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베리산수국 - 감차수국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의 수국속에는 툰베리산수국이라는 다소 성의 없게 붙여진 우리 이름을 달고 있는 학명 Hydrangea serrata var. thunbergii로 표기된 외래 재배종이 하나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식물은 수국차 및 감로차나 이슬차의 재료로 사용되는 감차수국 또는 수국차라고 국내서 나름대로 널리 알려진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생뚱맞게 툰베리산수국이라고 하고 수국차나 감차수국은 이명으로조차도 등재되어 있지 않다. 이러면 누가 같은 나무인 줄 알겠는가? 이렇게 동양 원산의 식물에다가 서양사람의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것도 원산지 일본에서는 그렇게 부르지도 않는 식물을 말이다. 새로이 도입되는 외래종에 우리나라 국명을 붙일 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영어 이름이나 라틴어가 기반이 되는 학명은 곧장 따라하면서 동양에서 두루 통하는 한자식 이름은 활용하기는 커녕 어째서 철저히 배제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비록 식물분류학은 서양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 땅에 식재할 만한 수종들은 우리 고유종이거나 아니면 거의 대부분 기후조건이 비슷한 중국과 일본 원산이라는 점에서도 원산지 한자식 이름의 활용이 더더욱 절실해 보인다.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열매가 고슴도치를 닮았다고 위실(猬实)이란 이름의 중국 특산 나무를 학명 Kolkwitzia amabilis 그대로 '콜크위트지아 아마빌리스'라고 국명을 정하고 있다. 고슴도치 위(猬)자와 열매를 뜻하는 실(实)자가 결합된 나무라는 이름이 매우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나만일까? 또 중국에서 희귀 보호수종으로 지정한 칠자화는 꽃이 7개 모여서 핀다고 원산지 이름이 칠자화(七子花)인데 이를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코니오이데스헵타코디움'이라는 황당한 이름을 사용하다가 최근에서야 칠자화로 변경했다. 한 번 들으면 기억될 이름을 두고서 열 번 들어도 기억하기 어려운 이름을 사용했었다. 그리고 중국 이름이 문관과(文冠果)인 무환자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는 오래 전에 북한 지역에 도입되어 그 기름을 식용하거나 연료용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이미 기름밤나무라고 국어사전에도 등록되어 있는데도 이를 크산토케라스 소르비폴리움이라고 지금 현재도 국표식에 올려져 있다. 그리고 기름밤나무는 이명으로조차도 등록하지 않아서 둘의 연관성을 알 수가 없게 한다. 그 외에도 이런 사례는 무수하게 많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식물은 일본에서 발견된 산수국의 변종으로서 겉모습은 별 차이점이 없지만 독성이 있는 일반 산수국들과는 달리 이상하게도 독성이 없으며 잎을 건조시키면 단맛이 나는 품종이다. 일본에서 이를 민가 주변에 재배하여 잎을 따서 설탕이 없던 시절 단맛을 내는 감미료로 사용하고 차로도 끊여 마시기도 하고 관불회(灌仏会) 즉 부처님오신날에 불상에 뿌리는 향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석가모니가 탄생하던 날 하늘에서 아홉 마리 용이 내려와 향수로 아기부처를 목욕시킨 것에 유래하여 일본에서는 매년 양력 4월 8일 관불(灌佛)의식을 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이 날을 뜻밖에도 석가탄신일이 아닌 관불회(灌仏会)라고 부른다.
일본 관불회(灌仏会)의 관불의식에 감차가 사용된다.
중국에서도 부처님오신날을 불탄절(佛诞节)이라고도 하지만 주로 부처를 목욕시키는 날이라고 욕불절(浴佛节)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수국차를 사용하지 않고 울금이나 향부자 및 안식향에서 채취한 오색 즉 청적백황흑색의 향수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당나라 승려 도세(道世)가 엮은 불교백과사전격인 제경요집(诸经要集)에 욕불(浴佛)에 주로 많이 사용되는 청색수 3종향에 대한 언급이 있다. 그것은 도량향(都梁香)과 곽향(藿香) 그리고 애향(艾香)이다. 즉 등골나물(都梁)과 배초향(藿) 그리고 쑥(艾)을 재료로 청색수를 만들어 사용한 것이다.
중국 욕불절(浴佛节)에는 오색수가 사용된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부처님오신날 관불(灌佛)의식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연등(燃燈)행사를 더 중시하는 것 같다. 이렇게 동양 3국의 불교는 석가탄신일의 행사마저도 조금씩 다르다. 심지어는 명칭과 날짜마저도 다르다. 특히 우리가 부처를 주로 석가모니(釋迦牟尼)라고 부르는 것 부터가 남다르다. 석가는 부족명이며 모니는 현자라는 뜻인데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보다는 깨달은 자라는 뜻인 buddha에서 유래된 불타(佛陀)를 많이 쓴다. 그래서 석탄일이 아닌 불탄절(중국) 또는 불생일(일본)을 각각 욕불절과 관불회의 이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음력 4월 8일에 탄신일을 기념하여 양력으로 정한 일본과는 날자가 다르다. 최근 2017년에 우리나라도 공식명칭을 석가탄신일에서 부처님오신날로 변경하였다.
우리나라는 감로차라며 실제로는 깨끗한 물을 사용한다.
