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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8 구기자나무 - 지골피, 영하구기자

낙은재 2025. 1. 6. 19:47

구기자나무

 

 

 

가지과는 대부분 초본으로 구성되어 있고 극히 일부가 관목인데 구기자나무가 바로 그 중 하나이다. 구기자속은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및 오세아니아까지 전세계 열대와 아열대 거의 전 지역에 걸쳐 100종이 분포하는데 우리나라는 구기자나무 단 한 종만 등록되어 있다. 구기자는 가지과 가지아과 구기자족으로 세분류되는데 구기자속이 구기자족의 유일속이므로 결국 국내는 가장 가까운 근연 식물이라야 같은 가지아과로 분류되는 고추족과 독말풀족 사리풀족 꽈리족 및 가지족 식물들이다. 따라서 국내는 비슷한 식물이 없다는 말이 된다. 가지속의 학명 Lycium는 린네가 1753년 식물분류학을 창설하면서 붙였다. 이는 고대 로마제국의 작가이자 자연학자이며 장군이던 Pliny the Elder(23~79)와 고대 그리스 의사이자 본초학자로서 서양 약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Pedanius Dioscorides(40~90)가 튀르키예 아나톨리아의 Lycia지방에 있던 가시가 있는 갈매나무의 일종으로 추정되는 약용 식물을 지칭하던 Lykion에서 온 말이다. 그 열매를 lycium fruit라고 불렀다고 라틴 본초서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Pedanius Dioscorides는 앞에서 다룬 사리풀의 속명 Hyoscyamus를 처음 언급한 사람이기도 하다.

 

현재 전세계 무려 100종이 분포하는 구기자나무속은 린네가 명명할 당시에는 겨우 3종만 알려졌는데 하나는 아나톨리 지방을 포함한 지중해연안 유럽과 아프리카 서아시아가 원산지인 Lycium europaeum인데 차로 이용되어 유럽차나무 즉 European tea tree로 불렸고 열매를 식용하였다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Lycium afrum인데 유럽에서 주로 울타리용으로 심었다고 한다. 나머지 한 종이 바로 중국에서 약재로 유명한 영하구기자(宁夏枸杞)인 Lycium barbarum이다. 이 수종이 유럽에 상륙하자 크게 인기를 얻어 널리 재배하게 되면서 Chinese wolfberry나 barbary matrimony vine, red medlar 또는 Duke of Argyll's tea tree 등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전세계 다수의 구기자나무가 있지만 그 열매를 약재로 널리 쓰는 것은 바로 이 영하구기자와 우리나라에서 구기자나무라고 부르는 Lycium chinense 단 두 종인데 이들 두 종을 영어권에서는 중국명 枸杞(구기)의 발음 그대로 goji berry라고 부른다. Wolf berry는 속명 Lycium의 어원이 늑대를 뜻하는 lycos로 한때 잘못 알려졌기에 붙은 이름이고 medlar는 서양모과를 말한다. 종소명 barbarum이나 일반명 barbary는 해외에서 왔다는 의미이다. Matrimony는 결혼생활을 의미하는데 서양에서는 그 어원을 잘 모른다고 하지만 그 답을 중국에서는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중국에서는 구기자가 다양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어 이시진(李時珍)이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자음보신(滋阴补肾) 명복익기(明目益) 윤폐지해(肺止咳) 등의 효능이 있어 전통적으로 부귀와 길상 그리고 무병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결혼식이나 생신 등 경축일에 선물이나 장식용으로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구기자는 우리 동의보감에도 오로칠상(五勞七傷)을 치료하고 강음(强陰) 즉 성기능 향상에 효능이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분포도 구기자(좌) 영하구기자(우)

 

 

 

