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벚지나무 또한 앞에서 다룬 산개벚지나무와 마찬가지로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그리고 극동러시아에서 자생한다. 개벚지나무는 내한성이 영하 45도에 이를 정도로 매우 강하지만 더위에는 약하여 남방한계선이 우리나라 중부 이북지방이라는 점이 전라도와 제주도에서도 자생하는 산개벚지나무와 다르다. 산개벚지나무가 이 수종을 닮아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는데 실제로는 심산지역에 분포하는 수종은 산개벚지나무가 아니라 바로 이 수종이다. 개벚지나무는 주로 해발 950~1400m 고지대 양지바른 비탈에서 자생하기 때문이다. 산개벚지나무는 꽃차례가 총상화서를 닮은 산방화서이지만 이 개벚지나무는 아예 귀룽나무들과 마찬가지로 총상화서이다. 겉으로 보이는 그 꽃이나 열매 그리고 잎의 모습은 누가 봐도 영락없는 귀룽나무의 모습이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귀룽나무아속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현대의 유전자 분석법에 의하여 벚나무아속 혈통으로 판명되어 벚나무아속으로 분류한다. 사실 귀룽나무와 벚나무는 같은 Prunus속이라서 근연관계 즉 매우 가까운 사이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등록된 귀룽나무 중에는 벚나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들도 있다. 그게 바로 우리 자생종 섬개벚나무와 미주대륙에서 도입된 세로티나벚나무이다. 그러므로 앞 포스트의 산개벚지나무는 귀룽나무를 닮기는 했지만 벚나무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벚나무로 인식하면 되겠고 이 개벚지나무는 겉모습은 거의 귀룽나무이지만 그 혈통이 벚나무라니 둘의 중간쯤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겠다.
그래서 Prunus속을 분해하여 일부를 별도의 속으로 분류하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 수종을 아예 귀룽나무속 즉 Padus속으로 명명한 학명을 정명으로 삼는다. 그런 데다가 2022년 초까지만 하여도 우리나라 국표식에도 학명 Prunus maackii Rupr.라고 등록되어 있었는데 지금 현재는 학명이 Prunus glandulifolia Rupr.로 변경되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인지 차근차근 파악해 보자. 우선 현재의 학명 Prunus glandulifolia Rupr. 또한 산개벚지나무와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러시아에서 활동한 식물학자 Franz Josef Ruprecht(1814~1870)가 1856년에 명명한 것이다. 여기서 종소명 glandulifolia는 잎에 샘점이 많다는 뜻이다. 이 수종의 잎자루 탁엽 꽃받침 등 여기저기에 선체가 많지만 특히 잎 뒷면에 무수한 선체(腺体)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학자가 1857년에 명명한 Prunus maackii Rupr.라는 학명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표식에서도 그렇게 표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자의 종소명 maackii는 러시아 자연학자이자 지리 및 인류학자인 Richard Otto Maack(1825~1886)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그는 극동러시아 특히 우수리강과 아무르강(=흑룡강) 유역의 동식물을 조사연구하고 많은 표본을 채집하였는데 그 중에 개벚지나무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이걸로 봐서는 같은 해 같은 학회지에 학명 Prunus maximowiczii로 발표된 앞 산개벚지나무의 표본도 그가 함께 채집한 것으로 추정되며 칼 맥스모비치(Karl Maximovich, 1827~1891)는 동정하는 과정에서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같은 학자가 같은 지역에서 채집한 것으로 추정되는 표본을 하나는 1856년에 학명Prunus glandulifolia로 다른 하나는 이듬해 학명 Prunus maackii로 발표하였는데 한참 후인 1932년에 거대한 Prunus속이 분해될 때 러시아 식물학자인 Komarov Vladimir Leontjevich(1869-1945)에 의하여 전자는 벚나무속인 Cerasus glandulifolia (Rupr. & Maxim.) Kom.