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카테고리 없음

1355 백철쭉의 정체는 일본 류큐쯔쯔지 = 중국 백화두견(白花杜鹃)

낙은재 2021. 3. 3. 16:14

우리나라 민간에서는 이들을 영산홍과 백철쭉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크고 작은 공원이나 도로변이나 주택가 정원 또는 관공서 주차장 등 빈 공간에 어김없이 무리 지어 심는 위의 그림과 같은 다양한 색상이 꽃이 피는 매우 흔한 꽃나무를 우리는 대개 영산홍이라고 싸잡아서 부르지만 앞 게시글에서 보았듯이 국표식에 영산홍으로 등록된 일본 원산 학명 Rhododendron indicum은 그 무리 중에 극히 일부 섞였을지는 몰라도 대다수를 구성하는 잎도 크고 꽃도 크며 4월 말에서 5월초에 개화하는 수종과는 일치하지 않음이 판명되었다. 따라서 그 관목의 정체를 밝히려니 우리나라에 등록된 수종으로는 답을 찾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미등록종이지만 일본의 쯔쯔지(躑躅)들 중에서 탐구해 본다.

 

일본은 에도시대 초기부터 쯔쯔지 열풍이 불어 초기에는 앞에서 본 기리시마(霧島)계 철쭉이 에도로 올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에도 중기 무렵부터는 류큐(琉球) 즉 오키나와 백철쭉들과 규슈의 히라도(平戸)계가 에도 말기 이후에는 규슈의 구루메(久留米)계와 외국에서 도입된 품종들 등으로 그때그때마다 주류가 바뀌었다고 한다. 이 중에서 기리시마(霧島)철쭉과 구루메(久留米)철쭉은 모두 규슈에 있는 기리시마산을 비롯한 깊은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구주(九州)철쭉 즉 일본명 심산무도(深山霧島)에서 비롯된 것이란 것을 앞에서 보았다. 이 둘을 제외한 에도 중기에 인기가 높았다는 백색이 기본인 류큐철쭉(琉球躑躅)과 자색이 기본인 히라도철쭉(平戸躑躅)을 탐구하면 우리나라 민간에서 영산홍(映山紅)이라고 불리는 철쭉의 정체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 먼저 흰 꽃이 피는 류큐철쭉에 대하여 파악해 보자.

 

백철쭉=류큐철쭉(琉球躑躅)=백화두견(白花杜鹃) 

국내에는 아직 등록되지 않은 류큐철쭉은 기본적으로 백색 꽃이 피는 수종인데 일본에서는 과거에는 중국에서 백화두견(白花杜鹃)이 도입된 것이라고 추정하다가 최근에 와서는 학명 Rhododendron ripense인 서부 일본 원산의 키시쯔쯔지(キシツツジ, 岸躑躅)와 일본 중부 원산인 거미철쭉 즉 모치쯔쯔지(モチツツジ, 黐躑躅)와의 교잡종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래서 학명도 교잡종 형식을 취하여 아예 Rhododendron x mucronatum (Blume) G.Don라고 주로 표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를 강소성 절강성 광동성 사천성 등 중남부 여러지방이 원산지인 백화두견白花杜)이라며 학명을 Rhododendron mucronatum (Blume) G.Don라고 쓴다. 그렇다면 이 학명은 중국 자생 고유종에도 일본 교잡종에도 동일하게 쓰이고 있어 아직 학명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여하튼 이 학명은 원래 네덜란드 식물학자 Carl Ludwig Blume(1796~1862)이 1823년 아잘레아속으로 Azalea mucronata Blume라고 명명하였던 것을 1834년 스코틀랜드 식물학자 George Don(1798~1856)이 로도덴드론속으로 변경하여 재명명한 것이다. 표본은 중국도 일본도 아닌 그 당시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 자바에서 채집한 것으로 보인다. Blume가 1823년부터 1827년까지 자바 보고르에 있는 식물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종인 왼쪽의 키시쯔쯔지(岸躑躅)와 오른쪽의 거미철쭉(黐躑躅)