구기자나무의 학명 Lycium chinense Miller는 1768년 영국의 식물학자인 Philip Miller (1691~1771)가 명명한 것이다. 영하회족자치구(宁夏回族自治区)를 중심으로 내몽고 감숙 청해 신강 등 주로 중국 북부에서만 자생하는 영하구기자와는 달리 구기자는 중국과 우리나라 그리고 일본에서도 널리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 와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외래재배식물이라고 하고 일본에서도 귀화식물이라고 말한다. 글쎄 조선초기의 세종실록지리지에도 각지에서 재배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아마 국내에 자생지를 찾지 못한 것 같다. 여하튼 우리나라는 구기자 즉 Lycium chinense만 재배하여 약재로 사용하였으나 중국은 둘 다 재배하여 약으로 써왔으며 구기자보다는 오히려 영하구기자를 더 좋은 약재로 인정하여 더 많이 재배하여 왔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쿠코(クコ) 즉 구기(枸杞)와 영하구기자 즉 장엽구기(長葉枸杞) 둘 다 재배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둘의 겉모습은 얼핏 유사하지만 나름대로 다른 점이 있다. 우선 구기자의 열매는 달다가 쓴맛이 나는데 반하여 영하구기자에는 쓴맛이 없다. 그리고 과육 속 종자의 경우 구기자는 황색으로 지름 3mm이지만 영하구기자는 황갈색으로 지름 2mm로 상대적으로 작다. 그리고 꽃받침 열편은 구기자는 3~5개로 갈라지지만 영하구기자는 2개로 갈라진다. 반면에 구기자의 화관통은 짧지만 영하구기자의 화관통은 현저하게 길쭉하여 쉽게 구분이 된다. 과거 중국에서는 구분 없이 구기(枸杞)로 불리면서 수천 년간 재배하여 왔으나 서양 식물분류학이 도입되면서 둘의 종이 구분된 것이므로 중국 고문헌이나 본초서의 구기(枸杞)는 딱히 어느 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꽃받침 열편이 3~5개인 구기자(좌) 열편이 2개인 영하구기자(우)
화관통이 짧은 구기자(좌)와 화관통이 길쭉한 영하구기자(우)
종자가 상대적으로 작은 구기자(좌) 상대적으로 큰 영하구기자(우)

 

 

 

 

 

우리 이름 구기자나무는 중국에서 온 것인데 중국과 일본에서는 그냥 구기(枸杞)라고 한다. 왜냐하면 한자 구기(枸杞)의 글자 자체에 이미 나무를 뜻하는 목(木) 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무를 지칭할 때는 구기라고 하고 열매를 지칭할 때는 구기자(枸杞子)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조선후기까지 그렇게 썼는데 근대 들어와서 어떤 식물이든 그 식물 자체보다는 쓸모가 있는 열매를 중시하는 정서 때문인지 열매를 뜻하는 접미사 자(子)를 굳이 뒤에 붙여서 구기자(枸杞子)라고 하다가 다시 나무를 정확하게 지칭하기 위하여 접미사 나무를 또 붙여서 구기자나무라고 하고 있다. 1921년 조선식물명휘나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서는 분명 구기자(枸杞子)였는데 1943년 정태현선생이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구기자나무라고 한 이래 모두를 따라 현재 남북한의 정명이 되었다. 이건 예를 들면 대추열매나무 또는 석류열매나무와 같은 매우 우스꽝스러운 꼴로 적절하지 못한 이름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의 식물명이 결국은 표준말이 될 터인데 식물학계가 이렇게 우리말을 자꾸 흐려놓아도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여하튼 구기(枸杞)는 기원전 9~7세기에 쓰여진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시경(詩經)에 이미 등장한다.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하나인 시경(詩經)의 소아(小雅) 잠로(湛露)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湛湛露斯(잠잠로사) 在彼杞棘(재피기극) 允君子(현윤군자) 莫不令德(막불영덕) 즉 “영록한 이슬이 구기자와 멧대추에 내렸네. 밝고 올곧은 군자들은 모두가 아름다운 덕을 지녔네.” 구기와 대추를 뒤의 구절에 나오는 벽오동과 이나무 등과 더불어 덕망을 갖춘 군자에 비유한 것이다. 벌써 그 당시에 구기자는 귀한 대접을 받았음을 시사한다. 중국에서는 최초의 의학서로서 秦漢(진한)시기에 발간된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이미 구기의 효능으로 보중익기(中益) 양간신() 명목(明目) 윤폐(肺)라고 허약한 체질을 강건하게 만들고 간과 신장 그리고 눈과 폐에 좋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후에 점차 열매를 구기자(枸杞子)라고 하고 뿌리의 껍질을 지골피(地骨皮)라는 약명으로 불렀다. 중국에는 구기자나무가 7종이나 자생하지만 약재로는 서구기(西枸杞)와 진구기(津枸杞)를 으뜸으로 쳤다. 서구기(西枸杞)는 서북지방 청해성에서 산서성까지의 황하(黃河) 양안의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는 것을 말하는데 그 중 영하(寧夏)회족자치구 산을 으뜸으로 쳐 아예 이름을 영하구기(宁夏枸杞)라고 부르는 종이며 진구기(津枸杞)는 하북(河北) 천진(天津)지방을 중심으로 생산하는 구기 즉 Lycium chinense를 말하는데 하북에서는 주로 구기자를 생산하였지만 영하구기자도 생산하였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결국 영하구기 Lycium barbarum와 구기 Lycium chinense를 중심으로 생산하여 약재로 써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영하구기자가 아닌 구기자만 전통적으로 재배하여 약재로 써왔다. 그래서 중국의 보편적인 영하구기와 달라서 조선 후기 일부 기록에 일본의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을 인용하여 조선구기(朝鮮枸杞)는 줄기와 잎 꽃 및 열매가 일본의 구기와 같다라는 표현도 있다.

