아트로파 벨라도나를 예외적으로 소와 토끼가 잘 먹는 것과 유사한 사례이다. 반면에 영어 일반명인 Henbane는 hen + bane(killer) 즉 암탉은 먹으면 죽는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일반명인 stinking nightshade는 이 식물에서는 잎이나 꽃받침 등에 점성 선모가 있는데 거기에서 역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그래도 이 독초는 이렇게 하여 사람이나 동물들에게 가까이 하지 않게 경고(?) 하는 것 같다. 아름답고 달콤한 향기와 맛이 나는 아트로파 벨라도나와는 대조된 모습을 보인다는 말이다. 학명의 종소명 niger는 당연히 검다는 의미인데 글쎄 이 초본에서 어두운 색상은 화관 내면과 종자 외에는 없는 것 같지만 완전한 검정색은 아니다.

 

화관의 내면은 암자색이고 종자는 약간 푸른 기운이 돈다.

 

 

 

 

이 식물은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지만 유럽 전역은 물론 아시아와 아메리카 그리고 오세아니아까지 전세계에 널리 퍼져 재배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식물에는 히오시아민(hyoscyamine)과 스코폴라민(scopolamine) 그리고 트로판 알칼로이드(tropane alkaloid) 등의 유독 성분이 있어 진통이나 환각 또는 마취의 효과가 있으므로 예로부터 진통제 외에도 류마티스와 치통 기침 천식 또는 위통과 신경성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되었으며 심지어는 멀미약과 의료용 마사지 오일 및 맥주의 풍미제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여러 나라에서 약용으로 재배하였기 때문이다. 중국에도 오래 전에 도입되어 약초로 재배하여 왔는데 이 독초에 취하면 신선이 되는 기분이라고 천선자(天仙子)라고 한다. 초창기는 맹독의 위험성보다는 진경 진통 또는 환각제로서의 효능이 크게 부각되어 마비된 사람을 걷게 하고 장기 복용한 사람은 몸이 가벼워져 말처럼 빨리 달리며 몸과 정신이 강건해진다고 약 2천년 전에 쓰여진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중국에서는 낭탕(莨菪)이라고도 했다. 그 이유에 대하여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은 其子服之(기자복지) 令人狂浪放宕(영인광랑방탕)이라고 즉 그 열매를 먹으면 사람이 방탕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같은 식물을 두고서 하나는 정신이 혼미하여 신선이 된 기분을 느낀다고 천선자라고 했는데 한편에서는 사람을 방탕하게 만든다고 방탕자라고 하는 것이 흥미롭다. 그 외에도 중국에는 다양한 이름이 있지만 그 중에 치통을 멈추게 한다고 아통초(牙痛草)라는 이름도 있다. 일본에서는 이 초본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 아님에도 특이하게 별도 이름이 없고 서양의 학명 그대로 히요스치아민(ヒヨスチアミン)이라고 부르거나 줄여서 히요스(ヒヨス)라고 하며 한자로는 菲沃斯(비옥사)라고 쓴다. 이는 과거에는 莨菪(낭탕)이라고 쓰고 로우토우(ロウトウ)라고 했는데 나중에 미치광이풀과 명칭 혼선을 빚어 둘을 구분하기 위하여 학명 그대로 부르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이름이다. 순수 우리말 같은 이 이름의 유래가 명확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열매가 불가의 사리(舍利)와 같이 생겼기에 사리풀이라고 한다는데 글쎄 사리가 어디 일정한 모양이 있었던가 싶다. 납득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설사(泄瀉)와 이질(痢疾)의 치료약으로 쓰는 풀이기에 사리(瀉痢)풀이라고 한다는 설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에서도 치통치료제로 쓴다고 아통초(牙痛草)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중국 약전에는 천선자의 효능으로 오래된 설사와 적백리(赤白痢)를 치료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당대 쓰여진 약성론(药性论)에 生能泻人(생능사인) 열초지냉리(热炒止冷痢) 즉 생으로 먹으면 설사하게 만들고 볶아서 쓰면 냉리를 멈추게 한다는 것이다. 설사를 하게도 만들고 멈추게도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리풀의 어원은 설사와 이질치료용 약초라는 의미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한자로 瀉痢草(사리초)라고 써도 될 법하다.

