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찔레(돌가시나무)
잎에 광택이 있고 바닥을 기는 포복성이며 꽃은 찔레꽃보다 크나 잎은 찔레꽃은 물론 용가시나무보다도 작다.
제주찔레(돌가시나무)
이제 우리 토종 장미들 중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한 종인 제주찔레를 탐구해 보자. 조금만 파고들어가 보면 참으로 황당하다. 그 이름이 제주찔레라면 제주도에서만 자생하는 식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주로 제주에서 자생하는 찔레라야 납득이 가는데 국생정 설명에 의하면 전국에 분포한단다. 그런데 사진 한장도 없음은 물로 분포지 정보도 없고 달랑 제주 서귀포에서 채집하였다는 표본 하나만 보인다. 그리고 이 나무를 다루는 우리나라 도감도 서너 개에 불과한데 그것도 매우 간단한 설명만 되어 있다. 그리고 정말로 세계 최고수준으로 위대한 우리나라 블로거들도 이 나무만은 어쩔 수가 없었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 그런데 왜 제주찔레를 다루냐 하면은 이 나무가 국제적으로 인정된 정명이며 우리가 잘아는 돌가시나무 등은 이 나무의 유사종으로 통합 이명처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생뚱맞아 보이지만 잘 찾아보면 이런 내용을 소개하는 도감이 국내에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국제기준에 의하면 학명 Rosa luciae Franch. & Rchb.로 표기되는 제주찔레가 정명이고 Rosa wichuraiana로 시작되는 학명을 쓰는 돌가시나무와 홍돌가시나무, 긴돌가시나무는 그 이명들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흑산가시도 제주찔레의 이명으로 처리하기도 하나 한편에서는 흑산가시는 미해결학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국립수목원에서 운영하는 국생정에는 흑산가시의 기재문에서 마치 왕용가시를 그대로 복사하여 붙인 해괴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그럼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돌가시나무라고 하는 토종 장미가 국제적으로는 제주찔레로 둔갑하게 된 것일까? 지금부터 하나하나 차근하게 짚어보자.
돌가시나무
오래전부터 우리는 남부지방에 자생하는 돌가시나무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돌가시나무는 우리 외에도 중국과 대만 그리고 일본 류큐에서도 자생하는 종으로 학명을 Rosa wichuraiana Crep.로 표기한다. 이 종은 중국에서는 잎에 광택이 있다고 광엽장미(光叶蔷薇)로 불리며 일본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조엽야장미(照葉野茨 : テリハノイバラ)로 불린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반들가시나무로 불렸으며 이것이 돌가시나무의 이명으로 등록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명 돌가시나무는 돌처럼 잎이 단단하기 때문이라는 설과 주로 돌밭에서 자라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실제로 돌이나 바위 같은 단단한 땅바닥에 붙어 자라는 이 나무를 밟아도 잎이 잘 망가지지 않는다. 이 나무의 종소명 위후라이아나(wichuraiana)는 19세기 독일 식물학자 Max Ernst Wichura의 이름에서 왔다. 그렇다면 종소명을 wichurana로 하여야 하는데 wichuraiana로 잘못 발표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Rosa wichurana로 쓰는 학자들도 있다.