 

약재로 쓰는 구기자

 

 

 

중국에는 구기자에 대한 전설이 많은데 그 중 대표적인 것 둘을 소개한다. 당나라 때 어느 날 실크로드에 한 무리의 서역 상인들이 저녁에 여인숙에서 묵다가 한 여자가 노인을 꾸짖는 것을 보았다. 상인들이 나서서 왜 노인을 때리고 욕하느냐고 따지자 그 여자가 내가 내 손자를 훈계하는데 당신들이 무슨 상관이 이냐고 반문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알고 보니 이 여인은 이미 200세가 넘었고 노인도 구십이었다고 한다. 꾸중을 들은 이유는 집안에서 대대로 먹는 약초를 거부하여 늙기도 전에 벌써 쇠약해지고 눈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인들이 할머니에게 간곡하게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하여 물으니 할머니가 사계절 내내 구기자를 복용하라고 일러주었다. 그 후 구기자는 중동과 서양에 전해져 그곳 사람들에게 동방의 신비한 약초로 불렸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그 할머니를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의 화신(化身)이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먼 훗날 청나라말 자희태후 즉 서태후(西太后, 1835~1908)가 조정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가슴에 화가 쌓여 답답하였으나 궁중의 의사들이 고치지를 못했다. 온갖 한약은 물론 양약도 써봤으나 효과가 없었다. 한 참 후에 어느 관리가 자기 모친의 같은 병을 나무 뿌리로 고쳤다는 말을 듣고 그를 불러 약재를 가져오게 했다. 그래서 절강성 위당(魏塘)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구기근(枸杞根)을 가지고 와 그 달인 물을 마신 후 서태후의 병이 완치되자 그 약초의 이름을 물었다. 그런데 구기자의 枸(구) 자가 개를 뜻하는 狗(구) 자와 발음이 같아서 차마 그대로 답하지를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과거 당나라 시대의 선녀(仙姑)가 할머니로 화신(化身)하여 손자를 훈계한 그 고사가 생각이 나서 구기자를 지선(地仙)으로 뿌리 껍질을 골피(骨皮)라고 바꿔 지선의 골피라는 의미에서 지골피(地骨皮)라고 답하자 과대망상(誇大妄想) 자아도취(自我陶醉)가 심하였던 서태후가 자신이 지골(地骨)을 먹었으니 천지(天地)와 더불어 장수하겠다고 크게 기뻐하였다고 한다. 이후 이 구기자 뿌리 껍질 즉 구기근(枸杞根)을 지골피(地骨皮)라고 널리 부르면서 경성의 명약이 되어 관절통(关节痛) 저열(低) 고혈압(高血) 및 양안혼호(眼昏糊)와 신허(亏)에 특효약으로 알려졌다는 이야기이다.