으로 재명명되고 후자는 귀룽나무속인 Padus maackii (Rupr.) Kom.으로 재명명되어 각각 벚나무와 귀룽나무로 따로 인식되어 온 것이다. 그런데 실물은 후자의 이름이 붙어서 1910년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통하여 서방에 도입된다. 서방에서는 이미 귀룽나무라고 하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있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신년지에서 꽃대가 나와 개화시에 꽃차례가 아래로 처지는 귀룽나무와는 달리 전년지에서 꽃대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를 전년지에서 개화하는 월계수귀룽나무 즉 Laurocerasus maackii로 분류하기도 했으며 나중에 다른 학자는 벚나무와 귀룽나무의 교잡종이라고 Cerapadus속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근자에 둘이 하나임이 밝혀진 것으로 보인다. 둘을 합치고 보니 선순위 원칙에 따라 1년 앞서 발표된 학명 Prunus glandulifolia가 당연히 적명(嫡名)이 된 것이다. 하지만 워낙 오랫동안 널리 알려져 있었기에 이제는 서명(庶名)이 되어버린 구 학명 Prunus maackii로 표기하는 사례가 아직도 많다. 심지어는 이미 굳어졌으므로 변경하지 말자는 주장까지 등장한다. 게다가 분리론을 따르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여전히 이 수종을 귀룽나무속으로 분류한 학명 Padus maackii (Rupr.) Kom.로 표기하고 있어 이래저래 혼란스럽다.
참고로 개벚지나무를 벚나무의 일종으로 보느냐 아니면 귀룽나무의 일종으로 보느냐 하는 분류의 문제는 학명을 Padus maackii로 표기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물론 학명을 귀룽나무속으로 표기한다는 것은 개벚지나무를 확실하게 귀룽나무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지만 통합론을 따라서 학명을 Prunus glandulifolia나 Prunus maackii로 표기하더라도 벚나무아속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귀룽나무아속으로 분류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중국과 일본에서는 개벚지나무를 귀룽나무로 분류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Prunus glandulifolia로 학명 등록되어 있다고 해서 벚나무의 일종으로 분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통합론을 따르는 우리나라는 벚나무나 귀룽나무 모두 Prunus속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이 수종의 우리 이름 개벚지나무는 1937년 정태현선생 등이 발간한 조선식물향명집에서 개벗지나무라고 한데서 근거하며 1966년 이창복선생에 의하여 맞춤법에 맞게 개벚지나무로 수정되었는데 벚지는 버찌를 말하며 평안북도에서 벚나무를 벚지나무라고 부르는 것을 따른 것이고 개를 앞에 붙인 것은 벚나무와 다른 점이 많지만 버찌가 달리는 나무로 본다는 뜻이다. 글쎄 결코 벚나무같이 생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완전한 귀룽나무도 아니기에 하는 수 없이 버찌가 달리는 나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 아닐까 추정해 본다. 겉모습이 정말 벚나무나 귀룽나무 중 어느 한쪽과 같았으면 아무리 현지 평안도에서 그렇게 부른다고 하더라도 벚지나무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 같지는 않기에 말이다. 이 후 이 수종을 1949년 박만규선생은 별벗나무라고 칭했으며 1963년 안학수선생도 별벚나무라고 했으며 1982년 한진건선생도 별벗지나무라고 했다. 왜 느닷없이 별이 등장하는지 쉽게 이해 가지 않지만 이 수종의 일본이름을 알고 나면 이해가 된다. 조선식물향명집에도 기록되어 있는 이 수종의 일본 이름은 우라보시자쿠라(ウラボシザクラ) 즉 이성앵(裏星桜)이다. 우라(ウラ)는 뒷면을 말하고 호시(ホシ)는 별을 뜻하는데 이게 다름이 아닌 잎 뒷면의 무수한 선체 즉 샘점을 말한다. 마치 하늘의 별만큼 선체가 무수하게 많은 이 수종의 특징을 말한다. 이는 최근의 통합된 학명 Prunus glandulifolia의 종소명과도 일맥상통하는 이름이다. 이렇게 되면 이해가 잘 안 되는 중국 이름 반엽조리(斑葉稠李)도 풀리게 된다. 조리(稠李)란 귀룽나무를 말하고 반엽이란 무늬잎을 말하는데 이 수종의 잎에는 결코 무늬가 없지만 뒷면의 자갈색 선체를 반점(斑点)으로 본 것이다.
