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산앵도나무아과

1739 애기석남과 이에 통합된 장지석남

낙은재 2022. 3. 1. 20:19

애기석남
애기석남 - 한랭지 습한 산성토양을 좋아하기에 bog-rosemary로 불린다.
애기석남 - 줄기가 이끼 밑으로 뻗으면서 번식한다.

 

우리나라 자생종이라고는 하지만 그 이름이 생소한 애기석남과 장지석남이라는 진달래과 상록 소관목들이 있다. 그 자생지가 애기석남은 함북 대택과 무산 그리고 함남 부전고원이라고 하며 장지석남도 함경도라고 한다. 북반구 한랭한 지역 습지 산성토양에서 주로 자라는 이 수종들은 우리나라 함경도가 거의 남방한계선에 가까우므로 남한에서는 제대로 자라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생소할 수밖에는 없는 수종인 것이다. 그럼 이들은 어떤 수종이며 그 이름의 유래는 무엇인지 파악해 보자. 우선 이 식물은 우리나라에서는 최북단 함경도 백두산 부근에서 자생하며 일본에서는 홋카이도와 혼슈 북단에서 자생하며 중국에는 최근까지도 자생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었다가 2013년에 길림성 장백산에서 발견하였다고 자기들 자생종으로 추가하고 있다. 그러니까 백두산 위로 만주나 내몽고지역에서는 자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그 북쪽 사할린에서부터의 극동러시아는 물론 러시아 전역과 유럽 및 아메리카대륙의 북쪽 한랭한 기후의 거의 전지역에 매우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수종이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지중해 연안을 포함한 거의 전지역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1753년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때 린네가 이를 당연히 명명하게 된다. 그래서 린네는 이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티오피아(Aethiopia)의 아름다운 공주의 이름인 Andromeda로 속명을 붙였다.

 

들쭉이나 월귤 등과 같이 북반구 한랭한 기후 전지역에 분포한다.
바위에 묶인 안드로메다를 땅에 심어진 애기석남에 비유하여 린네가 그린 그림

 

안드로메다는 에티오피아(Aethiopia)의 왕인 아버지 케페우스(Cepheus)와 왕비인 어머니 카시오페이아(Cassiopeia)의 사이에서 태어난 공주인데 어머니인 카시오페이아가 자기와 딸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딸들인 요정 네레이데스보다 아름답다고 떠들어대다가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사 나라가 홍수로 큰 피해를 보고 안드로메다 공주는 바닷가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서 처벌을 대기하게 된다. 그래서 안드로메다 공주를 영어로 the chained lady라고도 한다. 마침 메두사를 처치하고 돌아오던 페르세우스(Perseus)가 천마 페가수스를 타고 나타나 바다 괴물을 처치하고 안드로메다를 구출하여 그녀와 결혼하게 된다. 안드로메다가 흑인이라는 설과 페르세우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중 한 명인 페르세스(Perses)가 페르시아의 조상이 된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가 망라된 이야기로 발전한다. 안드로메다의 남편인 그리스 영웅 페르세우스는 그의 증손자인 헤라클레스와 더불어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영웅으로 묘사된다. 안드로메다 가족들은 거의 모두 하늘의 별자리가 되어 지금도 남아 있는데 특히 안드로메다좌는 페르세우스좌와 카시오페이아좌 그리고 페가수스좌 사이에 위치한다. 하늘에서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땅에서도 딸인 안드로메다는 바로 이 속의 이름으로 남아 있고 어머니 카시오페이아는 앞 1680번 게시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진달래과 카시오페속의 속명으로 남아 있다.

 

그리스 신화속의 세상 - 아프리카가 짧다.
페르세우스가 천마를 타고 나타나 괴물을 처치하고 카시오페이아와 케페우스의 가운데 쇠사슬로 바위에 묶여 있는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한다. 
카시오페이아좌와 페가수스좌 사이에 위치하는 안드로메다좌에는 안드레마 은하가 있다.

이 Andromeda속을 우리는 장지석남속이라고 하는데 린네는 이 장지석남속을 창설할 당시 애기석남을 포함한 9개 종을 함께 이 속으로 분류하여 명명하고 그 후에도 3종을 추가하였으며 나중에 다른 학자들에 의하여 수많은 종이 추가되어 장지석남속은 매우 광범위한 속이 되었으나 1834년에 스코틀랜드 식물학자인 David Don (1799~1841)이 레오코토이속 리오니아속 카시오페속 마취목속 등을 신설하면서 장지석남속으로 분류되던 수많은 종들을 분해하여 각각 다른 속으로 재분류하게 된다. 그래서 1753년 린네가 명명한 이 장지석남속은 이제 단 한 종만 남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하는 애기석남이다.