여하튼 일본에서는 에도 중기에 나타난 생명력이 매우 강한 이 수종을 백색 꽃이 피는 대표적인 철쭉으로 평가하고 많이 심었는데 오키나와 즉 류큐(琉球)를 거쳐서 도입되었다고 판단하고 류큐철쭉(琉球躑躅)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최근에는 내한성도 제법 강한 이 수종이 아열대 기후인 류큐와는 무관하다고 알려졌지만 그렇다고 일본 어디에서 처음 발견된 교잡종인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키가 1~2m까지 자라는 류큐철쭉은 4월 하순부터 5월까지 지름 5~6cm의 나팔형 꽃이 가지 끝에 2~6 송이씩 모여서 피는데 꽃잎은 5갈래로 갈라지고 10개인 수술과 꽃자루에는 갈색 털이 밀생한다. 꽃 색상은 백색에 홑겹이 기본이지만 등나무꽃 색상이나 담홍색도 있고 겹꽃이 피는 원예품종도 있다. 열매는 지름 8mm 정도의 가늘고 긴 달걀 모양으로 꽃받침 조각에 싸여있고 갈색으로 성숙한다. 길이 3~6cm 정도의 잎은 타원형이지만 계절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변한다. 새 잎 양면 모두 가는 털로 덮여 있고 잎 가장자리는 바깥쪽으로 말려들며 봄 잎은 끝이 뚜렷하게 뾰족하지만 여름 이후에 생기는 잎은 끝이 다소 뭉텅한 편이다. 옆으로 뻗는 성질이 있는 가지는 어릴 때는 갈색 털이 있다가 2~3년 지나면 탈락하고 회갈색이 된다. 잎은 상록이지만 추운 지방에서는 늦가을 이후 일부가 낙엽지는 경우도 있다.

 

일본 후쿠오카현 오쓰미(大積)에 있는 수령 800년의 류큐철쭉 고목 - 이런 걸로 보면 일본 교잡종이 맞을 듯하다,

중국에서는 백화두견(白花杜鹃)을 위 일본의 묘사와 대동소이하지만 잎이 두 종류로 보다 큰 춘엽(春葉)은 조기에 탈락하고 보다 작은 하엽(夏葉)이 월동을 한다고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는 일본 산철쭉 즉 캠퍼철쭉에서도 언급된 바 있는 내용으로 철쭉 종류에서는 흔한 특징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어린 가지와 꽃자루 꽃받침 등에 짧은 선모가 섞여있으며 꽃잎에 자색 반점은 없다고 묘사하고 있다. 실제로 자색 반점은 없지만 옅은 황록색 반점이 있는데 선모의 유무는 일본 류큐철쭉과의 차이점인지 아니면 묘사를 생략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 다만 어느 쪽이던 국내서 백철쭉 또는 흰꽃 영산홍이라고 유통되는 품종 중 상당수는 이 류큐철쭉 즉 백화두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흰 꽃이 피는 비슷한 수종으로 우리 자생종 흰산철쭉도 있고 또 앞으로 탐구할 또 다른 일본 교잡 원예종도 더러 섞여 있을 가능성도 많으므로 모두가 하나의 품종은 아닐 것이라서 백철쭉이 바로 일본의 류큐철쭉 또는 중국의 백화두견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적자색 꽃이 피는 영산홍과 백색 꽃이 피는 백철쭉은 원래부터 다른 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재배 경험상 백철쭉이 항상 적자색 영산홍보다는 약간 늦게 개화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중국의 백화두견 (白花杜鹃)

 

수종명 : 류큐철쭉(琉球躑躅) = 백화두견(白花杜鹃) 

시중명 : 백철쭉

학   명 : Rhododendron x mucronatum (Blume) G.Don

이   명 : Rhododendron mucronatum (Blume) G.Don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상록 관목

원산지 : 일본 해안철쭉과 거미철쭉의 교잡종

일본명 : 류큐쯔쯔지(リュウキュウツツジ, 琉球躑躅)

중국명 : 백화두견(白花杜鹃)

수   고 : 1~3m

꽃색상 : 백색 홑겹이 기본이만 연한 핑크색도 있음

꽃수술 : 10개

개화기 : 4~5월

내한성 : 영하 23도

특   기 : 일본의 류큐철쭉(琉球躑躅)이 중국의 백화두견(白花杜鹃)과 거의 동일한 종으로 보이지만 중국에서는 자생종이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일본 교잡종이라고 한다. 따라서 둘이 동일한 종인지 아니면 각각 다른 종인지 미해결 상태에 있다. 종소명 mucronatum은 끝이 뾰족하다는 뜻인데 춘엽을 두고서 하는 말인지 구체적으로 무슨 연유로 붙였는지는 모르겠다. 

 

백철쭉=류큐철쭉(琉球躑躅)=백화두견(白花杜鹃)
백철쭉=류큐철쭉(琉球躑躅)=백화두견(白花杜鹃) 
백철쭉=류큐철쭉(琉球躑躅)=백화두견(白花杜鹃) 
백철쭉=류큐철쭉(琉球躑躅)=백화두견(白花杜鹃) 
백철쭉=류큐철쭉(琉球躑躅)=백화두견(白花杜鹃) 
백철쭉=류큐철쭉(琉球躑躅)=백화두견(白花杜鹃) 
류큐철쭉의 자색 품종인데 이를 국내서 자산홍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흔하게 보이는 품종은 아니다.  リュウキュウツツジ‘ 'ムラサキリュウキュウ’' 류큐철쭉 '자류큐'(琉球躑躅‘紫琉球’) Rhododendron x mucronatum cv. Murasakiryuukyuu 또는 Rhododendron hortense Nak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