 

 

구기자의 뿌리(좌)와 약재로 쓰는 그 뿌리의 껍질인 지골피(우)

 

 

 

첫 째 전설은 서양인들도 그만큼 구기자를 신비한 약초로 인식하였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18세기 초반에 이 구기자를 영국에 처음 반입한 Archibald Campbell, 3rd Duke of Argyll, 1st Earl of Ilay(1682~1761)라는 긴 이름을 가진 스코틀랜드 총리까지 지낸 귀족은 늘 차로 마셔서 구기자를 아예 아가일공작의 차나무 즉 Duke of Argyll's tea tree로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전설은 여러 문헌에서 언급되는 것으로 봐서는 없었던 일 같지는 않다. 하지만 서태후 때문에 처음으로 불린 이름은 아니고 그 이전에도 있던 이름을 서태후 이후에 널리 사용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왜냐하면 지골피라는 명칭은 서태후보다 200년 앞선 인물인 우리나라 허준(許浚, 1539~1615)선생이 편찬한 우리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언제부터 지골이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는지 살펴보자. 지골(地骨)이라는 약재명은 이미 기원전에 쓰여진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나오지만 그 기록은 구기근이 아닌 다른 식물인 고삼(苦蔘)의 별명이었던 것이다. 신농본초경 이후 구기근(枸杞根) 또는 구기근피(枸杞根皮)라고 하던 것을 지골(地骨)이라고 지칭한 것은 송나라 소송(苏颂, 1020~1101)이 편찬한 도경본초(图经本草)가 처음이라고 하며 지골피(地骨皮)라는 명칭은 명나라(1368~1644) 때의 작가 미상의 전기인 금작기(金雀记)라고 한다.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1578년 완성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지골피(地骨皮)를 구기(枸杞)와 나란히 별도로 수록하고 있으며 우리 동의보감도 지골피(地骨皮)를 구기자(枸杞子)와 별개의 약재로 수록하고 있다. 실제로 구기자와 지골피는 한 나무에서 나온 약재이기는 하지만 그 약성이 많이 달라서 별개의 약재로 분류하는 것이 현대의학에서도 타당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에서는 지골피(地骨皮)의 명칭 유래를 당나라 의사 왕도(王焘, 670~755)가 쓴 외치비요(外台秘要)와 북송시대인 1108년에 발간된 대관본초(大观本草)에서 찾는 학자들도 있다. 그렇다면 서태후는 말할 것도 없고 북송 소송(蘇颂)의 도경본초보다 훨씬 앞선다. 

 

구기자나무를 지칭하는 중국명 구기(枸杞)라는 명칭은 구귤(枸橘) 즉 탱자나무와 같이 가시가 있고 기류(杞柳)즉 개키버들(고리버들) 같은 줄기를 가졌다고 두 수종의 이름을 합하여 구기(枸杞)라고 부른다라고 명대 본초학자인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열매 못지않게 중요한 약재로 많이 쓰이는 근피(根皮)를 왜 지골피라고 부르는지에 대한 설명은 중국에서도 찾기 어려운데 근대인 1993년에 편찬된 중화약해(中华药海)에서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地骨皮(지골피) 本品乃枸杞之根皮(구기지근피) 入土深(입토극심) 皮亦厚(피역극후) 力能至骨(역능지골) 故名(고명) 즉 구기의 뿌리 껍질로서 깊숙한 흙 속에 있으며 껍질이 두껍고 뼈와 같이 힘이 강하여 지골피(地骨皮)라고 한다는 말이다. 구기자는 워낙 오래 전부터 약재로 써온 데다가 나라도 넓어서 중국에서는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지선(地仙)이나 선인장(仙人杖)이라고도 불렀다고 우리나라 문헌에도 기록되어 있다. 사막에서 잘 자라는 다육식물인 선인장(仙人掌)과는 다른 선인장(仙人杖)이란 도교에서 천지와 통하는 법기(法器)를 말한다. 또한 서왕모(西王母)가 신선이 되기 전에 곤륜산(崑崙山)에서 약초를 캐면서 수행하던 중에 도움을 받은 농부에게 보답하기 위하여 지팡이를 마당에 꽃아 두고 떠났는데 그 지팡이에서 붉은 열매 즉 구기자가 달려서 백성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는 전설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서왕모장(西往母杖)이라 부르기도 한다.

