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산앵도나무아과

1741 옥시덴드룸 아르보레움 – 단풍이 매우 아름다운 정원수

낙은재 2022. 3. 5. 21:36

옥시덴드룸 아르보레움
옥시덴드룸 아르보레움
옥시덴드룸 아르보레움

 

옥시덴드룸 아르보레움은 학명 Oxydendrum arboreum DC.를 그대로 우리말로 읽어서 붙인 이름이다. 워낙 더디게 자라므로 국내는 아직 큰 나무가 없는 데다가 미국 사람들이 큰 관목 또는 소교목이라고 주로 말하므로 그렇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환경이 적합하면 나중에 키가 최대 30m까지도 자라며 최소한 10m 정도는 자라는 교목이다. 땅이 넓고 높이 80m 이상 심지어는 100m 이상으로 자라는 수종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유럽인들은 아니지만 미국 사람들은 10m 미만이면 large shrub 즉 큰 관목이라고 부르며 10m가 넘는 나무도 small tree 즉 소교목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으며 20m 정도는 되어야 tree 즉 교목이라고 불러 우리와는 스케일이 다르다. 여하튼 옥시덴드룸 아르보레움은 식물분류학적으로는 진달래과(科, family) 산앵도나무아과(亞科, subfamily) 옥시덴드룸족(族, tribe)으로 분류되는 옥시덴드룸속(屬)의 유일한 종(種)이다.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아과 즉 subfamily Vaccinioideae에는 유난히 1속 1종인 경우가 많다. 앞에서 본 진퍼리꽃나무가 그랬고 애기석남과 제노비아(은방울꽃나무)도 그 속의 유일종이었으며 이 옥시덴드룸 또한 그렇다. 한 마디로 가까운 친척이 모두 멸종하고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 있어 비슷한 수종이 어디에도 없는 이 옥시덴드룸 아르보레움은 원래 펜실베니아주 남부에서 플로리다주 북부까지에 걸친 미국 동부가 원산지이지만 예상 외로 생명력이 강하여 웬만한 지역에서는 잘 자라는 데다가 단풍이 매우 아름다워 세계 여러 나라에 널리 보급되어 있으므로 멸종위기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우리나라에도 수목원은 물론 더러 민간에도 보급되어 있으며 여기 양평 낙은재의 정원에도 최소한 수령 15년은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키가 5m나 되는 나무가 자라 매년 가을 대단한 단풍을 보여준다. 그래서 수많은 종류의 정원수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귀하게 여기는 수종 중 하나이며 단풍수로는 단연 으뜸이라고 누구에게나 서슴없이 권유한다. 그래서 2015년에 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4번 게시글로 포스팅한 바 있었는데 이번에 이 게시글을 올리면서 과거 게시글은 비공개로 전환한다.

 

교목으로 자라는 옥시덴드룸은 미국 동부가 원산지이다.

 

학명 Oxydendrum arboreum DC.는 스위스 식물학자 Augustin Pyramus de Candolle (1778~1841)이 1839년 속을 신설하면서 명명한 것이다. 라틴어로 된 속명 Oxydendrum에서 oxy는 날카롭거나 시다는 뜻이며 dendrum은 나무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신(sour) 나무(tree)라는 뜻이다. 이 수종의 잎과 열매에서 신맛이 강하게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소명 arboreum은 ‘tree-like’ 즉 ‘나무 같은’이라는 뜻으로 속명과 겹치는 의미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이미 목본에서 이런 종소명을 붙일 때는 주로 키가 크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 수종이 진달래과로서는 아주 드물게 키가 20m 이상으로 자라기 때문이다. 설혹 나무라는 의미가 겹쳤더라도 찾아보면 동양에는 이런 식의 이름이 매우 흔하다. 예를 들면 오동나무의 경우는 중국 이름 오동(梧桐)에 이미 나무라는 의미의 木(목) 자가 둘이나 들어 있는데 거기에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끝에 나무라는 우리말을 덧붙여서 나무가 셋이나 합해져 있다. 오(梧)는 봉(鳳)이 깃드는 나무이고 동(桐)은 황(皇)이 깃드는 나무인데 이를 합하여 오동(梧桐)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것도 부족하여 뒤에 나무를 더 붙이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봉황이 서식하는 상서로운 나무이고 일본에서는 여름에 습기를 막아주기에 장롱 즉 단스(簞笥) 제조용으로는 최고의 목재로 알려져 딸을 낳으면 시집갈 때 쓰려고 곧바로 심는다는 수종이 오동이므로 귀한 대접을 받을만한 자격이 충분하기에 나무 木 자가 중복되는 것인가?