 

중국에서 이 약초의 재배기간이 약 2000년에 달하는 만큼 우리나라에도 일찍이 들어와 이미 조선초의 의학관련 다수의 문헌에서도 보인다. 그런데 국내 일부에서 조선시대 문헌의 천선자(天仙子)와 낭탕(莨菪)을 우리 자생종인 미치광이풀로 해석하는 경우가 보인다. 글쎄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싶다. 천선자나 낭탕자는 둘 다 중국에서 유래된 용어인데 이 용어는 분명하게 학명 Hyoscyamus niger인 사리풀을 지칭하는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중국에는 미치광이풀이 자생하지 않기에 미치광이풀에 대한 약명 자체가 없었다. 미치광이풀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자생하는 같은 가지과 사리풀족으로 분류되는 사리풀과 매우 유사한 효능을 가진 근연 초본이다. 따라서 나중에는 중국에서 온 사리풀 대신에 국내서 흔한 미치광이풀을 대용으로 사용하였을 수는 있다. 이는 우리 독자적이라기 보다는 일본에서 그렇게 하는 것을 따라서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서는 에도시대 중기 다방면에 박식한 본초학자 히라가 겐나이(平賀源内, 1728~1780)가 처음으로 일본에 흔한 미치광이풀이 중국서 수입한 로우토우(ロウトウ) 즉 낭탕(莨菪)과 약효가 유사함을 파악하고서 로토콘(ロートコン)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대용품으로 썼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미치광이풀의 식물명을 하시리도코로(ハシリドコロ, 走野老)라고 하지만 생약명은 로토콘(ロートコン)이라고 한다.

 

 

미치광이풀을 일본에서 낭탕(莨菪)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미치광이풀을 낭탕의 대용약재로 썼다고 그 당시 조선시대에 곧장 일본을 따라 하였을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동의보감이나 물명고 등에서 낭탕자(莨菪子)에 대하여 설명한 내용은 실물에 기반을 둔 것이라기보다는 중국 문헌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에 그 약성이나 식물의 특성 묘사가 중국의 천선자(天仙子) 즉 사리풀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동의보감의 낭탕자의 약효인 主齿痛出虫(주치통출충) 多食令人狂走見鬼(다식영인광주견귀)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의서인 동한(東漢, 25~220)시대에 편찬된 신농본초경(神农本草经)과 일치한다. 그리고 줄기나 잎에 털이 많고 작은 열매의 색상이 푸른 색을 띤다는 점이 사리풀임을 확인한다. 따라서 이를 미치광이풀로 해석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동의보감에서는 한글명으로 초우웡 즉 초우황(草牛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우황과 유사한 효능이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그리고 물명고에는 초우웡 외에도 니알히풀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바로 이앓이풀 즉 중국의 아통초(牙痛草)와 같은 맥락의 이름이다. 따라서 우리 고문헌에 등장하는 낭탕(莨菪)이나 천선자(天仙子)는 미치광이풀이 아닌 당연히 사리풀로 번역해야 옳다. 다만 일제강점기에 일본학자들이 미치광이풀을 낭탕(莨菪)이라고 한다고 우리 고문헌의 낭탕마저도 미치광이풀로 소급 해석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일본은 미치광이풀을 낭탕 대용품으로 쓰다가 아예 그 이름마저도 빼앗은 격으로 아직도 낭탕이라면 주로 미치광이풀로 통한다. 1921년 일본 식물학자인 모리 다메조(森爲森, 1884~1962)가 펴낸 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에는 사리풀만 수록되어 있었는데 국명을 샤리풀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1937년 정태현선생 등에 의하여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는 사리풀이라고 하고 한자명을 莨菪子(낭탕자)라고 하면서 중화(中華)라고 부기하여 중국명임을 밝히고 있으며 미치광이풀은 국명을 미치광이라고 하고 한자명을 莨菪이라고 기재하고 있어 일본에서는 莨菪이 미치광이풀로 통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결코 따라 하지 않아야 할 일본의 잘못된 부분이다.

 

미치광이풀에는 털이 없다.
사리풀의 꽃과 열매 털이 많다. 끈적한 선모에서는 역한 냄새가 난다.
동의보감에서 낭탕자의 잎모양이 닮았다는 숭람인데 헷갈리게 한다.
물명고에서 낭탕자 잎이 닮았다는 지황인데 털이 많다.

 

 

 

 

등록명 : 사리풀

이   명 : 초우황 이앓이풀

학   명 : Hyoscyamus niger L.

분   류 : 가지과 사리풀속 2년생 초본

원산지 : 남유럽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등 지중해 연안

영어명 : Henbane, stinking nightshade

중국명 : 천선자(天仙子) 낭탕(莨菪) 아통초(牙痛草)

일본명 : ヒヨス(菲沃斯) 생약명 - ロウトウ(莨菪)

높   이 : 1m

잎특징 : 30 x 10cm 정단첨예 거친 거치 우상 천렬 잎자루에 날개

꽃특징 : 단생, 갈미식 총상화서 편향1측 항아리형 기부원형 황색 자근색 맥문

꽃크기 : 2~2.5 x 1~1.5cm

열   매 : 삭과 포장 숙존 악내 잔란원상 1.5 x 1.2cm

종   자 : 근원반형 지름 1mm 담황종색

화과기 : 여름

내한성 : 영하 32도

 

사리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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