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산앵도나무아과

1740 제노비아 풀베룰렌타 – 유통명 은방울꽃나무

낙은재 2022. 3. 3. 18:54

제노비아 풀베룰렌타
제노비아 풀베룰렌타

 

제노비아 풀베룰렌타라는 국명에 학명 Zenobia pulverulenta Pollard로 표기하는 진달래과 제노비아속 반상록 수종이 있다. 제노비아속은 진달래과에서 세분할 경우 산앵도나무아과(亞科) 장지석남족(族)으로 분류되므로 앞에서 본 장지석남속과 가장 가까운 근연관계에 있다. 더구나 제노비아속은 이 제노비아 풀베룰렌타 한 종만 현존하고 있으며 애기석남 또한 장지석남속 즉 Andromeda속의 유일한 종이므로 식물분류학적으로는 애기석남과 제노비아 풀베룰렌타는 매우 가까운 관계에 있지만 실제로는 그 열매의 모습 외에는 꽃 모습이나 잎 모습 그리고 수형 등 어느 것 하나 비슷한 점은 없다. 오히려 같은 산앵도나무아과 다른 족으로 분류되는 가울테리아나 산앵도나무속 수종들과 꽃 모습에서 닮은 점이 많다. 그러나 가울테리아나 산앵도나무속 수종들의 열매는 장과이므로 삭과인 이 제노비아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가장 가까운 근연관계에 있는 애기석남과는 꽃은 아니지만 열매가 닮았다.
가울테리아(좌)와 산앵도나무속 수종인 Vaccinium arboreum(우)과 꽃모양이 많이 닮았다.

 

제노비아 풀베룰렌타는 오직 미국 동부 대서양 연안의 남북 캐롤라이나주와 버지니아주에서만 자생하는 관목이므로 린네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다가 미국 식물학자이자 미국 동부지역 식물탐사로 유명한 William Bartram(1739~1823)이 처음 발견하여 장지석남속으로 분류하여 Andromeda pulverulenta라고 명명한 것을 독일 식물분류학자인 Carl Ludwig Willdenow (1765~1812)이 1799년에 발표한 것이다. 그 후 1834년 스코틀랜드 식물학자인 David Don (1799~1841)이 장지석남속을 대해부하여 여러 속을 신설하면서 분해할 때 제노비아속을 신설하면서 Andromeda speciosa Michx라는 종을 제노비아속의 모식종으로 삼아 Zenobia speciosa (Michx.) D. Don이라는 학명을 부여한다. 그때까지 장지석남속에 남아 있던 이 수종도 1895년에 미국 식물학자인 Charles Louis Pollard(1872–1945)에 의하여 제노비아속으로 편입되어 Zenobia pulverulenta (W. Bartram ex Willd.) Pollard라는 학명이 부여되는데 이게 오늘날까지 유효한 학명으로 유지되고 있어 우리나라에도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당초 데이비스 돈이 제노비아속의 모식종으로 삼았던 Zenobia speciosa와 동일종임이 나중에 밝혀져 둘이 통합되면서 우선 순위에 의하여 이 제노비아 풀베룰렌타가 정명이 된다. 그러니까 제노비아속에서는 Zenobia speciosa가 먼저이지만 원래 속하던 장지석남속에서는 Andromeda pulverulenta가 4년 앞섰기 때문이다. 제노비아속에는 그 외에도 몇 종이 존재하였지만 통합되거나 다른 속으로 재편성되거나 아니면 이미 멸종되어 화석으로만 남아 있는 종들이므로 이 제노비아 풀베룰렌타가 유일하게 현존하는 수종이다.