 

본론으로 돌아가 영어권에서는 이 수종의 잎에서 신맛이 난다고 Sorrel Tree 또는 Sourwood라고 부르며 그 꽃모양이 은방울꽃을 닮았다고 Lily of the Valley Tree라고 부른다. 그런데 사워우드(sourwood)는 이해가 가는데 소럴 트리(sorrel Tree)는 뭘까? Sorrel은 소리쟁이속 식물들 중에서 잎에서 신맛이 나는 다년생 초본을 말하는데 그 대표적인 식물이 우리나라 전국에서도 흔하게 자라는 수영 즉 Rumex acetosa이다. 잎에 옥살산 즉 oxalic acid 성분이 많아서 신맛을 내므로 봄에 연한 잎을 나물로 동서양에서 식용한다. 특히 서양에서 샐러드용으로 많이 쓰므로 sorrel 자체가 신맛의 대명사가 되었기에 그런 신맛이 나는 나무라는 뜻으로 sorrel tree라고 하는 것이다. 이 초본의 우리 이름 수영은 수염 뿌리가 많다고 생긴 이름이고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그 맛이 시다고 산모(酸模)와 산엽(酸葉)이라고 각각 부른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 수종 옥시덴드룸 아르보레움을 산모수(酸模) 또는 산목(酸木)이나 산엽수(酸叶)라고 일반 영어명이나 학명과 같은 취지로 부른다. 중국에서는 외래종에 대하여는 주로 학명이나 일반 영어명의 취지를 참고하여 이름을 붙인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신맛에 대하여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그 꽃모양에서 온 영어이름 Lily of the Valley Tree를 번역하여 스즈란노키(スズランノキ)라고 부르며 한자로는 영란목(鈴蘭の木)이라고 쓴다. 서양의 lily of the valley나 일본의 영란(鈴蘭)은 모두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하는 다년생 초본 은방울꽃을 뜻한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앞 게시글에서 본 제노비아 풀베룰렌타와 같은 이름으로 부르기 때문에 혼동되어 둘 다 학명 그대로 각각 제노비아(ゼノビア)와 옥시덴드람 아보레움(オキシデンドラム アボレウム)으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은방울꽃을 영어로 Lily of the Valley라고 하며 중국과 일본에서는 영란(鈴蘭)이라고 한다.
국내서 수영으로 불리는 Sorrel이다. 연한 잎을 샐러드나 나물로 식용한다.

 

사실 이 수종 옥시덴드룸 아르보레움을 수년간 지켜보면서도 그 꽃의 모습이 특별히 은방울꽃과 가깝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바로 옆에 은방울꽃이 자라고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꽃잎과 꽃받침이 각각 5개씩 엄연히 구분되어 있는 이 수종과 꽃받침과 꽃잎의 구분이 없이 기부가 붙어 있는 화피편이 끝에서 6갈래로 갈라지는 은방울꽃과 구조가 다르고 아래로 처지는 길이 10~25cm로 긴 원추화서인 이 수종의 꽃차례가 직립하는 총상화서인 은방울꽃과 다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키가 5m가 넘는 나무에서 피는 아이보리색 긴 꽃차례는 눈에 잘 뜨이고 아름답지만 수많은 작은 개별 꽃들은 보일지 말지 할 정도로 작아서 나무 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없기 때문이다. 굳이 비슷한 수종을 찾자면 앞에서 다룬 진달래과의 가울테리아나 산앵도나무속 수종들 및 제노비아와 마취목, 리오니아 등과 꽃차례의 구조나 꽃모습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키가 크게 자라는 교목임에도 불구하고 진달래과로 분류되는 것 아니겠는가.

 

왼쪽 은방울꽃은 꽃받침과 꽃잎의 구분이 없이 화피편(tepal)만 있으며 끝이 6렬하지만 옥시덴드룸은 꽃받침과 꽃잎 모두 5렬한다.

