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조팝나무족

2034 섬국수나무 = 섬조팝나무, 울릉도 특산?

낙은재 2024. 9. 29. 11:04

 

섬국수나무 = 섬조팝나무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현재 섬국수나무라는 이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조팝나무속으로 분류되어 있는 수종이 있다. 이 수종은 불과 몇 년 전만 하여도 산국수나무속으로 분류되어 Physocarpus insularis (Nakai) Nakai라는 학명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이렇게 변경된 것은 2011년 세 명의 국내 학자들에 의하여 기존 산국수나무속에서 조팝나무속으로 변경하여 재명명한 학명 Spiraea insularis (Nakai) H.Shin, Y.D.Kim & S.H.Oh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이 수종은 우리나라 울릉도에서만 발견된 특산수종인데 원래는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 울릉도에서 발견하여 1918년 산국수나무속으로 분류한 학명 Opulaster insularis Nakai를 발표했었다. 그래서 1937년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는 바로 이 학명으로 수록되어 있다. 여기서 종소명 insularis는 섬에서 자란다는 뜻이고 1891년 독일 식물학자인 Friedrich Kasimir Medikus(1738~1808)에 의하여 창설된 속명 Opulaster는 백당나무의 잎을 닮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산국수나무의 잎은 백당나무의 잎과 유사하다. 하지만 나중에 이 속명이 후순위 비합법명임을 알고서 나카이 자신이 1952년 다시 프랑스 학자 Constantine Rafinesque(1783~1840)가 1838년 창설한 합법적인 속명으로 재명명한 Physocarpus insularis (Nakai) Nakai를 발표하여 수정하였던 것이다. 여기 새로운 속명 Physocarpus는 열매가 부풀어 올라 방광과 같다는 뜻이다. 실제로 산국수나무속 수종들은 산국수나무는 물론 양국수나무나 중산국수나무 모두 열매에 마치 바람이 들어간 것처럼 부풀어 올라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산국수나무를 풍상과(風箱果)라고 부른다. 

 

우리 자생종 산국수나무
우리 자생종 산국수나무
북미 원산의 양국수나무 - 털이 없다.
북미 원산 중산국수나무 - 털이 많다. 참고로 중간 사이즈 크기라고 중(中) 산국수나무이며 중국 원산이 아니다.
섬국수나무의 열매는 산국수나무들과는 전혀 다른 조팝나무의 열매 모습이다.

 

 

 

 

그런데 울릉도에서 1917년 발견되고 이듬해 산국수나무속으로 명명된 이 수종에 대하여 여러 학자들이 아무리 봐도 산국수나무속이 아니라 조팝나무속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왜냐하면 그 잎이나 수형으로 봤을 때는 산국수나무의 일종으로 보였어도 그 꽃과 열매는 조팝나무가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산국수나무속의 학명 그 자체에 열매가 부풀어 오른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데 섬국수나무의 열매는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여러모로 우리 중부이북지역에 자생하는 인가목조팝나무와 거의 동일한 외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팝나무속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져 조팝나무속 세분류상 단산방화서조 즉 Sect. Glomerati Nakai까지 신설한 바 있는 나카이가 그렇게 오동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이 수종을 발견하였을 때 꽃과 열매를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꽃과 열매를 관찰하지 못하였다고 분명하게 기재문에 명시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아마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지 나중에도 수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고려대교수를 지낸 박만규(朴萬奎, 1906~1977)선생은 1949년 그의 저서 우리나라식물명감에서 국명을 섬조팝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렀지만 산국수나무속으로 된 학명을 수정하지 않고서 국명만 조팝나무라고 아무리 외쳐 본들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그러다가 21세기에 들어와 이를 조팝나무속으로 재분류하여야 한다는 국내학자들의 논문이 등장하다가 급기야 2011년 국립수목원 신현탁 (Hyun-Tak Shin), 한림대 김영동 Young-Dong Kim, 대전대 오상훈(Sang-Hun Oh) 등 국내 세 명의 학자들에 의하여 조팝나무속으로 재명명된 학명 Spiraea insularis (Nakai) H.Shin, Y.D.Kim & S.H.Oh가 발표되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조팝나무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국명도 섬조팝나무라고 변경하여야 마땅할 터인데 왜 수정하지 않고 버티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물론 재명명한 것이기는 하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국내 학자들에 의하여 명명된 학명을 보게 되어 무척 반갑다. 하지만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많은 학자들이 이 수종이 과연 울릉도 특산 별도의 조팝나무 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하여 판단을 유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최근의 대통합 바람에 의하여 마침 털인가목조팝나무도 원종인 인가목조팝나무에 통합된 마당에 이건 누가봐도 인가목조팝나무에 통합되어야 마땅해 보인다. 아무리 찾으려고 노력해도 섬국수나무와 인가목조팝나무의 뚜렷한 차이점이 나타나지 않는다. 일부에서 말하는 잎의 사이즈나 거치가 좀 더 크고 기부가 심장형도 아니고 그저 가깝다는 것인데 글쎄 그 정도 차이가 별도의 종으로 구분할 이유가 되는지 모르겠다.

 

1917년 나카이가 울릉도서 채집한 표본 - 이런 잎의 모습이 심장형 즉 하트형에 가깝다는 것인데 항상 그런 것이 아니다.
섬국수나무 - 이런 모습에서는 결코 기부가 하트형이 아니다.

 

 

 

등록명 : 섬국수나무

학   명 : Spiraea insularis (Nakai) H.Shin, Y.D.Kim & S.H.Oh

이   명 : Physocarpus insularis (Nakai) Nakai

이   명 : Opulaster insularis Nakai

분   류 : 장미과 조팝나무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울릉도

특   기 : 인가목조팝나무와 거의 동일하여 같은 종으로 판단됨

 

자료 출처 : 한반도수목지