 

린네가 부여한 애기석남의 학명 Andromeda polifolia L.에서 종소명 polifolia는 잎이 회색인 지중해 원산의 개곽향속의 아관목 Teucrium polium의 잎을 닮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는 애기석남과 그 하위 품종이라는 학명 Andromeda polifolia f. acerosa인 장지석남이 등록되어 있는데 왜 속명을 원종인 애기석남속이라고 하지 않고 장지석남속이라고 할까? 지금와서 보면 말도 안되지만 그렇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장지석남은 1942년 정태현선생이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화태석남(樺太石南)이라고 한 이래 1966년 이창복선생이 한국수목도감에서 장지석남(醬池石南)이라고 하여 정명이 된 후 오늘날까지 쭉 안드로메다속을 유지하여 왔지만 애기석남은 1942년 정태현선생이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각시석남이라고 하고 1966년 이창복선생이 애기석남이라고 하여 정명이 되었으나 그 사이 1949년에 미국 하버드대 Alfred Rehder교수가 1771년 오스트리아 학자가 진달래속으로 분류한 학명 Rhododendron polifolia (L.) Scop.로 동정한 바 있고 우리나라 이우철교수도 1996년 Lineamenta Florae Koreae (W.T.Lee)에서 진달래속으로 분류한 위 학명을 인정한 바도 있다. 그래서 박만규선생은 1949년에 애기진달래라는 이름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소속이 불분명하였기에 Andromeda속명으로 채택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장지석남을 모두 원종인 애기석남에 통합시키고 있으므로 장지석남은 국표식 리스트에서 삭제되어야 할 운명에 처하였다. 따라서 앞으로는 어쩔 수 없이 속명도 애기석남속으로 변경되거나 아니면 통합된 애기석남의 이름이 장지석남으로 변경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곽향속 Teucrium polium의 잎을 닮았다고 종소명 polifolia가 붙었다.
이게 로즈마리인데 이 잎을 닮았다고 일반 영어로는 늪지 로즈마리라는 뜻인 bog-rosemary라고 부른다.

 

애기석남이 국내서는 언제 최초로 발견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본 임학자 우에키 호미키(植木秀幹, 1882~1976)가 작성한 함경북도 길주군 대택과 장지에 대한 1926년 식물조사보고서에 히메샤쿠나게(ヒメシャクナゲ, 石楠花)가 대택 자생 식물로 언급되어 있다. 이때 처음 발견되었거나 최소한 그 이전에 국내 자생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1907년 한국에 와서 1945년까지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한 우에키 호미키는 우리나라 산림녹화의 아버지로 불릴 만한 업적을 남겼다. 우리나라 산들이 벌거숭이 민둥산이 된 것은 일제강점기에 와서 그렇게 된 것으로 대부분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미 조선시대 말기에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이 개화기 방문한 서양인들의 자료에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민둥산에 체계적인 조림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바로 우에키이며 해방 후 그가 못다한 사업을 그의 서울농대 제자이자 나중에 농업진흥청장을 역임하는 현신규박사가 이어가 이승만정권을 거쳐 박정희대통령시절에 와서 완성하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이 사람의 인품이 좋았던지 일제강점기의 일본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욕을 먹어도 이 우에키 호미키박사에 대하여 비난하는 소리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각설하고 여하튼 발견 당시부터 일본학자에 의하여 히메샤쿠나게(ヒメシャクナゲ, 石楠花)라는 이름이 붙은 이 새로운 수종을 우리나라 학자들은 처음에는 각시석남이라고 부르다가 애기석남이라고 부르게 된다. 일본의 히메(姬)는 귀족이나 영주의 딸뿐만 아니라 모든 귀족 여성 및 여성 수장을 뜻하지만 식물명 앞에서는 작고 귀여운 것을 뜻한다. 샤쿠나게(石楠)는 일본에서 만병초를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잎이 만병초를 닮았지만 나무나 잎의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히메샤쿠나게라고 한 것을 각시 또는 애기 석남이라고 부르면서 따른 것으로 보인다. 히메를 각시나 애기로 부르는 것은 이해되지만 그많은 일본의 샤쿠나게는 모두 만병초나 철쭉 등으로 바꿔 부르면서 왜 유독 이 Andromeda속은 그냥 석남이라고 일본 이름을 그대로 따라하였는지 모르겠다. 석남(石南)이란 원래 중국에서 홍가시나무를 부르는 약재로 유명한 수종인데 아주 오래 전에 우리나라로 건너오면서 정보가 왜곡되어 울릉도 등에 자생하는 유독성 수종인 만병초를 석남으로 잘못 알고서 석남초(石南草)라고 부른 것이 고려시대 사료에 나온다. 그게 일본으로 전해져서 일본에서 만병초를 석남화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인데 일본은 아직도 진달래속 많은 수종들을 석남화(石楠花)라고 부른다. 여하튼 애기석남은 일본을 따라한 이름이지만 석남이라는 말 자체는 우리나라에서 먼저 생긴 말이라는 뜻이다.

