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피라칸타속

1981 넓은잎피라칸타 = 화극(火棘) 적양자(赤阳子)

낙은재 2024. 5. 13. 12:23

넓은잎피라칸타 = 화극(火棘) 적양자(赤阳子)

 

 

 

넓은잎피라칸타는 키가 3m까지 자라는 상록 관목으로서 중국 섬서성과 하남성 강소성 및 운남 사천 등 중국 중남부의 광범위한 지역에 자생하는 중국 고유종이다. 이 수종은 영국과 중국간의 아편전쟁 이후 맺은 불평등조약인 난징조약으로 영국인 거주가 허용되자 식물탐사차 중국에 들어간 스코틀랜드 출신 유명한 식물채집가이자 여행가이며 식물학자인 Robert Fortune (1812~1880)이 복건성 하문(厦门)에서 1845년 채집한 표본을 대상으로 러시아 식물학자인 Karl Maximovich (1827~1891)가 홍가시나무속으로 분류하여 Photinia fortuneana Maxim.이라는 학명을 1873년 발표했다. 여기서 종소명은 당연히 채집가 이름에서 온 것이다. 그런데 식물에 대단히 관심이 많았던 영국 외교관으로 홍콩에서 근무하던 Henry Fletcher Hance (1827~1886)라는 사람도 영국 영사관에서 근무하던 J. Watters라는 사람이 호북성 의창시(宜昌市)에서 발견한 표본을 대상으로 1880년 홍가시나무속으로 Photinia crenatoserrata Hance라는 학명을 발표한다. 여기서 종소명 crenatoserrata는 부채꼴에 거치가 있다는 뜻이다. 이 수종의 잎이 도란형이며 가장자리에 둔거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 후 이를 미국의 하버드대학 Alfred Rehder(1863~1949)교수가 피라칸타속으로 변경하여 1931년 Pyracantha crenatoserrata (Hance) Rehder라는 학명을 발표한다. 그당시는 러시아 식물학자인 막스모비치가 그 이전에 명명한 학명과 같은 종이라는 것이 파악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혜림(Hui-lin Li, 李惠林, 1911~2002)이라는 대만 식물학자가 1944년 피라칸타속으로 변경하여 Pyracantha fortuneana (Maxim.) H.L.Li라는 학명으로 재발표한다. 나중에 결국 둘이 같은 종임이 확인되자 당연히 1873년 명명된 후자가 1880년에 명명된 전자보다 앞서서 적명(嫡名)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현재 이들 학명 둘 다 등록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크레나토세라타피라칸타라는 국명으로 등록된 Pyracantha crenatoserrata는 리스트에서 삭제되어야 마땅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제자리를 찾은 채집가 포춘이름으로 막스모비치가 명명한 학명 Pyracantha fortuneana가 오래 가는가 했더니 그만 복병을 만났다. 국내 미등록종인 중국 원산의 또 다른 종인 세원치화극(细圆齿火棘)의 학명 Pyracantha crenulata와 이 넓은잎피라칸타가 통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 학자들에 의하여 2021년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후자는 1847년 피라칸타속에서는 모식종인 붉은피라칸타와 더불어 가장 먼저 명명된 학명이므로 Pyracantha fortuneana는 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미 이들 둘을 통합시켜서 Pyracantha fortuneana를 이명처리 하고 있다. 하지만 원산지 중국의 식물지(植物智)에서는 아직 통합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통합할지 그대로 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런데 이 수종이 중국에서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전세계 피라칸타 10종 중 9종이나 자생하는 중국에서는 이 속을 화극속(火棘属)이라고 하는데 오직 이 수종만을 화극(火棘)이라고 부르며 속을 대표하는 수종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화극(火棘)은 글자 그대로 불(火)과 가시(棘)의 합성어이므로 속명 Pyracantha의 어원 pyr(fire)와 aknatha(thorn)를 따라서 붙인 이름이다. 그렇다면 식물분류학이 도입되기 전에는 중국에서 이름이 없었다는 것인가? 그건 물론 아니다. 그 이전에는 중국에서 화파과(火把果) 구병량(救兵粮) 적양자(赤阳子) 등 다양하게 불렀다. 여기서 구병량은 옛날 남방 소수민족인 토가족(土家族) 병사들이 전쟁 중에 식량이 떨어져 이 열매를 먹고 전쟁에 이겨서 살아났다는 전설에서 온 이름으로 구군량(救军粮) 또는 구명량(救命粮) 등으로도 불린다. 그리고 중의학계에서는 주로 화파과(火把果)나 적양자(赤阳子) 또는 홍자(紅子)로 부르는데 고대 그리스에서 피라칸타를 불 + 가시 즉 Fire thorn으로 본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름이라서 흥미롭다. 

 

등록명 : 넓은잎피라칸타

학    명 : Pyracantha fortuneana (Maxim.) H.L.Li

이    명 : Pyracantha crenatoserrata (Hance) Rehder

분    류 : 장미과 피라칸타속 상록 관목

원산지 : 중국 중남부

중국명 : 화극(火棘) 화파과(火把果) 구병량(救兵粮) 적양자(赤阳子) 등

영어명 : Chinese firethorn

수    고 : 3m

측    지 : 단, 선단 자상, 눈지수색단유모 노지암갈색

동    아 : 소 단유모

엽    편 : 도란형 도란상장원형

잎크기 : 1.5~6 x 0.5~2cm

잎모양 : 선단원둔 미요 단첨두 기부설형 하연련(延连)엽병 변연둔거치 치첨향내만 기부근전연 양면무모

잎자루 : 단 무모 눈시유모

꽃차례 : 복산방화서 지름 3~4cm

꽃자루 : 근무모, 1cm

꽃크기 : 지름 1cm

꽃받침 : 종상 무모 악편삼각란형 선단둔

꽃부리 : 백색 근원형 4 x 3mm

수    술 : 20 화사 3~4mm 화약 황색

화    주 : 5 이생 웅예등장

자    방 : 상부밀생 백색유모

열    매 : 근구형 지름 5mm 길홍색 심홍색

화    기 : 3~5월

과    기 : 8~11월

내한성 : 영하 18도

용    도 : 울타리용 식용 약용

 

 

넓은잎피라칸타 = 화극(火棘) 적양자(赤阳子)
넓은잎피라칸타 = 화극(火棘) 적양자(赤阳子)
넓은잎피라칸타 = 화극(火棘) 적양자(赤阳子)
넓은잎피라칸타 = 화극(火棘) 적양자(赤阳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