 

탱자나무의 枸(구)와 개키버들의 杞(기)를 합하여 枸杞(구기)라고 한다. 요즘 인기 높은 삼색버들은 바로 개키버들의 원예품종이다.
구기자 - 가시는 탱자를 닮았고 휘어진 가지는 개키버들을 닮았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우리 문헌에도 구기(枸杞)나 구기자(枸杞子)는 수도 없이 많이 언급되는데 그 중에는 한자명과 병기된 한글 이름도 있다. 대부분 구긔자로 되어 있지만 특이하게 허준(許浚, 1539~1615)선생의 1610년 동의보감(東醫寶鑑)과 실학자인 유암(流巖) 홍만선(洪萬選, 1643~1715)선생의 농업 책인 산림경제(山林經濟)에 한글로 각각 괴좃나모여름과 괴좃나모라고 부기되어 있고 실학자인 유희(柳僖, 1773∼1837)선생의 1824년 물명고(物名攷)에도 괴좃녈매로 되어 있어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도대체 괴좃이 뭣을 뜻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혹자는 열매가 고양이(괴) 생식기를 닮았다고 하는데 글쎄 고양이 고추가 그렇게 생겼나? 그렇다면 1800년대 초에 발간된 광재물보(廣才物譜)의 한글명 쥐좃열매는 쥐고추라는 것인지 아니면 오류란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 독창적인 이름인지 중국과 일본에서는 찾아봐도 생식기와 관련된 그 어떤 유사한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 별명 중에 강소성이나 산동성에서 부르던 이름인 구내자(狗奶子)라는 것이 있는데 이 이름은 열매인 구기자가 마치 개의 젖 즉 유두를 닮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 이름 괴좃이 고양이 젖이고 쥐좃이 쥐의 젖이라는 뜻의 이름이 된다. 하지만 젖을 조선시대에 졋이나 젓이라고 표기한 것은 보여도 좃으로 표기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이상하게 영하구기자는 재배는 물론 수입도 하지 않고 그동안 구기자만 사용하다가 언론에 의하면 2008년 6월부터 한약재수급조절위원회에서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영하구기자를 중국의 도지약재(道地藥材) 즉 정통 약재라고 하며 수입을 처음으로 허용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 국내 나무시장에서 유통되는 구기자나무의 모습을 보면 대부분이 구기자이지만 일부는 영하구기자의 모습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영하구기자는 국내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 일본에서는 영하구기자를 나가바쿠코(ナガバクコ) 즉 장엽구기(長葉枸杞)라고 한다. 하지만 영하구기자의 잎이 항상 구기자에 비하여 긴 것은 아니다. 여하튼 중국에서는 구기자는 자보간신(滋补肝肾) 익정명목(益精明目) 허로정휴(虚劳精亏) 요슬산통(腰膝酸痛) 현훈이명(眩晕耳鸣) 내열소갈(内热消渴) 혈허위황(血虚萎黄) 목혼불명(目昏不明) 등의 효능이 있으며 혈압과 혈당 그리고 혈중 지질을 낮추고 항균 및 항바이러스 활성 효능을 가지고 있어 현대인들의 성인병에도 매우 유용한 약재이며 지골피 또한 양혈제증(凉血除蒸) 청폐강화(清肺降火) 음허조열(阴虚潮热) 골증도한(骨蒸盗汗) 폐열해수(肺热咳嗽) 각혈(咯血) 육혈(衄血) 내열소갈(内热消渴) 등의 효능이 있으며 현대에 와서는 주로 혈당을 낮추는 데 중점을 두고 연구하는 약재라고 하니 중국인들의 구기자에 대한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기자나 지골피의 효능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서양에서는 약재로는 활용하지 못하고 제한적인 용도인 울타리용으로 주로 심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나라에 따라서는 주위 환경을 파괴한다거나 병충해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점차 식재를 금하거나 제한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어 동양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등록명 : 구기자나무

약재명 : 구기자, 지골피

학   명 : Lycium chinense Mill.

