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서기 24년 고구려 3대 대무신왕의 기록에 매화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으므로 최소한 그 이전에 중국에서 매화를 도입하여 재배한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는 885년 신라 헌강왕 시절 당(唐)에 파견된 견당유학생(遣唐留學生)으로 신라 10현 중에 한 명이라는 최광유(崔匡裕)선생이 쓴 정매(庭梅)라는 시가 매화에 관한 최초의 시라고 한다. 그런데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인 故園還有臨溪樹(고원환유임계수) 應待西行萬里人(응대서행만리인)을 봤을 때는 국내가 아닌 중국 유학시절 만리 타국에서 고향의 시냇가 매화를 그리며 지은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도연명의 은일생활을 동경한다면서도 고려시대 최씨 무신정권에서 입신한 문인인 이규보(李奎報, 1168~1241)가 쓴 매화라는 시가 있어 소개한다. 달나라 선녀인 항아(姮娥)는 그렇다 하더라도 최광유와는 달리 그는 중국 유학한 경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중국 강서성 유령(庾嶺)이라는 지명이 나오고 서강(西羌)의 피리소리인 강아적(羌兒笛)이 등장한다. 강서성 유령(庾嶺)은 홍매와 백매가 많기로 유명하여 매령(梅領)으로 불리는 곳이고 강적(羌笛)은 청해성 인근에 살던 티베트계 유목민인 강족들의 피리로 그들이 낙매화(落梅花)라는 곡을 즐겨 부르기 때문이다. 이규보 선생은 중국 서적에 널리 통달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며 그는 많은 시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사시인 동명왕편이라는 중요한 자료를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며 특히 식물을 소재로 한 시가 많아 이 블로그에서도 여러 편 소개한 바 있다.
매화(梅花) - 이규보(李奎報)
庾嶺侵寒柝凍唇(유령침한탁동순)
不將紅粉損天眞(부장홍분손천진)
莫敎驚落羌兒笛(막고경락강아적)
好待來隨驛使塵(호대래수역사진)
유령에 찾아온 추위에 얼어붙은 입술 터지고
연지분 바르지 않아 천진함을 잃지 않는구나.
오랑캐 피리소리에 놀라 떨어지게 하지 말고
역마길 먼지 따라가게 기다리는 것이 좋으리.
帶雪更粧千點雪(대설갱장천점설)
先春偸作一番春(선춘투작일번춘)
玉肌尙有淸香在(옥기상유청향재)
竊藥姮娥月裏身(절약항아월리신)
눈을 맞아 다시 수많은 눈송이로 단장하고서
봄이 오기도 전에 마치 봄처럼 연출하는구나.
옥같은 살결에는 늘 맑은 향기가 남아있으니
불사약을 훔쳐 달로 들어간 항아의 몸이로세.
庾嶺(유령) 강서성(江西省) 소재 고개 이름, 일명 대유령(大庾岭), 예로부터 매화 명소로 이름이 높다.
柝(탁) (야경꾼이 치는) 딱따기, 갈라지다, 터지다
肌(기) 피부
羌兒笛(강아적)은 고대 곡 매화낙(梅花落)의 고전적인 의미를 차용한 것이다, 강적이 연주하는 매화낙의 곡조는 고전 시적 미감 속에서 마치 실제로 나무 가지에 핀 매화를 떨어뜨릴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역사(驛使)는 우편 배달부로 육개(陆凯)가 매화를 꺾아 벽엽(范晔)에게 선물했던 천고의 고사에서 유래하였으며, 먼 곳에 있는 친척과 친구의 그리움을 전달하는 역마를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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