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비록 우리나라에는 등록되지 않은 수종이지만 벚나무들을 파악하기 위하여 매우 중요한 수종인 중국 원산의 학명 Prunus pseudocerasus인 소교목에 대하여 탐구한다. 왜냐하면 이 수종이 그 많은 벚나무들 중에서 식용 가능한 열매가 열리는 몇 개 수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전세계 100여 종의 벚나무들 중에서 서양의 양벚나무 즉 sweet cherry와 신양벚나무 즉 sour cherry외에도 식용이 가능한 수종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게 바로 중국 중남부 지역에 폭넓게 자생하는 이 중국앵도인 것이다. 3~4월에 꽃이 피고 매우 이른 시기인 5~6월에 지름 0.9~1.3cm의 신맛이 나는 붉은 열매가 달리는데 현지인들은 과일을 생식하거나 요리용 소스 또는 과일즙이나 절임 및 과일주 용도로 활용한다. 그래서 이 수종을 서양인들은 중국 체리 즉 Chinese cherry 또는 중국 새콤 체리 즉 Chinese sour cherry라고 부르는 것이다.
국내 미등록종인 이 수종을 반드시 탐구해야 되는 이유는 식용 가능 열매가 달리기 때문만이 아니고 바로 이 수종의 중국명이 앵도(櫻桃)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오래 전에 중국에서 도입되어 우리 주변에서 많이 식재하는 앵두의 중국명이 앵도(櫻桃)인 것으로 오랫동안 듣고 알아 왔다. 실제로 지금 현재도 모두들 그렇게 설명하고 있다. 식물도감에서도 국어사전에서도 한자사전인 옥편에서도 그리고 심지어는 한의학에서도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우리가 앵두라고 부르는 관목은 중국명이 모앵도(毛櫻桃) 또는 산앵도(山櫻桃)이라서 중국 체리로 불리는 이 수종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나무이다. 앵두인 중국 모앵도(毛櫻桃)는 Prunus속에서도 자두나무아속으로 분류되며 학명을 Prunus tomentosa로 표기하지만 중국 앵도(櫻桃)는 벚나무아속으로 분류되어 학명도 Prunus pseudocerasus로 표기되는 전형적인 벚나무의 일종인 것이다. 그런데 중국 앵도는 주로 남방에서 자생하므로 내한성이 다소 약하여 우리나라에는 중부지방에서 재배가 어려워서 그런지 이상하게 아직까지도 국내에 도입되지 않아 미등록 상태에 있다. 그러나 일본에는 에도시대에 청나라로부터 도입되어 당실앵(唐実桜) 또는 지나앵도(支那桜桃) 및 난지앵도(暖地桜桃)라고 불리면서 오늘날까지도 재배되고 있다. 그러니까 진짜 중국 앵도는 국내 도입되지 않은 데다가 중국 동북지방에서 앵두 즉 모앵도(毛櫻桃)를 앵도(櫻桃)라고도 부르므로 우리 선조들은 모앵도가 앵도인 줄로 알고서 여태 재배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치 진짜 중국 목련(木蓮)이 내한성이 약하여 국내 도입이 안된 상태에서 중국 목란(木蘭)을 우리가 목련이라고 부르는 것과 매우 유사한 명칭의 오류이다. 인터넷은 물론 사진도 없던 시절이므로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중국에서 모앵도 또는 산앵도라고 부르는 것을 우리가 앵도(앵두)라고 부른다고 그 자체로서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우리 이름은 어디까지나 우리 마음대로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자 櫻(앵)을 앵두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도 흔하게 자생하는 벚나무나 산벚나무 등을 한자로 표기할 방법이 난감해 진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산앵(山櫻)이나 야앵(野櫻) 또는 흑앵(黑櫻)이라고 표기했지만 앵두와는 많이 다르다고 판단하였던지 일부에서는 산도(山桃)라고 하거나 엉뚱하게 중국에서 자작나무를 뜻하는 樺木(화목)이라고 하거나 중국에서 과거에는 능금나무를 뜻하다가 지금은 자두나무를 뜻하는 柰(내)라고도 표기했다. 자작나무와는 목재의 쓰임새가 비슷하고 능금나무와는 작은 열매가 달리는 것이 유사하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게 모두 벚나무의 일종인 중국 앵도(櫻桃)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발생한 혼란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사쿠라 즉 벚나무를 앵(桜)으로 표기하자 앵두의 앵(櫻)과는 다른 별도의 한자로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만든 한자 桜(앵)은 櫻(앵)의 약자(略字)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일본에서 사쿠라를 앵두나무 앵(桜)이란 한자로 표기할까 하는 의문이 들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건 우리 생각일 뿐이다. 