분   류 : 가지과 구기자족 구기자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중국 한국(?) 일본(?)

중국명 : 구기(枸杞)

일본명 : 쿠코(クコ) = 구기(枸杞)

영어명 : Chinese matrimony-vine, Chinese teaplant, Chinese wolfberry

수   고 : 0.5~1m 최대 2m

줄   기 : 세약 아치형 처짐 회백색 종조문

가   시 : 0.5~2cm 엽지 화지 가지 교장 소지정단 예첨 극자상

엽   편 : 지질 재배품종 후, 단엽 호생 혹 2~4매 족생

잎모양 : 난형 릉형 장타원형 난상피침형 정단급첨 기부설형

잎크기 : 1.5~5 x 0.5~2.5cm 재배종 교대 10 x 4cm

잎자루 0.4~1cm

꽃차례 : 장지상 단생 엽액 쌍생 단지상 엽족생

꽃자루 : 1~2cm 향정단점증조

꽃받침 : 3~4mm 통상 3렬 혹 4~5렬 열편 연모

화   관 : 누두상 9~12mm 담자색

통   부 : 향상 돌연 확대 초단 근등 대비 첨부

첨   부 : 5심렬 열편 난형 정단원둔 평전 향외반곡 변연 연모 기부 이(耳) 현저

수   술 : 교화관 초단 인화관열편 외전 신출화관

화   사 : 재근기부처 융모밀생 타원상모총 교직 모총등고처 화관통내명 융모밀생

화   주 : 초신출 웅예 상단 궁만 주두녹색

열   매 : 장과 홍색 난상 재배품종 장구원산 장타원상 정단첨혹둔 7~15 x 5~8mm 재배종 2.2cm길이

종   자 : 편신장형 2.5~3mm 길이 황색

화과기 : 6~11월

내한성 : 영하 29도

 

 

구기자 재배모습
꽃받침 열편이 3~5렬하고 화관통이 짧다.
가시가 작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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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구기자

 

 

 

명   칭 : 영하구기자(미등록종)

학   명 : Lycium barbarum L.

분   류 : 가지과 가지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중국

중국명 : 영하구기(宁夏枸杞)

일본명 : 장엽구기(長葉枸杞)

영어명 : Chinese wolfberry, barbary matrimony vine, red medlar, Duke of Argyll's tea tree

수   고 : 08.~2m

특   징 : 꽃받침이 2렬하고 화관통이 갈라진부분보다 현저하게 길고 열매가 달며 종자는 지름 2mm로 상대적으로 작다.

내한성 : 영하 27도

 

 

영하구기자
영하구기자
영하구기자
영하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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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구기자와 오미자를 비슷한 식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미자(五味子)는 오미자과 오미자속으로 분류되는 자생종으로서 전혀 다른 덩굴식물이다. 다만 분포지역이 한중일이라는 점에서 비슷하고 열매의 색상이 붉고 비슷하게 몸에 좋은 약재로 쓰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미자도 중국에서 예로부터 수렴고삽(收敛固涩) 익기생진(益气生津) 보신녕심(补肾宁心)의 효능이 있다고 약으로 써왔으며 특히 최근에는 21세기 보건과품 중 진품(21世纪保健果品的珍品)이라며 멸종위기 보호식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오미자는 자웅이주의 덩굴식물이며 둥근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다는 점에서 구기자와 구분된다. 그리고 하나의 암꽃이 수분 후 화탁이 발달하여 이렇게 긴 포도송이와 같은 취합과가 달려서 한때 목련과로 분류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