 

옥시덴드룸 아르보레움은 나무 꽃이 귀한 한 여름에 피는 꽃도 눈에 띄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수종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가을에 크기가 23 x 9cm인 다소 두툼한 잎이 적자색으로 보다 더 구체적으로는 표현하자면 스칼렛(scarlet)색 또는 크림슨(crimson)색상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단풍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를 화살나무 즉 Euonymus alatus 그리고 앞 744번 게시글에서 다룬 니사 즉 Nyssa sylvatica와 더불어 세계3대 단풍수라고 일컫기도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관목인 화살나무보다는 앞 136번 게시글에서 다룬 교목인 오구나무 즉 Triadica sebifera를 포함하면 세계3대 단풍교목으로 더 그럴 듯해 보인다. 일본에서는 단풍나무의 색상이 신통치 않은 기온이 온난한 규슈지방에서도 이 수종의 단풍은 아름답게 든다고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 양평에서는 기후조건에 적합한지 매년 매우 아름답게 단풍이 든다. 그런데 서양의 경우는 단풍에 대한 극찬도 있지만 일부에는 그다지 대단한 찬사는 없다. 아마 환경에 따라서 단풍의 색상이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서양에서는 한여름에 피어 거의 한 달 동안 지속하는 꽃에 넥타가 풍부하여 꿀벌이 매우 좋아하는 밀원수종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sourwood honey는 향과 색상 그리고 품질이 좋아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한여름에 피는 꽃은 녹색 잎을 바탕으로 가을에 열매는 적자색 단풍을 바탕으로 백색 또는 아이보리색으로 빛난다.
왼쪽이 크림슨색 가운데가 스칼렛색상이다. 오른쪽은 사워우드 벌꿀이다.
단풍이 아름다운 오구나무
세계적인 유명 단풍수인 니사 실바티카

 

성장이 더디고 어릴 때는 가지가 곧바로 수직으로 자라지 않고 약간 휘어져 자라므로 수형이 다소 분균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내한성이 매우 강하여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 노지월동에 전혀 문제가 없으며 봄에는 꽃이 없더라도 잎이 크고 아름다우며 한여름에 피기 시작하는 꽃은 그 자체로는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지만 녹색 잎 바탕에 백색 꽃차례가 볼만하며 가을에 단풍이 들 때쯤에는 꽃이 열매로 변하여 적자색 바탕에 황금색 열매가 어울어져 낙엽이 질 때까지 그대로 유지된다. 단풍나무와 다른 점은 단풍나무는 하나의 나무에서 잎이 순차적으로 색상이 변하므로 한 쪽은 단풍이 절정이라도 다른 한 쪽에서는 잎이 말라비틀어진 모습을 항상 보이지만 이 옥시덴드룸 아르보레움은 적자색 잎이 거의 생생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그대로 떨어지기 때문에 말라비틀어진 모습의 잎을 나무에서는 볼 수가 없다. 즉 낙엽이 땅에 떨어진 다음 하루 이틀이 지나야 비로서 잎이 마르는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단풍을 감상할 기간도 몇 주를 지속하여 기껏 일주일에 불과하게 짧은 단풍나무에 비하면 많이 길다. 그래서 최근 일본에서는 인기가 한창 치솟고 있는 정원수라고 한다. 병충해에도 강하며 내한성도 강하고 내서성도 강하며 물이 잘빠지는 습한 토양을 좋아하지만 건조함에도 제법 강한 면모를 보이며 양지를 선호하나 반그늘에도 잘 적응하고 염분에도 강하여 해변가 식재도 문제가 없다. 다만 공해에 약한 모습을 보이므로 도심 도로변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실생재배의 경우 4~5년 후부터 개화한다.

 

가을에 성숙하는 열매는 낙엽이 진 다음에도 겨우내내 나무에 붙어 있다.

 

 

등록명 : 옥시덴드룸 아르보레움

학   명 : Oxydendrum arboreum DC.

분   류 : 진달래과 옥시덴드룸속 낙엽 소교목 교목

원산지 : 미국 동부

영어명 : Sorrel Tree, Sourwood, Lily of the Valley Tree

중국명 : 산목(酸木) 산엽수(酸叶树)

일본명 : 스즈란노키(スズランノキ) 영란목(鈴蘭の木)

수   고 : 8~30m, 지름 50cm

수   피 : 성목은 세로로 깊게 갈라짐

잎특징 : 6~23 × 2~8cm, 세거치, 무모, 잎자루 1cm

꽃차례 : 원추화서 15~50송이 정생

꽃특징 : 백색, 화관 4~7mm, 원통형 항아리형, 꽃받침 5, 꽃잎 5, 향기, 수술 10

열   매 : 삭과, 4~8mm, 5실, 25~100개의 종자 가을 숙성 겨울내내 유지

개화기 : 7~8월

내한성 : 영하 29도

용   도 : 정원수, 밀원수, 젤리(꽃)로 식용, 화살(새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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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덴드룸 아르보레움 - 이렇게 교목으로 자란다.
은방울꽃을 닮았다고 하기에는 좀 길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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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가 약간 휘어져서 자라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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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 가장자리에는 미세한 거치가 있다.
성목의 수피는 세로로 갈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