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벗나무속/벚나무아속

1811 벚나무속과 자두나무속 벚나무아속

낙은재 2023. 4. 18. 10:33

제주왕벚나무
제주왕벚나무

 

어리석은 질문이겠지만 우리나라 전국민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꽃나무를 꼽으라면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선뜻 벚나무라고 답할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국에 가장 많이 심어진 꽃나무는 단연 벚나무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드물다. 봄이면 삼천리 대한민국이 온통 화려한 벚꽃으로 뒤덮이는 것이 요즘의 대한민국 봄의 모습이다. 도로에도 고궁이나 공원에도 청와대나 국회의사당 등 관공서에도 아파트에도 심지어는 가정에도 벚나무가 심어져 있다. 그래서 벚나무의 본고장이라는 일본보다도 벚나무가 더 많이 심어져 있는 것 같다. 한때는 벚나무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도입하여 심어진 나무라고 배척되어 심지어는 오래된 벚나무를 뽑아내는 일도 있었다. 벚나무가 일시에 화려하게 만개하다가 순식간에 져버린다고 마치 평소 지나치게 친절하게 대하다가도 금새 냉정하게  변하는 일본 국민성과도 닮았다느니 하면서 성토하기도 했다. 글쎄 말없는 벚나무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렇게들 비난을 해대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일본 벚나무의 원조가 우리나라라는 이상한(?) 이야기가 퍼지면서 마치 면죄부라도 받은 양 여기저기 마구 심어 삼천리 방방곡곡을 거침없이 벚나무 천지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다가 올 봄에 와서 뜬금없이 전국에 심어진 일본 원산의 왕벚나무를 우리 자생종인 제주왕벚나무로 대체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열심히 심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뽑아내자는 것인가? 벚나무 하나가 제대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령이 되려면 20년은 걸리는데 이제 겨우 그 전성기에 도달한 나무들을 어쩌자는 것인지 한심하다. 어떤 잘못이 있다면 그건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지 식물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 아름다운 나무들을 제거하려는가 말이다. 그러다가 또 다시 일본 왕벚나무에 한국 혈통이 섞여있다는 연구결과라도 혹시 나오면 다시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식물이란 그 원산지가 어디이던 내가 심고 가꾸면 내 식물인 것이다. 어디서 온 것인지를 왜 들먹이는지 모르겠다. 평소 식물에 별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말이다. 

 

워싱턴 DC에 심어진 왕벚나무
왕벚나무
왕벚나무

 

봄이 오면 온 국민이 즐기는 벚나무들은 그 꽃의 색상이나 모양 그리고 수형 등으로 구분하여 대개 몇 종류쯤 존재하는 것으로 대부분 생각하겠지만 전세계적으로 벚나무의 종류는 원종 기준으로만 약 100종이나 된다. 거기에다가 꽃이 특히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심는 수종들은 대부분 원종이 아닌 자연 교잡종들인데 이 중에서 학명으로 표기되는 교잡종들만도 30종이 넘는다. 게다가 인간에 의하여 선별 개량된 이른바 원예품종을 합하면 200여 종에 달한다. 그래서 일본에는 품종명이 붙은 벚나무가 무려 800종에 이른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이건 절대 과장이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2014년 일본 삼림총합연구소(森林総合研究所)에서 연구를 위하여 DNA를 분석한 사쿠라 재배품종이 무려 215종에 달하였다고 한다. 물론 그 많은 종들이 모두가 아름답게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 중에서 선별하여 우리나라에 도입되거나 원래부터 이 땅에서 자생하여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벚나무는 19개의 원종과 3개의 교잡종 그리고 42개의 원예품종 등 모두 64종이나 된다. 이와 같이 국내에 도입된 벚나무 종류도 결코 만만치 않게 많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이들을 하나하나 탐구할 계획이다.

 

벚나무는 모두 Prunus라는 속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 Prunus속을 우리는 벚나무속이라고 부르지만 원래는 자두나무속이며 이 속에는 자두는 물론 복숭아와 매실 살구 앵두 이스라지 아몬드 등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식물분류학에서는 Prunus속을 여러 개 아속으로 세분하는데 벚나무는 벚나무아속으로 세분류된다. 벚나무아속이 식물분류상으로 장미과라는 데에 대하여는 별다른 의견이 없지만 그 다음 세분류가 문제이다. 서양에서는 대부분 장미과를 장미아과와 아몬드아과로 크게 나누고 사과나무족 조팝나무족 국수나무족 황매화족 가침박달족 등으로 구성된 아몬드아과에서 아몬드족으로 다시 그 아래 자두나무속으로 분류된다. 서양의 자두나무속 즉 Prunus속은 자두나무뿐만 아니라 동양에서 앵행도리(櫻杏桃李)라고 불리는 벚나무와 살구나무 복사나무 매실나무 앵도나무 이스라지 등 수많은 수종들이 포함된 전세계 무려 약 400종으로 구성된 거대한 속이다. 그러고 보니 동양에서 알만한 봄꽃은 사과나무족 즉 Maleae족으로 분류되는 이화(배나무)와 해당화(꽃사과나무), 산당화(명자나무)를 제외한 거의 모든 꽃나무를 망라하고 있다. 이건 누가 봐도 식물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하고 있는 꼴이다.

 

유럽 원산 서양자두인데 이 수종이 Prunus속의 모식종이다.

 

그러니 전통적으로 매화(梅花) 행화(杏花) 도화(桃花) 등과 문화적으로 깊은 관계에 있는 중국에서는 이런 서양의 분류법을 도저히 따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장미과를 장미아과와 사과나무아과 조팝나무아과 그리고 자두나무아과로 분류하고 그 자두나무아과 아래 앵행도리(櫻杏桃李) 등을 각각의 독립된 속으로 분류한다. 그래서 벚나무는 당연히 앵속(樱属) 즉 Cerasus속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인근 러시아도 중국과 일치하게 분류한다. 서양 식물분류법을 항상 따르던 일본도 이 사쿠라 즉 벚나무만은 서양 분류법을 따르지 않고 1992년부터 동경대 오오바 히데아키(大場秀章, 1943~ )교수의 논문에 따라서 중국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Cerasus속으로 분류한다. 그러니까 아름다운 벚꽃이나 복사꽃 그리고 살구꽃과 매화를 접해보지 못하여 그 멋과 운치를 알 턱이 없던 서양 학자들이 혈통이 같다는 이유로 이들 모두를 통틀어 자두나무속 하나에 통합하고 있지만 동양에서는 그걸 차마 인정하지 못하고 별도 독립된 속으로 각각 또는 일부 분류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DNA분석 결과를 들먹여도 자두나무와 벚나무 그리고 복사나무 및 살구나무가 한 속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귀룽나무와 옥매 이스라지 앵두까지 포함한다니 이게 말이 되나? 누가 봐도 DNA분석법을 무조건 따르는 분류법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품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당연히 문화적으로는 중국과 일본을 따라도 될 법하지만 현실은 서양의 분류법을 그대로 따라서 모두 Prunus속 하나에 통합시켜 버리고 있다. 글쎄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아무런 생각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딱히 벚나무를 원해서가 아니라 감나무 대추나무 사과나무 배나무는 물론 명자나무 모과나무 산사나무 등도 모두 각각의 독립된 속으로 분류되는데 살구나무 복사나무 자두나무 벚나무 풀또기 귀룽나무 아몬드 이스라지 등을 하나의 속으로 통합한다는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양벚나무 - 꽃보다는 열매 수확용이다.
양벚나무 - 꽃보다는 열매 수확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