산개벚지나무와 개벚지나무라는 우리 이름만 보고서 둘이 비슷한데 깊은 산속에 자생하는 여부에 따라서 구분하려고 하면 안 된다.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 식물 이름은 전혀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 이름에서 어떤 실마리를 찾으려면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 둘 다 산중에서 자라지만 둘 중에서 실제로 깊은 산속에서 자생하는 수종은 개벚지나무인데도 전자를 산개벚지나무라고 부른 이유는 앞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의 이름이 심산앵(深山桜, ミヤマザクラ)이기 때문이다. 일본이야 개벚지나무가 자생하지 않으므로 산개벚지나무를 그렇게 불러도 어색하지 않지만 우리는 정말 거꾸로 된 꼴이다. 이 수종을 영어로 Manchurian cherry 또는 Amur chokecherry라고 부르는 것은 만주에서 주로 자생하며 흑룡강(아무르강) 유역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개벚지나무는 결코 아름다운 꽃이 피거나 열매가 매우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의외로 서양에서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그 이유는 매우 아름다운 자작나무 비슷한 수피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 점 또한 산개벚지나무와의 구분 포인트가 된다. 개벚지나무는 산개벚지나무와 수피와 잎 뒷면의 선체 외에도 포편이 없고 꽃의 크기가 작으며 꽃차례가 긴 총상화서라는 것과 잎 전면에 털이 거의 없고 이중거치가 아니라는 점 등 차이점이 많아 쉽게 구분이 된다. 그래서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실제로 우리는 이름이 비슷하여 비교대상으로 흔히 거론하지만 중국와 일본에서는 아예 벚나무와 귀룽나무로 따로 분류하기 때문에 둘이 비슷하다는 언급조차 없다. 다만 자생지가 옛 고구려지역이라는 점과 표본 채집자와 명명자가 동일할 뿐이다.
등록명 : 개벚지나무
학 명 : Prunus glandulifolia Rupr. (1856)
이 명 : Prunus glandulifolia Rupr. ex Maxim.(1856)
이 명 : Prunus maackii Rupr.(1857)
이 명 : Padus maackii (Rupr.) Kom.(1932)
이 명 : Cerasus glandulifolia (Rupr. & Maxim.) Kom.(1932)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벚나무아속 낙엽 소교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동북, 극동러시아
중국명 : 반엽조리(斑葉稠李) 산도조리(山桃稠李)
영어명 : Manchurian cherry, Amur chokecherry
일본명 : ウラボシザクラ(裏星桜)
수 고 : 4~15m
수 피 : 광활 성편산 박락
잎특징 : 타원형, 능상란형, 불규칙 선체 예거치, 하면 자갈색 선체
잎크기 : 4~8 x 2.8~5cm
잎자루 : 1~1.5cm, 단유모, 선단 선체 2개, 혹 엽편기부 양측 선체 각1
탁 엽 : 막질, 선형, 변 선체, 조락
화 서 : 총상화서, 다화밀집, 5~7cm
꽃자루 : 4~6mm
꽃크기 : 지름 8~10mm
꽃받침 : 악통 종상, 악편 불규칙 선체 세치
꽃부리 : 백색, 장원상 도란형
수 술 : 25~30매, 불규칙 2~3륜, 화사장단부등, 화주등장
암 술 : 1개, 심피 무모, 화주반상 반원형, 화주 기부 장유모
열 매 : 핵과 근구형, 지름 5~7mm, 자갈색, 무모, 악편 탈락, 핵 추문
개화기 : 4~5월
결실기 : 6~10월
내한성 : 영하 45도
용 도 : 열매 식용, 약용, 목재, 밀원식물, 수피 접착제 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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