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마트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과일이 체리이다. 먹기도 깔끔하고 맛도 좋은 데다가 영양분도 많다니 고가에도 잘 팔리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체리가 우리말로는 버찌로서 벚나무의 열매를 말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의 그 흔한 벚나무에서는 그런 열매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체리는 서양 사람만 먹는 과일로 알았으며 먹어보기는커녕 구경도 못했었더랬다. 그래서 체리가 서양벚나무의 열매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게 된 오늘에 와서도 여전히 체리와 벚나무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그 체리가 열리는 나무가 바로 유럽과 북아프리카 그리고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 폭넓은 지역에 분포하는 이번 탐구 대상인 양벚나무인 것이다.
양벚나무란 서양(西洋)의 벚나무라는 뜻이므로 당연히 벚나무의 일종이다. 이 벚나무에서는 지름 1.5~2.5cm인 맛이 달콤한 열매가 달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주변의 벚나무에서 달리는 조그마한 버찌와는 많이 다른 것이다. 우리 주변의 벚나무 열매인 버찌는 크기도 1cm미만으로 작고 특히 과육이 빈약한 데다가 맛이 시어서 생으로 먹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반구의 거의 전 지역에서 벚나무가 자생하지만 이 양벚나무만이 달콤한 맛이 나는 버찌를 생산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동양에서는 벚나무는 아름다운 꽃을 보는 관상용 수종으로 인식하지만 유럽에서는 벚나무 즉 cherry는 맛있는 과일이 달리는 과수용 수종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실제로 양벚나무의 꽃은 비슷하기는 하지만 동양의 벚나무들에 비하면 아름다움에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과수용 복사나무가 있고 관상용 꽃복사나무가 있듯이 과수용 사과나무가 있고 관상용 꽃사과나무가 있듯이 농장용 매실나무가 있고 관상용 매화나무가 있듯이 벚나무도 과수용 수종이 있고 관상용 수종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과수용 수종 중 단연 최고의 품종은 서양에서 온 양벚나무와 신양벚나무이고 관상용 수종 중 현재 인기가 높은 품종은 일본에서 온 왕벚나무라고 인식하면 되는 것이다.
린네는 식물분류학을 창설하면서 1753년 양벚나무를 신양벚나무의 변종으로 분류하여 Prunus cerasus var. avium L.이라는 학명을 부여하였다가 2년 후 독립된 종으로 승격시켜 Prunus avium L.이라는 학명을 다시 부여하였다. 그 학명이 오늘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그렇게 등록되어 있다. 여기서 종소명 avium은 새들의라는 뜻으로 야생에서 새들의 좋은 먹이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 일반명 중에 bird cherry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하지만 벚나무들을 별도의 속으로 독립시켜 분리하자는 주장이 1754년부터 제기되면서 독일 식물학자인 Conrad Moench(1744~1805)가 속을 변경하여 1794년 Cerasus avium (L.) Moench라고 재명명하게 된다. 이래서 벚나무속의 분리론을 지지하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 학명을 정명으로 인정하고 있어 현재 국제적으로 학명이 양분되어 있다. 분리된 속명 cerasus는 기원전 74년 로마 집정관 루쿨루스(Lucullus)가 로마의 오랜 숙적인 미트리다테스(Mithridates)를 케라소스(Kerasos) 지역에서 쳐부수고 철군할 때 가져간 나무라고 그 지역명의 라틴 발음으로 명명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린네 당시는 한때 양벚나무가 신양벚나무의 변종으로 판단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유전자 분석에 의하여 오히려 신양벚나무가 양벚나무를 부모종으로 하는 교잡종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둘 사이의 위상이 뒤바뀐 것이 흥미롭다.
우리 이름은 간단하게 양벚나무라고 붙여 감을 잡기 어렵지만 중국에서는 구체적으로 구주감앵도(欧洲甜樱桃)라고 친절하게 서양에서 온 단맛이 나는 체리나무라는 뜻의 이름을 붙였다. 일본에서는 세이요우미자쿠라(セイヨウミザクラ)라고 즉 서양실앵(西洋実桜)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서양에서 온 과수용 사쿠라 수종임을 나타내고 있다. 지름 1.5m에 키가 30m이상까지도 자라는 이 수종은 향기가 좋은 꽃이 피기에 큰 공원 등에서는 관상용으로도 식재하며 체리(cherry)라고 불리는 홍갈색 목재는 단단하여 목재로 인기가 높다. 과수용으로는 키가 너무 크기 때문에 수확하기 쉽게 키가 3~5m 정도 자라는 양벚나무 '비가로 나폴레옹' 즉 Prunus avium 'Bigarreau Napoleon' 같은 작은 품종들도 개발되어 있다. 다른 대부분 벚나무 수종들이 그렇지만 양벚나무도 성숙한 열매 즉 체리 외에는 나무 전체에 cyanogenic glycosides 등의 독성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특히 미성숙 열매나 성숙한 열매라도 씨앗을 먹어서는 안 된다. 몇 년 전 영국에서 체리를 씨앗째로 삼켰다가 죽을 뻔한 남자가 있었으며 우리나라도 조선조에 산버찌를 먹고 형제가 죽은 사건이 있었는데 아마 통째로 먹은 것이 아닌가 한다. 양벚나무는 자화수분을 하지 않으므로 한 그루를 심어서는 열매를 맺지 않는다.
등록명 : 양벚나무
학 명 : Prunus avium L.
이 명 : Cerasus avium (L.) Moench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벚나무아속 낙엽 대교목
원산지 : 유럽, 북아프리카, 서, 중앙아시아
영어명 : wild cherry, sweet cherry, gean, bird cherry
중국명 : 구주감앵도(欧洲甜樱桃)
일본명 : 서양실앵(セイヨウミザクラ, 西洋実桜)
수 고 : 30m
수 명 : 100~120년
수 피 : 흑갈색
가 지 : 소지 회갈색, 눈지 녹색, 무모
동 아 : 난상타원형, 무모
잎특징 : 도란상타원형 타원란상
잎크기 : 3~13 x 2~6cm
잎거치 : 결각상 원둔 중거치, 치단함입 소선체
잎색상 : 상면 녹색 무모 하면 담록색 장유모
잎면맥 : 측맥 7~12대
잎자루 : 2~7cm, 무모, 두 개의 암적색 선체
탁 엽 : 협대형, 1cm, 변선치
꽃특징 : 좋은 향기, 양성화, 타화수분
화 서 : 산형화서, 2~5송이, 화엽동시 개방
화 아 : 인편 대형, 개화기 반절
꽃자루 : 2~3cm, 무모
꽃받침 : 악통 종상, 5 x 4mm, 무모, 악편 장타원형 선단원둔 전연 화개후반절
꽃 잎 : 백색, 도란원형, 선단 약간 오목
수 술 : 34매
화 주 : 수술과 같은 길이, 무모
열 매 : 근구형, 란구형, 홍색 자흑색, 지름 1.5~2.5cm, 핵표면 매끈
개화기 : 4~5월
결실기 : 6~7월
염색체 : 2n=16
용 도 : 식용, 관상용, 목재
내한성 : 영하 40도
특 기 : 익은 열매를 제외한 전주에 독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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