툰베리산수국은 당초 1829년 일본에서 체류하던 독일 의사겸 생물학자인 지볼트가 일본에서 단맛이 난다고 아마차(あまちゃ : 甘茶)로 불리는 수국의 존재를 서양인으로서는 처음 확인하고 Hydrangea thunbergii Siebold로 발표하였다. 그에 앞서 식물분류학이 창설될 초창기 동양의 식물을 조사하러 일본에 온 린네의 직계 제자 스웨덴의 툰베리가 1784년 수국과 산수국을 산분꽃나무속 즉 Viburnum으로 서양에 소개한 것을 알기에 그를 기려 명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 학명은 툰베리의 표본과 묘사를 바탕으로 이듬해인 1830년에 프랑스 식물학자 Nicolas Charles Seringe(1776~1858)가 수국속으로 변경하여 명명한 학명 Hydrangea serrata (Thunb.) Ser. 즉 산수국과 유사한 것을 판명되어 비합법명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산수국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판단한 일본학자 오오바 히데아키(大場秀章 : 1943~ )에 의하여 1989년 산수국의 변종으로 Hydrangea serrata var. thunbergii (Siebold) H.Ohba 명명된 학명이 재등장하였으나 이 또한 묘사의 불충분으로 비합법명이 된다. 우리나라 국표식에는 현재 이 학명으로 등록되어 있다. 그러자 오오바는 아키야마와 함께 2013년 다시 자료를 보완하여 Hydrangea serrata var. thunbergii (Siebold) H.Ohba & S.Akiyama로 발표하였지만 아직도 산수국의 유사종으로 인정하는 학자들이 많다. 일본에서는 이 아마차 외에도 단맛이 나는 아마기 아마차(天城甘茶 : アマギアマチャ)라는 산수국도 있는데다가 아마차의 잎에서 항상 단맛이 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마기 아마차는 일본 이즈반도의 아마기(天城) 언덕에 자생하는 산수국으로서 모두가 단맛을 내며 학명은 Hydrangea serrata var. angustata로 표기한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이 학명 또한 산수국의 유사종으로 분류된다.
툰베리산수국의 표본
아마기 아마차
잎이 좁은 것이 특징이다.
아마기 아마차
툰베리산수국 즉 아마차의 잎에는 필로둘신(phyllodulcin)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단맛을 내는데 신선한 잎에서는 나지 않지만 마른 잎에서 강한 단맛이 난다고 한다. 독성은 없다고는 하지만 살충효과가 있어 구충제나 모기 등의 기피제로 사용이 되고 구강청결제로도 사용이 된다고 하며 항알러지 작용과 치주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일본의 연구 기록이 있다. 사찰에서 관불회 즉 부처님오신날 관불에 사용하여 일본에서는 유명하며 그 차를 얻어와 집주변에 뿌리고 서예를 위한 먹물로도 이용하였다고 한다. 설탕 없이도 단맛을 내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들에게 유용하지만 너무 많이 마시면 중독되는 부작용이 있다는 기록도 있다. 게다가 겉모습이 산수국과 유사하여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독성이 있는 산수국과 섞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원래부터 대단한 약재도 아닌데다가 독성이 포함될 여지가 상존하므로 너무 가까이 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인다.
일본에서는 이 단맛이 나는 산수국의 변종 나무 자체를 아마차(甘茶)라고 하지만 그 잎으로 우려낸 차도 아마차(甘茶)라고 한다. 그래서 국내서도 일본을 따라 수국차가 나무 자체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그 차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어감상으로는 감차수국이나 수국차나무 등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이 감차수국의 잎으로 우린 차를 국내서 수국차나 감차 외에 감로차나 이슬차 등으로도 부르는데 이 감로(甘露)는 감차(甘茶)와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감로(甘露)는 천지의 음양이 조화를 이뤄 하늘에서 내리는 달콤한 액체 즉 이슬이다. 이 말은 노자의 천지상합 (天地相合) 이강감로(以降甘露)에서 유래한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이를 귀하게 여겨 왔는데 불교가 전래될 당시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불사의 영약 Amrita가 바로 이 감로(甘露)일 것이라고 생각하여 동일시 한다. 그러므로 전통 중국 사상으로 보나 불교적으로 보나 감로는 상서로운 것이다. 따라서 본초강목의 이시진도 감로를 신령지정(神灵之精),인서지택(仁瑞之泽),기응여지(其凝如脂),기감여이(其甘如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 아마차(甘茶)
따라서 일본 불교에서 석가탄신일 부처를 목욕시킬 때 감로(甘露) 대신에 감차(甘茶)를 사용하였다고 우리나라서 그 감차 즉 수국차를 감로차라고 하는 것은 비약이 심하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감차를 감로차라고 하지 않는다. 산수국의 잎에서 우려낸 차는 달콤하기는 하지만 방부제나 방충제로도 사용하는 것인데 이를 하늘이 내린 신성하고 영묘함의 정수이며 자애롭고 상서로운 은혜로 불리는 지고지순한 감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여하튼 이 감차수국은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일부 사찰이나 농가에서 재배되는 것으로 보이며 일부는 상품화되어 생산공급자에 따라서 감로차나 이슬차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것 같다.
등록명 : 툰베리산수국
일반명 : 감차수국, 수국차
상품명 : 수국차, 감로차, 이슬차
학 명 : Hydrangea serrata var. thunbergii
정 명 : Hydrangea serrata
특 징 : 건조한 잎에서 단맛이 나는 산수국의 변종
툰베리산수국
일반 산수국과 차이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툰베리산수국
툰베리산수국
툰베리산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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