 

스코틀랜드 식물학자인 David Don (1799~1841)이 명명한 속명 제노비아는 시리아지역의 고대 왕국인 팔미라(Palmyra)의 왕비 Zenobia (240~274)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원래 그리스 신화속의 이름으로 린네가 명명한 안드로메다속을 분해하였기 때문에 데이비드 돈이 그 때 신설한 속들은 거의 대부분 그리스 신화속의 이름을 붙였지만 이 수종은 실제 역사상 사람의 이름으로 명명하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제노비아는 지역 호족의 딸로 팔미라왕국의 왕비로 그리고 남편 사후 왕대비로서 섭정하며 실질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다가 나중에는 여왕위에 올랐다는 설이 있는 클레오파트라 이후 최대의 여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고전을 섭렵하여 클레오파트라와 플라톤을 존경하였고 직접 전쟁을 지휘할 정도로 체력도 강하여 문무를 겸비하였던 그녀는 이웃나라들을 침공하여 영토를 확장하자 로마제국의 미움을 사 결국 로마와의 전쟁에서 패하고 로마군에 생포되어 곧이어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한다. 

 

팔미라왕국의 전성기 영토와 그 일부인 부스라 유적
시리아의 여자 영웅 제노비아(좌)와 패전 후 로마군의 포로로 끌려가는 모습

 

지금은 원산지 야생에서 멸종되어 버린 희귀수종인 프랑클리니아 알라타마하의 종자를 미국 조지아주를 흐르는 알타마하강변에서 채취하여 멸종위기를 막은 것으로 유명한 식물 탐험가이자 식물학자인 윌리엄 바트람이 명명한 종소명 pulverulenta는 영어로 powdery 즉 분(粉)을 바른 듯하다는 뜻이다. 줄기와 잎이 가끔 분백색을 띠기 때문이다. 이 수종은 개체변이가 심하여 잎과 줄기에 전혀 털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분회색으로 코팅된 듯한 모습을 보이기에 dusty zenobia라고 일반 영어로 불린다. 이 수종은 은방울꽃을 닮은 향이 좋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가을 단풍 색상도 매우 아름다워 정원수로 가장 적합한 진달래과 수종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지만 내한성이 우리나라 중부지방에는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흠이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는 낙엽수의 모습을 보이지만 보다 온난한 지역에서는 반상록수로 변한다고 한다. 식재 장소는 반그늘도 무방하나 습한 장소를 선호한다. 새 잎이 나올 때 보다 더 하늘색에 가까운 색상을 보이는 원예품종인 Zenobia pulverulenta 'blue sky'가 국내에 더러 보급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이 제노비아 풀베룰렌타를 백령목(白木) 또는 분희목(粉姬木)이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스즈란노키(スズランの木)라고 한자로는 영란목(鈴蘭木)이라고 쓴다. 그러니까 중국이나 일본 모두 은방울꽃나무라는 뜻으로 부른다. 그 영향으로 국내서도 은방울꽃나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

 

제노비아 풀베룰렌타
원예종 제노비아 풀베룰렌타 '블루 스카이'

 

 

등록명 : 제노비아 풀베룰렌타

유통명 : 은방울꽃나무

학   명 : Zenobia pulverulenta Pollard

분   류 : 진달래과 제노비아속 반상록 관목

원산지 : 미국 캐롤라이나 버지니아

영어명 : dusty zenobia, honeycup

중국명 : 백령목(白木), 분희목(粉姬木)

일본명 : スズランの木(鈴蘭木)

수   고 : 0.9~3m

잎특징 : 호생, 혁질, 분록색 등 다양, 7.5cm, 양면 무모, 타원형

잎크기 : 2~8 × 1.2~4.5cm

꽃특징 : 향기, 종상, 백색, 꽃받침 꽃부리 5렬, 6.5~12mm, 수술 10, 4돌기

꽃차례 : 전년지 끝 엽액 처진 총상화서, 5~12송이

개화기 : 5~6월

단풍색 : 자주색

서식지 : 양지, 반그늘, 습한지역

내한성 : 영하 23도

 

제노비아 풀베룰렌타
제노비아 풀베룰렌타
제노비아 풀베룰렌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