 

왼쪽이 석남 오른쪽이 애기석남인데 잎모양이 비슷하다.
우에키박사의 보고서인데 대택에는 히메샤쿠나게가 언급되어 있지만 장지의 보고서에는 없다.

 

그리고 장지석남은 1879년 스웨덴 식물학자인 Carl Hartman (1824~1884)이 명명한 학명 Andromeda polifolia L. f. acerosa C.Hartm.의 품종명으로 봐서는 잎이 선형으로 좁고 가늘다는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리나라 박만규선생이 1949년에 애기석남은 애기진달래로 장지석남은 선애기진달래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봐서는 포복성으로 자라는 특성에서 차이를 보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일부 자료에서는 장지석남의 키가 10cm 미만이고 꽃도 소형이며 난형이라고 묘사하고 있어 정확하게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여하튼 이들 둘이 이제는 통합되었으므로 더 이상 파악하기도 어렵고 파악할 필요도 없을 듯하지만 우리이름 장지석남의 장지는 함북 무산군 삼사면에 있는 간장늪을 말한다. 이 호수의 물빛이 봄과 여름에 간장색을 띠기 때문인데 이를 한자로 표현하자니 장지(醬池)가 된 것이다. 실제로 우에키 호미키의 위 보고서의 醬池(장지) 옆에 カンジャンヌプ(간장늪)이라고 우리말을 그대로 일본어로 부기되어 있다.

 

일본에서 애기석남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히메샤쿠나게(ヒメシャクナゲ, 石楠花)로 부르며 그 하위 품종인 장지석남은 사할린에서 분포하는 종이라고 카라후토 히메샤쿠나게(カラフトヒメシャクナゲ)라고 하며 한자로는 화태희석남화(樺太石楠花)라고 쓴다. 그래서 우리나라 이명에 화태석남 사할석남 등이 기재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은 러시아령이지만 과거에는 사할린 일부가 일본의 영토이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중국에서는 이 수종이 길림성뿐만 아니라 흑룡강성이나 내몽고에서도 자생하지 않는데 최근에 2013년에 길림성 장백산 일대에서 발견하여 새로운 자생종으로 등록하였다는 내용이 2018년 발간된 동북수목채색도지(木彩色志)에 실렸다. 중국에서는 안드로메다속을 청희목속(姬木)이라고 하며 애기석남을 청희목이라고 하고 별명으로 선녀월귤(仙女越橘)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그리스 신화속 안드로메다를 선녀(仙女) 안델로모다( 安德)라고 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북한측 백두산에서 자생하는 수종이 중국측 백두산 즉 장백산에서 발견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등록명 : 애기석남

등록명 : 장지석남(피통합)

이   명 : 각시석남, 애기진달래, 화태석남

학   명 : Andromeda polifolia L.

이   명 : Andromeda polifolia f. acerosa C.Hartm.(피통합)

분   류 : 진달래과 장지석남속 상록 소관목

원산지 : 한중일, 북반구 한랭지 거의 전지역

서식지 : 습한 산성 토양

영어명 : bog-rosemary

중국명 : 선녀월귤(仙女越橘) 청희목(姬木)

일본명 : ヒメシャクナゲ(石楠花) ニッコウシャクナゲ(日光石楠花)

수   고 : 10~30cm

잎특징 : 광선형, 장타원형, 1.5~3.5 x 3~7mm, 뒤로 말림, 이면 백색

꽃차례 : 지선 2~6송이 산형화서 핑크색 항아리형 5~6mm 하수

꽃자루 : 직립 1~2cm, 핑크색

꽃부리 : 천5렬, 뒤로 말림, 수술 10개

열   매 : 삭과 지름 3~4mm

내한성 : 영하 45도

특   기 : 유독식물이므로 주의를 요함

 

 

애기석남
애기석남
애기석남
애기석남
애기석남
애기석남
애기석남 열매

 

====================

 

애기석남은 작은 사이즈에 아름다운 꽃이 풍성하게 피어 나름대로 인기가 높아 많은 원예품종이 개발되어 있는데 그 중 애기석남 '블루 아이스'와 애기석남 '그란디플로라' 두 종이 우리나라에도 등록되어 있다.

 

애기석남  ' 블루 아이스 '
애기석남 '그란디플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