제주찔레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비슷한 종이 있는데 그 것이 바로 우리가 제주찔레라고 부르는 수종으로서 학명을 Rosa luciae로 표기한다. 이 수종은 일본에 와서 식물탐사 활동을 하던 프랑스 식물학자 Paul Amedee Ludovic Savatier (1830-1891)의 부인 Madame Lucie Savatier의 이름에서 왔다. 그래서 철자법상 Luciae가 아니라 Lucieae로 하여야 한다고 하여 금년 3월에 학명이 Rosa lucieae Franch. & Rochebr. ex Crép.로 변경되었다. 그 자가 누구이길래 나중에 원예종 장미들의 원종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될 이 나무에 부인의 이름을 붙였을까 궁금하다. 쓸데없는 호기심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이 Savatier는 프랑스 해군 고위 군의관으로서 1865년 일본 해군기지 건설의 프랑스 자문단 일원으로 일본에 온다. 여기서 그는 식물에 관심을 두고 많은 일본 식물학자들 및 동료 프랑스 식물학자들과 함께 일본 식물 탐사 및 분류에 헌신을 한다. 그 때 동료와 함께 일본 식물에 관한 책을 써 서양에 소개하기도 하였는데 그 공저자가 바로 이 제주찔레의 명명자 중 한명인 프랑스 식물학자인 Adrien René Franchet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조선은 신미양요가 발생하고 전국 방방곡곡에 양이와 교류를 하지 않겠다는 척화비를 세울 당시 이미 일본의 많은 학자들이 이렇게 선진 유럽 식물학자들과 함께 작업하는 소중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나무가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발견되어 우리 이름은 아마 제주찔레라고 명명된 것 같다. 이는 1980년 간행된 이창복박사의 도감에 의한다. 그 한참 전인 1926년에 일본 학자 나카이에 의하여 이 제주찔레가 돌가시나무와 동일한 종이라는 발표가 있었으나 아마 이창복박사가 도감을 편찬한 즈음까지도 설왕설래 논란을 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일본 중국 모두가 돌가시나무는 제주찔레의 유사종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따라서 통합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나라 국표식 돌가시나무에 제주찔레와 홍돌가시나무의 학명이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국명도 홍돌가시나무와 긴돌가시나무가 돌가시나무의 이명으로 처리되어 있어 이런 세계적인 추세를 어정쩡하게 반쯤은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돌가시나무는 1937년 간행된 정태현박사 등의 '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하고 제주찔레는 40여 년 후의 이창복박사의 '대한식물도감'에 의하므로 제주찔레가 돌가시나무의 이명으로 편입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국제적으로는 그 반대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다. Rosa luciae Franch. & Rchb.는 1871년 발표되었고 Rosa wichuraiana Crep.는 1876년 발표되었기 때문에 돌가시나무가 제주찔레의 유사종으로 편입 통합된 것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각자 독립적으로 등록되어 있으나 국제적으로는 이미 돌가시나무와 홍돌가시나무, 긴돌가시나무는 물론 심지어는 흑산가시까지 제주찔레의 유사종으로 이명처리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꽃의 색상이 붉은 홍돌가시나무나 열매가 길다는 긴돌가시나무는 통합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으나 마치 다른 종 같이 도감에 설명하였던 제주찔레는 어떻게 되나 걱정된다. 아예 일본과 같이 돌가시나무(Rosa wichuraiana)와 제주찔레(Rosa luciae)를 구분하지 않고 완전하게 조엽야장미(照葉野茨 : テリハノイバラ) 하나로 통합하여 묘사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
흑산가시
여기에 또 하나의 수종이 있는데 그게 바로 Rosa kokusanensis Nakai로 학명 표기되는 흑산가시이다. 1922년 일본학자 나카이가 대흑산도에서 발견하였다는 종이다. 용가시나무와 달리 줄기에 샘털이 없다는 종인데 제주찔레나 돌가시나무도 일년생가지에 가끔 털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털이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흑산가시가 무슨 큰 차이점이 있는지 불명확하다. 따라서 일부에서 제주찔레의 이명으로 분류를 한다. 그러나 이 나무는 흑산도 외에도 황해도에서도 자생하는데 북한 자료에 의하면 잎에 광택도 없고 화경과 암술대에 털도 없어 돌가시나무와는 많이 다르게 묘사한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에서는 미해결학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학명 종소명 kokusanensis는 일본어로 흑산(黑山)이라는 뜻이다. 이 흑산가시에 대한 국생정 정보는 착오에 의한 명백한 오류이므로 수정이 요구된다.
등록명 : 제주찔레
유사종 : 돌가시나무, 홍돌가시나무, 긴돌가시나무, 흑산가시
학 명 : Rosa lucieae Franch. & Rchb.