중국의 한자 앵(櫻)은 원래부터 벚나무를 칭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글자이지 앵두를 지칭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글자가 아니다. 다만 앵두나무의 열매인 앵두가 중국 앵도의 버찌와 많이 닮았기에 앵두를 모앵도(毛櫻桃) 또는 산앵도(山櫻桃)라고 불렀기에 비슷한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에서 벚나무를 앵(桜)으로 표기하는 것은 결코 그들 독자적인 한자 표기가 아니고 중국에서 벚나무를 뜻하는 한자어 앵(櫻)을 가져다 간략하게 만들어 쓴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까 한자 앵도(櫻桃)는 중국에서는 앵두를 뜻하는 것이 아니고 벚나무를 뜻하거나 그 열매인 버찌를 뜻한다. 그래서 벚나무 또는 그 열매를 뜻하는 영어 cherry와 거의 동일한 의미의 용어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벚나무 즉 사쿠라는 앵(桜)이라고 하고 그 열매인 버찌는 사쿠란보(サクランボ)라고 하며 앵도(桜桃)라고 쓴다. 중국 앵도의 어원은 열매가 복숭아를 닮았으며 둥근 모습이 옥구슬 즉 영주(璎珠)를 닮았다고 앵도(櫻桃)가 되었다고 명대 본초학자인 이시진(李時珍, 518~1593)은 그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설명하고 있다. 瓔(영)과 櫻(앵)의 중국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꾀꼬리(鶯)가 열매를 좋아한다고 鶯桃(앵도)라고 불리기도 하며 통째로 입에 넣고서 혀로 씨를 발라내면서 먹는다고 함도(含桃)라고도 불린다. 그 외에도 앵도는 앵주(樱珠) 우도(牛桃) 영도(英桃) 설도(楔桃) 형도(荆桃) 등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그리고 홍콩에서는 앵도를 뜻하는 영어 cherry의 복수형인 cherries를 중국 발음 그대로 표기한 차리자(车厘子)로 통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지나앵도나 난지앵도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정명은 카라미자쿠라(カラミザクラ)라고 한자로는 당실앵(唐実桜)으로 표기하여 관상용이 아닌 과수용 수종임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앵도는 서양의 양벚나무 및 신양벚나무와 더불어 식용 체리를 수확하는 세계 3대 수종임을 일본에서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앵도는 과일 중에서 가장 먼저 수확이 가능하여 춘과제일지(春果第一枝)라고 불리며 과일이 거의 없는 계절에 출하가 가능하므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게다가 병충해가 거의 없고 발육기간이 짧아 관리하기도 용이하고 생산비도 적게 들어 경제성이 있는 유실수로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앵도 즉 중국 체리는 보혈익신(补血益肾)의 효능이 있다고 예로부터 줄기와 잎 그리고 뿌리 등을 약으로 썼으며 나무 수형이 아름다우며 이른 봄에 향기 좋은 꽃을 풍성하게 피우는 데다가 초여름에 아름다운 구슬 같은 붉은색 열매가 달리므로 관상가치도 높다. 그래서 예로부터 많은 시인묵객들이 앵도를 대상으로 노래하고 그림을 그렸다.
앵도가 등장하는 시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당나라 천재시인인 이하(李贺, 790~816)가 쓴 미인소두가(美人梳头歌)라는 시이다.
背人不语向何处(배인불어향하처)
下阶自折樱桃花(하계자절앵도화)
말없이 뒤돌아 어디론가 향하면서
섬돌 아래 앵도꽃을 꺾어 드네
다음은 시선 이백(李白, 701~762)이 쓴 구별리(久别离)라는 시이다. 요즘 같으면 이태백은 이혼을 당했을 법하다.
别来几春未还家(별래기춘미환가)
玉窗五见樱桃花(옥창오견앵도화)
이별하여 집 떠난지 몇 년이던가?
창밖의 앵도꽃 5번이나 피었겠구나
다음은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쓴 오앵도(吴樱桃)라는 시이다. 역시 옛 오나라 지역인 난징 이남 온난한 지역의 앵도를 최고로 친다는 내용이다. 제목은 오앵도라고 되어 있으나 내용에는 함도(含桃)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
含桃最说出东吴(함도최설동오)
香色鲜浓气味殊(향색선농기미수)
함도는 동오산을 최고로 친다.
향기가 진하고 맛이 남다르다.
다음은 白居易(백거이)가 부자집 대저택을 보고서 마음이 상하여 읊은 상택(傷宅)이란 시인데 여기서는 꽃이 아닌 열매인 앵도가 등장한다. 역시 부자의 사치란 예나 지금이나 민폐인가?
攀枝摘櫻桃(반지적앵도)
帶花移牡丹(대화이모단)
가지를 휘어잡고 앵도를 따고
꽃째로 이식된 모란도 보인다.