유사종 : Rosa wichuraiana Crep. ex Franch. & Sav., Rosa wichuraiana f. rosiflora Nakai, Rosa wichuraiana f. ellipsoidea Nakai, Rosa kokusanensis Nakai
분 류 : 장미과 장미속 반상록 포복성 관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대만, 일본
중국명 : 광엽장미(光叶蔷薇)
일본명 : 조엽야장미(照葉野茨 : テリハノイバラ)
길 이 : 3~5m
줄 기 : 평와, 절상생근, 소지홍갈색, 원주형, 어린가지 부드러운 털 곧 탈락, 작은 가시, 자홍색, 휘어짐
잎차례 : 소엽 5~7, 희9, 우상복엽, 연엽병 장5~10cm
소엽편 : 타원형, 란형혹도란형
잎크기 : 1~3 x 0.7~1.5cm
잎모양 : 원둔혹급첨, 변연 성근 거치
잎색상 : 상면 암록색, 광택, 하면 담록색, 중맥돌기, 양면 무모
잎자루 : 정생 소엽병 김, 측생 소엽병 짧음, 총엽병 작은 가시와 드물게 성근 샘털
탁 엽 : 대부분 엽병에 첩생, 이생부분 피침형, 변연 불규칙 열치와 샘털
꽃차례 : 여러 송이 산방상화서
꽃크기 : 직경 2~3cm
꽃자루 : 0.6~2cm, 총화경과 화경 유시희소 유모, 즉시탈락 근무모혹 산생 샘털
포 편 : 란형, 곧 탈락
꽃받침 : 열편 피침형혹 란상피침형, 선단점첨, 전연, 외면 근무모, 내면 밀피유모, 변연교밀
꽃부리 : 백색, 도란형, 선단원둔, 기부설형
방향성 : 향기
암술대 : 합생성속, 신출, 외피유모, 수술보다 김
열 매 : 구형혹근구형, 직경 8~18mm, 자흑갈색, 광택, 희소선모
과 경 : 교밀선모
악 편 : 최후탈락
개화기 : 4~7월
결실기 : 10~11월
용 도 : 약용, 덩굴성 장미의 대목 또는 개량 원예종의 원종
이 나무 내한성에 대하여는 헷갈린다. 주로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우리나라 남부지방 정도에서만 월동가능하여 중국에서도 주로 절강성 이남에서만 자생하고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이남에서만 자생한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국생정에서 함경도에서도 자생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북방 전역에 노지월동이 가능하다고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자료에는 영하 28도까지 견딘다고 되어 있어 최소한 서울 경기에서는 노지월동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제주찔레의 유사종 현황
국 명 | 학 명 | 비 고 | 조 분 류 | 중 국 명 | 일 본 명 |
제주찔레 | Rosa luciae Franch. & Rchb. | 정 명 | 합주조(合柱組) | 광엽장미(光叶蔷薇) | 照葉野茨 : テリハノイバラ |
흑산가시 | Rosa kokusanensis Nakai | 이 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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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コクザンイバラ |
돌가시나무 | Rosa wichuraiana Crep. ex Franch. & Sav. | 이 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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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照葉野茨 : テリハノイバラ |
긴돌가시나무 | Rosa wichuraiana f. ellipsoidea Nakai | 이 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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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돌가시나무 | Rosa wichuraiana f. rosiflora Nakai | 이 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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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에 따라서는 흑산가시는 미해결학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제주찔레로 통합하고 제주찔레의 이름을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진 돌가시나무로 변경하는 것이 쉬워 보인다.
제주찔레(돌가시나무)
잎에 광택이 있다.
제주찔레(돌가시나무)
특이하게 바닥을 긴다.
제주찔레(돌가시나무)
반상록이다.
제주찔레(돌가시나무)
제주찔레(돌가시나무)
제주찔레(돌가시나무)
열매가 다소 길쭉한 편이다.
제주찔레(돌가시나무)
탁엽이 날개 형상이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거치가 있고 그 끝에 샘털이 있다.
제주찔레(돌가시나무)
암술대에 털이 있는 점이 털이 없는 용가시나무와 구분된다.
제주찔레(돌가시나무)
매끈하다.
제주찔레(돌가시나무)
꽃받침조각 안쪽에는 부드러운 털이 보인다.
제주찔레(돌가시나무)
제주찔레(돌가시나무)
제주찔레(돌가시나무)
제주찔레(돌가시나무)
엽흔이 보인다.
제주찔레(돌가시나무)
꽃받침과 암술대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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