다음은 아름다운 미인을 비유할 때 흔히 인용하는 앵도 같은 입술과 버들 같은 허리라는 말은 바로 백낙천이 처음 쓴 표현으로서 구당서(旧唐书) 백거이전(白居易传)에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번소와 소만은 노래하고 춤추는 아름다운 기녀들의 이름이다. 여기서 앵도같은 입술은 단순히 붉은 색 입술이라기보다는 붉으면서도 작은 입술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樱桃樊素口(앵도번소구)
杨柳小蛮腰(양류소만요)
번소의 입술은 앵도와 같고
소만은 허리는 버들과 같다.
이들 시에 등장하는 앵도(櫻桃)는 모두 우리가 알고 있는 앵두가 아니고 중국 체리라고 불리는 키가 6~8m까지 자라는 벚나무 또는 그 열매인 중국 체리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모두들 앵두로 번역하고 있다. 오류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동의보감에서도 앵도(櫻桃)는 이스랏이라며 앵두나무를 지칭하는 것처럼 되어 있으나 그 내용은 익비기(益脾氣)에 호안색(好顔色)에 살충해독(殺蟲解毒) 효능이 있는 것으로 설명되어 있어 앵두나무가 아니라 중국의 앵도(櫻桃)에 대한 약성을 설명하고 있다. 웬만해서는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는 동의보감에서조차도 이런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앵도가 정말 중국에서 모앵도(毛櫻桃)라고 부르는 앵두나무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1. 앵두 2, 벚나무로 풀이되어 있는 우리 한자사전의 앵(櫻)을 뒤바꿔 1. 벚나무 2. 앵두로 변경하여야 마땅해 보인다. 벚나무의 앵을 앵두에 준용하는 것이지 앵두의 앵을 벚나무에 준용하는 것이 아닌데도 우리는 그 반대로 풀이하고 있다. 이미 1960년대에 이상사(理想社)에서 출판한 옥편에도 櫻을 과명 앵도앵, 버찌앵(일명 함도), 벗나무앵(黑櫻)으로 풀이되어 있다. 그리고 예기(禮記)의 仲夏之月(중하지월) 以含桃(이함도) 先荐寝庙(선천침묘)라는 문구를 인용하고 있다. 즉 음력 5월에 앵도(중국 체리)로 종묘에 올리라는 내용이다. 공자시절 앵도 즉 중국 체리가 얼마나 귀한 과일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산호(珊瑚)같이 아름답게 생긴 체리 열매가 백과 중 가장 먼저 익으니 온실 재배가 없던 시절 귀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옥편에서는 종묘에 올리는 과일을 앵두로 판단하였을 것이다. 그 당시는 중국에 체리와 같은 식용 앵도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앵도의 학명 Prunus pseudocerasus Lindl.은 1826년 영국 식물학자인 John Lindley(1799~1865)가 명명한 것인데 여기서 종소명 pseudocerasus는 가짜 신양벚나무라는 뜻이다. 그 중국앵도 즉 중국체리의 맛이 서양의 sour cherry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벚나무속을 별도 독립된 속으로 분류하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1830년 스코틀랜드 식물학자인 George Don(1798~1856)이 벚나무속으로 변경하여 재명명한 Cerasus pseudocerasus (Lindl.) G.Don으로 학명 표기하고 있다.
명 칭 : 중국앵도(미등록종)
이 명 : 신중국벚나무
학 명 : Prunus pseudocerasus Lindl.
이 명 : Cerasus pseudocerasus (Lindl.) G.Don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벚나무아속 낙엽 교목
원산지 : 중국
중국명 : 앵도(櫻桃) 함도(含桃) 등
영어명 : Chinese sour cherry, Chinese cherry
일본명 : 카라미자쿠라(カラミザクラ, 唐実桜), 지나앵도(支那桜桃), 난지앵도(暖地桜桃)
수 고 : 2~8m
잎크기 : 5~12 x 3~5cm
잎특징 : 첨예 중거치, 선단소선체, 측맥 9~11대
잎자루 : 0.7~1.5cm, 선단 1~2개 대선체
탁 엽 : 조기탈락, 피침형
화 서 : 산방상 근산형, 3~6송이, 선엽개방
총 포 : 도란상 타원형, 갈색, 5mm, 선치
꽃자루 : 0.8~1.9cm
꽃색상 : 백색, 연분홍, 난원형, 선단오목 혹 2렬
수 술 : 30~35매 재배종 50매, 화주 등장, 무모
열 매 : 핵과 근구형, 홍색, 0.9~1.3cm
개화기 : 3~4월
결실기 : 5~6월
용 도 : 식용, 약용(지, 엽, 근), 관상용
내한성 : 영하 23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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